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과 꾸중을 통해 아이들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들이 겪은 고통과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스스로 배우고 자란다.”

그 유명한 동화작가 뇌스틀링거의 일침을 떠올리게 한 동화다.

어른들은 때로 아이들을 삶의 주체로 인식하지 않는 오류를 범한다.

아이 의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각자의 삶을 살기로 결정한 부모가 아이를 떠맡고 싶지 않은 자신들의 속내를 들키지 않기 위해 누구와 살지 결정하라고 하지만 아이는 정작 그것이 잔인한 통보에 불과하다는 것을 꿰뚫는다.

어찌 보면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그런 존재가 아닐까?

‘너를 위해서’ 라는 명분아래 교묘하게 자신들의 속내를 숨기고 존중하는 척, 위하는 척하지만 실은 자신들의 욕망을 투영시키는 강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제후의 선택은 여과 없이 보여준다. 제후 그 아이는 그러한 부모에게 자신의 빈껍데기를

던져주고 홀연히 떠난다.

‘~해서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끝나던 동화는 현실세계에선 이미 잔혹동화로

바뀐 지 오래인데 우리는 애써 외면해 왔는지 모른다.

이 책에 실린 여러 단편들은 동화의 대한 편견을 깨면서 동시에 우리가 아이들한테 좀 더 솔직해져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회적 약자를 향한 우리의 편협 된 시각과 만행을 비유와 상징으로 여과 없이 보여줌으로서

어른, 아이, 그 외에 또다른 존재에 이르기까지 그들 각자가 동등한 삶의 주체임을 담고 있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고 공감하는 가운데깊은 성찰에 이르게 되는 작품이다.

 

우리랑 함께 살면서 계속 간을 맞춰 주면, 여기에 집도 주고, 엄청남 재물도 주겠네."
담은 바닥에서 장바구니를 주워들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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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할아버지 오신 날 느림보 그림책 54
이영미 글, 오승민 그림 / 느림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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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를 소재로 한 삶에 관한 이야기.

돌아가신 조상이 후손이 차려준  밥을 먹으러 온다는 발상 자체가 어찌보면 동화같은 판타지다.

그런면에서 이 이야기는 다양한 결로 다가온다.

아이의 관점에서 보면 뜻하지 않게 만난 친구와 즐겁게 하루를 보낸 이야기이고,

어른의 관점에서 보면 현재와 과거의 시간이 교차된 지점에서 같은 또래의 왕할아버지와 증손자가 만난 이야기다.

좀 더 깊이 들어가보면 과거와 현재, 저승과 이승,그리고 세대간의 경계를 허물고 삶의 본질에 다가서게 된다.

배경이 되는 시골집과 마을은 개인, 더 나아가 한 집안 그리고 마을 구성원들의 반복된 삶과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며 그들을 품어준 자연은 삶의 연속성과 반복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예상과 달리 천진한 아이 모습으로 와 자신이 나고 자란 곳을 누비며 뛰어노는 왕할아버지를 통해 살아가면서 스치게 되는 행복한 순간을 떠올려 보게 된다.

엄청난 성취나 성공이 아니더라도 평범한 일상 속에 숨어 있는 아주 사소한 순간이 얼마나 눈부시고 아름다운가를…….

 

처음 낯선 아이를 만나는 장면

나무는 이승과 저승, 과거와 현재, 세대간의 경계를 허무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낯선 아이를 쫓아가는 장면...

집 밖으로 나간 낯선 아이는 자신이 나고 자란 자연속으로 민호를 이끈다.

 

이 책의 베스트 명장면!!!

그림작가는 두 아이가 헤엄치는 장면을 물속에서 올려다 보는 구도로 설정했다.

투닥투닥하던 두 아이가 의기투합해 벌거벗고 물장구치는 장면인데 물속을 헤엄치는 듯 하면서 물 위로 투과된 하늘 풍경으로 인해 마치 하늘을 나는 듯한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허물고 두 아이가 합일을 이룬 상징적인 장면이다.

 

달빛을 배경으로 왕할아버지의 존재감을 신비하고 아련하게 드러낸 장면....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그림책, '왕할아버지 오신 날'로  어른과 아이가 함께 힐링하기를....

아이 뿐 아니라 어린시절의 향수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한 어르신들께는 아련한 추억과도 같은 책.

"왕할아버지 오시는 날이라 맛있는 거 많아."
민호가 식혜를 마시다 말고 웃음을 터트려요.
"너도 나처럼 단물만 마시는 구나. 우리 왕할아버지도 그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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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2021-02-08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펼쳐 읽을 때마다 묘한 감정이 일어요. 내 아이가 어릴 적 왕할아버지를 만나 함께 어울려 노는 공간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글과 그림이 참 잘 어울려요. 가끔 펼쳐보게 되는 책이에요. ^^
 
왕할아버지 오신 날 느림보 그림책 54
이영미 글, 오승민 그림 / 느림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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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하루. 우연히 낯선 아이를 본 민호가 특별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이 둘이 만나는 공간이 세월의 순환을 함께한 곳이기 때문이다. 시공을 초월한 접점에 이를 수 있는 공감의 영역. 오랜 삶의 터전인 시골집과 자연이 있었기에 일상속의 기적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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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무엇으로 싸우는가
신기주 지음, 최신엽 그림 / 한빛비즈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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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과자 할아버지 그저 삶에 지쳐있었던 건 아닐까? 물론 모처럼 베푼 동정심을 따뜻한 호두과자로 보답받았다면 더 할 나위없이 좋았겠지만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자책하고 확대해석 할 것 까지야....차가운 호두과자가 슬프게 느껴졌던 건 무성의한 할아버지 때문이 아니라 당신의 후회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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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 룰라 감동이 있는 그림책 7
신원미 글, 이선주 그림 / 걸음동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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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자기 관점으로 악어 룰라를 오해하는 어뚱발랄한 이야기. 유머러스하고 위트 있으면서도 어찌보면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에 대한 깊은 성찰마저 담고 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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