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국문학을 가르칩니다
고영란 지음 / 정은문고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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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대학(니혼대학) 국문학과(일어일문학과)에서 정교수로 교편을 잡고 있는 고영란(코-요-란) 교수의 책을 읽었다.

페이지 터너다. 마치 엄지로 스크린을 무한히 스크롤하며 쇼츠를 보는 것처럼 마지막 261쪽까지 단숨에 읽었다. 차이는 엄지로 종이를 집어 왼쪽으로 넘기느냐 같은 엄지로 디스플레이 윗쪽으로 미느냐에 있을 뿐. 제발 이 쇼츠형 이야기들이 계속 되기를, 책이 끝나지 않기를 내심 빌었다. 2탄은 언제 나올지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엔화 약세로 일본 여행이 열풍이다. 귀칼, 체인소맨 레제편, 더퍼스트슬램덩크의 열풍도 심상치 않다. 이러한 일본문화 훈풍은 매 세대 반복된 것으로 이전에는 원피스와 에반게리온 등이 있었다. 이 책은 그런 계보를 거슬러 올라가 87-93년에 일본을 접하고 88 올림픽 이전 한국의 빵맛이 형편없던 시절 일본어한다고 폭행당하고 일본에서 한국음식의 마늘냄새가 혐오의 대상이 되었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략 세 세대 전 일본을 발견한 자의 자서전이다.

최근 연세크림빵 교보문고 맛이 특이한 조합으로 인기를 끌어 바이럴 되었다. 매번 예상가능한 시판 크림 패턴만 바꾸어오던 전례를 뒤집은 혁신적 마케팅이다. 이 책을 그런 독특한 콤비네이션으로 비유하자면 마라향 크림같다.

다루는 주제는 모두 얼얼한 마라맛이다. 차별, 혐오, 성적 소수자, 순혈과 혼혈, 자이니치, 지배관계가 체화된 고령여성노동자의 구술문화, 이주와 정체성, 이민자 정체성, 디아스포라, 여성인권, 자본주의에 길들여진 출판문화시장, 문학상과 마케팅의 밀월, 제국 시기 프로파간다와 동조하는 초기 한류, 원전 은폐하는 미디어와 이에 저항하는 시민 운동 등

모두 첨예하고 예민한 주제이고 이를 다루는 자들은 대개 파이터 활동가로 선언적이고 도발적인 어투로 말해 자극적이고 불편하다. 그런데 저자는 이런 주제를 다루면서 이렇게 해야한다는 당위성으로 점철된 설교자의 문체가 아니라 이야기를 풀어내는 문학가와 생각해보자는 교육자의 문체여서 훨씬 접근성이 좋다. 그래서 마라맛 크림이다.

불편한 내용이 폭신한 크림에 감싸여 톤다운된 느낌이다.

대개 리얼리즘 소설이나 나쓰메 소세키를 좋아하고 한문과 근대를 좋아하는 이들은 129페이지 2장까지는 마음에 들어할 것이고 근대 사회문화 문제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193페이지 3장까지 최근이라면 4장 마지막까지일 것이다.

반드시 국문학이나 일본에 관심없다고 하더라도 고학력 외국인 여성 독신으로 자신이 떠나온 애증어린 사회를 대변하면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많은 외국 거주 한국인 디아스포라라면 관심있어할 이야기다. 그들의 현재 거주지가 미국, 유럽이라도 충분히 선택지가 일본이었을 수도 있을테니까

책은 기업인의 자화자찬형 성공담 편집본이라기보다 이방인으로서 자기 포지션을 얻어나가는 분투형 빌둥스로만에 가깝다. 전남대 일문과에 경희대 일어과 석사로서 한국에서 자리잡 더 학벌 좋은 고대에 밀렸을 수도 있는데 오히려 현지에서 외국인으로서 무지, 무관심을 받은 덕에 실력으로서만 평가받았다는 점이 인상깊다.

<사피엔스>로만 전세계적인 낙양의 지가를 올린 유발 하라리 교수의 옥스퍼드 박사논문은 중세 전쟁회고록이다. 균질적이지 않은 자서전식 역사서술방법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출발한 논문으로, 자기에게 의미있는 일화를 다루는 역사쓰기에 대해 흥미로운 접근을 했다. 매일 균일하게 쓰는 일기나 조선왕조실록 같은 역사서술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마찬가지로 이 책도 근 30년 간의 자기 이야기(herstory)가 균등하게 배분된 것은 아니다. 분절적 쇼츠형이다. 마치 중세용병이 전공을 세운 년대의 이야기는 길게 서술하고 일감이 없을 해는 다루지 않았던 것처럼

또한 때론 자신이 주어가 아니라 알바한 소학교 학생이나 대학에서 가르친 영어에 관심없는 일본청년의 취업문화가 중심이 되기도 한다.

고생 끝에 교수 취직으로 성취헀다는 기승전결의 스토리라인도 아니며 마지막의 수술은 클라이맥스가 아니다. 그래서 더욱 더 후속 이야기가 궁금하고 저자가 쓴 학술서도 읽고 싶어진다. 아직 맛만 보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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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데몬헌터스 50년대 모타운 버전 재해석

편곡의 악마 3분 유투브에 상륙
모타운 진짜 잘 아는 천재다

골든
https://youtu.be/MJ-GMHcbocM?si=C-6DpA8wv9BTXK-7
소다팝
https://youtu.be/2gNntED4qm4?si=gd9smgaxgyXkw-cc
사자보이즈
https://youtu.be/xBh8jDYxmAw?si=RDc9QjY4tv58s4K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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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데이 브레드 - 신제품 아이디어를 담은
박영경 지음 / 비앤씨월드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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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 2권 비밀의 방 일어-영어 비교

일어판을 읽으며 의역과 직역에 대해 생각보게 된다. 일어판은 영어 원문을 존중하면서 자국어로서 잘 읽히게 문장을 다듬었다. 에세이스트인 역자와 편집부의 훌륭한 협업의 결과물일 것 같다.

수능영어독해를 위해 직역하며 외국어를 배워 온 한국인은 학창시절 자신의 생각을 곁들여 의역하면 선생님께 혼나는 경험이 많다. 의역에 유보적이다.

한편 한국어가 한자든 서양어든 음차도 쉽고 조사의 활용도 유연해서 직역을 하는게 가능한 언어이기 때문에 외국어의 문법구조를 대개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직역이 거의 불가능한 다른 언어와는 상황이 다르다.

캡틴아메리카를 미국대장으로 번역해야하는 표의문자의 중국어는 물론이고, 명사마다 격이 있어 굴절되며 자음이 발달된 러시아어도 직역은 쉽지 않다. 또한 같은 알파벳권이라도 그리스어 ph를 f로 바꾸는 등 철자가 다르고 발을 사용하는 표현법이 발달된 스페인어도 영어를 그대로 1:1대응시키는 건 아니다.

한국어로 번역된 학술서 중 무슨 말인지 알기 힘들다고 욕을 먹는 책이 많다. 포스트모더니즘 ㅇ유행하던 시기에 출판된 데리다, 라캉, 지젝 등등이 대표적이다. 그래도 20년 전에는 일어, 영어, 독어판 중역본이 많았다. 올해 노벨문학상 <사탄탱고>도 헝가리어 직역본은 아니다.

그런데 그 언어를 하는 사람으로서는 직역이 정확한 독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대학가에는 그런 문화가 있다. 도착어 한국어를 희생하고 최대한 출발어 원어 위주로 이해하기. 으레 원어를 공부한 이들이 한국어를 도구로 원어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럼 원어를 모르는 일반인은 당연히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사고구조와 어휘형태가 한국어 사용자에게는 낯설고 소수의 전문인만 왜 이렇게 번역해야만 했을지 납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의역을 하면 의역이 없던 문화에서 반발이 생긴다. 그렇게 점점 좋은 학술서는 대중과 유리되어간다. 학술서 뿐인가. 일어 한자로 점철된 법용어 등등. 이젠 판교사투리도 등장했다.

원래대로 똑바로 해석이나 하라고 네 생각할 시간에 단어나 외우라고 혼나며 수능영어독해를 하다가 대학에 가서 이제 좀 제대로 된 책을 읽으며 지성인이 되고 싶은 학생들은 페이지를 넘기기 어려울 정도로 이해가 어려운 번역서를 읽다가 혀를 내두르며 책을 덮는다.

그렇게 우리는 훌륭한 의역을 해 본 적도 만나본 적도 없이 정통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원어 위주 직역을 하며 살아간다. 도착어인 한국어가 아닌 출발어 원어를 더 대접하는 셈. 그러나 이제 독서인구가 줄어드는 중에 대중 친화적인 의역에 대해 나은 대우를 해 줄 때도 된 것 같다. 스마트글래스와 인공지능의 발달로 즉각적으로 구현되는 정보가 아니면 아예 정보를 섭취하지 않을 미래 세대를 감안했을 때 안 읽히는 책은 아예 의미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출발어를 존중하면서 도착어를 대우하는 방식은 어떨까?

예를 들어 해리포터 2권 일어판의 이런 번역은 괜찮은 예시라고 생각한다. 읽다가 이런 표현이 영어에 있었다고? 하며 찾았다가
납득이 되었던 부분이다.

예컨대 14장에서 바실리스크의 습격을 받아 석화가 된 헤르미온느를 보건실에서 보고 해리는 너무 놀라 ˝오장육부가 모두 뒤집어지는 기분이었다˝고 써있다.
원어는 Harry‘s insides did a horrible somersault 해리의 안이 끔찍한 공중제비를 했다는 뜻이다.

또 다른 예시로 15장에 인솔하는 록하트를 먼저 보내고 맥고나걸 교수를 만난 해리와 론이 헤르미온느 문병가고 싶다고 말을 지어내는 부분에서

벌칙 주지 않은 것에서 반신반의하며daring to believe, 네가 지어낸 말 중에 가장 최고걸작이었어 the best도 의미가 잘 통한다.

의미를 통하게 하기 위해 원문에 없는 표현을 추가하기도 하는데 이탈한 해리와 론을 보고 놀란 맥고나걸 표정 묘사에서 영어는 her mouth was the thinnest of thin lines로 그녀의 입이 가는 라인 중에 가장 가늘었다, 다. 직역은 이해가 쉽지 않아 일어에서 의역해서
단단하게는 다물 수 없을 것이라 생각될 정도로 입술을 (진일문자=완전 일자 모양으로) 꾹 다 문채 서있었다.

라고 했다.

이외에도 세로 읽기에서 정확히 같은 부분에 같은 댓구 ˝록하트의 방에˝가 위치하오도록 관형격을 추가한 것도 눈에 띈다.

아울러 명사의 성수격이 발달한 서양어는 지시어에 민감한데 동양어는 그렇지 않아서 문맥 상으로 이해한다면 퉁치는 부분도 인상 깊다.

예컨대 헤르미온느와 레번클로 상급생이 습격받아 석화되었다고 해리와 론에게 설명하는 맥고나걸 교수와의 대화에서
주어로 二人(두 사람)이 반복되는데 청자 두 사람인 해리와 론을 지칭할 수도, 습격된 대상 두 사람을 의미할 수도 있다.

-두 사람은二人は 도서관 근처에서 발견되었어
They were found near the library, said Prof McGonagall

-둘 다二人とも이걸(거울을) 설명할 수 없겠지?
I don‘t suppose eiter of you can explain this?

-둘 다二人とも 하-마이오니-(헤르미온느)를 지긋이 다시 응시하며 머리를 가로저었다.
Harry and Ron shook their heads, both staring at Hermione

헤르미온느가 바실리스크에 대한 설명이 있는 도서관 고서의 한 페이지를 찢어서 쥐고 있었다
(책 설명이라서 영어는 문어체다. 물론 도서관 책을 찢는다? 에서 사서들이 경악하고 싫어하지만 책을 다시 복원하는 마법 기술이 있었다고 합시다)

there is none more.. than
미기니데루모노와右に出るものは

둘 다 뜻은 우위에서다, 능가하다, 견줄 자가 없다는 말이다.
오른 우右가 인상깊다.
오른쪽에 있는 더 상위, 권위, 명예를 상징했던 역사문화와도 관련있다.
다른 어원이지만 음은 같은 우월할 우優도 우위로 쓴다.
한문과 영어를 동시에 비교하고 깊게 음미할 수 있어서 좋다

해리가 덤블도어의 말을 반추反芻(한스)는 constantly repeated final words의 번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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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 일어판 문고본 전권 박스세트
갖고 있는 판본 중에 양장도 있지만 읽기엔 가볍고 한 손에 들어오는 문고본이 좋다.

한국책 제본은 두껍고 무거워서 책장에 고이 모셔놓을 소장본이며 들고다니고 읽기엔 너무 불편하다. 그러나 한국에선 저가형 페이퍼백은 안 팔리는 출판시장과 독서문화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미국도 펭귄처럼 재생지로 만든 가벼운 책이 있는데 그치들은 몸과 손 크기가 커서 판형은 크다. 이런 페이퍼백은 정말 읽기 위한 가성비문화의 소산. 한국은 폰으로 읽는다.

줄 서서, 지하철에서, 누워서 읽는 독서문화와의 짝꿍이다
영화 <퍼펙트데이즈>에서도 문고본 읽다가 잠든다.
해리포터 1~3권은 2권씩, 나머지 3권, 5권만 4권

영어어휘수준은 3권까지 초등고학년에 맞춰져있고 4-7권의 어휘수준은 중고등으로 올라가는데 일어는 균일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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