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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고양이 탐정 독고묭 ㅣ 햇살어린이 75
최연숙 지음, 국민지 그림 / 현북스 / 2021년 2월
평점 :
한 발 딛는 게 중요하다는 지은이의 말은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을
좌우명 삼는 나에게는 공감 가는 바가 크다.
왜 하필 공간적 배경이 경성이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당시 우리는 일제 강점기에 있었고 신문물이 물밀 듯 밀려오는
격동의 시기였다. 우리 역사상 가장 암울하면서도 변화의 폭이 컸던 시기.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고양이 시점에서 풀어간 것이 독특했다.
역사는 구시대의 유물로 치부해 버릴 만큼 아이들의 흥미를 잃은지 오래다.
역사하면 어렵고 외울 것 많은 어려운 과목으로만 여기기 마련인데
그런 점에서 작가는 매우 영리한 방법을 썼다고 본다.
사람이 아닌 고양이 시점에서 유연하면서도 변화무쌍하게 사건을 다루었고
유약하고 우유부단하게 처신할 법한 인간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살렸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현상과 사건을 추리형식으로 배치 하고 어린이 독자들이 살고있는
서울의 과거를 흥미진진하게 접하게 함으로써 당시 사람들이 느꼈을 고뇌와 현실을
아주 밀도있게 다루었다.
고양이들이 제 터전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은
무력하게 제 나라를 빼앗겼던 당시의 인간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지만
더불어 부동산 광풍이 휘몰아치고 있는 현실의 서울과도 무관하지 않게
다가온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디에 발을 디뎌야 할까?
아파트 단지를 어슬렁거리는 길냥이 들을 예사로 보지 않게 만든 동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