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남자를 찾아드립니다 - 그웬과 아이리스의 런던 미스터리 결혼상담소
앨리슨 몽클레어 저자, 장성주 역자 / 시월이일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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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장르소설이 대세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추리 소설은 아주 옛날부터 강세였고, 나 역시 꾸준히 (몰래) 읽으며 자랐지만 대개 한국 작품을 읽었던 것 같다. 한때는 외국 추리소설에 완전히 홀려 있기도 했는데, 초등학생 때(조숙했다) 이상형으로 꼽았던 셜록 홈즈 시리즈가 그 대표라고 볼 수 있겠다. 외에도 애거서 크리스티는 물론이고 엘러리 퀸 등의 작가들을 찾아 읽었다. 제일 좋아한 건 특정 캐릭터가 다양한 사건을 해결하는 시리즈물이었는데 셜록 홈즈나 아르큘 포아로의 명민한 두뇌를 동경했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외국 추리소설에 손이 잘 가지 않았는데 그나마 피터 스완슨 작품을 종종 읽다가 이번에 새로운 유형의 추리소설을 읽게 되었다. 제목부터 직관적이다. <멀쩡한 남자를 찾아드립니다>. 사실 제목을 보고 가장 먼저 한 생각은, 이 책 배경이 옛날 영국이라면서 그때나 지금이나 고민은 비슷한가 봐? 였다. 거기다 그 '멀쩡한 남자'의 기준이 '의뢰인을 죽이지 않는 자'라니...ㅋㅋㅋㅋㅋ 웃긴데 안 웃긴다.





'결혼해듀오'의 전신 같은 사무실을 운영하는 두 여자가 있다. 그들은 사무실을 찾는 미혼의 여성과 남성에게서 원하는 조건을 듣고 잘 어울릴 것 같은 이성들을 소개해주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어느 날 틸리라는 수상쩍고 아름다운 젊은 여성이 찾아오는데, 얼마 후 경찰이 사무실로 들이닥친다. 다름 아닌 틸리가 살해됐다는 것. 유력 용의자로 틸리에게 매칭된 남성이 지목되고, 아이리스와 그웬은 불명예를 탈피하고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결혼해서 남편과 아이들을 보살피는 것이 지금보다도 더 당연하고 절대적이었던 시절 두 명의 여성이 합심해 사업을 운영한다는 것과, 그 사업을 운영하는 와중 사망한 피해자 여성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일반인(?) 여성들이 추적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매혹적인 소설이었다. 타자기를 이용하는 시대의 여성 탐정들이라니, 읽지 아니할 수 없는 조합이다. 시대를 뛰어넘는 연대감에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했고, 이 작품이 시리즈물로 쓰였다는 점에 기대감도 생겼다. 어릴 때는 똑똑하지만 괴팍한 셜록 홈즈를 이상형으로 꼽았는데(예나 지금이나 이성을 보는 눈은 정말 없는 듯) 이제는 감성과 이성을 겸비한 데다 센스와 매력까지 가진 여성 탐정들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장르소설 #추리소설 #멀쩡한남자를찾아드립니다 #앨리슨몽클레어 #시월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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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남자를 찾아드립니다 - 그웬과 아이리스의 런던 미스터리 결혼상담소
앨리슨 몽클레어 저자, 장성주 역자 / 시월이일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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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여성 탐정 콤비(?)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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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범이 말했다 - 2021 볼로냐 라가치상 코믹스 영어덜트 부문 대상 수상작 스토리잉크 1
제레미 모로 지음, 이나무 옮김 / 웅진주니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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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을 처음 받고는 다소 당황했다. 그도 그럴 것이, 굉장히 거대한 크기를 자랑했기 때문이다. 책 표면을 쓸어보니 매끄러운 질감에 유달리 푹 들어가는 곳이 있었다. 바로 제목에도 등장하는 검은 표범. 표범이 뭐라고 말했기에 이토록 거대한 책의 중심 캐릭터가 되었을까?

책의 처음에는 코모도왕도마뱀과 물소가 나온다. 지구의 모든 역사를 기록하려는 코끼리 조손이 나오고, 정해진 길이 아닌 곳으로 비행하려는 찌르레기가 나오고, 다양한 국적(?)의 새들을 등에 태운 코뿔소도 나오고, 평생 동안 자개처럼 반짝이는 조개껍데기에서 시간을 보낸 소라게도 나오고, 어머니의 죽음을 목전에 둔 원숭이도 나온다. 그 모든 이야기를 거쳐서야 마침내 이야기에 등장한 모든 동물들이-내가 언급하지 않은 동물들도 모조리 표지에 나와 있다- 위대한 표범, 현자 "소피아"의 연설을 듣기 위해 모인다.



소피아는 '죽음'에 관하여 짤막한 연설을 한다. 모두가 마음을 졸이며 모여든 것 치고는 허망할 정도로 단순하다. 그러나 그 철학만큼은 묵직하다. 그리고 모두가 군말 없이 제자리로 돌아간다. 결국 어머니의 죽음을 목도하게 된 원숭이의 오열을 마지막으로 이 책은 끝난다.

책장은 훌떡 훌떡 넘어갔지만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는 머릿속이 조금 멍했다. 아이들에게 이 동화를 읽어 줘도 되는 건가? 또 동시에, 인간이야말로 유일무이하게 죽음에 관해 매 순간 직시하고 고찰하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자 아이들에게도 무작정 두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장 기억에 남았던 에피소드는 다름 아닌 첫 번째의 코모도왕도마뱀과 물소 이야기였다. 물소는 그 누구도 들어 주지 않고 믿어 주지 않는 목표를 위해 섬을 민다. 본능이 앞서 물소의 다리를 물어버린 코모도왕도마뱀에게 물소는 자신이 목표한 것을 차마 이루지 못할까봐 두렵다고 한다. 코모도왕도마뱀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사과하지만 이미 물소의 몸에는 치명적인 독이 퍼지고 있다. 물소는 혜성으로부터 이 섬이 안전하게끔 자신의 튼튼한 뿔로 섬을 민다고 말한다. 매일 밤 예지몽을 꾸던 물소는 독이 온 몸을 잠식한 날 코모도왕도마뱀의 도움으로 산 정상에 올라가 섬에 내리꽂히는 혜성을 마주본다.

그리고 그 물소의 시체를 보며 오열하던 코모도왕도마뱀은 시체에 다가드는 독수리에게 "그 누구도 물소는 먹을 수 없다"며 흙을 파 시체를 묻는다. 그로 인해 위대한 현자 소피아는 이 자리에 소환당하게 된 것이다. 책을 덮고서 다시 첫장의 물소 이야기를 보았다. 마음이 울적했다. 물소는 자신이 믿는 진실을 위해 전력을 다했다. 본능에 앞서 물소를 냅다 물어버린 코모도왕도마뱀의 마음까지 감동시킬 정도로. 나는 물소를 보며 <달과 6펜스>의 찰스 스트릭랜드가 떠올랐다. 대책없이 열정적인 면마저 닮은 캐릭터들. 아직 '6펜스'의 세상에 매여 있는 내 눈에 '달'의 경지에 이른 스트릭랜드와 물소는 어쩐지 경외스럽다.

아이들이 보는 동화라고 해서 쉽고 유익한, 아름답고 행복한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깊은 울림을 느껴 당황스러웠다. 어른과 아이 모두 함께 읽고 어쩌면 어렵고 어쩌면 머나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해볼 수 있는 책이다.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어린이 #표범이말했다 #웅진주니어 #아동도서 #동화책 #철학동화 #제레미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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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범이 말했다 - 2021 볼로냐 라가치상 코믹스 영어덜트 부문 대상 수상작 스토리잉크 1
제레미 모로 지음, 이나무 옮김 / 웅진주니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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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필요한, 초연한 해피 엔딩을 위한 길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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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은 짧고 일 년은 길어서 - 레나의 스페인 반년살이
레나 지음 / 에고의바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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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7월이다. 시간이 미친듯이 빨리 간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직 취직 4개월 차라는 사실에 소스라치곤 한다. 올해를 톺아보면서 생각해본 결과 아직 올해의 여행을 떠나지 못했다. 그래서 요즘은 여행을 떠난 누군가의 영상을 보거나 글을 읽으면서 대리만족을 하고 있는데, 이 책도 그런 만족감을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게 되면 상황이 닿는 한 가장 긴 시간 동안 여행지에 머무르곤 한다. 대부분 한 지역에 러프한 스케줄을 가지고 방문한다. 애초에 계획을 짜는 일에는 젬병인 편이라서 (극강의 P) 숙소만 대충 정해놓고 전날이나 당일에 검색해서 가보고 싶은 곳을 가는 것이 내 혼자 여행의 루틴인데 이런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여행 스타일이 그 지역에 살아보는 것이었다.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떠난 건 제주였다. 제주에서 보름 동안 살았는데 서귀포 쪽으로는 거의 가지 않고 제주 북부 쪽에서 거의 놀았다(?). 그 결과 가장 좋아하는 바다는 함덕이 됐고 제주는 내 마음에 거센 풍랑이 일 때 찾기 좋은 곳이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스페인에서 일 주일 정도는 살다 온 느낌이 들었다. 저자인 레나가 스페인에 집을 구해두고 여러 곳을 여행하기도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가 스페인의 집에서 머무르던 시간을 서술할 때에 가장 가슴이 뛰었다. 5층의 계단을 헉헉대며 올라갈지라도 타국에 내 몸 뉘일 휴식처가 있다는 것,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편안한 룸메이트가 있다는 것... 왠지 타국살이에 로망이 생기는 조합이다.

레나의 여행에서 가장 반가웠던 건 단연 폼페이 유적이다. 어릴 때 거대한 도시를 화산이 덮쳐 수많은 생명이 그대로 박제되었다는 것을 듣고 관련 책까지 찾아보았던 열성 어린이였는데 직접 그 흔적을 보고 왔다는 말에 숙연해졌다. 거기다 막연하게 그런가 보다, 했던 것이 사실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사람이나 동물의 유해가 썩거나 녹고 빈 공간에 석고를 부어 지금의 폼페이 유적에 남았다는 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국내 여행으로 오롯이 만족하던 내가 조금 작은 시야를 가졌구나, 외국으로 나가보는 것도 의미 있구나, 깨닫게 되었다.

코로나는 언제 종식될까. 지금은 한결 주눅든 추세지만 또 언제 갑작스레 소란해질 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일상에서 종종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자극을 받고 또 새로운 내가 되어 새로운 말을 하고 새로운 글을 쓸 수 있기를 바라 본다.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에세이 #여행에세이 #한달은짧고일년은길어서 #반년살이 #스페인여행 #스페인 #레나 #에고의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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