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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와 수잔 버티고 시리즈
오스틴 라이트 지음, 박산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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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늘 지나온 과거를 되새기며 살지만, 
진정으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소설가를 꿈꾸던 전남편에게서 온 원고. 과거 그의 무능함에 신랄하게 비판하던 그녀가 차일피일 미루던 그 원고를 집어들었을때 자신 또한 알았을 것이다. 이 소설을 읽고 난 뒤는 결코 예전과 같을 수 없을 거라고.

위험을 감지하지만 동시에 그것에 끌리는 인간의 본성과 공포를 외면하려 현실을 부정하는 감정을 사실적이게 표현해 읽는 동안 많은 공감을 했다. 여느 소설 속 주인공들과 달리 어떠한 극적인 장면도 행동도 없지만 이야기가 끝나갈 때까지 유지된 긴장감에 색다른 재미를 느꼈다. 


액자식 구성으로 소설 속 소설을 읽는 수잔의 모습은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점차 나와 닮아간다. 소설 속의 독자와 소설 밖의 독자라는 독특한 공통점은 소설 읽기에 더욱 힘을 실어준다.


소설 초반부의 사람의 심리를 휘몰아치는 분위기는 가히 압권이다.
아직 몇 가지 의문점들이 남아있지만 소설 속 작가 에드워드를 만날 수도, 오스틴 라이트를 만날 수도 없으니 다시 한 번 찬찬히 읽으며 빠진 조각들을 맞춰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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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속의 우주 - 질병부터 성격까지 좌우하는 미생물의 힘 테드북스 TED Books 4
롭 나이트.브랜던 불러 지음, 강병철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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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체중조절, 관절염등 질병관련 미생물 연구가 더욱 활발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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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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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동시에 내용을 잊어버릴 수 있는 신기한 책. 남는 건 쥘 르나르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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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일곱 건의 살인에 대한 간략한 역사 세트 - 전2권
말런 제임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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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같은 현실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꾸지만 여기 우리의 생각과는 아주 동떨어진 범주에 있는, '평화'에 닿기를 소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무능력한 아버지와 창녀인 어머니는 어느날 갱단에 의해 무참히 살해당하고, 어머니의 시체 밑에 깔려있던 소년은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진다. 두려움에 떨던 소년은 한참 뒤 시체 밑에서 기어나와 아버지에게 다가간다. 낑낑거리며 벗긴 아버지의 값나가는 클락스 신발을 들고 무작정 밖으로 뛰쳐나간다. 다시 집에 찾아올지도 모르는 갱단을 피해 소년은 뛰고 또 뛴다.


한 여성은 통행금지 시간에 길을 걷다가 경찰을 만나게 된다. 집에 바래다주겠다는 강압적인 말에 경찰차에 타지만 강간 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휩싸인다. 그 뿐이 아니다. 뒤뜰에서 목욕을 하기 위해 발가벗고 있다가 강간범으로 몰려 경찰에게 고문을 당하고, 멀끔하게 차려입었다고 혹은 잘사는 동네에 발을 들여놨다는 이유로 바빌론의 습격을 당한다. 아이들은 총을 들고 여성들은 성을 팔고 남성들의 권력다툼에 죄없는 이들이 죽어나가고 노인이 존재하지 않는 곳. 이곳이 바로 지옥이 아닐까.


'밥 말리 살해 기도'라는 1976년 12월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 소설은 자메이카의 한 시대를 그대로 옮겨놓았기에 정치, 인종, 젠더, 사회, 마약범죄 등 다양한 주제가 한데 어우러져 당대의 씁쓸한 역사를 실감나게 표현해냈다. 특히나 새로운 형태의 구술 서사 방식은 인물들의 실제 생각을 실시간으로 엿듣는 것처럼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 때문에 나도 마치 실제 인물들의 인터뷰를 듣고 소감을 적는 느낌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평화, 그 이면

심지어는 평소 최악의 상황만을 기대하는 사람들조차도 그랬어. 겨우 두세 달이지만 평화에 대해 조금씩 생각하기 시작하더니 그다음에는 많이 생각하게 됐고, 그다음에는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거라고는 평화밖에 없었다네. 마치 비가 오기 전에 불어오는 바람에서 그 맛을 느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야.


밥 말리. 그는 평화의 상징이었다. 지옥의 한가운데서 평화를 울부짖는 그였기에 그를 신처럼 추종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평화를 믿지 않는 이들에겐 아니꼬운 존재일 뿐이다. 정치적 공작 속에서 권력을 쥔 자들은 자메이카에서 평화를 살해하기 위해 CIA가 개입하고 갱단의 2인자인 조시 웨일스를 주축으로 습격멤버가 꾸려지는데 그 속엔 아이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파파-로. 코펜하겐시티 갱단의 보스인 그는 몇해 전 등교 중이던 학생을 실수로 쏘아죽였다. 사람들은 그 사건으로 잔악무도했던 그가 변했다고 하지만 정작 그를 변하게 한 것은 죄없는 소년을 죽이고도 아무런 감정도 들지않았던 자신에게 느끼는 환멸이었다.


소설 초반부에 이런 대목있다.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 중 영어가 제일 중요하니 제대로 익히라고. 배관공을 하더라도 제대로 된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면 일을 못하게 될 거라는 말. 그것은 곧 자메이카에는 미래가 없음을 뜻한다.

파파-로의 오른팔 조시 웨일스는 새로 온 CIA요원과의 만남에서 흑인이란 이유로 자신을 멍청이 대하듯 느릿느릿 말하는 요원의 태도에 비웃지만 조시 웨일스는 이빨을 숨기고 장단을 맞춘다. 직접 손에 피를 묻히는 갱단과 지시는 내리지만 뭣 모르는 CIA요원과의 접선장면은 허탈한 웃음을 자아낸다. 또한 도카스 파머가 고용지원센터에서 겪는 차별 역시 언어와 흑인이라는 외모에 있다.


나는 그자가 나를 해고하기 전에 그만뒀다. 그리고 미스 벳시에게 똥이야 얼마든지 퍼주겠지만 다 시들어빠진 백인 성기에는 아무 볼일이 없다고 말했다. 미스 벳시는 내가 그 말을 하는 내내, 심지어는 이 고용센터가 늙은이들을 보너스로 교육시켜주는 본업상 사창가냐고 물을 때조차, 내가 표준 영어를 쓸 수 있다는 사실에 감명을 받았다.





자메이카의 여성상


가장 내 눈길을 끌었던 것은 니나 버지스라는 인물이었다. 1,2부에서 그녀는 돈과 권력을 가진 가수의 집에 매일같이 찾아가 하룻밤 상대였던 자신을 그가 기억해주기를, 그리고 자메이카라는 지옥에서 구해주기를 바란다. 말은 커녕 가수의 얼굴조차 볼수 없지만 아무리 깊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듯 매일같이 그의 집 앞에 찾아가는 일을 멈출수 없다. 보이지 않는 동아줄에 불과하지만 그녀에겐 다른 선택권조차 없다. 다음은 그녀의 불안감과 무력감을 잘 나타내주는 대목이다.


나는 범죄를 실제로 경험하지는 않지만 그게 나한테 영향을 준다는 건 알고 있다. 내가 떠나고 싶어진 건 실제로 발생한 범죄 때문이 아니라 범죄가 언제든, 지금 당장, 심지어는 다가오는 1분 안에라도 벌어질 수 있따는 그 가능성 때문이다. 전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앞으로 10년 동안 언제든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것. 그런 일이 결코 일어나지 않더라도, 중요한 건 내가 그런 일을 기다리고 있게 된다는 점이다. 자메이카에서는 뭔가가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마냥 기다리는 건 충분히 나쁜 일이다.


그렇게 염원하던 탈출에 성공하지만 삶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굴욕적인 일을 감내하고 또 다시 막다른 길에 다다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는 느리지만 꾸준히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간다.

이렇듯 1권에서 니나 버지스는 타인이 자신의 인생을 바꿔주길 희망하는 수동적인 모습보였다면, 자메이카 밖에서의 그녀는 여러 장벽에 부딪치지만 마침내 스스로 자립하는 능동적인 모습을 보인다. 작가 말런 제임스 역시 니나 버지스의 이야기를 통해 많은 여성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극적이진 않지만 아주 현실적인 희망말이다.






2015년 맨부커상 수상작인 '일곱 건의 살인에 대한 간략한 역사'는 집필하는 데만 4년이 걸린 대작이다. 두 권을 꽉꽉 채우고도 아직 할말이 더 남아있을 것만 같은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들을 그려낸 작가의 필력과 그 분위기를 잘 살려낸 번역이 있었기에 자메이카란 생소한 나라와 부족한 역사지식에도 불구하고 빠져들어 흥미롭게 읽어낼 수 있었다. 말런 제임스 그의 다음 소설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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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와 형리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23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지음, 차경아 옮김 / 문예출판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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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노인이 있다. 40년 넘게 수사관으로 일하며 명성을 떨친 그는 지금 동료 경찰관의 시체가 발견된 현장에 와 있다.

가만히 마을 아래쪽 포도밭을 내려다보던 그가 말했다.

"금년의 포도주는 어떤가?"

"좋습니다. 나중에 시음해보실 수도 있습니다."

"참 그렇군. 새로 빚은 포도주 한잔 기꺼이 마시고 싶네."


그리고 다음 순간 그의 발치에 걸린 작은 금속 조각 하나.


"총알이군요." 블라터가 말했다.
"어떻게 찾으셨지요? 경감님!" 클레닌이 감탄의 어조로 말했다.
"우연이었네."


그것은 진짜 우연이었다. 범죄드라마는 많이 봤지만 탐정소설은 생소한 나에게 뒤렌마트식 이야기는 낯설음 그 자체였다.

주인공이 우연이라고 말하는 데도 곧이 곧대로 믿지 못하고 뭔가 숨긴다고만 생각했다. 동료 경찰관이 죽은 사건 현장에서 포도주 얘기가 웬말인가. 몸이 안좋다는 이유로 자신의 수사를 함께할 조수를 지명하지만 정작 일은 그 조수가 다하고 주인공 베르라하의 태도는 의뭉스럽기만 하다. 그러나 진척없어 보이던 수사가 진행될수록 베일에 가린 진실과 함께 베르라하의 진면모가 드러났다.

베르라하, 그는 어떤 인물일까.




  영웅은 없다.


<판사와 형리>, <혐의> 두 개의 단편 속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노수사관 베르라하는 냉철한 수사력을 지녔지만 불치의 병 때문에 시한부 인생을 산다. 수사를 하면서도 중간중간 병 때문에 괴로워하는 그를 보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또한 이 새로운 유형의 주인공은 사건해결 방식도 남다르다. 법체계를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권선징악을 행한다. 저래도 괜찮은 걸까하는 고민은 독자인 내가 했다. 작가는 왜 주인공에게 많은 제약을 주었을까.

뒤렌마트는 소설 속 인물을 악인은 강하게, 주인공은 나약하게 설정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고 우연에 의해 지배받으며, 나약하고도 평범한 개인이 꿋꿋하게 거대한 악에 맞서는 모습을 그린 것은 우리의 현실세계를 그대로 보여줌과 동시에 일말의 희망을 안겨준다. 영웅은 없지만 그 속에 우리의 모습이 있다.


"아마도 가스트만은, 여기 찌그러진 방 안에 앉은 우리 세 사람을 몽땅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선행을 했을 겁니다. (중략) 내가 그 사람을 악하다고 칭하는 것은, 그는 내가 그에게 치부하는 악을 행할 때와 마찬가지로 순전한 기분에서, 불현듯 떠오른 착상에서 선을 행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뭔가를 성취하려는 목적에서 악을 행하는 법이 결코 없을 겁니다. (중략) 아마도 그는 그것이 아무 의미가 없을 때 악을 행할 겁니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항상 두 가지 경우가, 즉 선악이 모두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결정을 내리는 건 우연입니다."p.90


세상은 흑과 백으로 나뉠수 없다. 완벽한 악인도, 선인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우연히 선을 행하고, 악을 행하기도 하는 사람만 있을 뿐. 두 단편 모두 인간의 불완전성에 대한 작가의 고뇌가 저변에 깔려있다. 그는 계속해서 묻는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끝은 권선징악


"거물 악한은 풀어주고, 조무래기 악당은 가둡니다. 요컨대 세상에는, 신문에 날 만큼 눈에 띄는 살인보다 단지 약간은 유미적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관심을 돌리지 않는 범죄가 한 무더기 존재합니다. 그렇지만 그런 범죄들도 환상을 갖고 엄밀히 살펴보면 신문에 난 살인과 똑같은 범죄란 말입니다. (중략) 그런데 정작 추적해야 할 돈벌이 야수, 진짜 거물급 짐승들은 마치 동물원 안에 있는 것처럼 국가의 보호를 받는단 말입니다."p.148


"선과 악은 다시 떨어지기에는, '이것은 잘됐고 저것은 잘못되었다, 이것은 선으로 통하고 저것은 악으로 통한다'라고 말하기에는 이 인류가 낳은 지옥과 천국 간의 저주받을 결혼의 밤에 너무나 깊이 서로 엉켜버렸습니다. 너무 늦었어요! 우리는 우리가 하는 행동을 이미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복종이나 우리의 항거가 어떤 사건을 초래하는지, 우리가 먹는 과일, 우리가 자식들에게 주는 우유와 빵에 어떤 착취, 어떤 유의 범죄가 들러붙었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우리는 희생자를 보지도 않고, 그에 관해 아는 바도 없이 살인을 하지요. 그리고 살인자가 알지도 못하는 새에 살해당합니다."p.246



1950년에 발표된 <판사와 형리>는 출간 직후 밀리언셀러를 기록했으며 교과서에도 수록될 만큼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단순한 탐정소설로 치부될수 없는 철학적 사유와 힘이 담겨있는 이 글은 분명 고전의 반열에 오를 것이다.


악인은 반드시 벌을 받는다. 베르라하처럼 그 방법이 조금 다른들 어떠하랴.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대환영이다.

모두 일어나 동물원 안에 있는 야수를 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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