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마이 걸 놀 청소년문학 28
엘리스 브로치 지음, 신선해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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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상한건지 아님 약간의 오해(?)가 있었는지..
미안하게도 이 표지 속 소녀를 보는 순간, 정말이지 순간! 소녀가 아닌 아줌마가 보였다. 그리하여 제목과 매치해서 생각해보길 뒤듲게 청춘기(?)를 맞이하신 아주머니께서 누구보다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보내시는, 신나는 일상이 담겨 있지 않을까 했다. 그런데 것도 잠시, 다시 보니 표지 속 여자는 아주머니라기보단 조금 새침함을 자랑할 법한 소녀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마이걸의 '걸'은 역시 아주머니가 아니라 소녀구나 싶었다. 뭐..그렇게 여기고 보니 영락없는 소녀의 모습이 아닌가. 

 주인공 소녀는 셰익스피어를 연구하며 그의 열렬한 팬이기도 한 아버지 덕에 "헤로"라는 조금 독특한 이름을 가진(언니 역시 셰익스피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중'베아트리스'라는 인물의 이름을 지녔다.)  사춘기 소녀이다. 조금은 소심한 성격덕에, 조금은 부끄럽게 여기는 이름 덕분에 그녀는 새로 전학 간 학교의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그러던 중 엄마의 심부름으로 옆집에 갔다가 그곳에 사는  다정한 로스 부인을 만나게 된다. 학교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해 조금 우울해하던 헤로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준 로스 부인. 그녀는 헤로에게 상상하지도 못한 비밀을 털어놓는다. 그것은 헤로가 살고 있는 집에 커다란 다이아몬드가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헤로는 로스 부인 덕분에 학교 최고 킹카인 대니와 친분을 쌓게 되고 함께 다이아몬드를 찾기 시작한다.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일이 점점 헤로의 삶에 활력을 주고, 대니에게 호감을 느끼기까지 한다. 게다가 다이아몬드를 찾기 위해 노력할 수록 점점 예상하지 못했던 엄청난 비밀이 드러난다. 

 
 지금까지 성장 소설을 많이 봐왔지만 정말 독특한 내용의 성장 소설이었다. 성장 소설에 추리적 요소라니.  게다가 역사적인 사실까지 어느 정도 곁들인 내용이라 읽는 즐거움을 더했다.어쩜 이렇게 독특한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싶었는데 작가분의 조금은 특이한  이력 덕분이었다. 특이하게도 역사학을 전공하신 작가분이시기에 이런 재미난  성장 소설이 나온 것이다. 

 추리적 요소는 단지 다이아몬드를 찾는 것이 다가 아니었다. 찾는 과정에서 밝혀지는 셰익스피어에 대한  이야기 또한 이 책을 이끌어 가는 주요 내용 중에 하나이다. 솔직히 다이아몬드를 찾는 이야기보다는 그동안 몰랐던 셰익스피어에 대한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다. 작가분이 역사학을 공부하시면서 알게 된 이야기인지라 왠지 모르게 이야기가 더 진실되게 느껴졌던 것이다. 

 하지만  재미가 있었던만큼 약간의 아쉬움도 남았다. 중반까지는 정말 재미있었는데 마무리가 조금 억지감이 있었다. 특히 셰익스피어의  후손(?)과 관련된 부분은 너무 이어붙이려고 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 부분을 조금만 더 자연스럽게 이어갔다면 책이 좀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싶다. 

 약간의 억지성이 있긴 했지만 그 보단 신선했던 성장 소설이었던 덕에 읽는 즐거움이 더 컸었다. 이 작가분이 다음번에 쓰는 책은 어떠할지 정말 기대가 된다. 또 한 편의 멋진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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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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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셀러 순위에서 당당하게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책. 
소설과 같이 일반 사람들이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책이 아님에도 당당하게 1위를 오랜기간 차지하고 있는 책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표지에 당당하게 '자본주의'라는 익숙하면서도 쉽사리 정의할 수 없는 용어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음에도 어쩜 이렇게 많이 읽혀지고 있는 것일까 궁금했다. 

 책을 받아보고는 생각보다 작고, 페이지마다 글도 많지 않아서 큰 부담이 가는 책은 아니구나 싶었다. 그래서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역시..경제가 쉽지는 않구나 싶은 생각이 곧이어 들었다. 책의 내용이 어려운 것은 아닌데, 일단 "경제"라고 머리에 딱 박히고 나니 아무래도 약간의 벽이 쌓이는 듯 싶었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경제라는 것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는 곳, 내가 하는 거의 모든 행동들과 관련되어 있는 것인데도 이상하게 그 이론들과 관련 학자들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 

 다행히도 작가분은 이런 경제에 대한 고통(?)을 잘 알고 계신듯 했다. 머리아픈 경제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서도 어렵지 않게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었다. 

 책은 그들이 우리에게 말해주어 알고 있는 23가지와 그들이 우리에게 말해주지 않는 23가지를 말한다. 그 이야기의 핵심은 자유 시장주의.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해진 단어이지만 이 자유 시장주의가 실제 시장에서 힘을 발휘하고, 효과를 내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은 우리에게 말한다. 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유 시장주의를 택해야 한다고. 그러나 그들은 우리에게 말하지 않는다. 자유 시장주의로 인해 발전은 커녕 후퇴의 길을 걷고 있는 나라들이 있다고. 지금 세계 최고의 부유국이 되어있는 미국 또한  초반엔 강력한 보호 무역을 했었던 나라라고. 그 강력했던 보호 무역이 발전의 기반이 되어서 지금의 미국이 있노라고. 미국의 이야기는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의 1/10도 되지 않는다.  책 속에선 이해가 보다 빠르고 쉽도록 그때 그때 적절한 예를 들어 설명을 하는데 그 점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재미를 더하기도 했고. 

 저자가 한국 사람이다 보니 한국 이야기들 또한 쉬엄쉬엄 등장하곤 한다. 가장 인상깊었던 이야기는 '포스코'와 관련된 것이었다. 지금은 어엿한(?) 대기업의 지위에 오른 포스코. 그런데 이런 포스코가 설립 시기에는 투자조차 제대로 받을 수 없었던, 빵점 짜리 답안이었다니. 정말 놀라웠다. 그럼에도 일을 추진했던 당시의 정부와 그럼에도 이렇게 큰 회사로 키운 포스코의 사람들이. 왠지 모르게 뿌듯하기도 했고. 저자가 한국인이어서 신기했던 점은 이 책에 옮긴이가 있다는 것이다. 처음엔 내가 저자를 잘못 봤나 했는데 아님을 알고 왠지 조금은 신기하게 느껴졌다. 

 여러 경제관련 이야기 중에 가장 열심히 읽고, 오래 기억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아프리카에 관련된 이야기였다. 아프리카가 왜 지금처럼 가난한지를. 그들은 아프리카의 토양 기질, 아프리카 사람들의 선천적인 게으름등으로 인해 아프리카가 가난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은 아프리카 또한 한 때나마 성장을 했었으며 미국이나 일본, 한국등과 같은 나라들도 아프리카 못지 않은 약점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발전을 했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즉 그들이 말하는 아프리카가 가난한 이유는 절대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이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하고 있는 그들. 그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는 우리들. 정말이지 씁쓸했다. 

 초반에 살짝 느꼈던 부담감이 마무리를 하면서는 흐뭇함으로 변해가는 책이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어렵다고, 나와는 상관없다고 고개 돌려버리는 행동을 좀 신중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경제라는 것이 곧 나의 생활과 무관하지 않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고, 외면한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책의 소개글을 보니 이 책의 저자분이 이 책 전에도 좋은 책을 내셨던데 그 책 또한 조만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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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무정 2
김탁환 지음 / 다산책방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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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눈빛의 남자, 역시 만만치 않은 눈빛을 지닌 백호랑이. 
이 둘의 모습이 담긴 표지를 보고 책에 대한 호감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작가 김탁환. 
책을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다. 그간 여러 편의 역사소설을 통해서 믿음이 쌓인 작가분이셨기에 이번 엔 또 얼마나 대단한 글을 쓰셨을까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참 놀라운 소설이었다. 
글을 읽으면서 광활한 백두산과 개마고원의 눈 밭이 바로 눈 앞에 펼쳐진 것만 같은 느낌을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어쩜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이 글을 쓰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셨을까 싶어서 마음이 찡했고, 우리의 신물 호랑이를 가지고 이런 글을 써주셔서 정말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멸종되어서 그 존재조차 동물원에 갇힌 호랑이마냥 힘을 잃어가는 우리의 백두산 호랑이가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태어난 것 같았다. 

 밀림 무정은 백두산의 신물로서 백두산 호랑이들의 우두머리로 알려진 백호랑이 "흰머리"와 개마고원에서 나고 자란 포수 "산"이의 쫒고 쫒기는 싸움을 다룬 책이다.

 산이는 호랑이의 혼을 지녔다고  여겨질 만큼 강인한 혼을 지는 인물이다. 개마고원에서 나고 자란 덕에 사냥이 손에 익어있고, 개마고원은 물론 백두산의 환경까지 빠삭한 만능 사냥꾼. 그는 7년전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하나 뿐인 동생 "수"의 한 팔을 물어간  흰머리를 잡기 위해 자신을 모든 걸 내건다. 한 편 때는 1940년대 초, 일본군의 행진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일본군들 또한  "해수격멸대"를 조직해 호랑이 사냥에 나선다. 산의 동생 수는 일본군의 앞잡이가 되어 호랑이 사냥을 돕고, 그 와중에 산과 만난다. 수의 제안아닌 제안으로 일본군 대장 히데오의 명령 아닌 명령으로 애매한 위치에서 산은 해수격멸대와 함께 호랑이들을 쫒게 된다. 추적  도중 만나게 된 흰머리는  해수격멸대를 마치 입안의 사탕을 굴리듯이 쉽사리 처리해 버린다. 그가 지닌 능력은 뛰어난 두뇌 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그를 보게 되면 두려움에 기가 눌려버린다는 것이다. 그 두려움이 해수격멸대의 대원들을 죽음으로 이끈다. 
대원들을 모두 잃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추적한 끝에, 산과 흰머리의 대결 끝에 흰머리는 산의 일행에게 잡히게 된다. 경성으로  옮겨져 사람들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된 흰머리. 호기심으로 그를 찾았던 사람들은 그의 모습에 넋을 잃게 되고, 우리 안에 갇혀 있는 그를 보고 통곡하게 된다. 산은 그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그간 목숨을 걸고 하려던 "복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된다. 과연 산과 흰머리의 대결은 어떤 끝을 맺게 될 것인가. 

 이야기에서는 정말 짙은 사람 냄새, 남자 냄새에 가까운 느낌이 났다. 자신의 모든걸 내걸고 상대방과 당당하게 맞서려는 산. 그런 산을 마찬가지로 당당하게 맞이하는 흰머리. 둘의 대결은 그어떤 라이벌간의 경쟁보다 멋졌고, 아름다웠다. 어르신이 흰머리 앞에서 통곡할 때는  마음이 정말 뭉클해졌다. 우리 안에 산 채로 갇혀버려 전시물이 되어버린 흰머리의 모습에서 흰머리가 아닌 다른 걸 본 듯 해서. 

 추격전을 다룬 1,2권에서 남자의 냄새 만이 풍겼던 것은 아니다. 해수격멸대의 일원으로서 산과 만나게 된 주홍. 호랑이 전문가인 그녀는 야생의 호랑이를 좋아했고, 호랑이의 혼을 가진 산을 사랑했다. 산 또한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주홍이 좋았고, 결국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매 순간 상대방을 위해서 혹은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목숨을 걸어야하는 상황임에도 서로를 향한 진실함을 잃지 않는 두 사람의 모습 또한 이 책의 재미를 더했다. 

 앞서 글을 읽으면서 눈 앞에 펼쳐진 흰 눈 밭을 보았다는 얘기를 했었다. 뿐만 아니라 책을 읽는 내내 산이의 모습이 눈 앞에 아른거렸다. 왠지 모르게 이 책이 영화로 제작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당당하고 멋진 그야말로 백두산 호랑이의 위엄을 갖추고 있는 흰머리의 모습을 영상으로 만나보고 싶고, 그를 쫒는 산이의 모습 또한 영상으로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반도의 지붕이라 불리는 개마고원과 백두산의 그 아름다운 모습을 영상으로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사람과 동물이라는 존재를 넘어선 산과 흰머리의 멋진 대결을 그린, 가슴 찡하게 멋진 소설 밀림무정.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대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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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길고양이 행복한 길고양이 1
종이우산 글.사진 / 북폴리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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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게는 참 미안한 얘기지만 사실 얼마전까지만해도 나는 고양이가 무서웠다. 어릴적 봤던 전설의 고향 속 이미지가 흐릿하게나마 남아 있기 때문일까? 왠지 꼭 나에게 무섭게 굴거 같기 때문에, 특히나 검은 고양이의 경우엔 더더욱. 길위에 검은 고양이가 있다면 그쪽은 일부러라도 외면하고 걸어갈 정도였다. 그랬던 것이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고, 애견 샵을 자주 방문하게 되면서 그곳의 고양이들이 예뻐보였다. 한 번 예뻐보이기 시작하자 애견 샵의 고양이들뿐만 아니라 길 위의 고양이들이 점차 무섭다라기보다 귀엽다 혹은 예쁘다하는 느낌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물론 검은 고양이의 경우엔 아직까지도 살짝 무서움이 남아있긴 하지만..

 

 

이 책 행복한 길고양이는 책 소개글에 올라와 있는 위와 같은 사진 때문에 보게 된 책이다. 
정말 엄마 미소 절로 짓게 하는 예쁜 고양이들의 모습. 책 소개글에서 보았던 사진들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작가분은 고양이가 좋아서 길 위의 고양이들을 찍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랬던 사진이 모이고 모여서 이렇게 책으로 나온 것이다. 사진과 더해 사진 속 고양이들의 이야기가 더해진다. 그 이야기들이 때로는 한번 쯤 고양이들을 안아주고 싶을 만큼 감성적이다. 

 어미 잃은 가여운 아기 고양이를 돌봐주는 수고양이, 새끼들을 입양 보낼거란 스님의 말을 듣고 말 없이 아이들과 함께 모습을 감춘 어미 고양이, 여자친구가 죽은 장소에서 떠나지 못하고 머물던 고양이..

 어쩜 이렇게 인간 다울까 싶었다. 인간 답다는게 정확한 표현은 아닌것 같지만..우리들이 느끼는, 우리들만 느끼는 줄 알는 기쁨, 슬픔, 모정 등을 고양이들도 똑같이 느낀다고 하니 기쁘고 대견하기 보다는 마음이 아팠다. 그런 고양이들에게 특히 길 고양이의 경우에  사람들에게 환대를 받기는 어려우니까. 그들에게 밥을 주는 사람들까지 미워하곤 하니 말이다. 

 작가는 우리가 길이라 말하는 곳이 고양이들에겐 곧 집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생각을 조금만 달리하면 되는 일이었다. 나만이 아니라 상대방을 조그만 생각했다면, 길 고양이들이 왜 길 위에서 살게 되었는지 한 번 만 더 생각했다면 지금처럼 길 고양이들이 사람들에게 냉대를 받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책을 보면서 가장 놀랬던 건 길 고양이가 이렇게 예뻤었나? 하는 거였다. 책 속의 고양이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예쁘다. 아기는 아기라서 예쁘고, 엄마는 엄마라서 예쁘고..어쩜 이리들 예쁜지. 이 책 이후에 길 위의 고양이들이 다르게 보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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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보이 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소설 2
사소 요코 지음, 이경옥 옮김 / 생각과느낌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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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큰 어른도 그렇겠지만 때론 가족들보다 친구들이 더욱 소중한 청소년기의 아이들에겐 "이사"라는 단어가 늘 설레이는 단어는 아니다. 단지 집을 옮기는 것이 다가 아니라 다니는 학교까지 옮겨야하는 이사가 어쩌면 청소년기의 아이들에겐 황량한 사막에 홀로 버려지는 듯한 무서움을 안겨주지 않을까? 딱 어렸을 적의 내가 그랬다. 갑작스럽게 이사를 가야한다는 말을 듣고, 가지 않겠다고 울며불며  고집을 부렸다. 이사를 가는 날까지 고집을 부리고, 살던 집을 떠날 때도 표정은 그야말로 불만 투성이었다.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간다는게 곧 지금의 친구들과 완전히 멀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주인공 호시노 또한 생각지 못한 이사를 하게 된다. 
이사를 가게 된 곳은 아버지의 고향으로 지금 사는 곳과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시골인 곳이었다. 도시에 살면서 좋은 교육을 받고, 열심히 공부해서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꿈이었던 호시노에게 시골로의 이사는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다. 해외 출장중인 아버지에게 자신의 의견을 전했지만 아버지는 공감과 함께 이해를 부탁하셨다. 결국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의 고향으로 내려간 호시노. 그곳은 버스도 해가 지기전에 끊기고, 멧돼지 경고문이 거리에 흔하게 걸려있는 그야말로 시골이었다. 가장 충격을 준 곳은 학교. 호시노가 다니게 될 학교는 그를 포함해서 반친구과 겨우 4명인 곳이었고, 반 친구란 아이들이 한 명은 말을 하지 않는 아이, 한 명은 조금 모자라 보이는 아이, 그나마 호감은 가졌던 나머지 한 명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거부하는 아이였다. 고민의 늪에 빠진 호시노. 과연 호시노는 새로운 곳에서의 적응을 잘 할 수 있을까?

 전학의 경험이 있었던 만큼 호시노의 심정이 어느 부분에선 정말 공감이 갔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성공에 대해 목말하는 호시노의 모습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입을 앞둔 고3 수험생도 아니고, 이제 경우 중학생인 호시노가 왜그렇게 성적이 떨어짐에 두려워하고,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을 꿈꾸는지...그리고 자기보다 조금 못하다고 생각되는 친구들을 낮게 여기곤 하는 마음씨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집에서 치매의 우려가 있는 할아버지를 대하는 모습이나 어머니에게 하는 모습을 보면 못된 아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가끔씩 남을 무시하려는 못된 경향이 툭툭 튀어나오는 것이다. 

 그럼에도 반 친구들은 호시노를 무시하지 않는다. 되도록 그가 시골 생활에 적응하려고 돕지만 그가 반 아이들에게 못되게 굴자 결국은 갈등이 폭발하고 만다. 그 한 번의 싸움으로 호시노는 반 아이들에게 자신이 그간 숨겨왔던 비밀을 인정하게 되고, 그간 자신이 아이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왔는지를 깨닫게 된다. 

 학교를 다니던 시절은 10년도 훨씬 전이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자꾸만 그때 생각이 나서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되었다. 어느 학교에나 있을 법한 그런 아이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이 겪게 되는 갈등들. 조금은 식상할 법도 한 소재를 가지고는 있지만 책을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다. 또한 초반에 가졌던 약간의 의문점들을 한 방에 해결해주는, 그러면서도 무릎을 치게 되는 반전을 책 중반에 드러냄으로써 책을 읽는 재미를 더했다. 

 법적으로 정해진 나이가 되면 학교에 다니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그리고 그곳에서 매일 매일을 12년이란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그 곳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인생에서 가장 많은 꿈을 꾸고, 가장 많은 경험을 하게 될 아이들이 학교라는 곳을 통해서 조금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이 책을 통해서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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