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기린 선생님 난 책읽기가 좋아
소연 지음, 이주희 그림 / 비룡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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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 상쾌, 통쾌한 기발한 상상력!

 

갑자기 악어아빠에 이은 유쾌한 동화가 또 나왔다.

이번엔 무대가 학교다.

학교는 아이들이 가장 많이 머물지만

어쩌면 감옥에 비견될 만큼 한창 뛰어놀고 싶은 아이들을

장시간 붙들어 놓는 곳이기도 하다.

거기에 잔소리쟁이 선생님까지 있다면

어휴 상상만 해도 짜증이 날 것 같다.

아이들의 고달픈 현실을 한 방에 날려버릴

기발한 상상력의 동화가 또 나왔다.

선생님들이 갑자기 동물로 변한 것만으로도

신기하고 재미있을 텐데 운동회날이라는 설정까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정말 기대가 되지 않은가.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중에 무슨일이 일어나길

바라는 아이들의 심리를 이토록 관통하는 이야기가 또 있을까?

운동회 포스터를 그리던 아이들의 염원이 모여서

유쾌, 상쾌, 통쾌한 기적이 일어난다.

평소 무섭고 주눅이 들게만 했던 선생님이

기린으로 변하면서 묘하게 처지가 바뀐다.

상황이 달라지면서 아이들과 선생님의 불편했던

경계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허물없이 어우러진다.

그렇게 비현실적으로 신났던 하루는 현실의 아이들과

선생님에게 이해와 공감이라는 커다란 선물을 남긴다는

가슴 따뜻한 동화다.

깔깔거리며 읽다 보면, 어느새 가슴이 뻥 뚫리고

우리의 일상 또한, 한결 가볍고 유쾌해져 버린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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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치 인형 - 제11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샘터어린이문고 70
소연 지음, 강나율 그림 / 샘터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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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퐁스 도테의 ‘별‘ 만큼이나 아련하고 아름다운 힐링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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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루션 익스프레스 - 생명의 진화를 탐사하는 기나긴 항해 익스프레스 시리즈 4
조진호 지음, 장대익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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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나 쉽고 재미있게 진화생물학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 놓다니. 더불어 나는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성찰까지 끌어내는 조진호 작가야말로 찐 고수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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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기억 극장 - 제13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부문 우수상 수상작 웅진책마을 115
최연숙 지음, 최경식 그림 / 웅진주니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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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의 망령이 되살아난 듯 우크라니아 전쟁이 한창인 요즘
꼭 읽어봐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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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기억 극장 - 제13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부문 우수상 수상작 웅진책마을 115
최연숙 지음, 최경식 그림 / 웅진주니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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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의 망령이 되살아난 듯 우크라니아 전쟁이 한창인 요즘

매우 흥미로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여전히 휴전 중인 우리의 현실과 더불어 광복절 의미를

입체적으로 조망해 보게 하였기 때문이다.



 

나쁜 기억을 지우면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정신적 상처를 크게 받은 인간의 뇌는

방어기제를 작동해 무의식 깊은 곳에 기억을 가두어 두기도 한다.

그 결과 원인 모를 신체적 고통에 시달리게 되고 히스테리 발작마저 일으키게 된다.

프로이드의 정신분석을 통해 밝혀진 사실이다.

 

작가는 어찌 보면 한 개인, 인간의 정신적 문제로만 치부될법한 이 현상이

역사와 국가 공동체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일임을 생각해 보게 한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이 심오하고 깊이 있는 철학적 주제를

우리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상처와 트라우마인 일제 강점기

시대와 엮어서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로 풀어 갔다는 거다.

그것도 아이들의 시선에서 말이다.



 

다분히 무겁고 어려울 수 있는 소재와 주재임에도 책은 막힘없이 술술 읽힌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의 두 번째 매력이다.

안정된 문장과 서사를 끌어가는 작가의 내공 덕분에 어느새 몰입하게 되고

그림 비중을 높인 독특한 판형의 책 만듦새 또한 눈길을 사로잡는다.

공들여 그린 삽화로 어린이 독자를 배려한 점이 돋보였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모던하면서도 세련된 그림이

잘 받쳐주어 독자의 이해를 돕는데 크게 한몫을 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역사 왜곡도 모자라 잊을만하면 해괴한 망언으로

우리의 속을 뒤집어 놓고 중국 역시 동북공정으로

호시탐탐 정신적, 문화적 찬탈을 꾀하는 요즘이다.

강대국 사이에 끼인 우리 처지에서 본다면 우크라이나 사태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닌 현실인 셈이다.

바로 그러한 시점에 나온 책이어서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이 책의 세 번째 매력은 단순히 우리를 점령했던 일제에 대한 원망과

복수에 대한 감정을 자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시 침략전쟁에 동원되었던 일본군인 역시 피해자임을 보여준다.

아무리 고통스러운 기억이라 할지라도 제대로 직면하지 않으면

개인이든 국가든 더 큰 댓가를 치를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한다.



 

이 책 126~127P의 한 대목을 보자.

 

극장 건물이 어서 들어 와 기억을 지워라고 말하는듯했다.

용남이는 밀고했던 기억을 지우고 또다시 아저씨를 밀고 하려고 한다.

참전 독려 연설을 부끄러워 하던 윤귀옥 선생님은 또 똑같은 연설을 한다.

기억을 지우면 나도 그들처럼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될까?

…….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이 부분을 읽는데 울컥한 감정이 솟았다.

자주독립을 이루지 못한 탓에 친일 문제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고

분단의 아픔을 겪어야 했던 우리가 아니던가.

그 결과 친일의 잔재들이 뿌리를 내려 기득권세력화 되었고

우리는 여전히 휴전 중인 비극적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등장인물인 용남이나 윤귀옥 선생님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부끄러움을 알았던 사람은 기억을 지운 후 더 노골적이고 뻔뻔한 존재로

전락하고 만다. 부끄러움을 통해 반성하고 성찰할 기회를 잃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망각을 선택한 무의식의 댓가로 정신병자가 되어버린

프로이트의 환자들을 연상케 한다.

프로이트의 치료법은 놀랍게도 꿈을 통해 무의식을 끌어내어

직면하게 하는 거였다. 아무리 고통스러운 기억이라 할지라도

진실을 마주했을 때에야 비로소 병리적 현상을 치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극우 정권이 득세하는 일본과 독재국가인 중국, 소련을 보면

과거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없었기에 인류를 전쟁의 공포와 위협에

몰아넣는 과오를 되풀이 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우리나라 일부 정치인들의 블랙코미디와 같은 씁쓸한 행태나

사회 병리현상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비롯된 것일게다.

 


작가는 신제국주의가 도래할 것 같은 이 불길한 시기에

3차 세계대전으로 확전되는 걸 막고 우리 인류가

함께하는 삶을 도모할 수 있는 길은 오직

인류를 위기에 몰아넣었던 역사적 기억을

제대로 직면하고 성찰하는 데 있음을 보여주었다.


망각의 유혹을 이겨낸 덕구처럼 역사적 사실을 직면한 미래세대가

제대로 된 역사의식을 갖는 것만이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되어주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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