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글에서 간접적으로 언급한, 창조적인 예술가는 자기 작품뿐 아니라 작품을 사랑해줄 팬마저 만들어야해서 오래 기다려야한다, 라는 구절은 아일랜드 작가 조이스 캐리의 1944년 소설 인트로의 한 구절이다.


아주 오래 전에 무슨 영어지문에서 보았는데 출전을 찾아보니 일본인이 편집한 책이었다. 그게 영어든 한문이든 이런 식으로 부분편집한 지문만 읽고 넘기는 것을 전혀, 네버!, 좋아하지 않아 나중에 시간이 지나 원전을 읽어보았는데소설 자체도 특이하고 재밌었다. 가난하고 늙은 화가의 순수한 광기와 충동과 창조성에 대한 파란만장한 모험담이었다.


서론의 네 번째 문단만 수능대비 고급영어 지문으로 떠돌아 전체를 제미나이 시켜서 번역해본다. 일단 해당부분은


이해와 보상을 기대하는 독창적인 예술가는 바보입니다. 

The original artist who counts on understanding and reward is a fool.


그는 자신과 공감하는 비평적 재능을 가진 인물을 만나게 해주는 우연의 바람 덕분에 발견되는 행운을 누릴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하지 않은 일로 감탄과 보상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He may have the luck to be found out by some wind of chance which blows a sympathetic critical talent in his direction; he may be admired and rewarded for what he does not do,


그러나 그가 '독창적'이라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일반적인 상황에서라면 이해받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의 작품뿐만 아니라 자신의 대중도 창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but for the very reason that he is original, he will, in the ordinary course of things, wait a long time to be understood. For he has to create not only his work but his public.


해당 도입부 전체


이 책은 총 3부작 중 마지막인 세 번째 책으로, 한 화가가 직접 들려주는 자신의 예술과 삶에 대한 모험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희극으로 묘사되어 왔으며, 일부 독자들은 지나치게 익살스럽다고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타당한 평가입니다. 하지만 짐슨(Jimson)이 익살스럽게 행동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전쟁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격 전날 밤, 혹은 참호 밖으로 돌격하기 직전에 갑자기 농담을 쏟아내는 사람을 알 것입니다. 독창적인 예술가인 짐슨은 언제나 무인지대(No Man’s Land)를 향해 참호 밖으로 돌격하는 처지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고통과 모험의 대가로 돌아올 것은 벌떼 같은 총알과 좌절 속의 죽음, 이름 없는 무덤뿐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는 삶을 감히 진지하게 받아들일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에 농담으로 넘기는 것입니다.그는 웃지 않으면 이성을 잃거나 화를 참지 못할까 봐 두려워합니다. 임무로부터 도망치고 싶어지거나, 분노에 가득 차 "전쟁 중인 세상에서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라며 절규하다가 가장 가까이 있는 장교나 자기 자신을 쏠까 봐 두려운 것입니다. 그는 스스로가 창조자이며 평생을 창조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영원한 창조의 세계에는 정의가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으며 이를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상기시킵니다.


이해와 보상을 기대하는 독창적인 예술가는 바보입니다. 그는 자신과 공감하는 비평적 재능을 가진 인물을 만나게 해주는 우연의 바람 덕분에 발견되는 행운을 누릴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하지 않은 일로 감탄과 보상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가 '독창적'이라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일반적인 상황에서라면 이해받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의 작품뿐만 아니라 자신의 대중도 창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어려운 점은 대중 역시 창조적인 예술가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살아있는 모든 영혼은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며, 또 그렇게 해야만 합니다. 인간의 아이는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본능적 장비를 거의 가지고 태어나지 않습니다. 


불이 뜨겁다거나, 창문 밖으로 걸어 나가면 떨어진다는 사실조차 본능적으로 알지 못합니다. 소통하는 법도, 스스로 먹는 법도, 심지어 무엇이 먹기에 좋은 것인지도 모릅니다.아이는 처음부터 고독한 정신입니다. 사랑을 느끼고 공감을 느끼지만, 생각은 스스로 해나갑니다. 아이는 자신의 상상력 속에서 스스로 3차원 우주를 창조해야 합니다. 컵 안은 비어 있고, 공은 둥글며, 정원 담장에는 반대편이 있고, 그 두 면을 결코 동시에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모든 외부 대상은 아이가 말을 배우기 전부터 이미 그 감정에 깊은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어머니와 아버지, 형제와 자매는 각각 고유한 경험이 되며, 아이는 이를 상상력으로 붙잡아 삶에 대한 일반적인 개념으로 구축해 나갑니다. 소년이 성장하며 마주하는 모든 것은 자신의 관념, 취향, 야망, 의지의 질서에 따라 스스로 배열해 나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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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청 [live] 제 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대표공연 산화비(山火賁) : HEXAGRAM 22 (2026. 7. 23. (목) 19:30~)

라이브 영상 추천한 것에 대한 댓글

재밌게 보았어요 나눠주셔서 고마워요

전통적인 황해도평산소놀음굿으로 시작해서

42:22에 EDM과 꽹과리가 섞인 성수거리로 넘어가는군요

꽹과리를 거의 드럼의 플로어탐처럼 치네요

이런 퓨전국악을 런치패드로 연주하는 디폴이 샘플링하고 싶어하겠어요

작곡과 베이스의 힘인 것 같아요

48:50에 들리는 뮤트와 엇박과 49:07의 기계음 인상깊어요

보라고 한 거를 넘어서 보고 있다보니

53:15에는 진짜 2명 1조의 사자탈 4마리가 관객석에서 내려오네요

캐스터네츠와 가죽 지갑의 반반 섞은 사자 대가리 디자인에 이빨은 지갑 지퍼처럼 생겨 특이해요

약간 셔플댄스 런닝맨 스텝 같은 거 밟는 것 같기도 하고요

부산땅에 내려온 한바도의 사자는 나중에 사자 에렉투스가 되어 두발로 서도록 진화하네요


개인적으로 저는 화려한 형형색색의 의상, 감정의 카타르시스 해소, 의례화된 정해진 반복안무, 스펙터클과 연희문화 등 여러 측면에서 현대 아이돌, 콘서트는 과거의 굿판과 제례문화의 현대적 승계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https://www.youtube.com/live/jHreQvf4p9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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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하나 바이럴되면 고요한 물에서 동심원의 물결 파장이 생기듯 주변으로 퍼진다.


대형 국공립미술관에서 전시하면 지방으로 투어도 가고(국중박 오세아니아전-전남도립, 이건희기증품투어), 근처 갤러리는 마치 싱크로를 맞추듯 비슷한 화풍이나 같은 작가의 그림을 거는 걸 오랫동안 봐왔다. 미니멀리즘, 이우환, 이강소, 톰색스, 피카소, 루이즈브르주아, 론뮤익 등등. 심지어 론뮤익-그라운드시소 맥스시댄도프-수원시립 패트리샤 피치니도 연결할 수도


출판계는 까칠한 이모같아서, 관계자들은 이게 말이 돼? 하고 온갖 트집을 잡는 것 같은 분위기인데 매출로 이어지니 궁시렁궁시렁하면서 따라간다. 필사노트, 초역본, OO에 읽는, OO수업, OO트렌드 등등


예능에서 컨셉 잡으면 천편일률적으로 확산되고 여행유투버가 아이템 하나 잡으면 프렌차이즈화된다. 이미 포화상태인 일본여행영상계에 지하철로 어디에서 어디까지 가기가 떡상을 했더니 컨트롤씨. 지방소도시여행도 컨트롤씨. 마츠야마 다카마쓰는 안 가봤는데도 많이 봐서 가본 것 같다. 오사카 도쿄 교토는 말할 것도 없다. 이제 아이템은 도보여행이다.


샤크창이라는 유투버가 도쿄에서 삿포로까지 강행군 일정 중 여행 2/3지점에 너무 지쳐 하루를 무지성으로 쉬었더니 밤12시까지 걸어야만했다고 했다. 33km남짓은 김포에서 하남거리다


돈은 적고 의욕은 넘치고 체력이 무한한 것만 같은 시절에 할 수 있는 귀여운 실수다. 아마 90년대 여행자유화되고 유럽배낭여행자들도, 00년대에 중국여행자들도 비슷한 실수를 했을 것이다. 언제 다시올까 싶어 일정을 빡빡하게 잡고 체력이 고갈된다.


최근 읽은 응급의학과 의사 남궁인의 <시부야의 초급반> 도입부에도 군미필자는 단수여권밖에 발부가 안되어 한 번 입국하면 최대한 많은 여행지를 다닐 수 있는 중국에 갔다고 했다.


10년대 트렌드는 태국 등 동남아, 20년대 트렌드는 일본 구석구석이다.


4-5일에 한 번 무계획인 공백의 여유로운 하루를 주는 게 현명하나 스스로 깨달아야지 주변에서 말해봤자 소용없긴하다

그런 시행착오와 깨달음을 포함해서 여행의 의미가 완성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3_cIR9ce8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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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달 전과 2주 전에 예측했던 대로 어제와 오늘 드디어 한반도는 40도를 찍고야 말았다.


태풍은 1965년만큼 많이 발생한다지만 고기압 이불에 갖힌 한반도까지 올라오지 못하고 오키나와 대만 홍콩 상하이 등 중국남부만 직격해, 때린 데 또 때릴 것이다.


이런 폭염에 야외근무를 해야하는 미화원, 경찰관, 소방관, 정비사 등 사회필수인력의 고충이 극히 힘들 것 같다. 어제 새하얀 벅문에 그들의 안녕과 평화를 빌었다.


알베르 까뮈의 1954년 수필집 여름(l'été)의 한 꼭지 <티파자로의 귀환(Retour à Tipasa)>에 인구에 회자되는 유명한 구절이 있다. (모음 사이에 있는 s는 z화된다. ease처럼. 아랍어 원어도 تيبازة 라 ㅈ로 읽는다.)


"겨울의 한가운데서 나는 마침내 내 안에 무적의 여름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Au milieu de l'hiver, j'apprenais enfin qu'il y avait en moi un été invincible)"


참혹한 전쟁과 부조리한 세상을 견딘 중년의 성찰이 만나 내면의 꺾이지 않는 태양을 발견하는 얼개의 이야기다.


티파자는 북아프리카 알제리에 있는 고대 로마유적지 도시로 바닷가 근처 연안 도시라 해수면이 증발하기에 여름에 우리처럼 습도가 높은 푹푹 찌는 무더위고, 햇빛만 강해 그늘에 있으면 서늘한 유럽 더위가 아니다. 8월에 36도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그러니 까뮈가 묘사한 중꺾마의 여름은 우리가 느끼는 것과 흡사하다.


12월에 8월을 상상하는 마음도, 8월에 12월을 상상하는 마음과 동일하리라. 매미소리마저 죽어버린 사우나 더위에 칼바람이 뼈를 아리는 세찬 추위를 떠올려볼 수 있을까? 그런 고해상도의 떠올림이 가능하다면, 그대로 불굴의 여름을 마음에 품고 한겨울을 버티는 일도 가능할 것이다. 지옥같은 시련 속에 대운발복을 상상하며 존버하고, 찬란한 성공가도를 달리며 천일이 하루같은 바쁜 나날 속에 하루가 천일같았던 무명시절을 생각하는 것 말이다. 이 폭염을 우리 마음 속에 저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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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 드라마 <동궁>에서 특이했던 건 영화 <트로이>나 <듄>에서 들리던  아아아~ 하며 신화적 느낌을 주는 웨일링 우먼 목소리의 삽입이었다. 심지어 헤비메탈이 블랜딩되더니 뒤에 판소리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이런 웅장한 허밍과 샤우팅 여성보컬은 듄 OST를 담당한 Loire Cotler가 생각나는데 판소리까지 결합한다면 송소희가 단연 독보적이다. Not a dream같은. 안예은도 자기 색깔이 강한데 송소희가 장엄하고 숭고한 쪽으로 포지셔닝한다면 안예은은 영화 <물의 연대기> 정서의 다크하고, 트라우마 탐색하는 미친년풍으로 포지셔닝하면 좋을 것 같다. 이런 에픽음악이 에스닉음악을 일부 참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판소리는 한국적 민속음악이기도 하고.


둘 다 아마 주류 국악계를 벗어나 자기 길을 개척하는데 부단히 애를 먹고 있을테다. 오리지널한 무언가를 창작하는 예술가는 자기 작품뿐 아니라 자기 작품을 감상할 팬마저 창작해야해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 삼성z폴드의 4:3비율은 이미 LG가,  


라인메신저가 베트남에, 인공화랑이 30년 전에 도널드 저드의 미니멀리즘을, 이상은 물리학과 건축학을 문학에, 백남준은 디지털시대를.


모두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는 속도보다 너무 빠르게 시대를 앞서나가, 세계가 자신을 따라잡을 때까지 기다리다 지쳐 쓰러지고, 그저 반박자 앞섰던 범부가, 이들이 이미 예고하고 선도한 시장을 대신 먹었다.


그런데 이런 에픽 판소리 음악을 깔려면 스토리도 그만큼 심도깊은 레이어로 뒷받침되어야한다. 네오 소라의 <어느 뻣뻣한 하루, 2025> 같은 일상단편에 울부짖는 멜리스마 창법이 들어가면 이상하다. 행성간 전투, 윤리적 딜레마, 3천 년 정도의 깊이 있는 역사를 다루는 비극적 문학이어야 가사 없이 목소리로만 곡선 형태의 음을 길게 끌며 흐느끼는 허밍 보컬이 의미가 있다. <동궁>은 이세계, K오컬트(데몬=귀신), 호러와 궁정정치물, 시대극이 섞여있는데 에픽이라기엔 2% 모자란 느낌이었다.



한국형 판타지 장편이 있을 수 있을까. 그런 날을 기대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_j5GgGdSwj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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