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푸드 한국사 -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외래 음식의 역사
주영하 지음 / 휴머니스트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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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깊이 들어가지는 않지만 세계적으로 널리 퍼진 글로벌 푸드들이 우리 땅에서 만들어낸 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다. 한국 사람들에게선 없어선 안 될 음료가 된 커피에도 한 챕터 할애하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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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바게트
실키 지음 / 현암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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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치바게트. 가장 한국적인 음식과 가장 프랑스적인 음식을 합쳐놓은 제목이 독특하다 싶었는데, 한국인 만화가가 프랑스에서 살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그린 그래픽노블이다. 그림책처럼 큼직한 판형에 귀여운 그림체, 알록달록한 색감 때문에 아이들 동화책으로 혼동하기 쉽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귀엽지만은 않은 어른의 이야기다.


  작가는 아시아인인 자신과 백인인 연인, 주변 사람들의 인종이 구분되지 않게 인물들을 그린다. 아시아인들은 여전히 서구의 만화들에서 찢어진 눈, 노란 피부에 예의 바르고 신중하고 소심한 모습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지만, 작가는 그런 스테레오타입을 거부한다. "그럼 아시아인을 어떻게 그리라는 거야?" 연인의 이 질문에 작가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냥. 사람처럼." 이 대답에 숨이 턱 막혔다. 만화에서 아시아인과 백인을 구별하는 것이 뭐가 그렇게 중요한가? 아시아인이 구색을 맞추기 위한 액세서리가 아니라 그저 사람, 동등한 인간으로 그려지는 것이 작가도 이 책을 읽는 우리도 바라는 바인데.


  이 책에서도 언급되는 미국의 배우이자 코미디언 에이미 슈머의 이 발언은 나를 슬프게 한다. "아시아 여자들은 질이 좁아. 아무도 상대가 안 돼." 저 사람(이라고 해주고 싶지도 않지만)에게 아시아 여자는 그저 성기일 뿐이구나 싶어서. 인종은 달라도 자신과 같은 성별인 여자인데 어떻게 사람이 아니라 성기로 취급할 수 있을까. 내 성품, 취향, 개성, 살아온 과정은 내가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모두 사라지고, 나는 밋밋한 스테레오타입도 되다 못해 이젠 인간도 아닌 성기 하나로 축소되는 걸까.


  먼 곳에서 누군가 한 말로도 이렇게 상처받는데, 작가는 일상생활 속에서 꽤나 자주, 사실 매일 차별을 겪는다고 한다. '네가 예민하다'고 치부해 버릴 정도로 가벼운 차별이지만, 그 먼지 같은 차별이 쌓이면 결코 가볍지 않다. 그 무게에 짓눌리지 않기 위해 작가는 말한다. 변명하기보다는 사과하라고. 너 자신이 인종 차별을 하지 않는다는 데서 그치지 말라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인종 차별을 하는 이들과 다르다는 걸 알 수 없으니까. 네가 지금 인종 차별을 당하고 있는 거라고 말해주고, 도움을 주지 못한 걸 미안해하는 친구를 보며 힘을 얻는다. 차별이 일어나는 순간 침묵하지 말고, 다 같이 이야기하자고 한다. 자신이 겪는 현실은 맵고 쓰지만 작가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좀 더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한다. 이 이야기의 첫 번째 독자는 프랑스인 독자들이었지만, 이제 이 책을 읽는 한국의 독자들이나 앞으로 이 책을 읽을 다른 나라의 독자들, 인종 차별의 가해자도 피해자도 될 수 있는 사람들이 이 담담하지만 또렷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줬으면 좋겠다.


  이 책은 인스타그램에 연재하던 만화들을 모은 것이기에 인종 차별 외에 프랑스와 한국의 문화 차이, 프랑스에서의 일상 등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프랑스에서 겪는 인종 차별이나 프랑스와 한국의 문화 차이 같은 한 주제에 좀 더 집중해서 시리즈로 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분량이 121페이지밖에 되지 않으니 좀 더 많은 분량을 모아서 책으로 만들었으면 더 좋았겠다 싶다. 아직 작가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많지 않기에 앞으로 그녀에게서 들을 이야기들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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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바게트
실키 지음 / 현암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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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그림체 속에 담아낸 그렇지 못한 현실. 프랑스에서 살면서 부딪힐 수밖에 없는 일상 속 문제들을 솔직하고 거침없이 털어놓는다. 문제의식도 그림체도 색감도 좋고, 하드커버에 판형이 크고 올컬러이며 요새 종이 값이 오른 건 알지만, 이 얇은 책이 21000원이라니 너무 비싼 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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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클래식 수업 4 - 헨델, 멈출 수 없는 노래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4
민은기 지음, 강한 그림 / 사회평론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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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델의 음악뿐 아니라, 평생 음악을 계속해 나가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그의 삶을 알게 됐다. 좋아하는 것을 계속하고 그것으로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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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지에서 생긴 일
마거릿 케네디 지음, 박경희 옮김 / 복복서가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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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결말 스포일러 포함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살인이 벌어지고, 살인자를 찾는 데 주력하는 전개의 영화 장르를 '후던잇(Who done it)'이라고 한다. 관객은 '누가 죽였는지' 궁금해 '후던잇' 영화를 끝까지 보게 된다. 이 책을 끝까지 읽게 하는 건 '누가 죽을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다.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는 것을 책 도입부에서 이야기하고, 참사가 벌어지기 일주일 전 현장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생존자들이 있다고 서두에서 이야기했으니 몇 명은 살아남겠지만, 현장에 있던 20여 명의 등장인물 중 누군가는 분명히 죽을 것이다. 소설이 전개되는 내내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기에, 이 소설이 추리소설이나 스릴러가 아닌데도 독자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참사의 징후는 점점 더 선명해져 독자의 마음속 불안감은 더 커져간다.

참사가 일어난 현장은 1947년 8월까지 영국의 한 바닷가 절벽 아래 있었던 호텔이다. 2차 세계대전 때 폭격으로 절벽에 간 균열이 점점 더 커지고 있었는데, 마침내 절벽 한쪽이 무너져 내려 호텔 위로 쏟아졌다. 호텔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목숨을 잃었다. 작가는 절벽이 무너지기 일주일 전으로 우리를 데려가, 그 일주일 동안 이 호텔에 있던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호텔 자체가 당시 영국의 축소판인 것처럼 호텔 안에는 노인부터 어린아이, 귀족부터 서민까지 다양한 연령과 사회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 페이지를 넘기면서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서로 어떤 관계인지 드러나고, 평소라면 만날 일이 없었던 사람들이 서로 얽혀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낸다.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면서 사람들은 평생 동안 갇혀 있었던 틀에서 벗어나 변화한다. 그런 변화가 어찌나 감동적인지 '이 사람들은 제발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제 막 새 삶을 시작했는데'라는 마음이 든다. 반면 자신의 이기심과 관성, 탐욕에 사로잡혀 조금도 달라지려 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을 괴롭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등장인물 중 한 명은 "못된 사람은 몇 명뿐이지만, 그들이 나머지 사람들을 지옥으로 몰아가고도 남아요."라고 말하는데, 그 말이 과장이 아니라고 느껴질 정도다. 책 속의 등장인물이라고 해도 누군가가 죽길 바라는 것이 바람직하진 않지만, 누군가가 죽어야 한다면 그들이 죽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현실에서도 픽션에서도 나쁜 사람만 죽지는 않으니, 비호감 캐릭터들만 죽을 리 있겠는가. 독자들의 마음을 울렸지만 목숨을 잃어 독자들을 더 안타깝게 할 등장인물들도 있을 거라고 각오하고 있었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작가는 정말 비호감 캐릭터들만 죽인다. 그것도 개연성 있게. 한국 고전소설만큼이나 권선징악을 확실히 보여주지만 그것이 작위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뒤표지의 문구처럼 등장인물 모두에게 구원의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졌기 때문이다. 구원의 기준은 단 두 가지다. 반성하고 스스로 변화하려 했는가. 그렇지 않다면 작은 선의라도 타인에게 베풀려고 했는가. 그중 한 가지라도 한 사람은 살아남지만, 한 가지도 하지 않고 원래의 상태 그대로 머문 사람은 살아남지 못한다. 살아남은 사람들이라고 완전무결한 선인은 아니고 죽은 사람들이라고 그렇게 처참히 죽을 만큼 악독한 악인은 아니지만, 작품 속 세계의 신(그러니까 작가)의 결단은 단호하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슬퍼할 겨를도 없이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하기에, 결말은 더욱더 단호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이 소설이 희망적이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은, 소설 속에서 구원에 이르는 길이 그렇게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귀찮고 피곤하더라도 누군가 놓고 간 물건을 가져다주는 작은 선의만으로도 구원받을 수 있다. 그리고 작가는 용기를 내어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간 사람들,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고 그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준 사람들을 결코 저버리지 않는다. '누가 죽을 것인가' 하는 의문은 결말에서 '누가, 왜 살아남았는가'로 바뀌고, 책을 덮고 나서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로 바뀐다. 그것이 작가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일 것이다.

작가가 이 소설로 이야기하려는 메시지는 지극히 권선징악적이고 교훈적이지만,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은 고루하거나 도식적이지 않다. 20여 명의 등장인물들은 납작한 선역도 악역도 아니고 우리처럼 각자의 장점과 약점, 선한 면과 악한 면을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관계를 형성하고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변화해, 몇십 페이지 전만 해도 그들에게서 볼 수 있을 거라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면모를 보인다. 끝내 자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탐욕과 이기심을 버리지 못하는 인물들도, 변화하고 성장하는 사람들과 대조되는 대상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서사와 개성을 갖춘 캐릭터로서 살아 숨 쉰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드라마에 이들 중 누가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는 긴장감이 더해져, (한국어 번역판 기준) 500페이지가 넘는 이 소설은 결코 지루하지 않다. 결말이 궁금해 새벽까지 읽었을 정도다. 서스펜스와 감동을 모두 잡으면서도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압도하지 않도록 작가는 절묘하게 균형을 잡는다. 그래서 읽는 동안에는 즐겁고, 읽은 후에는 여운이 남는다. 단호한 결말 너머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고단한 삶을 이어가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새롭게 만들어갈 것을 믿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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