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팬 펭귄클래식 45
제임스 매튜 배리 지음, 이은경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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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럿 이유로 수십 년 전에 읽었던 책들을 보고 있다. 그 책들을 보면서 가장 놀라고 있는 건 마냥 행복하고 순수해 보였던 그 책들이 사실은 굉장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전에 봤던 걸리버 여행기가 그랬고, 이번엔 이 책이 이랬다. 여러모로 놀라웠다. 대표적으로 놀라웠던 건 살인에 대한 표현이 굉장히 자주 나온다는 점이다.

어린이들이 보는 책으로 생각했는데 사람을 죽이고 물에 빠뜨리는 게 일상이다. 과연 애들이 읽어도 될까 놀랐다. 걸리버 여행기처럼 이 책도 사실은 타깃이 어른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작가의 생각이 어찌 되었든 사람들은 이 책을 아동용 도서로 생각하고 읽힌다. 그리고 아동용으로 나온 도서에는 이런 내용이 들어가도 될까 하는 내용들은 삭제가 되어 있다.

거기다 평생의 맞수로 생각했던 피터팬과 후크 선장과의 관계는 피터팬에게는 하루만 지나도 기억이 안나는 하찮은 일이라는 설정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피터팬은 언제나 모험을 하고 후크 선장은 그 모험의 작은 일화 중 하나다. 그리고 언제나 피터팬은 모험을 한다는 설정은 어린애들에게 충격을 안겨 줄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실을 안다는 것은 잔인한 일이 될 수 있다. 모험과 꿈의 피터팬이 알고 보니 어른이 되기 싫은 떼쟁이에 단기 기억 상실증 환자라니. 모르는 것을 알게 되어 느끼는 쾌감 뒤에 뭔지 모를 아릿한 마음이 생긴다. 더 이상 순수하게만 피터팬을 바라보지 못할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이유로 과거 책들을 뒤져보고 있고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런데 딱히 말로 적기는 참 모호한 감정이다.

우리들 대부분에게 두 번째 기회란 없다. 창문으로 다가가면 문은 이미 닫혀 있는 것이다. 쇠창살은 그렇게 평생 창문을 가로막고 있다. - P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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