주문은 나의 일이다.

일주일 단위로 재고 확인을 하고 주문을 하는데 전화 주문 1, 문자 주문 5, 온라인 주문 4 정도의 비율이다. 우유나 빵, 유제품은 직접 가서 유통일자를 확인하고 사 온다. 직접 가서 사 오는 제품은 주문으로 치지 않는다. 직접 가서 사 올 수 있는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공급처가 있다는 것은 그 때 그 때 필요에 따라 대처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그렇다. 물론 공급처 영업 시간이 24시간이 아니고 휴일도 있기 때문에 하루 이틀 판매할 정도는 늘 확인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주문은 전적으로 나의 결정이고 또한 나의 책임이다.

주문 하나 잘못해서 재고가 쌓이거나 손해 보는 장사를 해도 내 책임,

주문 하나 잘 해서 남는 장사를 해도 다 내 책임(아니 이럴 땐 '내 덕'이라고 해야지)이다.

주문도 실력이라 주문을 하면 할 수록 실력이 좋아진다.

5년 전에 비하면 요즘 나는 정말 그렇다.

일단 재고 파악을 항시 한다.

처음엔 매대가 비거나 손님이 찾는 물건이 없을까봐 내가 더 불안해서 필요 이상 많이 주문해서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편의점은 구색을 갖춰야 된다는 조언을 자주 들은 데다가 새로나온 제품에 엄청난 호기심을 발휘하는 기질까지 더해서 이 쪼끄만 가게에다가 정말이지 말도 안 되게 많은 종류의 제품을 사다가 쟁여놓았더랬다.

 

어느 날 내 입에서,

 "우리 가게는 '동네 편의점'이 아니라 '학교 매점'이라고 봐야 해!"

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딩동댕~!

그때부터 주문에 실력이 붙기 시작했다.

안 팔리는 물건, 즉 손님이 찾지 않는 물건(아무리 단골이라도 1년에 한 두 번 찾는 물건은 안 찾는 물건이라고 본다.)은 즉시 진열대에서 빼고 어쩌다 손님이 찾더라도 단호하게 "없습니다!" 했다. 간혹 "어머! 그게 왜 없어요?" 하며 비난의 눈초리를 쏴대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럼 그냥 "죄송합니다." 하고 돌려보낸다. 그러고 만다. 그런 사람 상대하면 나만 힘 빠진다. 시간 낭비, 감정 낭비, 결국 인생 낭비다. 그런 사람은 그냥 빨리 가 주면 고맙다. 다시 안 오면 더 고맙고.

 

주문은 나의 일이다. 또한 취미다.

특히 책 주문이 그런데 역시나 알라딘 주문이 99, 직접 서점 가서 사는 경우가 1이다.

가게 물건 주문하면서 붙은 실력이 책 주문에도 나타나는 것 같다. (어디까지나 자평..)

장바구니에 담은 책을 보며 주말 내내 굳었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역시나 책 뿐이야.

내가 살아갈 이유.

책, 책, 책!

새로나온 책!

 

해 아래 새것이 없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깨어있으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어렴풋이나마 느낌이 온다.

 

해 아래 새것이 없으나

해 뜨면 새로나온 책이 나오나니,

나여!

오늘도 난 혼자라는 사실을 기억하며 책을 주문하노라.

살아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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