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아트 쿡북 - 고흐의 수프부터 피카소의 디저트까지
메리 앤 코즈 지음, 황근하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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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으면서 아무 생각 없이 먹고 있는 음식과 관련된 페이지를 골라서, 아니면 읽고 싶은 페이지 아무 데나 펼쳐서 글 한 구절을 읽거나 그림 하나를 편안히 바라보면 된다(단, 음식 국물이 책에 튀지 않게 조심할 것). 밥친구로 삼기 딱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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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켑틱 - 회의주의자의 사고법
마이클 셔머 지음, 이효석 옮김 / 바다출판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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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회의주의자의 신랄한 팩트 체크. 과학적 회의주의는 과학 만능주의가 아니라 오히려 과학이 완전하지 않되 완전해지기 위해 끊임없이 탐구하는 것임을 인정하는 자세이다. 저자의 유머 감각을 살리면서 보충 설명까지 친절하게 해주는 번역 덕분에 더 이해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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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인의 희로애락 - 아랍문학을 통해 아랍인의 삶을 보다 문명지평 11
김능우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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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 있는 아랍 문학 작품을 이야기해 보라고 했을 때, 『아라비안나이트』를 제외하고는 딱히 떠오르는 작품이 없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도서관에서 영어권 문학이나 일본 문학이 서가 몇 개씩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아랍 문학은 겨우 서가 하나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한 문화권 사람들의 현실과 꿈, 삶과 가치관, 정서를 모두 담고 있는 것이 문학이기에, 이 두 가지가 아랍 문화권과 우리의 거리가 아직 멀다는 것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랍 문학 연구자 김능우 교수의 책 『아랍인의 희로애락』은 우리와는 지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먼 아랍 사람들의 삶과 정서, 현실이 아랍 문학 작품들에서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 개관하고 있다.


  3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첫 장은 고대와 중세의 문학 작품을 통해 본 아랍인의 삶이다. 근대 이전의 문학 작품을 이해하려면 그 작품이 만들어진 시대를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이슬람교가 성립되고 아랍 전역에 퍼져가기 이전인 고대, 이슬람교가 성립되고 아랍 전역에 퍼져나간 이후인 중세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배경을 함께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 설명과 실제 문학 작품들의 일부가 함께 실려 있어, 때로는 문학 작품이 역사책보다 더 생생히 당대 사람들이 겪은 역사를 보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몽골이 1258년 아바스 왕조의 수도 바그다드를 함락시키고 왕과 왕족들, 백성들을 학살했던 사건은 세계사 책에 몇 줄 적혀 있지만, 그때 아랍 사람들이 겪었던 충격과 슬픔, 고통은 시인들의 시 구절로 고스란히 남아 있다. 아랍 시인들의 시에 담긴 참혹한 그때의 이미지들(학살당한 사람들의 피로 붉게 물든 티그리스 강물과 베일이 벗겨진 채 몽골군에게 끌려가는 여인들, 길거리에서 노예로 팔려가는 귀족 가문의 아이들)은, 바그다드 함락이 단순한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삶과 가치관 전체를 뒤흔들고 아물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재앙이었음을 실감하게 한다.


  두 번째 장은 아랍에 전해져 오는 민담을 통해 아랍 사람들의 삶과 가치관, 희로애락을 살펴보고 있다. 이 장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랍 세계 안에서 서로 다른 민족, 종교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이다. 저자는 아랍 세계와 아랍인들에게 깊은 애정을 갖고 있지만, 아랍 세계 안에서의 소수자인 이슬람교 외의 종교를 가진 사람들(유대인, 콥트인), 소수 민족(베르베르인)의 민담도 함께 전하면서 그들의 시각에서 본 아랍인들의 모습도 전하고 있다. 종교가 다른 백성들에게 관용적인 정책을 베푼 군주도 있었지만, 반대로 그들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정책을 펼친 군주들도 있었다. 소수자들의 민담에서는 아랍 사회의 다수인 무슬림 아랍인이 악역으로 나오는데, 여기서 아랍 문화권 안에 다양한 종교와 민족이 공존했고 오랜 세월 동안 갈등을 겪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 번째 장에서는 현대 문학 작품 속 아랍인들의 현실과 그에 대응하는 태도를 다루고 있다. 이 장에서 다루는 다섯 편의 작품 중 네 편이 한국에 이미 번역 출간된 작품이고, 모두 저자가 번역한 작품이다. 아직 출간되지 않았던 한 작품 「전직(前職) 장관 나리의 죽음」은 저자가 직접 전문을 번역해 이 책에 실었다. 여기에서 저자가 아랍 문학 작품을 한국에 번역하고 소개하는 데 힘써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에서 소개된 현대 아랍 문학 작품 중 세 편이 아랍 여성 작가들의 작품인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앞의 두 장에서 아랍 여성은 문학 작품의 주체로는 거의 등장하지 않고 남성 작가들이 찬탄하는 대상, 영감을 일으키는 소재로만 등장하는 반면 이 장에서는 아랍 여성은 비로소 문학 작품을 통해 자기 목소리를 낸다. 현대에 들어 아랍 세계에 고등 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증가한 결과다. 아랍의 여성 작가들은 신변의 위협을 겪으면서도 가부장제의 권위에 도전하고 아랍 여성들이 겪는 억압적인 현실을 폭로하며 그녀들의 삶과 희로애락, 꿈과 소망, 욕망을 이야기한다. 이런 점에서 3장은 문학을 통해 아랍 세계의 변화를 알 수 있는 장이다.


  각 챕터가 책의 흐름에 따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각각 하나의 논문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논문집 형태이지만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글의 난이도는 평이한 편이다. 각 글의 주제 하나만으로도 책 한 권을 쓸 수 있지만, 아랍 문학의 다양한 면모를 소개하기 위해 대략적인 내용만 간략히 살펴보고 있다. 하지만 『쿠란』이나 『아라비안나이트』외에 더 풍성하고 다양한 아랍 문학의 세계가 있고, 그 안에 아랍인들의 삶과 현실,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게 한 것만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 이 책에 소개된 문학 작품 중 한국에 번역 출간된 것들을 찾아서 직접 읽어본다면(이 책에서는 그 작품들을 분석하기에 어쩔 수 없이 스포일러를 당하고 나서 책을 읽게 되겠지만), 먼 아랍 사람들이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울고 웃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그들을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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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인트saint 2021-12-09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리뷰 선정 축하드립니다~!!

바스티안 2021-12-09 18:0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잭와일드 2021-12-09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리뷰 당선 축하드립니다~^^

바스티안 2021-12-09 22:4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더 이상 웃어주지 않기로 했다 - 친절함과 상냥함이 여성의 디폴트가 아닌 세상을 위해
최지미 지음 / 카시오페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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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장소에서 예절을 지키지 않는 사람에게 지적을 할 때마다, 특히 나이 지긋한 사람에게 지적할 때 두렵다. '젊은 여자가 감히 어른한테 지적을 한다'고 고까워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별 미친년을 다 보겠네"라고 욕을 먹은 적도 있다. 반면 아버지나 건장한 남자 동기와 같이 있을 때는 상대방이 언짢은 기색을 얼굴에 드러내도 심한 욕설은 하지 못했다. 동아리 모임에서도 나보다 나이가 많은 남자 회원들이 성차별적인 말을 할 때 지적하면 나만 분위기를 불편하게 만든 눈치 없는 사람이 된 느낌이었다. 이 책은 이렇게 젊은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고 공감해 주는 책이었다.


내가, 아니 우리 사회의 여성들이 당하는 일이 사소하고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라고 이 책은 지적한다. 사회는 여성이 공격적이지 않고 사무적이지 않고, 늘 상냥하고 밝게 웃으면서 친절하게 대하기를 요구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 여성은 '여자답지 못하고 감정적인 사람'으로 낙인찍힌다. 무례한 말과 행동에 '그 말, 행동 때문에 기분이 나쁘다'고 정확히 의사 표현을 하면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왜 이렇게 예민하냐'고 예민한 사람 취급을 하거나, 오히려 화를 내기까지 한다. 그러니 무례한 일을 당해도 내 감정과 의사를 밝히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저자는 그래도 목소리를 내라고 격려한다. 당신이 참으면 상대는 용기를 얻고, 자신의 무례함을 합리화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정면으로 대응해야 세상이 바뀐다고.


저자는 여성을 옭아매는 사회의 편견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반박한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흔히 남자는 이성적이지만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여자는 감성적이고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고 한다. 그러나 오리건 대학교의 크리스틴 클레인과 사라 호지스 교수가 '남녀 사이의 공감 능력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수행한 실험 결과는 이런 통념과 다르다. 연구진은 감정적 공감을 정확하게 수행했을 때 한 그룹에는 아무것도 보상하지 않고 다른 한 그룹에는 보상을 했는데, 돈을 받기로 한 그룹의 경우 남성과 여성 사이의 유의미한 공감 능력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또한 하버드 대학교의 사라 스노드그라스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성 리더가 남성 하급자의 감정을 파악하는 것보다 남성 하급자가 여성 리더의 감정과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더 정확했다고 한다. '남자는 원래 공감 능력이 떨어지니 네가 이해해'라고 여자친구에게 말하는 남자들도 회사 상사나 군대 선임 앞에서는 눈치 빠르게 행동하며 뛰어난 공감 능력을 보인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에세이지만 사회과학 도서 같은 면모도 지니고 있다. 여러 실험과 논문, 실제 사건을 근거로 들기에 더 신뢰가 간다.


온갖 편견과 폭력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세상이 강요할 때가 아닌 내가 원할 때에 웃으면서 살아갈 수 있으려면 나 자신이라는 성을 단단히 다져야 한다. 어떻게 세상이 웃으라고 강요하고 내게 무례하게 굴 때 대응해야 하는지, 세상이 어떻게 살라고 정해진 삶의 방식을 강요해도 내가 원하는 삶의 방식으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도 조언한다. 여기에서는 자기계발 도서 같은 느낌이 들지만,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젊은 비혼주의자 여성으로서 자신이 직접 겪었던 사회의 부조리함을 이야기하고, 철없지만 멋진 이모로 살겠다면서 자신의 인생 계획을 솔직히 털어놓아 같은 여성으로서 깊이 공감하게 한다.

본문의 마지막 챕터에서 저자는 요즘 여성들이 자주 듣는 질문에 대해 이야기한다. 바로 "너, 페미니스트야?"라는 질문. 인종 차별을 하지 않는 것이 당연한 문화 시민의 도리가 된 지금은 "너 인종 차별에 반대하니"라고 묻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 남성이 당연하게 여기는 것을 여성도 당연하게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페미니즘이고 그것이 당연한 일인데, 마치 그것이 잘못된 일인 양 '너 페미니스트냐'고 사상 검증을 한다. 그 질문 자체가 그런 질문을 받지 않을 수 있는 남성으로서 권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심지어 여성들 중에서도 페미니즘은 세상에 분란을 일으킬 뿐이며, 우리나라의 페미니즘은 너무 과격하고 남성들을 혐오하며 그들보다 우위에 서려 하는 것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힘이 빠진다. 하지만 저자는 페미니즘에 반대하고 당당히 여성 혐오를 표현하는 이들이 과거의 노예주나 KKK단처럼 과거의 부끄러운 유산으로 남게 될 것이며, 여성이 두려움 없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세상이 꼭 올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 세상이 올 때까지 자기 자신을 좀 더 사랑하고 챙기라고, 함께하면 더 강해진다고 저자는 여성들을 응원한다. 아직도 세상에는 두려운 것투성이지만 그 응원이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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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내가 남자를 죽였어
오인칸 브레이스웨이트 지음, 강승희 옮김 / 천문장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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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해외 여행을 갈 수는 없으니 대신 책으로라도 외국을 느껴보자고 도서관 해외 문학 코너를 서성이고 있었다. 그런데 멀리서 봐도 눈에 띄는 표지와 제목의 책이 있었다. 샛노란 색 표지 위에 '언니, 내가 남자를 죽였어'라는 제목이라니. 서가에서 책을 꺼내 뒤 표지를 보니 '연쇄살인범 동생을 둔 주인공이 동생이 살인을 저지를 때마다 뒷수습해 주는 이야기'라고 한다. 설정도 특이한데 나이지리아 스릴러라고 한다. 내가 지금까지 읽어온 스릴러의 대부분은 일본이나 영미권 스릴러였다. 이래저래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는 조합이라 빌려왔다.


평범한 간호사인 주인공 코레드가 평범하게 살 수 없는 이유가 딱 하나 있으니, 바로 동생이었다. 엄마를 닮아 평범한 외모인 코레드와 달리 동생 아율라는 미남이었던 아빠를 닮아 인형처럼 예쁘다. 그런데 아율라가 도무지 고치지 못하는 악습관이 있다. 매번 실수인 듯 고의인 듯 남자친구를 죽여버리는 것이다. 그 때문에 코레드는 밥을 먹으려다가도 동생이 호출하면 달려가, 자신의 의학 기술과 청소 기술을 총동원해 시체를 처리해야 한다. 게다가 아율라는 남자친구를 죽인 지 며칠도 되지 않아 엄마와 즐겁게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려고 할 정도로 죄책감도 생각도 없다. 동생이 살인을 저지를 때마다 숨겨주고 수습해 주느라 벅찬데, 그에 대한 보상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보상은커녕 엄마의 사랑과 남자들의 관심, 심지어 짝사랑하는 동료 의사 선생님의 마음까지 아율라가 독차지한다. 이런 줄거리 소개를 읽어보면, 스릴러 쪽으로도 드라마 쪽으로도 흥미로운 소설일 것 같다.


문제는 이 소설이 스릴러로서는 스릴이 없고 드라마로서는 여운이 없다는 것이다. 한 챕터의 길이가 매우 짧아 호흡이 짧은 것이 이 소설의 특징인데, 그렇다고 해서 이야기 전개에 속도감이 붙는 것이 아니라 뚝뚝 이야기가 끊어지는 느낌이다. 예상치 못한 이야기의 전개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릴이나 긴장감, 뒤통수를 치는 듯한 반전이 있는 것은 아니다. 복잡하고 정교한 트릭이 있는 것도 아니다.


  드라마로서 여운을 줄 수 있는 요소가 없지는 않다. 처음에는 예쁘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다 가진 아율라가 언니를 마냥 이용하기만 하는 것 같았지만, 사실은 어린 자신을 중년 남자와 조혼시키려 했던 아버지에게서 지켜줬던 언니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존경하고 있었다. 코레드도 짝사랑하는 사람까지 빼앗아가고 늘 뒤치다꺼리를 떠넘기는 동생을 원망하기도 하고 질투하기도 하지만, 이 세상의 모든 위험으로부터 동생을 지키려고 한다. 사실 두 자매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것은 남자들이 아니라 서로다. 이런 서사가 뭉클하게 느껴질 법도 한데, 소설이 진행되면서 쌓여 온 감정선이 빈약하니 감정의 여운이 남지 않는다.


물론 시나 시처럼 짧은 소설이 그 안에 함축된 것으로 여운을 주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 소설의 간략한 서술은 함축적이라기보다는 빈약하다. 그 빈약한 서술 중에서도 앞에서는 아율라가 다른 곳은 몰라도 코레드 자신과 눈이 닮았다고 하다가, 뒷부분에서는 (코레드는 눈이 작다고 했는데) 아율라는 얼굴의 반은 될 정도로 눈이 크다는 묘사가 나오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속도감이 있고 경쾌하고 단순명료하다는 평도 있지만, 이야기에 몰입하게 할 만한 요소가 적다.


  제3세계나 이민 2세 작가들은 자기 나라 음식이나 언어를 중간중간에 삽입해 독자들의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키는데, 이 작품에서는 그런 이국적인 요소를 찾아보는 재미도 없다. 다른 나라의 문학을 이국적인 것으로만 소비한다고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아모스 오즈의 『유다』가 겨울날의 예루살렘 거리의 스산함을, 오르한 파묵의 『내 마음의 낯섦』이 새벽녘 이스탄불 골목의 차가운 공기까지 느껴주게 해주는 것처럼 우리는 책을 통해 낯선 세계를 간접적으로 여행하게 된다. 이 소설에도 젤레 같은 전통 장신구나 아직까지 남아 있는 조혼 풍습, 교통 단속을 하면서 시민들에게 뇌물을 받고 봐주는 교통경찰 같은 나이지리아의 모습이 조금 드러나지만, 그곳의 공기를 생생하게 느끼게 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니 가볍게 한번 읽을 정도지, 곁에 두고 오래 볼 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혜성처럼 등장한 천재 작가'라는 찬사를 듣는데 그 정도의 찬사가 어울리지는 않아 보인다. 책을 읽고 나서까지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것은 『연쇄살인범 내 동생My Sister the Serial Killer』라는 평범한 원제를 더 인상 깊게 바꾼 제목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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