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볼 만한 아이디어와 리스트다.


처음 영어를 그대로 받아적기만 하는 영화제목에 대한 생각을 해본 건 종합운동장역 근처에 있었고 지금은 없어진 키노극장에서 2004년 즈음에 영화 투모로우를 볼 때였다


짜친다고 생각했다. 내일이라고 하면 되지 굳이 이렇게 하나


그런데 나중에서야 깨달았는데 영화제목이 사실 모레(The Day After Tomorrow)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재난이 일단 내일 안 온다고 생각하면 급할 것 없다고 생각해 투모로우라고 했다는 것이다. 중국어로는 明日之後(명일지후, 내일 이후)다.

수입영화제목에 음차만 해도 커뮤니케이션이 되는 이유는 한국인은 다른 나라에 비해 영어를 잘하고 글로벌한 감각이 있기 때문이고


나아가 한글의 놀라운 과학적 표기법과 다양한 모음으로 인해 음차가 잘된다는 언어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요건이 마련되어있기 때문이다.


음차만 하는 한국과

의역만 하는 중국을 비교해보자

우리는 center를 센터 중국은 중심(中心 쭁신)이라고 한다


무엇이 더 나은가? 일장일단이 있고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감각과 취향이 다르다.


에브리씽에브리웨어올앳원스라고 13자로 음차하는게 좋은가?

아니면 영어 발음 그대로 한자로 쓸 수 없기에 의미를 살려

중) 瞬息全宇宙 순식(순간) 전우주

대) 媽的多重宇宙 엄마의 다중우주

홍) 奇異女俠宇宙 기이여협 완구 우주 (장난하고 구원할 완구)

이라고 하는 게 나은가?


어쨌든 일본어와 중국어는 한국어에 비해 모음이 적다. 이때 일본어는 가타가나라는 외국어 전용 문자로 음차라도 하는 반면 중국어는 표음문자고 문화적으로 보수적이여서 의역을 해야한다.


(한편 현대한국어의 자음이 아쉽다. 속히 초기 훈민정음 모델에 있었던 유/무성 순치 마찰음 v/f와 무성 치간 마찰음 th를 복원해야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


머터리얼리스트는 물질주의자가 아니라 천작지합(하늘이 만든 합 天作之合)이다.


겟아웃은 逃出絕命鎮 (도출절명진, 도망쳐 나온다, 목숨을 걸 정도로 위험하 마을-읍에서)다.


어스는 (우리 달라, 아문 이我們·異)


놉은 아니 불(不!)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일전재전(一戰再戰) 즉 하나의 전쟁 다시 전쟁


외래어를 한자로 변환하는 순간 국한문 혼용체를 쓰던 100년 전, 혹은 홍콩 영화가 유행하던 8-90년대로 돌아간다.


마블 영화 아이언맨은 강철협(钢铁侠)


인크레데블 헐크는 무적호극(无敌浩克) - 호극은 헐크를 중국어로 읽은 음차(후크어)다


토르는 뇌신(雷神), 그 후속작 다크월드는 흑암세계(黑暗世界)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저스는 미국대장: 복수자 선봉(美国队长:复仇者先锋)

그 후속작 윈터 솔져는 혹한전사(酷寒战士)

그 마지막 2부작 인피니티 워(무한 전쟁 无限战争), 엔드게임(终局之战 종국-지-전, 어조사 之지는 의of)


가디언즈오브갤럭시는 은하 호위대(银河护卫队)


앤트맨은 의인(개미 의 蚁人) 


닥터 스트레인지는 기이박사(奇异博士)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지주협 영웅귀래蜘蛛侠:英雄归来 (지주는 한자로 거미다)

그 후속작 파프롬홈은 영웅원정(英雄远征)


블랙팬서는 흑표(黑豹)


대안을 생각해보면 선택이 쉽지 않다.


북한의 문화어로 순화해볼 수도 있겠다.


에에올 : 한꺼번에 온 누리


겟아웃 : 어서 도망치라!


스파이더맨: 거미사나이


가오갤: 은하지킴이


기생충은 얹혀사는 자


프로즌은 얼어붙은 나라


타이타닉은 큰 배의 비극


라라랜드는 꿈나라 천사의 땅


인셉션은 꿈속의 꾀임


라이언킹은 사자왕..


몇 개만 해도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겠다



한글의 과학성을 바탕으로 외래어 그대로 음차 vs

한자로 의역 vs

뜻을 풀어서 순화


모두 나름의 판단인데


이는 해당 사회문화의 대다수가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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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미술관 <차원확장자: 시·이미지·악보·코드>전시가 어제 열렸다.


내일 개천절에도 열고 추석당일만 휴관이지만 반경 3km 이내에 들릴 수 있는 다른 갤러리가 없어서 벌처럼 날아서 정확히 쏘고 빠져야한다.


근처에 존재하는 다른 곳은 청담 화이트큐브 옆 호림미술관 신사분관이 아닌 신림본관과 서울대박물관 정도일까. 어쨌든 교내로 한 번 들어가면 쉽게 나오기 어렵다. 안에 박혀서 학식을 먹으며 연구에 몰두하기는 좋은 환경이다. 


원래 동숭동 혜화역에 있던 서울대의 시위대를 제한하기 위해 골프장 개발부지이던 곳으로 이전했던 역사가 있다. 신림/서울대입구/낙성대역 어느 루트로 나와도 30분은 걸린다. 윗공대에서 관악산을 넘어 과천으로 빠지는 무병장수를 위한 전설의 출퇴근코스를 타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나마 미술관은 교문 앞에 있다.


1주일 남짓했던 지난 여름전시 굿모닝조지오웰과 비슷하다.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있다. 안 갈 수 없다. 그러나 관람시간은 짧게 끝나고 인스타사진용은 아니다


이상의 실험적 시

백남준의 텍스트 악보

구자명의 바이러스

김호남의 신호와 울림

김은형의 신화적 벽화

정수정의 회화

윤향로의 유사회화

기민정의 종이와 유리

전소정의 이상의 시 모티프 영상

코딩 구현 작품 등


이상은 100년은 빨리 존재한 이과계통 시인이다. 그의 시를 물리학적으로 분석한 논문이 나왔다. 건축, 수학, 물리를 통섭하는 그의 때 이른 생각을 식민지 지식인들이 쫓을 수 없었다.


백남준은 50년 빨리 존재한 선구자다. 전자 초고속도로와 디지털 정보통신 사회를 미리 대비시켰다.


구자명은 2024년 겨울 제24회 송은미술대상전에서 보았다. 미래적 작가다.

2025년 갤러리SP에서 한 화학식구조로 만든 냉매

2021년의 소프트웨어의 성장과 형태, 2020년의 분자생물학 모티프의 작품과 웹사이트 구조의 편집방법개발 같은 독특한 생각을 선보였다.


김호남은 기흥 백남준센터의 랜덤액세스에 출품한 메아리 같은 디지털 버퍼링 작업 모티프와 같은 작품으로 지연된 소리와 울림에 천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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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연금술사> 저자 아라카와 히로무의 홋카이도 농고 시절에 기반한 <은수저>는 문학으로 치면 자전적 소설에 속한다. 회고록 자서전 오토픽션 서간문학을 포함하는 삶-쓰기형식으로서 자서전적 문학의 한 갈래다.


1권 8화에는 룸메이트 니시카와(16세)가 거대한 트랙터를 자유자재로 몬다. 4화에서 4-5월 연휴 때 집에 가서 농사 도운다고 했던 친구다. 밭만 56헥타르라고 푸념하는데 주인공이 감이 안온다고하자 마도로스 한 척만큼이라고 한다. 56만제곱미터의 사유지 안에서는 면허가 필요 없어 어릴 때부터 트랙터를 몰며 자랐기에 자기가 다루는 기계에 해박하다


이것이 블루칼라에 먼저 온 노동 혁신의 일면이며

이제 화이트칼라에 다가오는 하급 지적노동을 자동화할 인공지능의 면모다


송길영의 경량문명에서 말한 것처럼 다중 AI 에이전트를 다루는 중견 변호사는 더이상 어쏘를 뽑지 않을 것이다.


농업은 워낙 일손이 부족했고 생물의 성장속도에 대응하느라, 노동자는 언어에 서툴러 그들의 이야기가 전해지지 못했다. 


대개 몸을 쓰는 자들은 말이 많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주기 때문. 기계를 작동할 때 메뉴얼을 일일이 읽기보다 현장에서 선임을 보고 배운다. 수영도 강습 선생과 함께 실습면서 체득한다. 자전거 구기종목 악기 등등 모든 몸을 쓰는 일은 몸짓 하나하나를 언어로 익히기보다 눈과 감각으로 익힌다. 그리고 일과가 끝나면 피로에 지쳐서 잔다. 글로 남길 시간도 여유고 없다. 내일은 내일의 업무가 있다. 생물은 쉴 새 없을 정도로 돌봐줘야한다.


따라서 노동을 가볍게 해주고 일의 단계를 대폭 축약해 준 기계의 성과와 그 의미가 블루칼라로부터 화이트칼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이제 피라미드 짓던 시절 장정 50명의 힘을 내는 트랙터를 어린아이가 사용해 한 마을이 투입되었을 규모의 밭을 혼자서 갈듯 지식정보를 다루는 이도 이렇게 될 것이다.


더이상 데이터크리닝 해 줄 저임금 대학원생, 박봉의 경리직, 하청넘기던 광고대행사를 쓰지 않고 혼자서 다 해낼 것이다. 혹은 그런 자만 살아남을 것이다. 다들 그렇게 하므로 하지 못하면 무능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퇴계 이황은 이기이원론을 궁구하는 동시에 온갖 자잘한 사무행정을 진행했다. 과거 조선양반은 오늘날 중소기업사장 같아 아랫사람을 부려서 일을 시켜야했다. 장 담그고 제때 꼴 베고 종이와 먹을 수급하는 모든 일을 지시해야했다. 이런 인력경영이 점차 수월해지다가 (반)자동화된다.


그리하여 그동안 직장에 가짜노동이 얼마나 많았는지 업무가 얼마나 개판이고 중복진행되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가짜노동이란 실질적인 가치나 성과를 창출하지 못하는 의미 없는 헛짓거리다. 허례허식, 시간낭비, 겉보기에만 바쁜 척하는 서커스다. 실무자의 마음과 시간을 갉아먹는 무의미한 공회전이다. 불필요한 서류작업, 결정사항 없는 회의 의무 참석, 요식행위, 고과평가, 관료주의 전시행정 같은 생산성이나 성과와는 무관한 활동이 사라지기 시작할 것이다.


좋은 기계가 나오면 도입해서 쓰면 그만이듯 비슷하게 에이아이도 도입해서 쓰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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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챗지피티의 최고의 소용은

단계를 축약해줘서 시간을 아껴준다는 점

정보의 소화와 생각법의 운용과 관점의 정립까지 도와주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일


내가 자주 사용하는 방식은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 속담, 용어, 고유명사를 대충 브레인스토밍해서 입력해서 찾게하기


예를 들어 누가 SNS에 위의 책을 언급했다.

그 책의 한 페이지를 보고 챗지피티에 작가, 구절, 책의 특징을 입력했더니 못 찾아서 "late November 1862"까지 쿼리를 넣어줬더니 원문을 찾아줬고 재확인을 위해 구글에 검색했더니 디킨슨 아카이브에서 정확히 해당 구절을 찾았다.


https://archive.emilydickinson.org/correspondence/bowles/l277.html



To Samuel Bowles

From ED

late November 1862

Dear friend.

I did not need the little Bat - to enforce your memory - for that can stand alone, like the best Brocade - but it was much - that far and ill, you recollected me -

(생략)




과거였다면

1) 번역 (번역을 위해 오랜 외국어 공부가 일단 필요)

2) 전문가가 누군지 확인하고 (학계에서 공부를 해서 인맥을 확보해야함)

3) 메일을 보내고 

4) 원문을 찾기 위해 도서관에 가고 

5) 없으면 소장 도서관에서 대차하고 

6) 때론 어떤 문서는 해외로 가야하고 하는

매우 번거로운 과정이 있었다. 지금은 다 축약된다.

그래서 무엇을 할 것인가가 관건

심지어 중국어나 일본어로 번역해서 비교할 수 도 있고 원문의 문체를 빅토리아식이나 현대식으로 바꿔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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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threads.com/@juhl_joohyun_lee/post/DPOevAaDyU4?xmt=AQF0JkSjuwgnKZo-Wxipb8HUPA-Oal9qzfGxnyeIGXPGnA


이주현의 글


미술 비평이 아무런 역할 없이 죽어가는 이유는

비평에 의견과 잣대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학술적 분석은 논문의 일이고

중립적 보도는 저널의 일이고

의미를 찾아주는 것은 해설가의 일이며

축사는 관계인들의 몫이다.

비평이 되려면 그에 더해

옳은 것이든 그른 것이든,

같은 것이라거나 다른 것이라거나,

구태한 것인지 새로운 것인지

가치를 평가해주어야 하는 법이다.


이 글을 읽으니 이 책이 생각난다
















언어가 자본 앞에 다 죽어서 간신히 맥박만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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