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이야기: 대칭성Symmetry과 표준모형Standard Model
평행우주의 외형을 짐작하려면 강력・약력・전자기력에 존재하는 대칭성을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강력strong force은 세 개의 쿼크에 기초를 두고 있는데, 물리학자들은 이것들을 구별하기 위해 쿼크에 붉은색・녹색・푸른색이라는 개념을 부여했습니다. 따라서 핵력nuclear force을 서술하려면 쿼크의 색을 바꿔도 그 형태가 변하지 않는 방정식이 필요합니다. 이런 방정식을 가리켜 SU(3)대칭을 갖고 있다고 말합니다. 즉 세 개의 쿼크의 색을 이리저리 뒤바꿔도 방정식의 외형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물리학자들은 SU(3)대칭을 갖고 있는 이론이 강력을 가장 정확하게 서술한다고 믿고 있는데, 이것이 양자색역학QCD(quantum chromodynamics)입니다. 두 개의 렙톤lepton(입자물리학에서 페르미온fermion의 한 종류로 전자기력, 약력, 중력에만 관여하며 강력에는 관여하지 않음)은 서로 바꿔치기해도 방정식이 변하지 않는다면 이 방정식은 SU(2)대칭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전자기력을 매개하는 빛의 입자, 즉 광자는 U(1)대칭을 갖고 있습니다. 빛을 서술하는 방정식은 빛의 편광성분을 서로 바꿔치기해도 모양이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약력과 전자기력을 통합하는 대칭군symmetry group은 SU(2)×U(1)입니다.
세 개의 이론을 단순하게 이어 붙이면 SU(3)×SU(2)×U(1)이 됩니다. 이 대칭군은 세 개의 쿼크와 두 개의 렙톤을 독립적으로 섞는 효과가 있습니다. 즉 쿼크와 렙톤을 섞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이론이 표준모형으로 물리학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이론으로 꼽힙니다. 미시간 대학의 고돈 케인Gordon Kane은 “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중력이 개입된 사건을 제외한 모든 사건은 표준모형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는데, 이로부터 예견되는 물리량들 중 일부는 실험을 통해 1억분의 1이라는 오차범위 이내에서 사실임이 입증되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대칭을 확장해나가면 전자기력, 강력, 약력을 하나의 대칭으로 통합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대통일이론GUT으로 여기에는 다섯 개의 입자들(세 개의 쿼크와 두 개의 렙톤)을 서로 뒤바꿔도 변하지 않는 방정식이 등장합니다. 표준모형의 대칭성과는 달리 대통일이론의 대칭은 쿼크와 렙톤을 한꺼번에 섞을 수 있으며, 양성자는 전자로 붕괴될 수 있습니다. 수학적으로 말하면 대통일이론은 SU(5)대칭을 갖고 있습니다.
대칭성의 자발적 붕괴가 일어나면 대통일이론대칭은 몇 가지 방법으로 깨질 수 있으며 그중 하나가 대통일이론대칭이 SU(3)×SU(2)×U(1)으로 붕괴되는 경우인데, 이렇게 서술되는 우주는 우리가 속해 있는 지금의 우주이며, 여기에는 19개의 매개변수가 동원됩니다. 그러나 대통일이론대칭은 이 밖에도 얼마든지 다른 식으로 붕괴될 수 있습니다. 다른 우주들은 우리의 우주와 전혀 다른 여분대칭residual symmetry(대통일이론대칭이 붕괴되고 남은 대칭)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평행우주를 서술하는 데 필요한 19개의 매개변수들은 우리의 우주와 다른 값을 가질 것입니다. 즉 개개의 우주마다 힘의 종류와 세기가 다르므로 우주의 기본적인 구조도 다릅니다. 예를 들어 핵력의 세기가 지금과 다른 우주에서는 별이 생성되지 못하므로 우주공간은 암흑으로 가득 차 있고 생명체는 전혀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는 이와 반대로 핵력이 강한 우주에서는 별의 진화가 너무 빠르게 진행되어 생명체가 형성될 기회조차 없을 것입니다.
대칭군이 달라짐에 따라 생성되는 입자의 종류도 달라집니다. 이런 우주에서 양성자는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짧은 시간 내에 반전자antielectron로 붕괴되므로 이곳에서도 생명체는 존재할 수 없고, 모든 물질이 순식간에 분해되어 전자와 뉴트리노가 전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을 것입니다. 그 외에 다른 방식으로 대통일이론대칭이 붕괴된 우주에서는 양성자와 같이 안정된 입자가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우주에서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화학물질이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보다 훨씬 복잡한 구조를 가진 생명체가 더욱 복잡한 DNA를 복제하면서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대통일이론대칭은 무한히 많은 방식으로 붕괴될 수 있습니다. 이때 얻어지는 무수한 해들은 각기 다른 우주를 나타냅니다. 다중우주란 단순히 지금과 같은 우주가 여러 개 존재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모든 특성이 천차만별인 우주들이 무수히 많이 존재하는 엄청나게 복잡한 복합우주 시스템을 의미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