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 2025.하반기 - 제51권 2호
한국문학사 편집부 지음 / 한국문학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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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2025년 하반기호는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다룬 좌담을 통해 사회 갈등, 취향 공동체, 생활 태도와 소비 방식의 변화를 점검하며 2010년대와 2020년대 문학 세대의 차이를 비교했다. '비평의 눈'에서는 임정연이 성해나의 『혼모노』와 강보라의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을 서평했다. 신작시 특집은 이제니 시인의 「되기—거울을 바라보는 거울」외 4편을 평론가의 글과 함께 실었다. 그 외에도  여러 시인과 소설가들의 신작을 선보인다.


▪️신작시 특집 | 이제니 ㆍ 시세계


"그러므로, 되어보기

―이제니, 「되기―거울을 바라보는 거울」 외 4편" 

| 송연정


그러니까 그것은 되어가고 있는 중인 표면이다


물감은 아직 완전히 굳지 않았다

마르기 직전의 흔들림을 간직하고 있다


그것은 시간의 호흡으로 살아갈 수도 있다

그것은 화창한 날의 기분을 비출 수도 있다

그것은 굳이 두고 가는 마음을 헤어릴 수 있다

그것은 손끝으로 부드러운 곡선을 그려낼 수도 있다

그것은 기억나지 않는 빛을 기어이 반사할 수도 있다

그것은 물풀과 향기와 창문과 이름을 반추할 수도 있다 


색은 고체가 되어가고 있다

덧칠의 덧칠의 덧칠의 덧칠이 향하는 이야기에 기꺼이 귀 기울이고 있다


말라가는 것이 색의 색을 지워내고 있다

말라가는 피부처럼 갈라지는 흩어짐으로 색의 변모를 돕고 있다


시간의 표면은 굳어가는 것으로 흘러가고 있다

굳지 않기 위한 몸짓을 너는 오래도록 지켜본 적이 있다

늙어가는 나무처럼 비어가는 마음을 오래도록 들여다볼 때마다 

너는

―「되기―말라가는 물감의 표면」 부분


문학 장르 가운데 시는 늘 가장 어렵게 다가왔지만, 이번 『한국문학』에 실린 이제니의 시와 비평 글은 내 마음에 와닿았다. ‘되어감’ 속에는 수많은 가능성과 불가능성이 함께 얽혀 있지만, 그럼에도 “스스로의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은 채 그저 ‘되어보는’ 일이 전부일지도 모른다”는 송연정 평론가의 말은 오래 남는다. 그 문장은 내가 걸어가는 삶의 길에서 마주치는 불확실성과도 겹쳐지며, 그럼에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용기를 주는 것만 같다. 


이제니의 시는 존재를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끝없이 변해가는 과정으로 보여준다. 물감이 굳어가면서도 흐르는 모습은 정지와 운동, 고체와 액체 같은 대립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그 사유는 곧 나 자신에게도 닿는다. 내 안에는 서로 다른 목소리가 공존하며, 나는 늘 ‘되어가는 중인 나’를 견뎌야 하는 것이다. 거울은 이 흔들림을 비추고, 글쓰기는 그 흩어진 입자들을 모아 변화의 과정을 드러낸다. 이 미완성의 과정에서 비롯되는 새로운 가능성을 믿어야하는거겠지. 


'being'과 'becoming'  사이에서 우리는 여전히 흔들리지만, 그 흔들림이 곧 살아가는 방식임을 배운다. 그래서 시가 어렵게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나를 터칭하는 울림으로 다가왔다.


다시 읽고, 다시 읽고 싶은 시였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서 쓴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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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 (특별증보판)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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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 유시민, 웅진지식하우스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우대한 생각들, 특별증보판


유시민 작가는 자신의 저작 가운데 가장 애착이 가는 책으로 『청춘의 독서』를 꼽는다. 그 이유는 이 책에 자신의 감정과 사유가 가장 많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다른 책들이 주로 지식을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청춘의 독서』는 그가 읽어온 책들을 바탕으로 삶과 인간, 사회와 역사에 대해 품어온 생각과 감정을 풀어낸 글이다. 이번 특별증보판에는 새롭게 「자유론」 편이 더해졌다. 저자가 오래전부터 아끼던 책이기도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격랑 속의 정치 현실을 이해하고 견디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처음 집어 들었던 순간을 생생히 떠올린다. 대학입시를 앞둔 불안한 시절, 그는 밤을 새우며 이 소설을 읽고 “선한 목적을 위해 악한 수단을 써도 되는가”라는 질문 앞에 붙잡혔다. 가난은 개인만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와도 연결된 문제라는 직관은 이후 그의 사유를 이끄는 출발점이 되었다. 결국 그는 도스토옙스키와 마찬가지로 악한 수단으로는 결코 선한 목적을 이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세상을 바꾼 것은 소수의 ‘비범한’ 영웅이 아니라, 평범한 다수가 스스로를 구원해온 과정이라는 사실을 역사 속에서 확인했기 때문이다.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는 그에게 또 다른 충격을 안겼다. 『공산당 선언』이 무거운 현실에 짓눌린 영혼에게 투쟁의 신념을 불어넣었다면, 리영희의 글은 그것을 한국의 현실 속에서 다시 묻도록 했다. 과연 인간은 연대와 사명감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존재인가? 이기적 욕망을 억누르고도 지속될 수 있는 사회란 가능한가? 그는 이 물음 앞에서 ‘지식인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에 직면했다. 이상과 현실, 신념과 인간 본성 사이의 균열을 외면하지 않는 태도, 그것이야말로 진짜 지식인의 출발점일거라고 생각했다.


특별증보판에 새롭게 실린 『자유론』은 저자가 나이 들어 다시 붙잡은 책이다. 밀의 자유주의는 “스스로 설계한 삶이 가장 적합하다”는 개인 선언으로 다가왔다.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개인의 자유는 절대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며, 그것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길이라는 주장에 그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세상에 태어날 때 주어진 운명은 누구도 선택할 수 없지만, 원하는 삶을 스스로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만이 인생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깨달음은 여전히 유효하다.


『청춘의 독서』는 저자가 청년 시절 읽었던 고전을 오늘 다시 펼치며 건네는 대화다. 책은 독자에게 질문한다. “당신은 어떤 책을 통해 세상을 살아내고 있는가?” 나는 이 질문이 묵직하게 다가왔다. 지금까지 꾸준히 책은 읽어 오고 있지만 그것이 나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말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읽는 것과 사는 것은 간극이 크다고 생각했는데 『청춘의 독서』를 읽으니 누군가에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청춘의 시절, 저자가 책 속에서 길을 찾았듯, 나 역시 책과의 대화 속에서 삶의 의미를 다시 발견하고 싶다. 그래서 이 책을 지금 자신만의 길을 묻고 있는 이들에게 기꺼이 권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서 쓴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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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
이기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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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제 반려동물을 가족이라 부른다. 함께 밥을 먹고, 산책을 하고, 때로는 사람보다 더 깊은 위안을 받기 때문이다. 으레 가족은 그래야 하고, 그런 존재에 반려동물을 포함시킨다. 하지만 이 관계는 정말로 평등하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일까. 반려동물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그 사랑 속에 동물을 사랑하는 나를 더 사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가족이라는 프레임 속에 반려동물을 넣는 행위 자체가 언뜻 평등하고 따뜻해 보이지만, 사실은 인간 중심의 질서 속에 그들을 편입시키는 일일 수 있다. 가족이라는 말은 애정을 전제하지만, 동시에 위계와 소유의 언어이기도 하다. 누구를 가족이라 부를지는 결국 인간이 결정하며, 그 결정 속에서 반려동물은 선택권 없이 이름과 관계, 그리고 운명을 부여받는다. 그 안에서의 사랑은 진심일 수 있지만, 그 사랑의 틀과 조건을 만든 건 언제나 인간이다.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출발한다. 주인공 와 주변 인물들의 삶 속에서 반려견 이시봉은 인간 관계의 균열과 소유욕, 위선, 상실과 애도의 복잡한 감정을 드러나게 한다. 작품은 현재와 과거,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왕실 비숑의 혈통사와 앙시앙 하우스인물들의 서사를 병치한다. 프랑스 혁명과 전쟁 속에서 가장 먼저 희생되는 개들의 운명, 강아지 혈통을 보존하려는 인간의 계획, 사랑과 죄책감이 뒤섞여 결국 돈과 관리로 수렴되는 현실이 교차한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인간은 동물을 인간화하지만 인간의 동물화는 참지 못한다는 냉정한 통찰을 던진다.

 

이시봉과의 우정을 지키고 싶어 하는 의 소망은 순수해 보이지만, 작품 속 수많은 사례는 그마저도 인간의 시선에서만 유효한 순수일 수 있음을 경고하는 듯했다. 인간이 만든 종(), 보호라는 이름의 통제, 사랑이라는 명분 속의 자기애는, 동물과의 관계를 끝내 불평등하게 만들며 인간 자신조차도 불행하게 했다.

 

제목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은 역설적이게 느껴졌다. ‘명랑함은 강아지가 지닌 순수한 현재성, 조건 없는 즐거움을 상징하지만, ‘짧고 투쟁 없는 삶은 그 생이 인간의 선택과 통제 속에서 주어진 조건에 순응한 채 끝났음을 드러낸다. 투쟁이 없었다는 말은 선택과 저항의 기회조차 없는 존재들의 운명을 의미하는 것만 같았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실제로 8년째 함께 사는 강아지 이시봉을 바라보며 이 이야기를 썼다고 밝힌다. 그는 소설은 강아지에 대해 말하기엔 적합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강아지를 둘러싼 인간의 책임을 묻기엔 여전히 유효한 장르라고 말한다. 이것은 곧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문제의식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사랑한다는 이유로 동물을 길들이고, 품종을 관리하며, 관계를 소유한다. 그렇다면 그 사랑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동물일까, 아니면 결국 나 자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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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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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지음, 정혜용 옮김, 열린책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의 소설 그녀를 지키다2023년 프랑스에서 출간되어 같은 해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소설은 20세기 초부터 중반까지의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조각가 미모와 귀족 가문의 딸 비올라 사이의 사랑과 예술, 정치적 격변을 그린다. 이 시기는 무솔리니의 파시즘 정권이 집권하던 때로 파시즘의 부상과 전쟁의 그림자 속에서 개인의 삶과 예술이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미모는 왜소증을 가진 가난한 집안 출신의 조각가로, 어린 시절부터 조각에 대한 열정을 품고 성장한다. 그는 오르시니 귀족 가문의 딸 비올라를 만나고 우정을 나누며 그녀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접하게 된다. 비올라는 귀족 소녀이지만 가족과 사회로부터 철저히 고립된 인물로 외부세계에 대해 차갑고 거칠게 반응한다. 그것은 자신을 억압해온 세상에 대한 무언의 저항이자, 상처를 감추기 위한 방어기제로 보인다. 그러나 그녀의 내면은 사랑받고 싶어 하는 어린아이이며,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주길 갈망한다. 비올라는 미모를 통해 처음으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여주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이 두 인물은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며 세상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지킨다는 것은 이 소설에서 미모가 비올라를 향해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비올라가 미모에게 선물한 신뢰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유폐하는 겁니다는 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질문을 던진다. 과연 보호란 무엇인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지킨다는 말은, 때로 얼마나 교묘하게 자유를 빼앗는 폭력이 될 수 있는가?

 

미모는 왜소증을 가진 가난한 집안 출신의 조각가로 사회에서 밀려난 존재이다. 그러나 그는 비올라를 만남으로써 처음으로 지키고 싶은 누군가를 갖게 된다. 그가 비올라를 데리고 도망치고, 감추고, 끝내 무언가를 하지만 그 과정은 유폐라는 단어는 독자를 혼란스러운 감정에 빠지게 한다.

 

비올라는 보호받기를 원한 걸까, 아니면 이해받기를 원한 걸까? 그녀가 처한 세계, 가정, 그리고 제도는 모두 그녀를 위해 움직였다고 말하지만, 결국 그녀의 목소리는 침묵시켰다. 이러한 맥락으로 바라봤을 때 이 작품은 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정말 누군가를 지키고 있는가, 아니면 우리의 불안과 소유욕을 포장하고 있는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서 쓴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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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을 읽는다 - 한 권으로 깊이 읽는 한강 대표 작품
강경희 외 지음 / 애플씨드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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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을 읽는다』, 애플씨드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영광을 안겨준 한강 작가는 노벨상 수상식에서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세상에 던진 자신의 질문이 다음과 같이 변화해 왔다"고 말했다.


‘현재가 과거를 도울 수 있는가? 산 자가 죽은 자를 구할 수 있는가?’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세계는 왜 이토록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왜 이렇게 아름다운가?’ 


 『한강을 읽는다』는 위의 질문에 다섯 명의 문학 평론가들이 그 의미를 관통하는 해설을 담아 엮은 책이다. 한강의 대표작 「채식주의자」,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흰」, 「작별하지 않는다」에 대해 분석했다. 한강 작품에 대한 대중비평서가 출간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어렵고 난해하다는 이유로, 또는 역사의 아픔과 잔혹한 장면을 재현함으로써 읽기 힘들었던 작품들을 평론가들의 해설을 통해 좀 더 깊고 다양한 방식의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문학은 정답이 없지만 시대적 배경과 작가의 의도를 배제하고 스토리에만 집중해서 읽으면 오독할 수 있다. 적어도 작가가 어떤 질문을 안고 작품을 썼는지, 작품의 시대배경과 현실을 알고 책을 읽는다면 텍스트 이면에 드러나지 않는 은유나 상징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어려운 작품일수록 공부하는 독서가 필요한 이유다. 


 『한강을 읽는다』는 “한강 문학의 대략적인 지형도를 검토할 수 있는 대표작 다섯 권을 선정”하여 “소수 연구자만 읽는 학술 논문 형태가 아닌 대중적 글쓰기 방식을 지향할 것”을 원칙으로 쓰여 졌다.(☆) 다섯 작품의 선정은 노벨문학상 위원회의 심사평에 따라 거기에 합당하다고 여겨진 작품들로 했다. 대중적 글쓰기 방식은 한강의 작품 특성상 쉽지 않았으나 “소설에 담긴 메시지를 정밀하게 전하는 동시에 대중적 글쓰기의 균형점을 찾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고 한다. 이러한 기획 의도가 독자를 배려했다고 느껴진다. 입체적인 해설도 중요하지만 독자가 해설을 읽고 더 난해하게 느낀다면 그것은 이중의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책은 한강 문학에 유능한 현역 비평가들의 한강 작품 읽기를 통해 독자들도 그들만의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


「채식주의자」, 김건형

일상적 언어/규범을 넘어서는 절실한 몸짓을 담은 소설인 만큼, 모종의 불편함을 느꼈다면 오히려 『채식주의자』를 제대로 읽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나는 이러한 불편함을 피하거나 무시하지 말고 왜, 무엇 때문에 불편한지를 되묻고 의미화하는 작업이야말로 『채식주의자』를 더 깊이 읽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희랍어 시간」, 최다영

이 소설은 침묵, 즉 죽음이 생의 조건이자 산 자들을 연결하는 매개이며, 우리가 숨을 내쉬며 살아가는 이 세계가 죽음으로 충만해 있음을 깨달아가는 여정을 그린다. 그리고 침묵의 공간을 존중하고 죽은 자들과 함께 살아가는 삶에 대한 지향은 한강의 여타 소설들을 비롯해 그의 시를 읽는데도 중요한 길잡이가 되어 주리라 믿는다.


「소년이 온다」, 성현아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우리는 한강 작가가 했던 질문을 되뇌게 된다. 이리도 참혹한 세계가 어떻게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는가. 그 기이한 양면을 마주하게 되는 소설은 어둠이 반복적으로 내리는 세계에서도 환한 쪽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손짓한다.


「흰」, 허희

사랑을 되풀이하는 몸말


「작별하지 않는다」, 강경희

여러 생명을 보듬는 팔딱팔딱 뛰는 가슴이 있다면, 앓는 자들을 향한 사랑의 불꽃이 있다면, 당신은 이 소설을 절대 놓지 못할 것이다. 위대한 작가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타인의 사건이 아닌 우리 자신의 이야기로 되살아날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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