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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불러온 타자기 ㅣ 별숲 가족 동화 3
윤혜숙 지음, 장경혜 그림 / 별숲 / 2017년 4월
평점 :
어르신들과 이야기 하다보면
“내가 왕년에 말이야…….”하며 다소 과장되고
특별한 이야기를 꺼내놓게 마련이다.
그런데 복자씨 이야기는 그것과는 정반대로
별로 특별할 것 없는 아주 평범한 이야기를
조근 조근 풀어 놓는데 읽는 내내 눈시울이 붉어지며 가슴이 먹먹하다가
끝내는 뿌듯함마저 안겨 준다.
가족을 위해 실질적 가장 노릇을 해야 했던 복자씨.
이 이야기가 동생들 뒷바라지와 팍팍한 삶에 쫓겨야 했던
그 시절 맏언니이자 누나들의 삶을 대변하면서도
흔히 신파로 흐르게 마련인 희생이 아닌
꿋꿋이 삶을 일구어낸 성공담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복자씨 특유의 긍정적 삶의 자세와 세상을 대하는 따뜻한 마음 덕분이다.
원하던 방향과는 다르게 사회에 첫 발을 내딛어야 했던 복자씨가
자신도 미처 몰랐던 잠재력을 발현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우연 같은 필연으로 한걸음씩 전진하는 그녀의 내면과 직면하게 된다.
그녀가 단지 가족을 위해, 시각 장애인을 위해 희생하는 삶을 선택한 거라면
누군가의 논문을 쓰기위한 딱딱하고 재미없는 글을 타이핑하는데 그쳤을 거다.
왕년에로 시작하는 무용담은 대게 씁쓸한 희생 담으로 끝나게 마련이고
당사자에겐 뿌듯함보다 짙은 허무와 회한을 남길 뿐이다.
그러나 우리의 복자 씨는 이야기로 감동받았던 순간을 잊지 않았고
위로가 필요했던 자신의 내적 결핍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 결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면서 자신에게도 필요한 쪽으로 삶의 방향을
선회할 수 있었고 내적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본다.
복자씨 이야기는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막연히 타이피스트가 되고 싶었던 소망 뒤에 숨어 있던 활자와 문장,
더 나아가 이야기에 대한 열망을 끝내 외면하지 않았던
그녀의 행보는 우연 같지만 필연이며 기적 같지만 운명이라고 할 수 있다.
실의에 빠지고 삶에 지쳤던 그녀가 찬민 이가 내민 손을 통해
내적 갈망에 눈 뜨게 되고 삶 자체를 기적으로 받아들이며 감사하게 된 것은
그녀가 자신의 자아와 운명을 정면으로 마주했기 때문이다.
복자씨 이야기는 누이의 희생과 헌신을 당연하게 여겼던 시대를 배경으로 비슷한 행보를 보여주는 것 같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기에 더 특별한 감동으로 다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