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풀 젠더
아이리스 고틀립 지음, 노지양 옮김 / 까치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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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배우면서 변화할 수 있다교회에서 가르쳐주는 대로 동성애는 옳지 않은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던 내가 변하게 된 계기는대학교 교양 수업에서 동성애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라는 교수님의 질문이었다내가 반대하는 쪽에 손을 들자교수님은 왜 반대하느냐고 물었다내 대답은 동성 친구 간의 감정이 우정인지 사랑인지 혼란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였다내가 말해놓고도 스스로 너무 터무니없는 답이라고 느꼈다그때 나는 내가 교회에서 동성애와 성소수자에 대해 하는 이야기를 그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했을 뿐정작 동성애와 성소수자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때부터 동성애와 성소수자에 대한 책들을 읽으며 공부하기 시작했다동성애는 하나님의 뜻에 어긋나니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성소수자와 관련된 용어 하나도 좀 더 신중하게 사용하는 사람이 되었다.

 

뷰티풀 젠더는 그렇게 사람들이 배우고 변화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어진 책이다이 책은 다양한 젠더(사회적 성별정신적 성별)에 속하는 사람들의 관점과 그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문제그에 관한 쟁점그 밖의 다양한 젠더 관련 지식들을 최대한 많이 담으려고 노력한 책이다저자 자신이 여성에서 남성(본인의 더 정확한 표현으로는 소년’)으로 젠더를 전환한 트랜스젠더이기에한 사람의 트랜스젠더로서의 개인적인 경험도 기록하고 있다이렇게 젠더와 관련해 최대한 다양한 목소리다양한 이야기를 담으려고 한 것은 사람들이 자신의 젠더를 아무 편견 없이 탐사하고타인의 젠더를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이해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이 정말 많다고 느꼈다나름대로 젠더에 대해서 공부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젠더 관련 용어들과 개념들이 생각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복잡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리고 한국인인 나로서는 체감하기 어려운 젠더 관련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한국도 점점 다인종 사회로 변화해 가고 있지만건국 초기부터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이민자들이 모여들었던 미국에서는 인종에서나 성적 지향에서나 소수자가 되는 사람들의 역사가 오래되었다이렇게 한 사람 안의 다양한 요소들이 교차하며 그 사람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을 교차성이라고 하는데미국에서 흑인라틴계 등 백인 이외의 인종들은 젠더와 성적 지향뿐만 아니라 인종이나 경제적 상황에 따른 지위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몇 겹의 차별을 겪게 된다우리는 아직 크게 체감하고 있지 못하지만 미국에서는 오랫동안 고민해 온 문제다대명사 문제도 한국에서 체감하기 어려운 문제 중 하나이다영어를 비롯한 서구의 언어들과 달리 한국어는 대명사의 성 구분이 거의 없다여성을 지칭하는 대명사 그녀는 보통 글이나 노래 가사에서 주로 쓰이고 실생활에서는 그 애나 그 사람’, ‘그분’ 등 성 구분이 없는 호칭과 대명사를 사용한다대명사 문제에 있어 우리는 젠더 중립적이기 더 쉽지만젠더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언어에서의 이런 이점은 아무 소용이 없어진다이렇게 이 책은 지금 당장 우리가 체감하기는 어렵지만 우리에게도 언젠가 다가올 젠더 관련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그러니 배워야 할 것은 아직도 너무 많다.


『뷰티풀 젠더』 속 텍스트의 내용을 좀 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돕는 저자의 일러스트들(한국어판의 이미지를 찾기 쉽지 않아 원서 이미지를 올렸는데, 텍스트가 한국어로 바뀐 것만 빼면 원서의 내지 디자인, 이미지와 같다.)


젠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더 직관적으로 와 닿게 하는 것은 저자의 일러스트다저자는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재능을 활용해 풍부하고 다채로운 일러스트들로 텍스트 설명을 뒷받침한다일러스트에서 좀 더 나아가 인포그래픽(정보데이터지식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을 활용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간결한 선과 선명한 색감의 일러스트들은 복잡하고 다양한 젠더 이야기를 더 쉽고 명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텍스트만 나열되었을 때의 딱딱함과 지루함도 덜어준다이런 일러스트가 이 책만의 개성을 만들어준다.


이 책의 마지막 장저자 자신이 유방 절제 수술을 받으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털어놓는 이야기는 성소수자 당사자의 목소리를 전해준다유방을 절제한 자신의 모습을 찍은 사진들과 그때 자신이 생각하고 느꼈던 것들을 드러낼 수 있는 그녀(저자는 자신의 정체성을 소년으로 정의하지만 자신을 가리키는 대명사는 그녀로 쓰고 있다고 밝혔다)의 용기에자신의 젠더를 놓고 고민하고 쉽지 않은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보게 된다이런 당사자성 또한 젠더를 다루는 책으로서의 큰 장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을 읽고 나서도 나는 저자와 나와 다른 젠더성적 지향을 가진 사람들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한다젠더를 내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는 개념이 머리로는 이해되는데 마음속으로 아직 완전히 납득되지는 않고성 중립적 화장실에 대해 여성들이 갖는 두려움도 간과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하지만 저자는 말한다젠더를 배우는 과정은 끝나지 않고틀려도 괜찮다고하지만 배우려는 의지가 없는 것은 괜찮지 않다고이 책은 이렇게 정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모르던 것을 알아가고 배워가도록 격려하고어떻게 배우고 행동하면 좋을지 조언하고 제안한다그럼으로써 이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를 100퍼센트는 아니더라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는 데 작은 도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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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정치를 하다 - 우리의 몫을 찾기 위해
장영은 지음 / 민음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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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때 사회 교과서에서 정치의 정의를 처음 봤을 때 의아했다. “사회 구성원들에게 자원을 권위적으로 배분하는 활동이라니정치는 선거에서 뽑힌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같은 사람들이 하는 일 아닌가뭔가를 나눠주는 게 어떻게 정치가 되는 거지어른이 되고 세상을 알아가면서 깨달았다파이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누구에게얼마만큼 나누느냐가 중요하다는 걸어떻게 파이를 나눌 것인가를 놓고 수많은 갈등이 일어나고 있고그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 구성원들의 입장을 조율해 가는 것이 바로 정치라는 걸그리고 파이가 공평하게 나눠지지 못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고제 몫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너무나 많으며 그 중 하나가 내가 될 수 있다는 것도.


  프랑스의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는 정치는 몫 없는 이들의 몫을 찾는 과정이라고 말했다고 한다장영은 작가는 랑시에르가 말한 정치의 정의에 동의하며 정치하는 여성의 범위를 더 넓게 잡았다국회의원이나 장관총리대통령 등 정치 지도자가 되어 나라를 이끌어간 여성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몫 없는 사람의 몫여성의 몫을 찾기 위해 사회적 실천을 했던 여성들로그런 기준으로 선정한 여성 정치인’ 21명의 이야기를 모은 책이 여성정치를 하다이다.

 

  물론 장관이나 총리 등 나라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에 올라몫 없는 사람을 위한 법과 정책을 만들어낸 여성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권력다툼의 한복판인 정계에서 몇 번이고 좌절했다 다시 일어나 권력을 쟁취하고 그 권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뜻을 펼치는 여성들의 모습은 존경스럽다하지만 높은 자리에 앉지 않고도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영향을 미친 여성들더 넓은 의미에서의 여성 정치인들의 이야기는 정치가 나와는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나 자신도 실천할 수 있는 것임을 깨닫게 한다열한 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 나이에 여성 교육을 금지하는 탈레반의 만행을 고발하며 개발도상국의 여자아이들에게 교육받을 권리를 찾아주기 위해 싸운 말랄라 유수프자이그림을 통해 노동자들이 겪는 불평등한 현실을 폭로하고 전쟁을 반대한 독일의 화가 케테 콜비츠자신의 신체적 장애를 극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강의와 저술을 통해 여성과 노동자흑인 등 미국 사회에서 소외되고 차별당하는 사람들을 대변한 헬렌 켈러 등낮은 곳의 여성 정치인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한다그녀들은 여성이라는 것이 핸디캡이 되고 루머나 신체적인 위협비협조적인 사회 분위기 등 온갖 어려움이 따라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끝내 자신의 뜻을 관철시킨다이들의 용기와 결단행동력은 힘없는 나 하나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절망하고 무기력해진 사람들에게 힘을 준다.

 

  이들 모두가 생전에 자신이 한 정치의 성과를 본 것은 아니다여성의 참정권을 찾기 위해 평생을 싸워온 영국의 사회운동가 에멀린 팽크허스트는 결국 21세 이상의 모든 여성이 참정권을 가질 수 있다는 법안이 통과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독일의 정치인 페트라 켈리는 사회의 약자들을 대변하고 생태 친화적인 정치를 추구하는 녹색당을 주요 정치 세력으로 키우기 위해 노력했지만녹색당이 내분에 휩싸이고 자신도 녹색당에서 퇴출된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았다하지만 저자는 이들을 실패자로 낙인찍지 않고이들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실천했고그들이 뿌린 씨앗이 이후에 어떤 열매를 맺었는지 돌아본다여기에서 이 책에 실린 여성 정치인들에 대한 저자의 애정과 사려 깊음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각 인물을 그렇게 깊이 있게 다루지 않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한 명 한 명의 분량이 열 페이지 남짓인데 책의 판형도 작아 각 인물의 삶과 업적영향은 간략하게 설명된다특히 마거릿 대처의 경우에는 정책적인 면에서 과오도 많은데 그녀의 독선적인 면만 조금 언급된다책에서 소개하는 인물의 단점을 너무 자세히 이야기하면 독자들의 동기 부여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오히려 그 인물의 한계까지 솔직히 이야기하는 것이 그 인물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이 책에 실린 글들이 원래 한정된 신문 지면에 싣는 칼럼이어서 그런지 문장과 문장 사이 몇 문장이 편집된 것처럼 연결이 매끄럽지 않게 느껴지는 부분들도 있다이렇게 책의 완성도에서는 아쉬운 점이 있지만책에 실린 21명의 여성 정치인의 삶과 정치 이야기는 그 자체로 독자들의 가슴을 뛰게 한다또한 책의 맨 뒤에는 각 인물의 이야기를 쓰는 데 참고한 책들의 목록이 실려 있어각각의 인물을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독자들을 또 다른 책들로 이끌어 준다여기에 이 책의 의미와 가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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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 - 검찰 부패를 국민에게 고발하다
이연주 지음, 김미옥 해설 / 포르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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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가면서 법이 실질적으로 나를 보호해 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법 자체의 허점과 법을 근거로 해서 사법과 행정을 처리하는 사람들의 안일함 때문에, 약자들은 법으로 구제되기는커녕 더 큰 두려움과 고통에 시달린다. 평소에 보고 듣고 겪는 불의만으로도 지쳐 있었기 때문에, 검찰의 부정부패를 폭로하는 이 책을 읽는 것이 괴로웠다. 책을 읽으면서 세상은 저 위에서부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부패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절망감과 회의감이 더 커졌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의 불의를 직시하고 잊지 말아야 하기에 쓴 약을 먹는 기분으로 끝까지 읽었다.


  이 책은 전직 검사였던 이연주 변호사가 검찰 안에서 보고 듣고 겪은 부정부패를 폭로하고 비판하는 책이다. 고구마를 먹다 목이 꽉 멘 것처럼 답답한 상황을 흔히 고구마라고 하는데 이 책은 그야말로 고구마밭이다. 380여 페이지 내내 검찰의 부정부패와 위선, 오만함, 도덕적 해이가 계속된다. 네 개의 챕터로 나누어져 있지만 사실상 모든 꼭지가 한결같이 검찰의 추악함을 그리고 있어 챕터로 구분한 의미가 없다. 검찰 개혁을 외치는 검사들조차 수십, 수백억대의 뇌물을 받고 피의자들의 죄를 눈감아 주며, 부당한 명령에 맞서거나 내부 고발을 한 검사는 배신자로 낙인찍혀 먼 지방으로 좌천된다. 이런데 어떻게 검찰의 자정 작용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검찰은 개혁의 가능성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심각하게 부패해 있다.


  이연주 변호사는 뿌리까지 썩었는데도 그것을 도려내기는커녕 감추려고만 하는 검찰의 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몇몇 사람의 경우 실명도 거침없이 언급해 저자가 위험해지지 않을지 걱정될 정도다. 저자가 생각하는 검찰은 객관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하라는 검찰 기관으로서의 본래의 기능 역시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조직, 수사 개식부터 기소까지 아무 통제도 없이 전속력으로 마구 달려가는 조직, 게다가 사후적인 감찰 기능까지 무력한 조직(282페이지)”이다. 저자가 아무리 신랄하게 풍자하고 날카롭게 비판한다 해도 답답한 마음은 풀리지 않는다. 수백억 원의 뇌물을 받고도 그것이 단지 호의로 건넨 선물일 뿐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죄 없는 후배 검사를 죽음으로 몰아넣고도 자신들이 왜 가해자냐고 항변하는 사람들이 아무 처벌 없이 고위 간부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정의를 지키기 위해 검찰 내부에서 분투하는 한 검사를 이야기하며 한 줌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임은정 검사는 북한에 동조했다는 누명을 쓰고 15년형을 선고받았던 윤길중 전 지보다 간사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구형했다. 검찰이 예전에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상관들이 무죄 구형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데도, 소신대로 행동해 무죄 판결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자살한 김홍영 검사의 부모님을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검찰 내부에 이런 의인이 남아 있다는 것에서 저자는 희망을 본다.


  검찰 내부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용기 있게 검찰의 부패를 고발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그리고 검찰의 부정부패와 도덕적 해이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정의로운 세상을 향한 희망을 드러내는 부분에서, 우리 사회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 느껴진다. 하지만 저자 자신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개혁의 방향과 바라는 검찰의 모습을 더 이야기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검찰의 불의를 폭로하는 데서 그치고 어떻게 검찰을 개혁해 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없으니, 단지 소수의 의인이 검찰 내에 있다는 것만으로 희망이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다소 공허하게 느껴진다.


  책의 만듦새가 좋은 의도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저자가 페이스북에 2년 동안 올린 글들을 엮어서 만든 책이라는데, 글에서 정제되지 않은 부분들이 종종 보인다. 각 꼭지의 뒤에 김미옥 작가가 쓴 팩트 체크코너가 붙어 있는데, 글과 관련된 사건과 인물을 설명한다고 하지만 본문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반복하고 있어 사족으로 느껴진다. 관련 사건과 인물을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거나, 이연주 변호사가 쓴 본문과 조금 다른 시선으로 글의 소재를 이야기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아니면 단행본으로 새롭게 글을 선보이는 만큼 저자에게 부탁해 관련 사건과 인물을 본문에서 더 풀어쓰거나 각주에서 더 설명하는 방식으로 글을 보완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이런 아쉬운 점이 보이지만 출간된 지 한 달도 안 되어 6쇄나 찍었다는 데서 이 책이 정의를 열망하는 독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동안 보복을 당할까 쉬쉬 하기만 했던 이야기를 속 시원히 털어놓은 것만으로 독자들은 후련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이 책에 호응한 독자들의 바람이 헛되지 않도록, 검찰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개혁되어 가고 그 모습을 기록한 책도 나오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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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에 대한 생각 - 세계는 점점 더 부유해지는데 우리의 식탁은 왜 갈수록 가난해지는가
비 윌슨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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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의 헬스 앱으로 매일 그 날 먹은 음식들을 기록하고 있다내가 입력한 음식들의 정보를 바탕으로 앱에서는 그 날의 영양 균형 점수를 매기는데내 평균 영양 균형 점수는 5, 60점대다포화 지방과 나트륨은 매일 과다하게 섭취하는데 비타민 A, 비타민 C, 칼슘칼륨철분 같은 필수 영양소는 하루 권장량의 절반도 섭취하지 않기 때문이다삼 시 세 끼 굶지 않는 수준을 넘어 과잉이다 싶을 정도로 칼로리를 섭취하는데 정작 내 몸에 꼭 필요한 영양은 부족하다.


  너무 많이 먹는데 정작 영양이 부족하다는 모순은 나뿐만 아니라 전 세계 수십억 명이 겪고 있는 문제다농업 기술의 진보로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굶주림에서 해방되었다하지만 많은 나라에서 과식과 영양 부족이 동시에 나타나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고잘못된 식습관으로 인해 고혈압2형 당뇨병뇌졸중각종 암에 걸리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걸까영국의 음식 작가 비 윌슨Bee Wilson은 식사에 대한 생각에서 우리가 지금 왜 이렇게 먹게 되었는지를 파헤친다.

 

  미국의 영양학자 배리 팝킨Barry Popkin은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인간 식단의 변화를 4단계로 분류했다. 1단계는 인간이 아직 농경을 시작하기 전 사냥과 채집으로 식량을 구했을 때다최초의 인간은 자연에서 구한 다양한 채소와 야생 짐승 고기로 저지방 식사를 했고대체로 영양 결핍을 겪지 않았다. 2단계는 기원전 2만 년경 농경과 함께 시작되었고이 시기 인간의 식단은 곡물 위주로 바뀌었다농경으로 여분의 식량이 생기면서 문명을 발전시킬 여력도 생겼지만기근이 들었을 경우 식사의 양과 질이 떨어져 인간은 결핍성 질환들에 시달리게 되었다. 3단계에서 농업 기술이 더 발전하면서 더 다양하고 풍성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고더 영양가 높은 음식을 먹게 되면서 결핍성 질환 대부분이 줄어들었다우리는 지금 4단계에 위치해 있고이전의 1, 2, 3단계 시기와 달리 농업의 기계화대규모 국제 식품 산업의 발전으로 음식이 넘쳐나는 시대를 살고 있다그러나 지방과 육류설탕을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이 먹고 섬유질은 덜 먹고 있어 영양 불균형이 일어나고 있고이 불균형이 우리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지금의 4단계를 넘어서 5단계로 가길 바란다저자가 이야기하는 5단계는 채소 같이 몸에 좋은 음식으로 건강하게 식사를 하되즐거움을 위해 가끔 입에는 달지만 몸에는 좋지 않은 음식도 먹는 것이다누군가는 다이어트 때문에 고민하는데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는 굶주리는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나서이 세상의 모두가 건강하게 먹고 건강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마음에서 식사에 대한 저자의 모든 고민과 분석성찰제안이 시작된다.

  

  우리가 5단계로 넘어서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은 더 기름지고 더 달콤한 음식에 대한 욕망 때문에 건강한 음식을 포기하는 우리 개개인의 의지 부족뿐만이 아니다저자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의 정부들이 전쟁으로 고통 받은 국민들에게 더 많은 양의 식품을 제공하는 데만 힘썼을 뿐식품의 질에는 그만큼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한다거대 다국적 식품 기업들은 칼로리는 높지만 지방과 당분만이 가득한 가공식품패스트푸드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있고매스미디어로 끊임없이 광고를 내보내 소비자들이 어린 시절부터 건강에 나쁜 자기들의 상품에 입맛을 들이게 만들고 있다그런데도 세계 각국의 정부들특히 개발도상국 정부들은 국민들이 건강에 좋은 식품을 먹을 수 있도록 돕기보다는 자기 나라에까지 침투한 다국적 식품 기업들의 이윤을 얻는 데 더 힘을 쏟는다빈민층은 비싼 채소와 과일 대신 값싸고 입을 즐겁게 하며 칼로리도 채워주는 패스트푸드가공식품으로 끼니를 때울 수밖에 없다이처럼 전 세계의 사람들이 건강하게 먹고 살지 못하는 것의 원인을 단순히 개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고더 근본적이고 뿌리 깊은 사회 구조적인 원인이 있음을 저자는 분명히 밝힌다.


  하지만 더 많이더 기름지게더 달게 먹는 현재의 추세를 부추기는 정부와 기업만 있는 것은 아니다이 책은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먹을 수 있도록 도우려는 정부들과 단체들의 노력을 이야기한다칠레 정부는 2016년 설탕이 들어간 탄산음료에 18퍼센트나 되는 세금을 물리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그뿐만 아니라 같은 해에 시리얼 상자에서 모든 만화 캐릭터를 없애는 식품법도 통과시켰다아이들이 설탕이 가득 든 시리얼을 먹게 유혹하는 데 만화 캐릭터들이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또한 경고-설탕 함유량 높음’, ‘경고-포화지방 함유량 높음’ 등 꼭 필요한 내용만 눈에 띄도록 식품 라벨을 단순화시켜 식품을 구매하는 시민들이 경각심을 갖도록 했다암스테르담 시의회는 과체중 아동의 비중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는 것을 인지하고 2012년부터 건강 체중 프로그램을 시작했다현재 암스테르담의 학교들에서는 아이들이 교내에 케이크초콜릿심지어 당분이 많은 과일 주스를 가지고 올 수 없다암스테르담 내 120개의 특별 개입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생일에도 케이크와 과자 대신 채소 꼬치를 친구들과 나누어 먹는다영국의 자선 단체 푸드 파운데이션Food Foundation은 농부와 병원슈퍼마켓출장 요리사 등과 협업하며 영국 사람들이 채소를 더 많이 먹을 수 있도록 홍보하고 있고또 다른 자선 단체인 알렉산드라 로즈Alexandra Rose는 지역 시장에서 과일과 채소를 무료로 살 수 있는 상품권을 런던의 가정들에 전달했다외딴 섬나라나 산간벽지까지 다국적 기업의 가공식품이 침투한 지금의 세상에서이러한 활동들은 더 많은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먹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저자는 정부나 단체의 노력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우리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 또한 제시한다저자가 제안하는 건강한 식사 전략은 아주 당연하고 단순한 것들이다간식보다는 식사에 집중하는 것다양한 품종의 채소와 과일들을 먹어보는 것자기 손으로 자신이 먹을 음식들을 직접 만들어 보는 것오감을 활용해 자신이 먹을 식재료들을 더욱 생생하게 느끼는 것그러면서 특정한 슈퍼푸드 몇 가지만을 강조하거나 모든 음식이 건강하지 않은 음식인 양 엄격한 식단만을 강조하는 태도는 경계한다먹기 싫은 음식을 억지로 먹기보다는몸에 좋은 음식을 더 맛있게 만들어 먹도록 권유한다저자는 독자들이 편식하는 아이들인 양 훈계하는 대신자연스럽고 건강하고 즐겁게 먹고 살아갈 수 있도록 조언하고 있다그 조언 중 독자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이야기는 그냥 넘겨버리라고까지 말한다이런 저자의 균형 잡히고 유연한 태도 덕분에저자가 훈계하거나 설교하는 것을 싫어하는 독자더라도 자연스럽게 이제부터는 더 건강하게 먹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고기나 가공식품패스트푸드를 완전히 끊지는 못하지만 고기를 먹을 때 배추쌈이나 상추쌈나물 반찬을 더 많이 먹는 식으로 작은 노력이나마 더 하게 되었다싫어하는 반찬을 억지로 삼키기보다는 내가 잘 먹지 않았던 채소 반찬들도 나름대로 맛이 있고 내 몸을 건강하게 만든다는 것을 기억하려 한다이렇게 책을 읽는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노력들이 이어질 때 저자가 바라는 모두가 건강하게 먹고 건강하게 사는 세상에 한 걸음씩 더 가까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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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가족과 여성혐오, 1950∼2020
박찬효 지음 / 책과함께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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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언니는 말괄량이>(1961) 스포일러 포함


  전에 일하던 회사에서 남자 상사와 남자 아르바이트생들이 내게 이렇게 물어본 적이 있다. “지금은 딱히 성차별이라는 게 없지 않나요오히려 여자들한테 더 유리한 세상이잖아요?” 나는 이렇게 되물었어야 했다면접 볼 때 결혼할 나이인데 앞으로 결혼할 계획 있나요?”라는 질문 받아본 적 있어요집 앞 골목에서 갑자기 모르는 남자한테 끌려가서 강간당할 뻔한 적 있어요글을 쓸 때 조금이라도 페미니즘 성향이 드러나면 악플을 받을까 두려워서 자기 자신을 검열해 본 적 있어요하지만 그때 나는 뜻하지 않은 질문에 당황해 논리적으로 답하지 못하고 두서없이 몇 마디밖에 하지 못했다.

 

한국의 가족과 여성혐오, 1950~2020는 내가 정확히 답하지 못했던 그 질문에 단호하게 대답한다표면적으로는 여권 신장이 된 것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 여성과 남성이 평등한 경쟁 상대가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미디어에서는 그 사실이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그리고 2000년대 이후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한국 사회의 여성혐오가 사실은 이전 시기부터 지속되어 왔던 것이고각 시기마다 국가가 가족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가족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그 양상이 달라져 왔다고 주장한다저자는 이 책에서 1950년대부터 2020년 현재까지 신문잡지영화드라마 등의 미디어에 이러한 여성혐오가 어떻게 반영되어 왔는지 추적한다.


  1950, 60년대의 한국 영화에도 자기주장이 강해 남성을 압도하는 여성들이 등장했다하지만 그녀들은 실질적으로 가부장제 질서를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라 당시로서는 불가능한 여성상을 상상한 존재에 불과했기에그저 과장되고 희화화된 가상의 캐릭터로 남았다고등교육을 받고 사회에 진출해 실질적으로 가부장제 질서를 흔들 가능성이 있는 여대생은 공부에는 관심이 없고 사치스러우며 정숙하지 못한’ 모습으로 1950, 60년대 미디어에 나타났다똑같이 고향을 떠나 먼 타지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며 공부하는데도남자 대학생들은 자신의 발전을 위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는 것으로 그려지는 반면 여대생들은 사치와 향락에 빠지고 치정 사건에 휘말리는 부정적인 모습이 부각되었다기혼 여성은 사회 활동을 해도 가정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에서 해야 했다부업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가정 경제에 보탬이 되는 것은 여러 신문 기사들에서 장려되었지만기혼 여성이 자아실현을 위해 사회 활동을 해야 한다는 언급은 당시의 신문 기사들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가정의 번영이 곧 기혼 여성의 자아실현으로 여겨졌으며사회에서 명성을 드날릴 만한 재능을 갖고 있어도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활약하는 것보다는 주부의 역할에 충실한 것이 더 중요시되었다.


  1980, 90년대에는 여성에게 불리했던 법들이 개정되는 등 표면상으로는 여권이 신장되는 듯했지만모든 사회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가부장 권위의 추락과 여권 신장에서 찾으려는 경향이 나타났다경제력과 도덕성을 모두 갖추고 가족을 모범적으로 이끄는 가부장은 현실에서 존재하기 어려웠기에실제로 모범적인 가장이 되기보다는 가족 제도를 무너뜨릴 위험이 있는 여성을 배제함으로써 가부장제라는 신화를 지키려고 했다사회에 진출해 남성들의 경쟁자가 될 여대생에게는 학업을 소홀히 하고 부유하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남성과 결혼해 신분 상승을 추구한다는 편견이 씌워졌고이혼녀는 과거의 여성들처럼 인내하지 않고 이기적인 이유로 이혼을 하고자녀들도 돌보지 않으며 성적으로 문란한 이미지로 미디어에서 그려졌다사회 활동을 하려는 여자들을 가정에 묶어두려는 전략도 나타났다. 1990년대 큰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의 여주인공 박지은(하희라)은 대학원에 진학할 정도로 공부 욕심도 많고 당찬 여성이었지만남주인공와 사랑에 빠지면서 공부를 중단하고 모범적인 전업주부가 된다딸의 재능을 알고 딸이 사회 활동을 할 것을 기대했던 여주인공의 어머니(윤여정)가 결혼을 말리며 하는 말은 2020년인 지금에도 와 닿을 정도로 현실적이고 절절하다.

 

제발 넌 공부해공부해서 엄마가 못 가진 또 하나의 널 확실하게 빛내면서 살란 말이야나처럼 결혼이란 용광로 속에 집어넣어져서 나 자신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이렇게 되지 말고엄마 친구들 지금 사회적으로 한다 하는 친구들 더러 있다걔들 만나면 다르다빛이 나후광 같은 게 있단 말이야자신 있고 당당하고엄만 그런 친구들 만나면 참 비참해져아는 게 살림밖에 없으니까화제도 궁색하고자신도 없고엄마 죽고 싶어너 그렇게 되고 싶어?”

 

그러자 여주인공은 이렇게 대답한다.

 

사랑하는 사람 열심히 뒷수발해 주는 거 얼마나 아름다워사회활동이 반드시 더 가치가 있는 건 아니잖아내 가정 하나 잘 꾸리는 게 가장 근본적인 사회 기여국가 기여야혼신을 다해서 어른 모시고남편 비뚜로 안 나가게 내조하고아이들 문제 안 만들고그게 얼마나 가치 있고 아름다워?”

 

행복한 결혼이 여성에게 진정한 자아실현이며주부로서의 헌신이 무엇보다 위대한 것이라고 강조하는 것이다각각 약사와 모델이라는 직업을 통해 경제력을 갖추고 경력을 쌓아 나가던 다른 여성 캐릭터들도결혼 전에는 자기중심적인 철부지였지만 결혼을 하고 나서 인격적으로 성숙해지는 것으로 묘사된다이렇게 신세대에 속하며 학력이 높거나 경제력이 있는 여성들조차 가족 제도로 포섭하려는 모습이 당시 미디어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2000년대 이후로는 남성보다 우월한 능력을 지닌 알파걸따뜻한 모성과 사회적 능력을 모두 갖춘 워킹맘이 언론 보도에 자주 등장하며, 2010년대 이후로는 국가 차원에서 여성의 경력 단절 방지를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언뜻 보면 국가가 여성의 활발한 사회활동을 지원하면서 성 평등을 실현하려는 것 같지만더 복잡한 맥락이 숨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지금까지 경제적 상황이 악화되면서 아버지의 경제력만으로는 가족의 생계를 꾸려나가기 어려워져가족 제도를 지탱하는 데 여성의 경제력이 필요하게 되었다문제는 지금도 부부의 가사 분담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고직장 일과 가정 일을 병행해야 하는 기혼 여성이 남성만큼 자아실현을 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공론화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회로 진출한 여성들이 경쟁상대로 떠오르자 20대 남성들 중 상당수가 자신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당한다고 생각하고 반페미니즘 정서를 갖게 되었다그러나 사실상 군대를 다녀온 학점 3.5점인 남자와 학점이 4.0인 여자 중 취업이 더 잘 되는 것은 남자이고직장에 다니기 시작하면 남자는 여자보다 우월한 지위에 놓인다한국은 성별 임금 격차가 OECD 국가 중 가장 크고재력과 권력을 놓고 사회 최상층에서 싸우는 경쟁은 남성과 여성 사이가 아니라 주로 같은 남성들 사이에서 일어난다그런데도 미디어에서는 성공한 전문직 기혼 여성의 모습이 부각되고 여학생의 취업이 쉬운 것으로 왜곡되며전업주부가 남편의 경제력에 기생하는 존재로 그려져남성의 적이 여성이라고 인식하게 만들고 있다.


  저자는 더 나아가 여성 혐오가 남성과 여성 간의 대립뿐만 아니라 여성 안에서의 갈등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그 어느 때보다 대학 진학취업에서의 경쟁이 심해지고 경제적 문제로 결혼과 육아가 힘들어진 지금가정을 지탱하고 더 나아가 자식들을 통해 더 나은 사회적 지위로 올라가려는 모성 경쟁이 심해질 것이다여성혐오의 최종 도착지는 여성 간의 갈등과 경쟁의 심화이며그렇게 함으로써 새로운 형태의 가부장제 질서가 유지될 것이라고 저자는 경고한다.

 

  개인은 각 시대의 사회 질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국가는 그 사회 질서를 유지하려고 하며 미디어는 그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데 이용되어 현실을 왜곡하곤 한다아버지어머니아내남편여대생전업주부취업주부 등 다양한 존재들이 각 시기의 상황에 따라 특정한 역할을 요구받아 왔다우리가 누구여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규정하는 사회 질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고신자유주의 시대인 지금 경쟁에 뛰어들지 않을 수 없다하지만 나 자신이 누구이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며나보다 우위에 서서 내 밥그릇을 빼앗는다고 생각하는 누군가에게 분노와 혐오를 쏟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평등하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그것이 저자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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