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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소년과 노신사 ㅣ 별숲 가족 동화 4
박윤규 지음, 이준선 그림 / 별숲 / 2017년 9월
평점 :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시와 같은 서문에 적힌 하늘 고향이라는 말에
가슴 한편에 파문이 일기 시작한다.
그러다 본문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시간여행을 하듯 과거의 시간 속으로 빨려들어 간다.
노년층에게는 유년의 향수를
장년층에게는 부모세대에 대한 공감을
아이들에게는 먼 옛날 이야기 같은
제각기 다른 정서적 감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요즘 아이들 대부분은 고향이 없는 세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도심 아이들 경우, 부모조차도 아스팔트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이들에게 고향이란 명철 때 스치듯 잠깐 언급되거나
윗세대의 기억이 머무르는 곳이 아닐까 싶다.
이런 그들에게 이 책은 탄탄한 문장력으로
현실감을 입혀 간접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책 속의 어린아이는 학원에 다니지도, 부모의 과보호에 얽매지도 않는다.
그래서 매 순간 아슬아슬하게 죽음의 고비를 넘나들기도 한다.
천진하게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아이는 놀기에 바쁘다.
책을 읽다 보니 고향은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뿐 아니라
우리가 삶에 지치고 힘들 때 잠시 피할 수 있는 정서적인 안식처
무의식의 치유공간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요즘 아이들도 게임 등 다양한 놀이를 즐기고 있다.
그러나 피부로 느끼고 물리적인 공간과 하나가 되는 체험과는 점점 무관해지고 있다. 기술발달에 의지해 타인과 자신으로부터 점점 소외된 채 소비 주체로 전락한 놀이문화. 나는 아이들의 정서를 첨단 기술이 채워줄 거라고 믿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왜 하필 구시대적인 감성을 담은 이야기인가? 하는 물음에 답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아동, 청소년 자살률 세계 1위라는 불명예는 결국 정서적 체험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지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그리워 할 것이 없는 인간이 삶에 지쳤을 때 과연 무엇에 의지할 수 있을까?
평범한 일상 속에 숨겨진 아주 사소한 순간의 눈부심.
향수는 단순한 기억, 그 이상의 가치를 품고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먼 바다로 가는 물고기처럼 가로수길을 헤치며 가뭇하게 사라지는 버스를 조그만 검정고무신 한 켤레가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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