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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옷 생각 ㅣ 브로콜리숲 동시집 32
신재섭 지음, 구해인 그림 / 브로콜리숲 / 2022년 1월
평점 :
시옷 생각은 동심만 담고 있지 않다.
시를 읽는 동안 다양한 층위의 정서와 감정을 접하게 되는데
기억의 창고 속에 방치되었던 유년의 감성과 호기심은 물론
그 끝자락에 매달려 있던 막연한 불안과 슬픔까지도 마주하게 된다.
고르고 골랐을 시어엔 일상의 편린들이 알알이 맺혀 있다.
호기심 반 장난 반으로 음료를 섞어 마시던 수련회의 마지막 날.
‘어머니’라는 말에 뿔났던 시집 안 간 이모에 대한 공감과
꽃으로 변한 수탉을 찾아내는 상상력까지.
시어에 담긴 이미지들이 펼쳐질 때마다
저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된다.
평범한 이름들을 훑다가 발견한 역사 속의 빛나는 이름
비로소 그들 모두가 어린 독립 운동가들임을 깨닫게 된다.
시인은 나이와 성별, 이름을 차례로 불러줌으로써
시공을 초월해 그들을 소환한 것이다. 그리하여
평범한 이웃으로 우리 곁에 선 그들의 용기와 희생은
더는 먼 과거의 일이 아닌 피부에 와 닿는 경험으로서
먹먹함을 남긴다.
시옷 생각엔 사람뿐 아니라 동물, 식물, 심지어
스치는 바람에 이르기까지 온 우주의 사유가 담겨 있다.
시인은 어찌 이리도 섬세하고 예리하게 포착을 했을까?
시인의 눈으로 본 세상은 또 어찌 그리 다채로운지.
아이와 함께 읽으며 따뜻하고 깊은 시선에 감동 받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정화되는 힐링의 순간을 맛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