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하는 기획자와 보이지 않는 고릴라』는 광고 기획자가 쓴 책이다. 광고 기획자는 광고주를 설득하고 소비자를 이해시켜야 하는 자리이다. 누군가를 설득하고 헤아려 본다는 건 그만큼 생각하고 들여다봐야 가능한 일이다.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이 책은 44가지 심리학, 경제학에서 사용되는 작동 원리들을 잘 정리하여 누구나 생각의 물꼬를 잘 틀 수 있게 설명한다. 그리고 용어들을 어렵지 않게 저자의 일상과 경험을 접목시켜 읽으면서 누구나 ‘맞아 그랬던 적이 있어’라며 공감할 수 있다. 더불어 괴괴한, 풍윤한, 안온함, 요원하다 등등 다양하고 예상하지 못한 단어들이 담겨 있어서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광고 기획자가 쓴 책이라고 해서 광고나 마케팅 이야기만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를 외쳐던 것처럼 나도 유레카를 발견했다.어머니는 고된 시간을 보냈지만 자식들에게는 그늘이 지지 않도록 온몸으로 버텨오셨을 테니 사진 속의 나는 그렇게 웃을 수 있었을 것이다.어머니가 빼앗긴 결정적 한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취향’이다.‘도대체 어머니가 좋아하는 건 무엇인가?’(P.222~223)저자가 자신에게 던진 질문이 나에게도 꽂혔다. 나는 그동안 온전히 알지 못했던 엄마를 만났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처럼 나에겐 엄마가 그런 존재였다. 다른 세상을 보느라 항상 옆에 있던 엄마의 존재를 잊고 살았다.내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는 너무도 잘 알고 있지만 정작 나를 키워준 엄마의 취향은 모른다.우리 집은 이틀에 한 번 된장찌개를 먹었었다. 그래서 난 엄마가 된장찌개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며칠 전 서울에 오신 부모님과 식사하러 갔다. 고깃집에서 김치찌개를 시켰는데 식사를 끝마친 엄마가 고기도 맛있는데 김치찌개가 너무 맛있다며, 엄마는 김치찌개를 좋아한다고 말씀하셨다. 40년을 살면서 난 처음 알았다. 엄마가 김치찌개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말이다.너무 가까이 있어서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다면 시선을 잠시 옮겨보자.더 많은 사람이 아니라 당신 옆에 있는 사람에게로. 엄마나 아빠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