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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오라 그래 ㅣ 서유재 어린이문학선 두리번 9
정복현 지음, 김주경 그림 / 서유재 / 2021년 7월
평점 :
아이들의 사소한 오해와 다툼이 한 가정을 위기에 빠트리고
생존권마저 위협한다면?
이 이야기는 그런 거짓말 같은 현실을 다루고 있다.
다소 황당할 법한 질문에 난민과, 혐오라는 단어를 대입시키면
‘그럴 만하지.’하고 고개를 끄덕일 사람도 더러 있을 것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화교가 뿌리 내리지 못한 나라.
어릴 때 자랑스레 회자 되던 단일민족에 대한 긍지.
그것을 애국이라는 말로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합리화한 이면에는
나 같은 엉뚱한 피해자도 발생한다.
타국의 피가 조금도 섞이지 않았음에도 단지 머리칼이 빨갛다는 이유만으로
자라면서 남다른 시선을 받아 왔기에 그들이 겪었을 모멸감과 소외감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본의 아니게 어릴 때부터 차가운 시선에 익숙해져 왔으니까.
한때는 내가 받은 오해가 억울하게 여겨졌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자라면서 오해의 문제가 아니라 이해의 문제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내 피가 혼혈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 더는 억울해할 필요도
돌연변이 현상 때문이라고 해명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사람들이 멋대로 생각하게 내버려 두는 쪽을 택함으로써 편해졌다.
그런데 만약 이것이 나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가 된다면 얘기가 달라질 것 같다.
선조들이 나라를 잃고 고국을 등져야 했던 것이 불과 100년이 채 안 되었고
내전으로 인한 분단의 아픔은 현재 진행형인 우리가 난민에 대해 그토록
배타적이라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책에서 하필 오해의 동기가 된 물건이 금매달이란 것은
상징하는 바가 큰 것 같다.
편견과 차별 속에서도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라오를 통해 인간성을 회복하고 우리 사회가 한 걸음 더 성숙해지기 위한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
라오의 정원은 우리가 그들에게 조금만 곁을 내주면 낯선 이방의 땅이
모두를 아우르고 보듬는 치유와 성찰의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