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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지하철 타고 출근합니다 - 어느 공무원이 쓴 조용한 성장의 기록
김호종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9월
평점 :

#도서협찬 #오늘도지하철을타고출근합니다
『그날 이후, 내가 아버지에게 전화하는 일은 없었다. ... 나는 딸아이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추어질지 궁금하다. _ p.27』
어릴 적부터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이 되기까지, 그리고 결혼을 하고 한 아이의 부모가 되기까지.
우리는 나의 부모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그래, 그나마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며 한 집안을 이끄는 사람이 된다면 그나마 좁쌀 한 톨만큼이나, 후에 아이가 생겨 부모가 되면 쌀 한 톨만큼은 알까. 그런데 내가 막상 결혼을 하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보니, 나의 부모님의 마음보다는 여전히 부모가 된 나의 마음이 더 우선 시가 된다. 그리고 여전히 나의 부모의 마음은 하나도 모르겠다. 괜히 섭섭하고, 속상하고.. 재미있는 건 그 마음을 나도 내 아이들을 통해 느끼고 있으니, 사랑이라는 것이 내리사랑일 수밖에 없나 보다. 섭섭함과 서운함은 위로 올라가면서 말이다. 어쩌면 저자도 이런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 생각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마음으로는 품으려하지만, 행동과 표현으로는 그것이 힘들다는 것을.
『‘아버지, 어떤 인생을 살아오시니 건가요? 막상 사회에 나와 보니, 아버지가 가족을 위해 30여 년의 세월을 어떻게 살아 오셨을지 조금 가늠이 되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 정말 존경합니다.’ ... 우리네 부모님은 우리보다 더욱 치열한 삶을 살아왔을 테다. _p.94~95』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정말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많다. 그리고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일이 진행되기도 한다. 정말 내 뜻대로 이루어지는 건 하나도 없다. 사람들 눈치나 보고, 말 한마디에 주눅이 들고, 상처 받고, 그 무리에 끼어 살아남기 위해 있는 아양, 없는 아양 떨기도 바쁘다. 요즘은 주 5일인데도 힘들다, 근무시간도 예전만큼 길지도 않은데, 월차고 연차도 쓰기 쉬운데, 뭐가 그리 맨날 피곤하고 힘이 드는 걸까. 우리 부모님 세대에는 주 6일은 기본이요, 야근에 추가 근무에, 수당이 없는 곳도 많고, 불합리한 대우를 받기도 일쑤였는데.. 저자도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잘’이 아닌 ‘조금 가늠’이다. 우리 자식들은 그렇게 살아간다.
나도 매일 갓난아이를 데리고 새벽같이 마을버스와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면서 편도 2시간(걷는 시간 제외)을 출근하였다. 그러면서 아이와 많은 이야기도 나누고, 지나가는 어른들한테 좋은 소리, 나쁜 소리 다 들어가며 일을 했던 것 같다. 참 많이 울기도 했어도, 아이의 웃음에 다시금 힘을 내기도 한 삶이었다. 지하철과 버스 안의 사람들을 보면 참 한없이 피곤해 보인다. 그렇기에 자리양보는 꿈도 안 꾼다. 그래서인지 항상 사람들 앞에 서지 않고, 저 멀리 서 있었던 것 같다. 나 같아도 조금은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싶기에...
우리는 매일을 이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며 내 삶을 돌아보기도 한다. 밖의 아파트도 보고, 웃으면서 지나가는 학생들도 보고, 노을 진 한강도 지나가 보면서 말이다. 그곳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무리하며 나의 마음 또한 다시금 다독여 본다.
“오늘도 수고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