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다니요?""저 자리 원래 루이 씨가 서 있었잖아요?""글쎄요. 지금으로써는 그런 생각은 안 듭니다."
"그리워요?"에일 권이 내 쓴웃음을 어떻게 해석한 것인지는 모른다.
명찰의 이름을 보아하니 중국 여성인 듯했다. 위닝테이블에 서려면 한국어도 능숙해야 하기에 에일 권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리는 없다.
오후 2시.창틀에서 내려왔다. 거의 세 시간을 웅크리고 다에 앉아 있었다. 인터폰 화면을 눌러, 아주머니께서대문을 열어 사라지는 것까지 보고 테라스로 향했다테라스에 있는 대형 화분들을 일제히 바깥으로 옮겼다. 돌돌 말려 있는 호스를 풀어 물을 틀었다. 맨발로들풀들이 밟힌다. 화분의 몸통을 깨끗하게 닦고, 물리개에 물을 채워 잎부터 줄기 뿌리까지 흠뻑 젖도물을 주었다. 광합성을 위해 태양이 잘 드는 구석에화분들을 가져다 놓았다.
결국 탁자에 있는 약 종이를 뜯어 한입에 털어 넣었다. 여전히 더부룩한 몸을 끌고 샤워를 했다. 샤워를 하고 나오자, 네 시 반이다. 바짝 마른 화분들을 다시 질질 끌고 테라스로 옮겼다. 다섯 시가 약간 모자란 시각이다. 시간이 지나니 점점 몸이 나른해진다.그러나 효력도 오래가지 않았다. 고달팠던 시간에 비해 약효는 빠르게 떨어졌다. 차분한 물길이 물수제비를 맞은 것처럼 파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차라리약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모른다면 이렇게 몸부림이나진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