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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숲을 지켜 줘 ㅣ 꿈꾸는 문학 6
윤혜숙 지음, 강화경 그림 / 키다리 / 2018년 1월
평점 :
이 글을 읽는 내내 숲이 사라지는 것과 아이들이 사라지는 것이
묘하게 오버랩되었다.
우리 주변에서 숲과 아이가 사라지는 원인은
어쩌면 비슷한 이유에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도 다루었듯이 자본의 논리로 우리 주변에서 하루아침에
사라져간 것은 수도 없이 많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까운 것은 옛이야기가 사라져 간다는 거고
그것을 들어줄 아이들도 사라져 간다는 거다.
얼마 전 조카가 엄마, 아빠가 다닌 학교에는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는데
자신이 다니는 학교는 신생학교라 그런 이야기가 없다며 아쉬워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나는 ‘그럼 네가 전설을 만들면 되지?’
하고 대꾸해 주었다. 자녀가 없거나 한 자녀 가정이 대부분인
요즘 아이들이 자라면 미래세대는 학교 전설뿐 아니라
형제, 자매, 이모, 고모, 사촌 등 친인척마저도 사라진 세상에서 살게 된다.
그저 시대적 흐름이려니 하고 받아들이기엔 씁쓸한 안타까움이 앞선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숲을 지켜줘’에 등장하는 울수는
이 시대의 마지막 전설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래서 더 반갑고 애틋했다. 아이들의 평범한 일상 속에 찾아든 정령.
그동안 잊고 있었던 먼 옛날의 전설 한 조각이 그리움을 찾아,
아이들을 찾아 나선 듯 능청스레 함께 살아 숨 쉬는 존재로 탈바꿈시킨
작가의 상상력에 나도 모르게 깊숙이 빨려들고 말았다.
참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자신이 전설을 듣고 퍼트리고 만드는 존재였던 것을…….
팍팍한 현실에 뛰어든 울수가 지켜달라고 호소하는 것은
숲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숲뿐만 아니라 그 속에 깃든 이야기.
즉 오랜 역사와 일상의 추억 그리고 소중한 존재들.
돈으로는 결코 살 수 없는 가치들을 지키라고. 지켜 달라고
그리하여 살아있는 전설이 되어 언제까지고 사람들과 함께 머물고 싶노라고.
숲과 아이들이 사라져 가는 세상을 향해 외치는 것 같다.
아이들이 사라진 미래를 앞두고 대체 무엇을 꿈꾸는 걸까.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이 쫓겨난 거인의 정원 같은 팍팍한 일상과 환경에서
영문을 몰라 추위에 떨고 있던 거인에게 손 내밀어준 아이.
바로 그 아이가 울수가 아닐까?
늦기 전에 거인이 그 아이의 손을 잡았으면 좋겠다.
아리는 자작나무를 힘껏 끌어 안았다. "울수야, 내 말 들리는거지? 기다릴게. 우리 다시 만날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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