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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의 기억 ㅣ 노란상상 그림책 98
소연 지음, 조아름 엮음 / 노란상상 / 2023년 5월
평점 :
5.18 민주화 운동의 참담하고 아픈 기억을 갖고 있는 느티나무와 느티나무를 찾아온 두 사람의 이야기.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느티나무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수십 년 전 강한 벼락을 맞아 더 이상 잎도 꽃도 자라지 않는 느티나무의 몸에는 심한 흉터가 남아있다. 그리고 느티나무를 찾아오는 두 사람이 있다. 모자를 푹 눌러쓴 아저씨와 지팡이를 짚고 걸어오는 할아버지. 이들이 가지고 있는 1980년 5월의 기억은 느티나무에게도 있다. 아이들을 향해 총을 쏠 수 없어 대신 나무를 향해 쏜 부하 군인과 총격에 도망치는 어린아이 2명. 하지만 친구를 두고 혼자 살아남은 아이는 아저씨가 되어 느티나무를 찾아오고, 아이의 기일마다 부하 군인은 할아버지가 되어 느티나무를 찾아온다.
아픔, 후회, 죄책감을 공유하고 있는 두 사람과 느티나무. 느티나무 속에 여전히 총알이 박혀 있는 것처럼 영원히 잊지 못하고 기억될 것이다. 이야기도, 5.18 민주화 운동도. 평화로운 표지에서 어전지 어딘가 모르게 쓸쓸함이 느껴지는 건 이런 기억이 담겨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반적으로 구성이 인상적이었는데, 왼쪽과 오른쪽으로 아저씨와 할아버지의 모습을 각각 동시에 보여주는 연출이 좋았다. 하나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설정이 한눈에 잘 보이는 구성이라서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초등교사이자 동화작가인 심진규가 만든 작은 책자가 중간에 끼워져 있었다. 그림책 이야기와 5,18 민주화 운동을 이해하는 활동이 담겨 있어서 이 그림책을 읽는 초등학생에게 가장 이롭게 다가오지 않을까.
“나는 기억한다, 그날을.
내 몸이 베어져도 잊지 못할 일.
내 속에 박혀 있는 총알이 말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