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처한 클래식 수업 4 - 헨델, 멈출 수 없는 노래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4
민은기 지음, 강한 그림 / 사회평론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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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델의 음악뿐 아니라, 평생 음악을 계속해 나가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그의 삶을 알게 됐다. 좋아하는 것을 계속하고 그것으로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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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지에서 생긴 일
마거릿 케네디 지음, 박경희 옮김 / 복복서가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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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결말 스포일러 포함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살인이 벌어지고, 살인자를 찾는 데 주력하는 전개의 영화 장르를 '후던잇(Who done it)'이라고 한다. 관객은 '누가 죽였는지' 궁금해 '후던잇' 영화를 끝까지 보게 된다. 이 책을 끝까지 읽게 하는 건 '누가 죽을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다.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는 것을 책 도입부에서 이야기하고, 참사가 벌어지기 일주일 전 현장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생존자들이 있다고 서두에서 이야기했으니 몇 명은 살아남겠지만, 현장에 있던 20여 명의 등장인물 중 누군가는 분명히 죽을 것이다. 소설이 전개되는 내내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기에, 이 소설이 추리소설이나 스릴러가 아닌데도 독자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참사의 징후는 점점 더 선명해져 독자의 마음속 불안감은 더 커져간다.

참사가 일어난 현장은 1947년 8월까지 영국의 한 바닷가 절벽 아래 있었던 호텔이다. 2차 세계대전 때 폭격으로 절벽에 간 균열이 점점 더 커지고 있었는데, 마침내 절벽 한쪽이 무너져 내려 호텔 위로 쏟아졌다. 호텔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목숨을 잃었다. 작가는 절벽이 무너지기 일주일 전으로 우리를 데려가, 그 일주일 동안 이 호텔에 있던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호텔 자체가 당시 영국의 축소판인 것처럼 호텔 안에는 노인부터 어린아이, 귀족부터 서민까지 다양한 연령과 사회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 페이지를 넘기면서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서로 어떤 관계인지 드러나고, 평소라면 만날 일이 없었던 사람들이 서로 얽혀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낸다.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면서 사람들은 평생 동안 갇혀 있었던 틀에서 벗어나 변화한다. 그런 변화가 어찌나 감동적인지 '이 사람들은 제발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제 막 새 삶을 시작했는데'라는 마음이 든다. 반면 자신의 이기심과 관성, 탐욕에 사로잡혀 조금도 달라지려 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을 괴롭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등장인물 중 한 명은 "못된 사람은 몇 명뿐이지만, 그들이 나머지 사람들을 지옥으로 몰아가고도 남아요."라고 말하는데, 그 말이 과장이 아니라고 느껴질 정도다. 책 속의 등장인물이라고 해도 누군가가 죽길 바라는 것이 바람직하진 않지만, 누군가가 죽어야 한다면 그들이 죽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현실에서도 픽션에서도 나쁜 사람만 죽지는 않으니, 비호감 캐릭터들만 죽을 리 있겠는가. 독자들의 마음을 울렸지만 목숨을 잃어 독자들을 더 안타깝게 할 등장인물들도 있을 거라고 각오하고 있었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작가는 정말 비호감 캐릭터들만 죽인다. 그것도 개연성 있게. 한국 고전소설만큼이나 권선징악을 확실히 보여주지만 그것이 작위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뒤표지의 문구처럼 등장인물 모두에게 구원의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졌기 때문이다. 구원의 기준은 단 두 가지다. 반성하고 스스로 변화하려 했는가. 그렇지 않다면 작은 선의라도 타인에게 베풀려고 했는가. 그중 한 가지라도 한 사람은 살아남지만, 한 가지도 하지 않고 원래의 상태 그대로 머문 사람은 살아남지 못한다. 살아남은 사람들이라고 완전무결한 선인은 아니고 죽은 사람들이라고 그렇게 처참히 죽을 만큼 악독한 악인은 아니지만, 작품 속 세계의 신(그러니까 작가)의 결단은 단호하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슬퍼할 겨를도 없이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하기에, 결말은 더욱더 단호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이 소설이 희망적이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은, 소설 속에서 구원에 이르는 길이 그렇게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귀찮고 피곤하더라도 누군가 놓고 간 물건을 가져다주는 작은 선의만으로도 구원받을 수 있다. 그리고 작가는 용기를 내어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간 사람들,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고 그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준 사람들을 결코 저버리지 않는다. '누가 죽을 것인가' 하는 의문은 결말에서 '누가, 왜 살아남았는가'로 바뀌고, 책을 덮고 나서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로 바뀐다. 그것이 작가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일 것이다.

작가가 이 소설로 이야기하려는 메시지는 지극히 권선징악적이고 교훈적이지만,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은 고루하거나 도식적이지 않다. 20여 명의 등장인물들은 납작한 선역도 악역도 아니고 우리처럼 각자의 장점과 약점, 선한 면과 악한 면을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관계를 형성하고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변화해, 몇십 페이지 전만 해도 그들에게서 볼 수 있을 거라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면모를 보인다. 끝내 자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탐욕과 이기심을 버리지 못하는 인물들도, 변화하고 성장하는 사람들과 대조되는 대상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서사와 개성을 갖춘 캐릭터로서 살아 숨 쉰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드라마에 이들 중 누가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는 긴장감이 더해져, (한국어 번역판 기준) 500페이지가 넘는 이 소설은 결코 지루하지 않다. 결말이 궁금해 새벽까지 읽었을 정도다. 서스펜스와 감동을 모두 잡으면서도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압도하지 않도록 작가는 절묘하게 균형을 잡는다. 그래서 읽는 동안에는 즐겁고, 읽은 후에는 여운이 남는다. 단호한 결말 너머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고단한 삶을 이어가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새롭게 만들어갈 것을 믿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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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지에서 생긴 일
마거릿 케네디 지음, 박경희 옮김 / 복복서가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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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펜스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교훈적이되 고루하지 않다. 영리한 작가가 뛰어난 균형 감각으로 만들어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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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베트남사 처음 읽는 세계사
오민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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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들이 관심 많이 가지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남들이 관심 없는 것에는 관심이 많다. 그래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영미권보다는 낯선 문화권에 더 끌린다. 이 책도 그런 이유에서 읽었다. 세계사 시간에 중국과 일본, 유럽사는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베트남 역사는 동남아시아를 다루는 짧은 장에서 몇 줄씩 언급됐을 뿐이다. 그나마도 기억을 못 하니 베트남 역사에 대한 내 지식은 전무하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낯선 역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 책을 선택했다.


  낯선 역사를 읽는 것의 장점은 읽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역사책을 읽을 때는 강감찬이 거란군을 물리치고 고려에 평화가 올 것을 알고, 2차 세계대전 관련 역사책을 읽을 때는 결국 나치 독일이 패망할 것을 안다. 폭군이나 독재자가 측근한테나 힘을 실어주고 멋대로 정치하면 결국 망하는 등, 익숙한 역사의 패턴이 있긴 하지만, 베트남의 역사는 꽤 드라마틱해 앞으로의 전개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근대 이전의 왕조사나 근대 이후의 전쟁사나. 남의 나라 역사를 갖고 이렇게 말하기는 미안하지만 앞으로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모르는 소설을 읽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낯선 것만 나오면 지치기 마련이니, 책을 끝까지 읽으려면 낯익은 내용들도 필요하다. 이 책에 나오는 베트남 역사는 낯선데 묘하게 낯익은 데가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 세계에서 내부에서는 스스로를 황제국이라 하고 밖에서는 왕국이라 칭한다. 중국을 지배했던 왕조들의 견제와 침략에 대비하면서 그들의 문물과 정치 체계, 특히 유교 사상과 과거 시험, 지방 행정 체제를 받아들여 나라의 기틀을 세운다. 근대에는 서구 문물을 받아들여 스스로 근대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지만 서구 열강의 틈바구니 속에서 근대 국가로 자리 잡는 것은 쉽지 않고, 결국 다른 나라의 식민지가 된다. 철도, 공장, 군사 시설 등이 세워지지만 결국 식민지가 아니라 본국의 배를 채우기 위한 것이다. 사람들은 독립 운동을 하면서도 사상과 이념의 차이 때문에, 독립 운동의 주도권 때문에 분열하고 갈등하다 결국 독립을 맞는다. 여러 강대국의 이해관계 속에 두 나라로 갈라진다. 이 설명만 들으면 한국사를 쭉 설명하는 것 같지 않은가. 근대 이전에는 중국 중심의 세계에서 독립국으로 살아남고, 근대 이후에는 서구 열강과 일본의 침략,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사이의 갈등 사이에서 살아남았다는 점, 그리고 유교와 불교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점에서 닮을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동질감을 느꼈다. 베트남 사람들은 우리만큼이나, 우리 못지않게 강인하게 역사의 격랑을 헤쳐왔다. 근대 이전에는 중국에게서, 근대 이후에는 서양에게서 문물을 받아들이고 필요한 것을 배우면서 나라의 역량을 키우려고 애썼다. 베트남전쟁 때문에 우리에게는 베트콩이라는 적군 이미지로 굳어진 북베트남 정부와 정부군도, 자주적이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통일 국가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국내외의 정세를 살피고 기민하게 대응했다. 그렇기에 수적으로도 열세이고 무기도 부족한 상황에서 미국을 이기고 통일을 이뤘다. 지금은 자본주의를 일부분 받아들여 경제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그들도 물론 과오와 실책이 있고 지금도 자신들의 권력 독점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지만, 어른들의 이야기 속에서 밀림에서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두려운 적군으로 굳어졌던 그들의 모습이 새롭게 보였다.


  하지만 그들 또한 역사에서 항상 외세의 가해에 맞서는 피해자이자 저항자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고, 이 책은 짚고 넘어간다. 17세기 이래로 베트남을 캄보디아를 침략하거나 내정 간섭을 하면서 괴롭혔고, 프랑스의 식민 지배 시기에는 베트남인들이 중간 관리인으로 고용되었기 때문에 캄보디아인들에게는 베트남인들이 역사 속 악역이었다. 베트남의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에 크메르 루주가 캄보디아 내부에서 벌이는 잔악한 행위들을 못 본 척하기도 했다. 세계사 속 복잡한 이해관계에 따라 그들도 가해자가 되기도, 방관자가 되기도 했다. 베트남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쓸 수 있는 책이지만 저자는 베트남의 이런 다면성도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다면성이 우리에게 거울이 되어줄 것이다.


  고등학교 역사 교사가 쓴 입문서이기에 난이도는 그렇게 높지 않다. 하지만 주요 전쟁의 원인과 전개 과정, 그 과정에서 사용됐던 전략과 무기, 결과와 그 영향까지 다루는 등 생각보다 꽤 깊이 들어간다. 특히 베트남전쟁에 대해 전혀 몰랐던 사람들이라면 이 책으로 베트남전쟁의 개요를 머릿속에 정리하기 좋을 것이다. 연표와 풍부한 사진 자료, 당시의 세력과 전쟁 진행 상황을 표시한 지도들도 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베트남사를 고대부터 현대까지 쭉 훑어보고 대강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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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베트남사 처음 읽는 세계사
오민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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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문서치고는 생각보다 깊이 들어가는데 인과관계에 따라 쉽고 재미있게 역사를 서술한다. 낯선 베트남사가 의외로 우리와 닮은 부분이 많다는 것, 베트남사를 알면 그와 얽힌 세계사를 더 폭넓게 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풍부한 시각 자료와 연표, 지도가 이해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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