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진 아파트의 아이들 리틀씨앤톡 고학년 동화 1
정명섭 지음, 이예숙 그림 / 리틀씨앤톡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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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에 벌어진 악몽 같은 상황은 우리 생활에서 전기가 사라졌을 때 겪게 될 불편함을 실감 나게 보여준다.

 냉장고 음식은 썩어나가고 거리는 온통 악취를 풍기는 쓰레기 더미로 꽉 찬다.

 

제목 불 꺼진 아파트의 아이들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아파트 층수로 대비되는, 즉 생활 수준이나 삶의 목적이 다른 각계각층의 상황을 보여준다. 속수무책으로 격게 될 재난(?) 앞에서는 누구든 예외일 수 없다는 것과 그로 인해 평소라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세 아이가 뭉치게 되는데...

이야기는 전기가 나간 재난 상황에서 세 아이의 혼란과 궁금증을 따라가며 원인과 진단, 해결방법을 찾아가는 방식인데 그 과정에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법한 독특한 캐릭터의 어른들이 등장해 친절(?)하게 이끌어 준다.

첫 번째 등장한 어른은 아이들 사이에서 괴짜로 소문난 채모령 선생이다. 채모령 선생의 활약으로 아이들은 전기가 나간 상황에서도 전기를 사용하는 이상한 가게를 찾아가게 되고 황경과 전기 에너지에 관한 다양한 배경지식과 재난 상황에 이르게 된 원인은 물론 해결의 실마리까지 얻고 나름 실천할 방향까지 찾게 된다.

채모령 선생의 힌트로 아이들은 에너지 박사님을 찾아가게 되는데 흥미진진한 모험담처럼 펼쳐지는 후반부는 읽는 이에 따라 여러 가지 해석의 여지가 있을 것 같다.

독특한 캐릭터를 잘 살린 일러스트 덕분에 아이들이 끝까지 흥미를 잃지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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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깡통 집 햇살어린이 48
김송순 지음, 유연경 그림 / 현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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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에게 상처받고 실망한 이 책의 주인공 찬우를 만나면서 어릴 적 한 단면이 떠올랐다. 어릴 때 나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른은 뭐든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어른들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것이 짜증 났고 말 잘 듣기를 은근히 강요받는 것도 부당하게 느껴졌다.

“엄마는 좋겠다. 어른이라서…….”

 나도 모르게 무심코 던진 말에 엄마는 한숨 쉬며 이렇게 답했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걱정이 많아진다는 거야.”

그러면서 엄마는 쓸쓸한 시선으로 나를 쳐다봤었다. 가슴 한편을 슥 스치는 서늘함을 느꼈던 순간이었다. 이제 나는 엄마가 말한 걱정이라는 것이 삶의 무게라는 것과 성장해야 하는 것은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게 된 나이가 되었다.

 

찬우는 우울증에 빠진 엄마의 짜증과 방임 속에 또래 집단에서 소외되고 폭력에 노출된다. 결국, 심한 트라우마까지 얻게 된다. 일탈과 게임으로 돌파구를 찾다 보니 소위 골치 아픈 말썽꾸러기가 되어 버렸고 감당할 수 없게 된 엄마는 겨울방학을 맞아 찬우를 귀찮다는 듯 별거 중인 아빠에게 떠넘긴다. 결손가정 아이의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다 읽고 보니 한 가족의 성장통을 다룬 이야기였다. 찬우의 부모는 확실히 바람직한 부모상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섣불리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을 가리지 않는다. 담담하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찬우의 좌충우돌 일상을 보여 준다. 그러면서 찬우 부모가 처한 각자의 입장차와 갈등을 자연스레 노출한다. 오리를 대하는 찬우의 심리적인 변화를 통해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스스로 성장하는 삶에 관해 담담히 이야기한다. 사랑을 갈구했던 찬우의 내적 결핍과 상처는 자신보다 약한 존재였던 오리를 진심으로 보살피게 되면서 치유 된다.

내용과 결이 전혀 다르지만, 제목이 비슷한<깡통 소년>이란 책이 있다. 미숙한 어른과 조숙한 아이의 좌충우돌 성장을 다룬 그 책의 저자 뇌스틀링거는 ‘칭찬과 꾸중을 통해 아이들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들이 겪은 고통과 경험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 배우고 자란다.’라고 일침을 가했었다.

 

이 책 <아빠의 깡통집>은 섣불리 이해를 구하거나 아이들을 가르치려 들지 않아서 좋았다. 찬우가 봄이라고 이름 붙인 오리와 애착 관계를 형성해 가는 것을 보면 어딘지 찬우와 부모와의 관계를 연상케 하는 면이 있다. 준비 없이 시작된 부모 역할은 예측하지 못한 현실과 상황에 부딪혀 삐걱거리고 간접적으로든 직접적으로든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만다. 실은 어른들은 그런 존재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를 보호해주고 감싸 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제 삶이 버거워 의무를 망각하고 손 놓기도 하는 불완전한 존재이다. 엄마에 대한 애착의 끈을 놓지 않고 무작정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찬우를 변화시킨 것은 어른들이라기보다는 자신으로 인해 상처 입은 약한 존재를 떠맡게 되면서 느끼게 된 책임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무엇인가를 책임지는 존재가 되었을 때 찬우는 비로소 자신을 다스릴 수 있는 존재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거다. 이 책 뒷부분에 언급되고 있는 ‘여전히 쌀쌀맞은 엄마였다. 그런데도 나는 그 문자를 몇 번이고 들여다보며 벙실대고 있었다. 엄마는 분명히 나에게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다.’고 한 대목에서 알 수 있듯이 찬우는 이제 부모의 사랑을 무작정 갈구하는 나약한 아이가 아니라 여유 있게 부모를 기다려 줄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났음을 알 수 있다. 나는 앞으로는 찬우가 어떠한 상황에서든 용기있게  단단한 삶을 살겠구나 하고 안심할 수 있었다. 더불어 어른과 아이의 삶을 동등하게 다루며 희망을 보여 준 작가의 시각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어른도 아이처럼 상처받고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성찰하고 성장해가는 존재임을 어린이 독자에게 솔직히 고백한다는 점에서 남다른 감동이 느껴지는 동화였다.

 

 

여전히 쌀쌀맞은 우리 엄마였다. 그런데도 나는 그 문자를 몇번이나 보며 벙실대고 있었다. 엄마는 분명히 나에게 기다리고 있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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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슬기와 꿀벌 도시 내일을여는어린이 5
임어진 지음, 박묘광 그림 / 내일을여는책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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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어릴 때 읽었던 꿀벌 마야의 모험을 떠올렸다. 그러나 읽어보니 결이 사뭇 달랐다. 서정적인 자연을 배경으로 곤충에 빗댄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이야기를 의인화 형식으로 푼 마야와 달리 꿀벌로 변한 아이의 눈을 통해 꿀벌 세계의 실상을 보여준 이야기였다. 지식 정보책에서 다룰법한 딱딱한 소재를 자연스러운 판타지로 녹여 내여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추구했다. ‘꿀벌 마야의 모험’이나 우리나라 이 원수 작가의 ‘잔디 숲속의 이쁜이’는 둘 다 곤충을 매개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했다면 이 이야기는 거꾸로 인간을 매개로 곤충들의 이야기를 했다고 할 수 있다. 언뜻 소재나 다루는 방식이 비슷해 보이지만 드러난 주제의식은 확연히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도 인간의 만행으로 인한 자연의 피해와 그로 인한 환경의 역습을 설명이 아닌 스토리로 풀어내어 어린이 독자들이 자연스레 감정이입 할 수 있도록 다룬 점이 효과적이다. 대량생산과 이익추구라는 목표 아래 검증되지도 않은 채 적용되는 화학 농법과 유전자 변형식물 등의 실태를 자연스레 보여주면서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제목도 참 의미심장하다. 사라진 슬기는 사라진 벌들과 이대로 방치됐을 때 결국은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될지도 모를 인간으로 치환되면서 기성세대의 만행이 결국은 자연에 그치지 않고 슬기와 같은 미래세대의 생존에도 위협이 되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문제뿐 아니라 거대자본에 의해 움직이는 사회 현상등 포괄적 주제의식을 작가는 꿀벌 세계의 이야기를 통해 세련되게 직조했다. 어린이 독자들이 자연스레 슬기에게 감정이입 하게 함으로써 꿀벌에 대한 지식뿐 아니라 자연과의 상관관계와 그 이면의 문제를 내 삶의 한 단면으로 받아들이도록 했다. 꿀벌, 더 나아가 자연에 공감할 수 있도록 이끌고 정서적 반향을 끌어낸다는 점에서 그렇다. 단순한 지식 정보책들이 우후죽순 쏟아지는 요즘 무거운 주제를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특히 더 반가운 책이다.

 

 

 

 

 

 

 

 

절반이 넘는 벌이 나가서 돌아오지 않았다. 남아있는 벌들은 도시의 앞날을 위해 기필코 목숨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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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우의 비밀 친구 - 저학년을 위한 자신감 동화 마음짱 인성왕
임어진 지음, 김요나 그림 / 알라딘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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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자신감이 칭찬과 격려에서 비롯된다고 오해하곤 한다. 영우는 자신의 내면으로 파고들어 스스로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자존감을 얻는다. 기특하게도 이 아이는 외부적인 요인이 아닌 스스로 성장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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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우의 비밀 친구 - 저학년을 위한 자신감 동화 마음짱 인성왕
임어진 지음, 김요나 그림 / 알라딘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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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자신감이 칭찬과 격려에서 비롯된다고 오해하곤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칭찬과 격려는 외부적인 영향으로 평가와 비교가 따르게 마련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자존심과 자존감의 차이를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쉽게 말하면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자 하는 기준이 타인 즉 경쟁상대를 의식한 것이 자존심이고 그 기준이 내적 성찰에 닿아 있는 것이 자존감이다. 이 책의 주인공 영우는 은근히 동생과 비교하는 부모를 비롯해 경쟁상대가 되는 학교 친구들한테 주눅 든 나머지 자존심이 많이 상해 있는 아이였다. 그러던 아이가 당당하게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내면을 표출한 그림을 통해서였다. 어찌 보면 현실도피였을 수도 있는 그림 그리기는 역으로 바꾸어 말하면 비교와 경쟁을 강요하는 외적 요인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자 한 내적 돌파구였다고 할 수 있다. 아무도 눈여겨봐 주지 않아 공연히 주눅 들고 위축될 수밖에 없었던 영우는 자신의 내면으로 파고들어 스스로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자존감을 얻는다. 기특하게도 이 아이는 외부적인 요인이 아닌 스스로 성장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비밀친구로 상징되는 내적 자아와 대면하여 자기 성찰을 이룬 영우는 더는 외부적인 요인에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해질 수 있었다. 그런 내면의 힘이 자연스레 외부로 표출되면서 자신감 있는 태도로 드러나고 소외된 이웃까지 돌아볼 여유도 얻게 된다. 이 책은 단순히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이야기라기보다 어른의 역할에 대해서도 돌이켜보게 한다. 우리는 과연 아이들 스스로 성찰할 시간과 기회를 주고 있는가? 어른들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아이들이 자존감 키울 기회를 박탈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함께 고민해 보게 한다.

자신감의 사전적인 뜻을 찾아보면 ‘어떤 일을 스스로의 능력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믿는 마음.’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어릴 때 우리는 자기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경험한다. 그러다가 사람과의 관계와 경험치가 확장되면서 자기 중심성에서 벗어나 객관화하게 된다. 이 객관화의 과정에서 자존감과 자존심이 분화된다고 할 수 있다. 기왕 내친김에 자존심과 자존감의 차이를 살펴보자.

자존심-> 1 (기본의미) 남에게 굽히지 않고 자신의 가치나 품위를 지키려는 마음. 또는 자신의 가치나 품위를 높이려는 마음.

2. 어떤 집단의 가치나 품위를 지키는데 사표(師表) 또는 선도(先導)될 만한 존재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자존감->스스로 품위를 지키고자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 두 단어의 미묘한 차이에서 알 수 있듯이 자신감 있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자존심보다 자존감을 심어주어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한 인간이 성숙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타인이 아닌 자신의 내적 성찰이어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아이들 이야기를 통해 어른의 삶도 반추하게 하는 작가의 역량이 놀랍다.

수리대왕은 가만히 영우의이야기를 들어 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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