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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은빛 거인 ㅣ 솜사탕 문고
신원미 지음, 강창권 그림 / 머스트비 / 2017년 2월
평점 :

힐링과 치유의 노래
다들 요즘처럼 힘든 때가 없다고 한다.
세상 돌아가는 것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도 뜻대로 되는 일 없이 자꾸 꼬이기만 하는 것 같은 현실에서
이 책으로 작은 위안을 얻었다.
흔히 동화는 아이들 정서를 담은 책으로 여기게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담백하고 단순한 문장의 동화를 읽을 때 마음이 정화되는 걸 여러 번 겪었다.
정서적 여운을 길게 남기며 울림을 주는 것은 결코 화려한 미사어구가 아니다.
적어도 내 경험엔 그랬다.
오늘 이 책을 통해 만난 말이 어눌한 진이라는 아이와 기계장치고장으로 어눌한 노래를 부르는 공원 조형물인 거인.
거인과 아이는 자신의 잘못 때문이 아닌데도 사람들로부터 놀림 받고 정서적으로 소외된다. 이 둘은 서로의 아픔을 알아보자 위로하고 격려하는 사이가 된다.
그러나 이야기는 둘의 우정으로만 끝나지 않기에 더 빛을 발한다.
소외된 둘을 보듬으며 도와주려는 존재, 진이를 보살펴준 선생님과 양부모 그리고 거인을 생명체처럼 여기고 입속에 열매를 넣어주는 꾀꼬리. 이들에겐 아팠던 자신들이 치유 받은 것처럼 진이와 거인이 치유받길 바라는 마음과 배려가 있었다.
아파하는 누군가를 위해 아팠던 나를 떠올려보는 바로 그 마음이야말로 치유의 첫 걸음이 아닐까?
우리는 누구나 한때 아프거나 아팠던 사람이다.
바로 그 마음으로 세상을 본다면 좀 더 너그러워지고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손 내밀 수 있게 되는 것 아닐까 생각해 본다.
생명체가 아닌 거인에겐 결코 통할 리 없다고 여겨졌던 꾀꼬리의 씨앗처방이 거인의 노래를 정상으로 돌려놓은 것은 아팠던 나처럼 치유되길 바랐던 꾀꼬리의 간절한 마음이 이루어낸 기적이라고 본다.
그런데 그 기적을 이루는데는 꾀고리의 마음만 있었던 게 아니다.
미안해 하는 꾀꼬리를 보며 자신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하는 거인.
자신을 돌아보는 그 마음이야말로 치유를 향한 첫 걸음이었던 거다.
기적과 치유는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아팠던 나를 떠올려 보고 자신을 돌아보는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준 이야기였다.
흰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풍경으로 끝맺음한 듯한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진이와 거인이 마주보는 봄 동산을 떠올리며 따뜻함을 품게 된다.
우리가 말하는 희망이라는 바로 그것 말이다.
꾀꼬리는 거인에게 거짓말을 한 것 같아 미안했어. 그러나 거인 생각은 달랐어. 노래 연습이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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