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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일기
권남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1월
평점 :
일본 소설을 읽다 나랑 맞네 하고 역자를 살펴본다.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겠다. 역자를 주의 깊게 보는 편인지 아니면 별 관심이 없는지. 나는 주의 깊게 보는 편이다. 요즘 소설류에서는 거의 영미 소설을 읽지 않기에 주로 소설은 주로 일본책이다. 지금 나오는 책들 중 영미 소설은 나랑 감성이 나랑 맞지 않는다고 할까? 살면서 느끼지만 요 부분은 나랑 맞고 요 부분은 나랑 맞고 하는 나라들이 있다. 요즘 소설류는 일본소설이 맞았다. 아기자기한 맛이 나랑 맞나 보다.
일본 소설을 읽다 재미있네 하고 역자를 보면 많이 보이는 이름이 권남희 작가다. 한동안 일본 소설 역자는 이 분밖에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했었다. 물론 당연하게 아니라는 것도 알지만 말이다. 역자에 따라 소설의 재미도 왔다 갔다 하는데 역자들도 본인의 취향에 따라 책을 고를 것이니 영 읽을 책이 없을 땐 역자를 보고 따라갈 때도 있다. 권남희 작가의 쓴 책이라 하면 믿고 보는 셈이기도 하다.
이 분은 번역만 하시나 하고 찾다가 에세이 쓴 것을 보았다. 그렇게 작가의 에세이 책 두 권을 읽고 나랑 감성이 맞는 사람이네 하고 웃었다. 그런 작가가 최근에 또 에세이를 출간한 것을 보고 냉큼 찾아 읽었다. 역시나 재미있었다. 스타벅스하면 오늘의 커피 말고는 잘 먹지 않던 내가 스벅이나 갈까 하고 살짝 마음이 동했을 정도이니 참 맛깔나게 글을 쓰지 않았을까?
스타벅스에 대한 책은 참 많다. 대부분 어떻게 성공했느냐에 대한 책이 주를 이룬다. 이렇게 스타벅스 일기를 작성한 사람은 드물지 않을까? 꼬박꼬박 본인이 시킨 음료 이름도 기록하고 말이다. 이 정도면 병이다 병. 스타벅스가 추구해 온 문화를 잘 사용하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와서 마시고 적당하게 문화도 만들어주는 그런 모습 말이다. 한두 시간 가볍게 일하고 거점을 중심으로 성장 방정식을 만들어 놓은 스타벅스의 전략대로 충실하게 사용하고 있는 멋진 소비자. 스타벅스 전략팀에서 보면 뿌듯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느꼈지만 역시 작가의 스타일은 나랑 맞는 것 같았다.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이 들 때 번역가에서 권남희를 치고 읽지 않은 책을 골라 읽어도 언제나 성공적인 독서가 되지 않을까 다시금 생각해 본다.
결국 스타벅스에서 나와서 다음 코스인 도서관에갔다. 자료도서를 빌리러 간 길에 에세이 코너를 둘러보았다. 제목들이 대동소이하다. ‘너는 괜찮아‘ ‘너는훌륭해‘ ‘하기 싫으면 하지마‘ ‘네가 제일 소중해’ 위로하고 또 위로하여 위로받다가 멀미 날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위로가 많이 필요한 세상이어서겠지. 위로에는 책보다 고기와 돈이 직방이라던데. -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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