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한중일 세계사 18 - 입헌운동과 의화단 사건 본격 한중일 세계사 18
굽시니스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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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를 향한 한중일 3국의 도전과 좌절, 그리고 의화단 운동. 근현대사 교과서에서 설명하는 내용으로는 이 두 가지 역사의 흐름이 이렇게 역동적이고 드라마틱한 것인지 몰랐다. 1890년대 세계 곳곳의 역사를 짧게나마 짚고 넘어가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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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봐 놓고 딴소리 - 드라마, 예능, 웹툰으로 갈고닦는 미디어리터러시 생각하는 10대
이승한 지음 / 북트리거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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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미디어 리터러시 교재로 좋은 책이지만 성인 독자들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남겨준다. 쉽고 재미있고 간결하면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은 꼭 짚어준다. 코로나 유행이 한창일 때 출간돼서 코로나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이것도 나름대로 그 시기에 대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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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학자의 현대 한국 답사기 2 - 버려진 것과 잊혀져 가는 것에 대한 기억록 문헌학자의 현대 한국 답사기 2
김시덕 지음 / 북트리거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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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병 환자부터 미군 위안부까지, 우리가 외면해 온 역사가 숨겨진 곳들을 답사하고 그 치부를 직시하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 답사기는 다정하지만 매섭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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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학자의 현대 한국 답사기 1 - 남겨진 것과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기억록 문헌학자의 현대 한국 답사기 1
김시덕 지음 / 북트리거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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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고도 세심한 현대 유적 답사기. 낡은 간판, 먼지 낀 창틀, 허물어져 가는 옛 집에서도 그곳의 내력을 읽어내고 작은 아름다움을 찾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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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맛집 산책 - 식민지 시대 소설로 만나는 경성의 줄 서는 식당들
박현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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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것을 좋아하다 보니 음식으로 보는 생활사 책을 많이 읽었다. 음식 관련 역사서를 너무 많이 읽어 비슷비슷한 내용만 반복해서 읽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서도 제목의 '경성'이라는 단어에 끌려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제목 그대로 이 책은 일제 강점기 당시 경성(지금의 서울)에서 이름난 맛집 열 곳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을 읽어가는 책이다. 일제 강점기에 발표된 소설들, 당시 경성의 모습을 찍은 사진, 신문 기사, 관련 연구 논문을 바탕으로 한 곳을 제외하고는 사라진 맛집들의 모습을 재구성했다.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각 맛집 메뉴의 가격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한 장에 한 곳씩 열 곳의 맛집을 소개하고 있는데, 각 장의 첫머리에 메뉴판 모양으로 그 맛집의 대표 메뉴 가격을 정리했다. 현재 남아 있는 자료만으로 메뉴 가격을 알 수 없을 때는 일본에 있는 본점의 메뉴 가격이나 비슷한 메뉴를 파는 식당의 메뉴 가격을 참고해 메뉴 가격을 적었다. 그런데 역사책을 읽다 뭔가의 가격이 나오면, 그래서 지금 화폐 단위로 따지면 얼마 정도인지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이 책은 그 궁금증을 해결해 준다. 1전은 지금 화폐 단위로 환산하면 약 500원, 1원은 100전이니 약 5만 원. 흉년이냐 풍년이냐, 당시 일제의 경제 정책이 어땠느냐에 따라 물가가 변동했으니 일제 강점기 내내 이 정도 가치였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당시 음식 가격이 어땠는지 대략적으로 짐작해 볼 수는 있다. 일제 강점기 대중적인 화양절충(일식과 양식을 절충한 퓨전 요리) 음식점에서 카레라이스, 돈가스, 고로케의 가격은 20~30전이었는데, 환산해 보면 1만 원에서 1만 5천 원 정도이니, 지금의 대중 음식점에서 파는 일본식 카레라이스나 돈가스의 가격과 비슷하거나 약간 더 비싸다. 조선 최초의 서양 요리점인 청목당에서 팔던 음료수와 디저트의 가격은 지금의 화폐 단위로 환산하면 오늘날 프랜차이즈 카페, 음료수 전문점에서 파는 것과 가격이 비슷하거나 조금 더 비싸다(커피, 홍차, 코코아 15전=약 7500원, 소다수 20원=약 1만 원, 사이다, 시트론-30원=약 1만 5천 원, 케이크, 과자 등의 디저트=20원=약 1만 원 정도). 지금보다 좀 더 비싼 것은 당시 사람들에게는 낯선 외국 음식이기에 더 가격을 높게 책정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당시 사람들이 외식에 돈을 얼마나 써야 했는지 이런 식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

일제 강점기 사람들의 일상생활에도 우리와 비슷한 모습들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들도 흥미롭다. 2000년대에 과일 디저트 전문점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캔모아'라는 브랜드가 있는데, 일제 강점기에 이미 '가네보 프루츠팔러'라는 과일 디저트 전문점이 모던 보이와 모던 걸들의 핫 플레이스가 되었다. 칸막이를 쳐 더 은밀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한 박스형 좌석도 이미 있었다. 이런 핫 플레이스에는 손님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 메신저들이 있었으니, '인간 카톡'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한 번 메시지를 보내는 데 가까운 거리는 10~20원, 답장을 받아오는 경우는 15~30전이었다고 하니, 메시지 한 번 보내고 답장을 받는 데 5000원에서 1만 5천 원 정도 드는 셈이다. SNS의 고마움을 느낀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게 된다. 어두운 시대에도 사람 사는 것은 비슷했구나 싶어 웃음이 나온다.

그러나 현대와 닮은 듯 보이는 경성의 생활상 뒤에 식민지로서의 그늘이 있었다. 저자는 이것을 확실히 짚고 넘어간다. 청목당은 애초에 일본인이 창립한 식당 체인이었고, 주 고객이 일본인이었기에 2층 커피숍과 3층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은 일본인만 뽑았다. 조선인 손님들은 이곳에서 음식을 일본어로 주문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1930년대 중반과 1940년대에 경성 인구는 크게 증가했고 조선과 일본 전체를 통틀어 봐도 경성은 도쿄 다음으로 큰 도시였다. 그에 따라 조선인 손님의 비중이 늘어났는데도 일본인이 운영하는 백화점들은 일본인이 사용하는 상품을 파는 점포들과 일식당으로 백화점을 채우고 한식을 팔지 않는 등, 일본인 고객 중심의 영업 방침을 바꾸지 않았다. 1932년에야 경성에 조선인이 세운 백화점인 화신백화점이 세워졌고, 화신백화점 안의 한식당은 그 이듬해에 개장했다. 경성 시내 백화점 중 한식을 파는 곳은 이곳뿐이었다.

식민지의 그늘은 단순히 외식을 하고 쇼핑을 할 때 불편한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현진건의 소설 『적도』에서 등장인물 명화가 독립운동가인 옛 연인을 일본요리옥에서 만나면서 일본요리옥은 취체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안심시킨다. 취체는 신분 확인, 소지품 검사 등 경찰이 집행하는 엄격한 통제 조치다. 고급 일본요리옥의 주 고객은 당연히 일본인이었을 테니, 취체의 주된 대상은 조선인이었을 것이다. 내 나라인 조선 땅에 살면서도 일본인보다 훨씬 더 심한 감시와 통제의 대상, 2등 국민밖에 될 수 없었던 것이다. 당시 모던 보이, 모던 걸들이 즐겨 찾았던 가네보 프루츠팔러, 청목당, 미쓰코시 백화점 식당 같은 유명한 음식점은 일본 기업이 운영하니 사실상 일본 제국의 배를 채워주는 곳이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려면 그런 곳에 가야 되는데, 내가 당시 사람이라면, 그런 음식점에 갈 만한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계층이었다면 불매할 수 있었을까? 머리로는 그곳에 가는 것이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친구들, 지인들과 함께 그곳을 종종 찾는 모순에 자괴감을 느꼈을 것 같다.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우리의 일상과 닮았다고 생각했던 일제 강점기의 생활상에 숨겨진 어두움을 실감할 수 있다.

저자가 주어진 자료들, 단서들로 맛집 자체뿐만 아니라 그곳과 관련된 시대상을 꼼꼼히 재구성해 이런 상상들을 펼쳐갈 수 있다. 특히 당시의 소설은 신문 기사보다 사람들의 일상을 더 자연스럽고 구체적으로 풀어나가 맛집에서 사람들이 음식을 즐기고 이야기를 나눴던 풍경들까지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소설들은 대부분 독자들에게는 낯설고 접하기 어려운 소설들인데, 거기서 경성의 맛집들이 언급되거나 묘사되는 부분들을 찾고 모아야 하니 자료 수집만 해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본문 앞에 책에서 소개되는 맛집 열 곳을 모두 그려 넣은 지도를, 각 장 앞에는 그 맛집의 위치를 표시한 지도를 넣고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대표 메뉴의 가격을 메뉴판 모양으로 표시했다. 당시 그 음식점과 인근 풍경을 찍은 사진들,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는 모습을 담은 소설의 삽화 등 시각 자료도 풍부하다. 오래 전의 자료이다 보니 화질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집필에서나 편집에서나 여러모로 공을 많이 들였다는 것이 보인다. 460여 페이지로 내용도 꽤 풍성해 즐길 거리가 많다. 음식 관련 생활사 책들이 꽤 많은데, 그런 책들 중에서도 이 책은 좋은 읽을거리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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