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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슈퍼걸 - 영생을 꿈꾸는 SF단편집 ㅣ 발칙하게 고학년이상 읽기 1
강벼리 외 지음, 고담 그림 / 출판놀이 / 2019년 1월
평점 :
어릴 때 그리스 신화를 읽으면서 신화 속에 묘사된 신들의 모습이 로봇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늙지 않는 영원한 젊음과 특별한 능력 그 모든 것이 어린 내 눈엔 당시 한창 인기 있었던 만화영화 은하철도 999에 나오는 기계 인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책에 실린 일곱 가지의 이야기들은 영생을 꿈꾸는 인류의 미래를 현실감 있게 풀어내어 많은 생각을 해 보게 한다. 영생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놓고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 일곱 작가의 개성을 엿볼 수 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나의 슈퍼걸’이란 작품은 남자친구를 구해내는 여주인공 캐릭터를 통해 요즘 화두가 된 페미니즘을 녹여내는 등 사회적 이슈뿐 아니라 다른 작품들에선 아이들은 잘 모르겠지만 영생에 관한 한 진시황 전설만큼이나 상징적인 신화 속 인물인 길가메시를 언급하는 등 다양한 이슈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인류가 인공진화 해서 영생을 얻게 된다면 가족관계를 비롯해 인간관계의 페러다임이 거의 붕괴수준으로 바뀌지 않을까 하는 거였다.
늙지 않는 할머니, 엄마를 상상해 보라. 이미 인류는 성형의학의 발달로 외모에서는 세대 간의 간극을 좁혀가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 텔로미어 기술의 발달로 신체적으로도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면 과연 가족관계가 지속할 수 있을까? 인류가 짝을 찾아 사랑하고 자식을 낳는 것은 영원히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달로 인간이 개인적 욕망을 충족할수록 타인과의 관계보다 욕망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종족 번식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인간이 사랑 대신 쾌락에 집착하게 될 것은 뻔한 일이 아닐까 싶다. 그런 점에서 인간의 과학기술은 많은 윤리적인 모순점을 안고 있다. 그중에 대표적인 두 가지를 꼽는다면 핵무기 개발로 인한 지구 멸망의 위험과 영생에 대한 열망일 것이다. 불과 한 세기 전 만 해도 꿈도 꾸지 못했을 일들이 현실이 되고 더 많은 것을 꿈꿀 수 있는 미래의 인류는 과연 행복할까? 그 답에 대한 다양한 선택지를 이 책이 제시 하고 있다.
인간의 비극은 윤리적, 철학적 성찰이 없는 욕망의 추구에서 비롯될 거라고 본다. 정작 인간이 영생을 얻게 되더라도 핵폭발로 멸망하게 될지 모른다는 아이러니를 안고 있을테니 말이다.
나는 어떤 의미에선 인류는 이미 영원한 생명에 대한 열망을 이루었다고 본다. 인류의 영적 성찰에 영감을 준 수많은 철학자, 예술가들. 그들은 이미 시대를 초월해서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영생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앞으로 어떤 식의 영생을 추구해야 할지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