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 My Lord
이규태 지음 / 하움출판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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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성서를 가장 오래된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성서의 구절을 들어 보았을 거고 많은 사람이 성서를 잘 안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어릴 때부터 교회에 다녔고 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까지 미션스쿨을 다녔기 때문이다.

성경은 신앙이 없는 사람에게는 역사책 또는 이야기책으로서의 의미가 앞설 것이고 신앙인에게는 신의 음성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서두에 밝혔듯이 성경 말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기도하는 마음으로 자녀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다.

나는 책을 읽어 보기도 전에 이 대목에서 가슴이 뭉클해졌다. 얼마 전 아버지를 여의었기 때문이다. 우리 아버지는 특이하게도 당신은 교회에 다니지 않으셨으면서도 어린 딸들을 교회에 보내셨던 분이다. 아버지는 그 이유를 토마토 기둥에 비유하시곤 했었다. 토마토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줄기가 타고 올라갈 수 있는 기둥이 필요한 법이듯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그런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곳이 교회 같았다고. 그러면서 당신은 꽤 오랫동안 교회에 다니지 않으셨는데 좋아하는 술을 못 마시게 하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말년에 아버지는 술을 끊고 교회에 다니셨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치 아버지로부터 이야기를 듣는 듯한 묘한 느낌이 들었다. 책 한 구절 한 구절이 예사로 보이지 않았다. 입말체로 씌어 있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아버지의 음성이 들리는 것도 같았다. 여기에 실린 성경 구절들은 내가 성경공부 하면서 이미 수없이 보아왔던 거다. 그런데도 마치 새로운 이야기처럼 가슴에 콕콕 박혔다. 이 글을 읽는 동안 나는 어느새 아버지의 어린 딸이 되어 귀 기울이고 있었던 거다.

목차를 보면 마치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삶의 이정표와 같다. 단락별로 엄선된 성경 구절을 비롯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문장에선 소중한 사람을 향한 애정 어린 시선과 진심이 느껴진다. “아빠에게 있어 역사란 바로 하나님께서 모든 인류를 죄에서 구원하시려는 놀라운 계획을 이루어 가는 과정인 거야.” 같은 대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일방적인 설교를 늘어놓지 않는다. 조곤조곤 성경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이 성찰한 신앙을 고백한다. 성경 이야기와 더불어 저자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사연들을 씨줄과 날줄처럼 엮어서 성경 말씀이 우리 삶 가운데 어떻게 임하는지 보여준다. 그 담담한 고백을 따라가다 보면 가슴 깊이 울림을 주는 지점과 맞닿게 된다.

“아빠는 네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하든지 하나님의 방법에 따르기를 진심으로 기도해. 너의 생각과 경험 그리고 지식과 같이 그럴듯한 사람의 방법을 따르는 대신에 말이야.”

나는 기도와 묵상으로 하나님의 방법을 찾으려 한다.

안타깝게도 나의 아버지는 진정한 신앙에 이르지 못한 것 같다. 가족들에게 커다란 상처와 아픔을 주고 떠나신 것을 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버지가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셨는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아버지를 떠올릴 때마다 아버지가 짊어져야 했던 십자가를 묵상하게 된다.

우리 중 누구도 결코 대신 짊어질 수 없었던 삶의 무게를 생각하며 나도 모르게 낮게 읊조리게 된다.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그리고 단 한 분 주님께서 감당해 주실 거라는 믿음으로 위안을 얻곤 한다.

이 책을 통해 아버지를 추억하고 따뜻하게 영접할 기회를 준 친구에게 감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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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거라면 자다가도 벌떡 신나는 책읽기 53
조지영 지음, 이희은 그림 / 창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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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해학과 유머가 넘치던 옛이야기의 현대판 버전 같은 변주를 통해 동심은 결코 어떠한 틀 속에도 가둘 수 없음을 코믹하게 짚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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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거라면 자다가도 벌떡 신나는 책읽기 53
조지영 지음, 이희은 그림 / 창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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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파악이 되는 아이들이 비정상적인 시대가 있었다. 학원이 드물던 시절 아이들 대부분은 밖에 나가서 놀기에 바빴다. 당시 소재 파악이 되는 아이들은 딱 두 부류였다. 학교에서 벌서고 있거나 아파서 밖에 나가지 못하는 아이들뿐이었다. 난 운 좋게도 그렇게 축복받은 시대에 어린 시절을 보냈다. 유아기부터 꽉 찬 스케줄로 관리되는 요즘 아이들을 보면 안쓰러웠는데 이 책은 그런 아이들한테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한다. 세 편의 단편이 기발하고 독특한 유머코드로 독자들을 잡아끈다. 입말체로 친근감 있게 풀어놓는 이야기들이 쑥쑥 읽히면서 마치 누군가 옆에서 속닥속닥 말하는듯한 느낌을 준다. 첫 번째 이야기는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좋아한다는 똥 이야기다. 학교 화장실에 누군가 몰래 싸 놓은 똥 무더기가 화제가 되어 작은 소동이 일어난다. 이로 인한 아이들과 어른들의 반응이 매우 코믹할뿐더러 뜻밖의 반전으로 드러나는 전말 또한 흥미롭다. 두 번째는 평범한 삶과 튀지 않는 삶을 인생 모토로 삼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송이라는 아이가 겪는 학교생활 분투기다. 이 또한 독자들에게 독특한 반전을 선사하면서 웃음을 준다. 세 번째는 이 책의 제목처럼 노는 거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온통 놀 궁리에 빠진 차돌이라는 아이가 좌충우돌을 겪다가 자기가 다니는 금빛 초등학교 운동장을 아이들이 뛰어 노는 소리로 꽉 차게 만드는 이야기이다. 세 편의 이야기 모두 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학교 아니면 학원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내야 하는 요즘 아이들의 현실을 반영했지만, 놀이를 꿈꾸는 아이들의 재기발랄함이 결국 어른들조차 변화시킨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작가는 해학과 유머가 넘치던 옛이야기의 현대판 버전 같은 변주를 통해 동심은 결코 어떠한 틀 속에도 가둘 수 없음을 코믹하게 짚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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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시프트 (2019년 1월 독서국민운동본부 추천도서) - 100세 시대 행복을 부르는 마법의 주문
최승우 지음 / 용오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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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초등학교 아이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기사를 접한 적 있다. 장래희망을 ‘부자’라고 답한 아이들이 많다고 해서 큰 충격을 받았었다. 국민소득 삼만 불 시대에 접어든 선대의 업적이 무한 경쟁이라는 짙은 그늘을 드리운 탓이라고 치부해 버리자니 씁쓸했다. 우리가 자랄 땐 그래도 돈보다 중요한 가치가 살아 있었다. 그런데 90년대 IMF와 2000년대 금융위기사태로 비롯된 집단적 공포로 각자도생이 우선시 되면서 나타난 현상이 아닌가 싶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일반인들이 어렵고 껄끄럽게 여겨온 경제학과 돈을 매개로 삶의 문제에 접근했다는 점이 신선했다. 저자가 평생 몸담아 온 금융 경제 분야의 지식을 바탕으로 삶에 대한 철학과 성찰을 풀어간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책 제목인 다운시프트라는 말도 낯설고 저자의 이력으로 봤을 때 어려운 경제학 용어에 기가 질리는 건 아닐까 걱정하면서 책장을 넘겼는데 기우였다. 이 책의 장점은 가독성이 매우 좋다는 거다. 더욱이 나처럼 금융 경제에 문외한인 사람도 쉽게 접근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각 장의 단락별 꼭지에 보석처럼 박혀 있는 명언을 비롯해 내용을 풀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녹여낸 저자의 해박한 상식을 접할 수 있는 것은 덤이다.

돈에 대해 그저 막연히 필요악이라고 여겼던 나의 무지와 편견을 일거에 깨트리고 돈에 대한 성찰, 더 나아가 인생 후반전을 어떻게 설계하고 노년을 맞을 것인가에 대한 가이드가 되어 준다. 특히 제3장 첫 번째 단락 ‘돈은 신용과 인격의 거울’이 인상적이었다. 재무 설계사들이 고객에게 투자나 은퇴 설계 제안서를 작성해 주기 전에 고객의 재무 상태를 먼저 분석하는데 고객의 재산부채상태 표와 현금흐름표를 작성해 이 두 가지 재무제표를 보면 돈과 관련된 고객의 인격이 어떤지 알 수 있다는 거다. 돈을 어떻게 버는지, 투자에 대한 태도는 어떤지. 어디에 돈을 쓰는지, 무엇을 위해 쓰는지, 위험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세금을 얼마나 내는지 등 한마디로 돈의 수치 속에는 인격을 비추는 거울이 들어 있다는 거다. 돈을 벌 때는 시장의 공정한 게임 법칙을 지키면 되지만 쓸 때는 각자의 도덕적인 가치관이 개입된다는 것과 돈에 대한 고정관념을 끄집어내어 없애는 것이 성숙한 돈을 향한 첫걸음이라는 말에 새삼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경제학과 돈을 소재로 이토록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풍성하게 풀어낼 수 있다는 것에 놀랍고 철학적 사유와 깊은 성찰에 이르게 한다는 점에선 여느 문학작품 못지않은 감동을 선사한다. 여담이지만 얼마 전 끝난 화제의 드라마 스카이캐슬에 등장한 부부 중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커플은 ‘우양우’ ‘오나라’였다. 그 잘난 서울대 의대 출신임에도 우양우는 근의 공식도 이해하지 못하는 부인 오나라를 무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무지함조차 사랑스러운 듯 따뜻하게 보듬으며 화목한 가정을 이룬다. 문득 이 책이 그동안 경제학이나 돈에 대해 무지했던 나 같은 독자조차 무시하지 않고 쉽고 재미있게 이끌 만큼 친절하다는 점에서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 언급해 보았다.

결국, 이 책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옆의 사람, 더 나아가 세상과 관계를 맺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심도 있게 짚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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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 후 한성에 가다 별숲 동화 마을 17
최연숙 지음, 이영림 그림 / 별숲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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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풍기는 묘한 매력만큼이나 독특한 발상을 보여준 책이다.

요즘 흔한 타임슬립 소제인가 싶지만, 제목 위에 붙은 '조선 최초 미래 공상 소설'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일반적인 클리셰와는 사뭇 다른 전개로 익숙한 듯 낯선 가상의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내용은 백 년 전에 살았던 노비 아이 언년이의 이야기와 언년이가 접하게 되는 미래 공상 소설이 맞물리며 전개된다.

주권을 잃어가는 국가에서 노비 신분으로 살아가는 암울한 처지의 주인공을 내세웠음에도 이야기의 톤은 무겁지가 않다. 밝고 경쾌하기까지 하다. 그렇다고 당시의 시대 상황이나 문제의식을 가볍게 다룬 것도 아니다.

이 책의 매력은 상상력의 힘을 현실감 있게 보여주는 데 있다.

언년이의 눈을 통해 독자가 접하게 되는 미래는 곧 우리의 현실이기에

묘한 일치와 어긋남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언년이는 우연히 미래소설을 접하고 고달픈 현실에서 벗어날 꿈을 갖게 된다.

‘엉뚱 보따리’라는 별명을 가진 자신의 상상력이 허무맹랑에 그치지 않고

실현 가능한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희망을 품는다.

백년 후의 미래로 가서 신분의 굴레를 벗고 새 삶을 살고자 했던 언년은

현실에 눈을 돌리고 백 년 후가 아닌 자신이 개척해야 할 미래를 직시한다.

나는 이 장면에서 가슴 뭉클한 감동과 함께 우리의 현실을 마주하게 되면서

안타까움이 교차 되었다. 언년이 그렇게도 가고 싶었던 백 년 후의 한성.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분단된 조국의 반쪽짜리 수도이자 자본주의의 욕망이 지배하는 구조 속에 금수저 흙수저로 풍자되는 새로운 신분제의 굴레가 형성되고 있는 곳이 아닌가.

나는 언년이 타임슬립으로 백 년 후의 현실로 오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그랬다면 그건 현실 도피에 불과했을 테고 언년은 또 다른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했을 테니까.

언년이는 자신의 삶을 훌륭하게 개척하며 살았을 거로 믿는다.

미래는 결코 현실을 외면하는 데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현실은 백 년 전 언년이가 접했던 공상 속의 미래와 기술적, 물질적인 면에서는 맞닿아 있지만, 이상적인 가치 기준에서 볼 때 아직 갈 길이 멀다.

요즘 아이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부자’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더불어 잘 사는 게 아닌 나 혼자 잘 사는 것이 우리의 미래가 되어서는 결코 안 될 텐데 어디서부터 잘 못 된 걸까? 생각해 보다가 내가 좋아하는 책 키다리 아저씨에서 쥬디가 한 말을 떠올렸다.

‘상상력은 어린 시절부터 키워 주어야 해요.

하지만, 존 그리어 고아원에서는 상상력의 싹만 보여도 즉시 짓밟아 버리곤 했어요.

그 대신 오로지 의무감만 심어 주었지요. 어린아이들은 의무감이 무엇인지 알아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이지요.’

마치 우리의 교육 현실에 일침을 가하는 듯한 저 말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에게 상상력의 힘을 느끼게 하는 것.

나는 이 책이 그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고 생각한다.

그냥 하루하루 즐겁게 꿈꾸고 일하며 지내기로 했다.
꿈꾸면 움직이고, 움직이면 바뀐다고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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