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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표범 - 야생에서 끌려온 어느 표범 이야기
강무홍 지음, 오승민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7년 7월
평점 :
오늘 함께 볼 그림책은 아픈 우리 역사와
인간과 자연, 동물과의 관계를 볼 수 있는 그림책
새끼 표범입니다.
강무홍 씨가 글을 쓰고 오승민 씨가 그림을 그린 이 그림책은
일제 시대 창경궁을 동물원으로 썼던 당시를 배경으로 하고
당시 동물원에 있던 한국 표범 한 마리 이야기를 가지고 상상을 보태어 만든 그림책입니다.
면지에요.
사진이라 질감이 잘 표현되지 않지만
하늘에 구름이 거칠게 표현되어 있어요.
저 멀리 있는 남쪽 산부터 봄이 오는 느낌이지요.
그런데 가장 앞에 있는 산은 아직 어두운 겨울이네요.
그 산에서 새끼 표범은 어미와 함께 지내고 있었어요.
자유롭게 산을 누비면서 말이죠.
그러던 어느 날 사냥꾼들이 파 둔 구덩이에 빠지고
새끼 표범은 동물원에 갇히게 됩니다.
달아나려는 몸부림으로 온 몸이 상처 투성이가 된 새끼 표범.
새끼 표범의 상처가 온통 붉은 빛으로 표현되고
두려운 눈동자와 앞발을 힘있게 내 딛은 동작으로 표현되어 있어요.
그림 만으로도 새끼 표범의 마음을 잘 느낄 수 있어요.
사흘 동안 사육사가 주는 먹이를 먹지 않던 새끼 표범이
어느 날 자기를 보며 엄마를 만날 수 없는 표범이란 걸 알고
슬피 우는 아이에게 마음이 열립니다.
엄마를 그리워하는 가냘픈 눈빛과
벚꽃이 흩날리는 바깥과 새끼 표범이 있는 곳의 경계
이후 새끼 표범은 살기 위해 먹습니다.
동물원에 온지 5일 만입니다.
그러나 이 척박한 곳에도 친구는 있네요.
사육사는 새끼 표범을 최대한 배려해 줍니다.
그래서 새끼 표범은 마음을 붙입니다.
사육사 얼굴은 안 나오고
배경이 노랗게 되어 있어요.
실제 그림책은 더 많이 노란게 희망을 나타낸 느낌이에요.
그러던 어느 날 군인들이 다니기 시작하고
새들이 날아가거나 죽임 당하고
다른 우리 동물들도 죽이는 걸 보게 됩니다.
약하고 값싼 동물들부터 죽이거나 다른 동물의 먹이로 쓰였다고 해요.
그리고 크거나 맹수들은 총살 혹은 독살 했다고 합니다.
어느 날 사육사가 슬픈 표정으로 새끼 표범에게 다가옵니다.
여기저기 사자와 다른 동물들의 울음 소리가 들리던 날이었죠.
독한 냄새가 나는 사육사가 주는 먹이를 표범은 배가 고파 먹습니다.
그리고 사육사가 문을 열어 줘서
어미가 있는 숲으로 가려고 일어섰지만
먼지처럼 다시 쓰러집니다.
마지막 장면은 새끼 표범이 죽어가면서 그림 자신의 모습인 것 같아요.
그리고 면지에는 해질녘에 어미를 만나는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요.
해질녘으로도 보이고
피로 물들어야 죽어서야지만 어미를 만날 수 있는
새끼 표범을 그린 것 같기도 합니다.
이 그림책은 그림이 무척 좋습니다.
유화로 그린 거친 느낌과 진한 색기 글 없이도 새끼 표범의 심리를 나타내요.
아이가 태어나고 동물을 보여주고 싶단 단순한 생각으로
동물원을 찾았었습니다.
아주 오랜만이었죠.
그런데 동물원에 갔더니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저렇게 창살에 갇혀 있는 동물들은 진짜 동물의 모습이 아닌데
이걸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고.
하나같이 지치고 힘없는 눈동자를 한 동물들
마음이 너무 짠해서 동물원에 가지 않게 되더라고요.
인간의 입장에서 동물을 잡아다 울을 치고 가두고 바라보는 것
나와 타인을 나누고 지배하는 가장 무섭고 경계해야 할 생각인 것 같습니다.
새끼 표범 그림책에는 일본이라는 말도 창경궁이라는 말도 나오지 않아요.
이 책이 단순히 역사를 이야기하기 위한 게 아니고
더 넓은 시각에서 인간과 동물, 인간과 자연을 이야기하려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묵직한 울림을 주는 새끼 표범...
올 해 베스트 그림책 후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