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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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해학이 버무려진 유쾌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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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다 - 카르멘 라포렛 탄생 100주년 기념판
카르멘 라포렛 지음, 김수진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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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스페인 문학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해당 책을 책임 편집하신 지은님의 SNS를 보다가 관심이 생겨 읽어볼 기회가 생겼다. 일단 표지가 마음에 들었다. 언제나 책의 표지가 많은 것을 말하지 않던가? 우리나라 역사에도 해박하지 않아서 더더욱 다른 나라 역사에는 무지한 편이다. 당연히 스페인에서 군부 쿠데타로 내전이 일어나 많은 사람이 죽어갔다는 것은 모르고 살았다. 이 책은 그 시기 예술의 샘이 멎었다시피할 적에, 내전 이후의 생생한 상황을 담아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저자가 태어난지 100년이 된 올해, 새로운 표지로 단장해 재출간되었다.

어릴 때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즐겨 보았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대부분 자신의 작품에 반전의 메시지를 담았다. 극장에서 하울의 미모에 넋을 놓고 빠져 본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도 하울과 소피가 해피엔딩을 맞이하기 위해 전쟁이 멎어야만 했으므로.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에 살면서도 전쟁은 내게 머나먼 이야기였다. 뉴스도 잘 안 보고 지내니까 어디선가 남북간 신경전이 벌어졌다고해도 알지 못했다. 당연히 전쟁은 나쁘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을 피부로 느끼고 진저리칠 일은 없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책장을 넘기는 내내 무언가 무거운 것이 가슴 언저리를 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 안드레아가 그랬듯이. 안드레아가 부푼 마음으로 도착한 바르셀로나의 외할머니댁은 그의 상상과는 동떨어진 곳이었다. 어딘지 흉흉한 집의 모습은 물론이고 눈만 마주치면 싸워대는 식구들을 보면서도 안드레아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답답함을 가방처럼 둘러메고도 이모의 구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몰래 거리를 돌아다니고, 에나와 친구가 되어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보기도 한다. 그러나 소설과 현실이 늘 그러하듯 상황은 극으로 치닫게 된다. 에나에게 에상치 못한 애인이 생기면서 안드레아는 처음이자 마지막일 진짜 친구를 잃을 위기에 처한다. 안드레아는 또다른 친구를 찾게 되어 마음을 달래보지만 쉽지 않다. 자신을 흠모하는 것이 분명한 폰스의 간절한 부탁에 태어나 처음, 부푼 마음으로 댄스 파티에 가지만 폰스는 자신을 꿔다 놓은 보릿자루 취급이나 한다. 그때 안드레아는 어마어마한 비탄을 느끼며 자신이 영원토록 주인공은 될 수 없고 관조자로서의 기능만을 가진 채 살아가는구나, 라는 깨달음을 느낀다. 어딘가 수동적이고 관찰자에 불과한 것 같은 안드레아를 쫓다 보면 사실은 누구보다 능동적으로 자기 자신을 성장시키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안드레아를 둘러싼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며 그럼에도 흐트러지지 않으려는 안드레아의 정신을 높이 사게 된다. 내가 그러한 처지에 있었더라면 그토록 꿋꿋했을지 상상해보면서.

내내 음울하고 폭력이 난무하는 장면들을 읽다 보면 가끔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든다. 고함을 지르고 상대를 괴롭히고 주먹을 내지르고 가전 집기를 집어던지는 인간들을 보면 환멸이 들지만, 또 그 이면의 얼굴을 보면 인간은 입체적이라는 단순하고 당연한 명제를 새삼 되새기게 된다. 그래서 그 속물적이고 야만적인 인간들을 결국 사랑하고야 마는 안드레아를 나 역시 어렴풋이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적어도 하나씩은 고장나있는 인물들에게 점도가 높아 불쾌한 애정을 한 조각이나마 품게 된 채로 이 책은 끝이 났다. 이 기분을 무어라 표현할 수 있을까. 단순한 애정도, 역설적인 애증도 아니다. 어쩌면 인간에 대한 가장 본원적인 감정일지도 모른다. 작가는 한 번도 인물들을 대변해주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독자는 이들을 미워하다 또 이애하기를 반복한다. 그 일련의 과정이 결국 내 감정을 안드레아에게 동화하게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마냥 어지러운 이 때에 이 책을 읽게 된 것,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안드레아를 속속들이 알게 된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낀다. 그 일련의 '아무것도 없음'은 어쩌면 나를 앞으로 달려가게 해줄지도 모른다. 적어도 주저앉지는 않을 요량이다. 언제나 더 먼 곳으로 시선을 둔 채 새로운 세상으로 나서고 싶어하는 안드레아처럼.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스페인소설 #유럽문학 #스페인내전 #카르멘라포렛100주년

#아무것도없다 #카르멘라포렛 #문예출판사 #고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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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다 - 카르멘 라포렛 탄생 100주년 기념판
카르멘 라포렛 지음, 김수진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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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의 눈을 빌어 혼돈과 파멸의 시대를 본다. 그럼에도 ‘아무것도 없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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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흰 캐딜락을 타고 온다
추정경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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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주 순간이동을 꿈꾸었다. 공간을 이동하는것만으로도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으니까. 통금 시간 직전까지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다 1분 전에 손쉽게 돌아가면 그만이다. 어릴 때는 왠지 내가 어른이 되면 그런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더랬다. 그땐 먼 미래처럼 느꼈으니까. 그러나 여전히 뚜벅이로서 이동 시간을 칼같이 재단하며 산다. 이제는 뚜벅이로서의 삶에 그럭저럭 만족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특별한 능력을 갖는 꿈을 꾼다.

표지부터 마음에 쏙 들었던 <그는 흰 캐딜락을 타고 온다>는 진이라는 주인공을 내세운다. 때마침 내가 고등학생 때 좋아한 영화 감독님이랑 이름이 같다.(ㅋㅋ) 진은 '캐딜락 전당포'의 여리여리하지만 제법 일머리가 좋은 일꾼이다. 갓 스물이 되었지만 지병 탓에 학교는 진작 그만두었고, 자신을 알아봐 준 성 사장의 밑에서 일을 배우고 있다. 어느 날 불현듯 나타난 정희씨와 아버지와 함께 산다. 그러다 어느 날, 처음으로 지병 발작으로 인해 단기 기억상실을 겪는다. 진은 혼란스럽다. 그 와중 아버지와 정희씨의 이상한 대화를 엿듣는다. 그 날 이후, 진은 자신이 '포트'를 여는 '게이트'임을 자각하게 된다. 또 한 명의 남자가 있다. 능력이 사라지고 목숨마저 포기하려던 때에 전에없이 강력한 능력을 가지게 된 '게이트', 심 경장이다. 그는 오랜 시간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헤매어왔다. 바로 복수. 그는 자신이 가진 능력을 저주라고 칭한다. 또 한 명의 남자가 있다. 그는 정희 씨가 일하는 카지노의 보안팀장이다. 그 또한 제법 강력한 '게이트'인데, 그가 한 회장 밑에서 충견처럼 일하는 이유를 아무도 모른다. 이 세 남자는 능력을 가졌다는 점과, 지킬 것이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졌다. 진은 하물며 시간까지 주무를 수 있는 최고급 포트를 열 줄 아는 게이트다. 그는 이제 자신이 가진 재능이 훌륭한 능력일지 처참한 저주일지 부딪혀봐야 한다.

제목만 보았을 때는 흰 백마 대신 캐딜락인가?싶어 무척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거기다 장르 소설이고, 표지가 알록달록하니 내용도 우당탕탕 어드벤처 느낌(?)이 아닐까 했는데 생각보다 묵직했다. 요즘 책을 읽는 일에 지쳐 있었는데 간만에 집중하여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전에는 장르물에 대해 막연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점차 장르물 작가가 늘어나고, 다양한 작품이 생산되는 것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전보다 마음을 더 열게 됐다. 어릴 때부터 막연히 쓰고 싶었던 것은 사실 장르물이었는데 어쩌면 때를 잘 만난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잠깐. SF나 누아르 장르를 선호하지 않았는데(불편한 부분이 등장할 확률이 높은 장르였음) <그는 흰 캐딜락을 타고 온다>는 SF+누아르 장르라고 분류할 수 있겠다. 괜찮았다. 재밌었기 때문에, 다양한 장르물을 읽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또 늘 느끼는거지만 취향이라는게 한 치 앞을 알 수 없게 달라진다는 것도 새삼 깨달았다.

흥미로운 소설을 읽고 나면 늘 기분이 좋다. 왠지 공기중에 내가 좋아하는 향이 은은하게 퍼져 있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목록이 새롭게 추가되는 건 뿌듯한 일이니까. 얼마 전 알라딘에서는 장르문학 기획전으로 작가들을 소개하는 페이지를 봤다. 개중 반가운 얼굴도 두엇 있었는데, 장르물을 더 열심히 독파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앞으로도 흥미로운 장르물들이 잔뜩 쏟아져 내 책장으로 안착해주길 기대해본다.

본 포스팅은 다산북스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그는흰캐딜락을타고온다 #추정경 #장르소설 #SF소설 #다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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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호세 홈스 그림, 김수진 옮김, 스티그 라르손 원작, 실뱅 룅베르그 각색 / 책세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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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서평에서도 썼다시피 나는 만화책을 그다지 많이 보고 자라지는 못했는데, 그 대신 애니메이션 영화만큼은 원없이 보았다. 현재는 쇠퇴해버린 비디오 테이프를 통해 디즈니와 지브리 스튜디오의 거의 모든 작품을 섭렵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여전히 마음이 공할 때에 디즈니와 지브리의 2D 애니메이션 영화를 찾아 본다. 다만 그들이 나의 만화관(?)의 폭을 좁게 만들어둔 건 아쉽다. 성인이 되어 프랑스 애니메이션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다소 투박한 그림체의 캐릭터들을 보며 당황한 기억이 난다. 내게 만화란 당연히 예쁘고 잘생긴 캐릭터들이 주인공인 것이었는데 (굳이 예외를 찾자면 노틀담의 꼽추 정도? 그나마도 에스메랄다의 미모에 마음을 빼앗겼지만) 뒤늦게 그 또한 편견이라는 것을 알게 된 셈이었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만화들이 유행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부턴가 만화 카페를 애용하게 되었는데 그럴 때면 흔히 접하기 힘든 작품을 읽어야 왠지 시간을 알차게 쓴 기분이 든다. 그래서 가끔 마블 만화책을 읽었다. 그나마도 너무나 방대하고 어마어마한 양에 질려 관심 있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몇 권 정도나 얕게 발을 들인 정도였다. 그러다 이 책을 알게 됐다. 책이 워낙 유명해서 한 번 읽어보아야지 하던 참에 만화로 출간됐다고? 이건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책 또한 투박한 그림체를 자랑하는 덕에 가끔 당황하긴 했지만(민망한? 내용을 은유하는 장면이 조금 적나라함ㅋㅋㅋ).



정의로운 기사를 써서 유명해진 기자, 미카엘 블롬크비스트가 책의 포문을 연다. 그는 분명 정의를 위해 강자에게도 망설이지 않고 달려드는 사람이지만 개인적인 윤리의식은 의문인 인물이다. 또 표지에서 그보다 훨씬 강렬하고 크게 자리를 차지한 리스베트가 있다. 그는 천재 해커인 동시에 간악한 강자들에게 휘둘리는 인물이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영웅답게 고결하지 않은 결점투성이의 인간이라는 것, 강자에게서 착취당하는 약자라는 것이다. 또한 지나치게 아름다운 외모를 뽐내는 것도 아니다. 두 사람은 영민한 머리를 바탕으로 한 기지로 먼 옛날에 벌어진 실종 사건을 해결한다.

두 사람 중 단연 마음에 드는 인물은 리스베트였다. 그는 거침없는 스크래치를 넣은 투블럭 헤어에 시종일관 인상을 쓰고 다닌다. 살가운 애정표현을 하는 것엔 어려움을 겪지만 자신을 짓밟으려 드는 강자에게는 반드시 복수한다. 그 복수란 혹자의 눈에 굳이 그렇게까지..? 싶을 정도의 수위를 지닌다. 너무 잔혹한가 싶은 그 복수가 마음에 쏙 들었다. 어쩌면 비현실에서 대리 만족하는 것일수도 있겠지만. 소올직히 미카엘이 인기 많은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아무래도 주인공 버프가 아닐까? 생각했음. 농담이고, 아무래도 우리가 현실에서도 유니콘을 쫓게 되는 심리를 그대로 반영한 결과일 거라 생각했다. 거대한 사회의 단면을 보듯이 이 책 속에서도 한쪽에서는 여성들을 무참히 살해하는 장면이 나오고 한쪽에서는 미카엘의 보기 드문 정의감과 '남성성'에 이끌리는 여성들이 나온다.

아무래도 만화 장르다보니 완독하는데 오래 걸리지는 않았지만 순식간에 가상의 세계에 빠졌다 현실로 돌아온 느낌을 주었다. 동시에 다음 권의 내용이 궁금해지는 효과까지. 1권은 운이 좋아 구해 읽었지만 아마도 2권은 직접 구매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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