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개와 혁명 - 2025년 제48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예소연 외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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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괜찮아질 겁니다 - 우릴 괴롭히는 흔한 질환&증상 61가지 한방 홈케어
이만희 지음 / 해뜰서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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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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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큰 (2025)

Nocturnal

김진황 감독





1. 브로큰은 2020년 개봉했어야하는데 팬데믹 때문에 오랫동안 창고에 있다가 나온 영화로 알고 있다.

5년을 묵혔다. 이 영화가 추구하는 감각은 5년 전에 대중에게 드러났어야했는데 이제 다시 보면 거의 홍콩 누아르처럼 오래 전 품었던 꿈의 흩어지는 파편처럼 느껴진다.

건물이 풍화되는 것 같은, 단단한 물성이 물리적으로 파괴되는 감각이 아니라, 시간 속에 화학적으로 마모되어 없어지는 것 같은 감각이다.


2. 영화에는 솜씨좋은 트위스트들이 세 부분 있었다. 가게를 찾아온 민태를 집에 데리고 가서 경찰을 만나게 한다라든지, 문을 열었는데 그 문이 그 문이 아니었다라든지, 만두집에서 사실 문영이 있었는데 못 보고 밖에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니 사실 있었던 것을 알게 되었다라든지. 영화를 본 지 이미 몇 주 지나서 이정도만 일단 써둔다.




3. 아쉽다고 생각하는 것은 마지막 남애빌 앞 횟집에서의 격투신이다.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카메라나 액션 연출 다 좋지만, 영화관에서 커트를 세고 있었는데 얼굴에 묻은 피의 위치가 세 번이나 달랐다. 핏자국이 우측 위에서 조금 굵은 선으로 턱 앞쪽으로 조금 꺾여있는 것과 우측 위에서 얇은 선으로 구렛나룻쪽으로 있는 것 등등. 화란에서 송중기가 담배 피는 신에서 담배의 길이가 네 번씩 달랐던 것이 생각난다. 마지막 부분에서 미술부문의 만듦새가 부족해서 아쉬웠다. 나중에 OTT 나오면 다시 확인해봐야겠다.



4. 임성재

창모파 조직원 임성재는 이유를 물어보지 않는다.

대화가 대부분 "가자" "네" 정도다.

좋은 점이라면 배우가 대사와 상황을 살려주었다는 것이고, 부족한 부분이라면 그러한 대화가 두 세번씩 반복되다보니 약간 설득력이 부족해지기 시작했다. 상황 설득력이 없는데 동생이라고 다 맞춰주는 것이 왜 그러는 것인지 전달이 잘 안되었다. 배우발로 살렸다.


임성재는 당근과 같은 중고거래 사이트의 사이버 범죄를 모티브로한 박희곤 감독의 <타겟(2023)>(영어제목은 Don't Buy the Seller)에서 단독 빌런으로 나왔었다. 악인에게 서사를 주지말라는 법칙에 따라 그의 범죄 이유는 없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하비에르 바르뎀과 같은 역할을 하였다. 단독 빌런으로 나와 주인공을 밀어붙이는 카리스마를 보일 수 있는 인물인데 여기서는 배민태(하정우 분)의 서브역할을 충실히 이행한다.


우연히도 나는 이 날 브로큰에 이어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관람했는데 임성재가 둘 다, 상반된 캐릭터로 나왔다.

전작에서는 조직원 병규이자 동생이자 나중에 배신하는 거친 세상의 캐릭터로

후작에서는 샤방샤방 밝은 세계의 마술부 뇌맑은 선배 고태로.

놀라운 대비였다.




5. 정만식


지난 이십년간 한국영화에서 조직의 보스역할로 정만식이 가장 많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그만큼 그 역할에 잘 어울리는 사람도, 대중에게 가장 설득력 있게 비치는 배우도 없을 것이다.


처음 정만식이 그런 조직 보스 역할로 나와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은 희대의 작품 똥파리다. 최근에 <화란>에서 비슷한 감각을 시도한 적 있으나, 똥파리만큼의 임팩트는 없었다. 


그만큼 똥파리는 2009년 그 당시에 영문제목처럼 숨 못 쉬게 하는(breathless) 느낌을 주었다. 양익준과 김꽃비와 이환(이환은 나중에 명필름을 통해 감독 입봉도 했다)의 서로의 목을 조르며 옥죄는 듯한 스토리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양익준이 그 다음에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했다. 나는 DVD로 봤는데 후기 영상 같은 것까지 다 봤다. 그 후기 영상에서 네덜란드 가는 영상도 있었다.


똥파리로 인해 양익준 감독은 네덜란드까지 가서 상도 탔는데 원타임원더였던 것인지 시절이 맞지 않아서 였는지 배우로만 틈틈히 나왔다. 그런 사막 속에 물 한 방울 없는 듯한 매섭게 타오르는 햇살 속에 핏줄마저 메마른 느낌의 영화는 그 이후로 별로 본 적이 없다.


똥파리에서 정만식은 이미 그러한 캐릭터로서는 완성되어 있었다. 배우로서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 완성본을 보여준 상태로 이십 년 동안 균일하게 (약간의 변주만 주면서) 감독들이 원하는 디렉팅에 부응해왔다. 이 영화에서 그는 백색 양복을 입고 살인 후 피를 묻히며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고, 카메라는 피를 닦는 마담을 아래로 놓은 채 우측으로 종단 운동을 한다.



6. 이설


일반 소개 사이트에서는 설명이 없지만 이 영화에서 나는 마약팀 형사로 나온 이설 배우를 보았다. 매우 저평가된 배우다.

형사물에 여형사 하나 필요해서 끼워넣을 때 강하고 다부지고 눈매가 강한 얼굴에, 취미가 격투기 계통인 배우 중에 적절한 배우 하나 찾으라면 이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설은 그런 여형사 캐릭터에 갖히기엔 더 할 수 있는 것이 많다고 나는 생각한다. 옥란면옥, 방법 재차의, 판소리 복서 등에서 상당히 솜씨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2020)>에서 아역으로 나온, 최근에는 <히어로는 아닙니다>에서 눈을 보면 마인드 리딩이 되는 고도근시로 나온 박소이와 홍상수 감독의 연인 김민희가 아주 살짝씩 겹쳐보이는 얼굴이다.


발음이 약간 귀여운 혀깨무는 듯한 느낌이 있는데 선이 굵고 눈이 매섭고 "뭐 어쩌라구요" "그래서요?"와 같은 대사를 말할 것 같은 모습이다. 언밸런스 속에 매력이 있다.


그 발음의 느낌은 예고편 0:31에 있다. 예고편에 얼굴은 안 나온다.

https://www.youtube.com/watch?v=dtUF3k-V6CQ


아마 시절이 좋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차기작 소식도 없고, 회사와 계약 종료도 하였다. 아마 연기 공부를 어딘가에서 조금 더 하는 5년 정도를 갖고, 다시 나오면 어떨까 싶다. 나는 이설 배우가 무언가 더 좋은 연기를 선보일 수 있는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3학년 때 데뷔해서 20대 초반에 반짝 인기를 끌고 1977년 건너갔다가 다시 돌아와 활동하는 배우 문숙도 있다. 1977년 다음 작이 2015년이다. 도가적이고 목가적인 느낌도 주면서 반지의 제왕 엘프여왕같은 60대의 노쇠한 아름다움을 표현하기에 문숙 배우같은 배우가 없다. 이설 배우도 중장년 이후 할 수 있는 게 많을 것 같다. 젊은 여배우는 어디서나 불러주고 어디서나 할게 있다. 30대 후반부터 40대가 고비다. 일이 안 들어온다. 자기만의 어떤 대체불가능한 포지션 같은 게 없으면 안된다. 대중들은 누구나 주인공으로는 젊고 예쁜 히로인을 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건강, 피부, 체중 관리를 해도 20대의 싱그러움을 이길 수는 없다. 공부해서 배우로서 포지션과 자기만의 분야를 찾아나가야한다. 이런 저런 공부를 많이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잘 될 것 같다. 할 수 있는 가능성은 많았던 것 같은데 제대로 조명을 못 받았고, 처음 한 바람 타임이 끝났다. 다음 풍이 언제 불어올 것인가. 불어오기까지 무엇을 하면서 기다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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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九州市立美術館開館50周年記念

大コレクション展 ―あの時、この場所で。―

Kitakyushu Municipal Museum of Art: The 50th Anniversary Exhibition The KMMA Collection-At This Place, At That Time


2024年9月7日(土)~11月10日(日)


1. 기타큐슈 진에어로 항공비+숙박+음식+전시 다 포함해서 20만원에 저렴한 미니멀리스트 여행을 갔었다.


버스를 타고 내려서 올라간다. 나만 걸어서 올라간 것 같다. 내려올 때는 소낙비를 다 맞고 내려왔다. 그래도 좋았었다.



다 왔다!






2. 기타큐슈 전경이 다 보이는 미술관이다.



위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면 깨끗한 전망이 선명하게 보인다.



3. 미술관 내부



4. 기타큐슈는 규슈지방 위에, 후쿠오카 옆에 있는 곳이다. 북 규슈라는 뜻이다. 이런 지방 시립미술관에도 어마무시한 수준의 콜렉션이 있다. 일본은 소도시 미술관 투어도 가볼만하다. 계획하고 있다. 돈만 좀 더 생기면




5.


우키요예화가 이노우에 야스지의 아사쿠사를 그림이다. 1885년작이다.


확대해서 보면 선명감이 이루말할 수 없다. 강철탱크에 담긴 콜라원액을 탄산수와 함께 바로 만들어주는 맥도날드 콜라를 마시는 기분이다. 5모금 마신 이후의 단당류와 카페인의 영향으로 느끼는 모종의 강렬한 선명감 같은 것이다.




6. 설명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아주 좋은 표현이다.




1) 눈 속의 아사쿠사 절을 위에서 내려다보듯이上から見下ろすように그린다.描く。

- 여기서 미오로스見下ろす는 見下す로도 쓸 수 있는데 볼 견에 아래 하가 붙어서 물리적으로 아래를 굽어본다는 뜻이다. 가끔씩은 경멸적perjorative한 표현으로 깔보다라고도 쓸 수 있다.


- 이 표현 하나를 보고 나면 이제 시점의 위치가 좌측 상단에서 우측 하단으로 이동하는 시선으로, 즉, 아사쿠사 절의 성스러운 위치에서 속세의 시장을 내려다보는 느낌으로 전환된다.


2) どぎつくなりがちなアニリン由来の赤を要所に配して、

강렬해지기 쉬운 아닐린 유래의 붉은색을 적절히 배치하여 

- どぎつく는 몹시 강렬하다라는 뜻이다. 붉은색의 느낌을 이런 문예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이에 더해 아닐린 안료라는 물성으로까지 설명했다.

강렬해지기 쉽다는 뜻은 아닐린이 화려하고 강렬한 색감을 띠기 쉽다는 의미이다.


-적절히라고 했지만 한자로는 요소이다. 일어로는 요-쇼.

그러니까 이 문장 안에 이미 "히라가나" "카타가나" "한자의 음독""이 섞여서 오묘한 긴장 속에 아름다운 표현이 가능하게 되었다.

도기쯔쿠나리가치나 - 히라가나 - 일본 고유의 표현

아닐린 - 카타가나 - 서양의 안료

유래의 적색을 요소에 배치하여 - 한자의 음독 - 중국적, 전통적 한자들


강렬해지기 쉬운 아닐린 유래의 붉은색을 적절히 배치하여 


3) 白い雪とコントラストを際立たせながら

하얀 눈과의 콘트라스트(대비)를 두드러지게하면서도(강조하면서도)

-키와다츠는 국제의 제와 설 립자인데 際立(きわだつ) 여기서는 눈에 띄고 두드러지게한다는 뜻이다. make sth conspicuous같은.

-적색과 백색의 대비를 솜씨좋게 표현했다.


品良くまとめている。 

품위 있게(가지런히) 정리하고 있다.

-그 전체적인 느낌이 가지런하다는 의의를 부여했다. 아주 좋다.

-보통品은 시나로 읽지만 여기서는 힌으로 읽고 ひんよく라고 한다. 품질 좋다는 말에서 가지런하고 멋지다는 아주 좋은 표현이다. (네이버사전에도 없다)


읽고 다시 보면 다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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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g, Seoul

Wang You : Blame the Blazing Sun

Curator: Sun Dongdong

2.7 - 3.15. 2025


왕유: 쨍쨍 내려쬐는 태양을 탓하기



1. 베이징, 홍콩, 방콕, 서울, 싱가폴에 지점이 있는 탕 컨템포러리 아트 센터다. 압구정로데오역 근처 한류문화의 거리라고 말하지만 한류는 없고 샤넬, 루이비통 같은 유명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앞에는 김리아 갤러리가 있고, 근처에는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이나 한솥도시락 밑 한솥아트센터도 있으니 같이 방문할만하다.




2. 돈이 많은 국제 유명 화랑은 이미 들어갈 때부터 향기가 다르다. Tang과 Perrotin이 대표적이다. 부유한 자들은 향기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가난에서는 특유의 냄새가 난다. 영화 <기생충>에서도 후반부 살인의 원인은 냄새에 대한 부유층의 자연스러운 거부감에 분노했기 때문이었다. 백화점도 1층에 향수 등의 매장이 입점해서 향기를 관리한다. 교보문고도  The Scent of Page라는 자신만의 디퓨저 브랜드를 런칭했다. 백화점보다는 중산층이 더 자주가는 몰의 경우에 입점해 있는 Lush도 향기로 사람들의 관심을 이끈다. 향기가 그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든다.




3. 홍콩에서 David Zwirner, White Cube, GDM을 가봤고 Perrotin은 가보지 못했는데 하필이만 가는 날이 쉬는 날이었다. 목요일이었나.

작년 여름 기준으로 Opera Gallery는 폐업했었다. 인포메이션에 물어보니 "was here, now not"이라고 했다. 

옛날에는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요라는 뜻의 以前有 现在没有了 거의 중국어를 그대로 번역한 것 같은 영어였다.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이렇게 말해서 주어 없이 사용하는 영어를 나도 써야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3. 중국어로는 당대 당인 예술 중심이라고 쓰여있다.


현대가 modern, 당대는 해당하는 시대 곧, 오늘날이라는 뜻이다. con(같이) temp(시간)을 호흡하는 contemporary는 20세기의 특정 시간을 일컫는 modern이랑 섞어 쓸 수 없다.

모던도 그 시기에는 컨템포러리였지만 그것도 지나간 시대가 되었다. 

르네상스든 모던이든 아르누보든 그 이름이야 무엇이 되었든 그 시대 젊은 세대는 부모님 세대와는 다르다는 의미에서 새로운 시대를 개창하지만 자식세대가 올라오면 고리타분하게 되는 것이다.


SES와 HOT와 서태지는 90년대에는 매우 파격적이고 세련된 것이지만 지금은 클래식이 되었고

쩐다, ㅎㅇ와 같은 말을 쓰는 세대는 이제 이모삼촌 세대가 되었으며 조카들은 그런 표현이 너무 촌스럽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히피도 어떤 의미에서는 그 시대에 박제되어 있어 디지털 네이티브에게는 과거의 유산처럼 느껴진다. 역사속에 나오는 무언가로. 


당대는 항상 새롭고, 새로운만큼 연약하고 자기 증명에 집착하고 마음이 급하고 혈기왕성하지만 당대가 자신에게 무언가 이름을 붙이는 순간 그 이후의 후-당대에게는 낡은 것이 되어버린다.


당인은 당나라 사람이라는 뜻인데, 아주 큰 의미에서 중국계, 화교와 아시아인을 다 포괄하고자 이런 표현을 쓴 것 같다.


우리는 센터라고 쓰지만 중국은 중심이라고 쓴다. 센터의 단어적 의미가 중심이 맞다. 그러나 우리말에서 뷰티센터를 미용중심이라고 말하거나 파이낸스 센터를 금융중심이라고 말하면 한자 특유의 올드한 고전적인 느낌을 준다. 전통 유학, 한자, 고전, 조선왕조의 흐름이 끊기고 일본을 거쳐 미국이 들어왔기 때문에 언어 속에 한자, 일본어, 영어가 섞이고 그중 가장 나중에 영향을 준 영어가 가장 세련된 느낌을 주는 것이다.




4. 위의 이런 얼굴들은 정말 당대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교육 잘 받고 부유한 집에서 국제적으로 교육받을 듯한 당대 중국인의 얼굴이다. 국제학교를 가면 많이 보인다. 



5. 아래 이 작품은 근육표현이 역동적이면서 세밀하다.


6. 예를 들어 어깨, 등과 같은 부분이다.




이에 대한 답은 저자의 약력에 연극학교 출신이라는 데서 찾았다.


7. 아래 그림의 눈썹과 코의 이런 물결 무늬는 에르곤 쉴레도 생각나고 18세기 네덜란드 그림이 많이 생각난다.



8. 얼굴에서 보이는 이런 붓질은 벡터적 방향성이 있다. 뉴스에서 보이는 대류현상과 닮았다.




그래서 나는 이 그림을 이렇게 표현해보기로 했다. 언어적 실험이다.


이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의도적인 벡터적 방향성을 지닌 것처럼 보이는 붓질의 역동적인 특성에 즉시 감탄하게 된다. 

작가의 제스처 획은 단순히 형태를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각 표식에 방향성이 담긴 것처럼 움직임을 암시한다.

이는 마치 기상 현상에서 관찰되는 대류를 연상시키는 거의 유동적인 역동성을 부여하는 듯하다.

이러한 획의 상호 작용은 이미지가 정적인 실체가 아닌 움직임과 힘의 합류점으로 나타나는 유기적 난류를 만들어낸다.

이 접근 방식은 형상화와 추상화의 경계를 허물 뿐만 아니라 더 깊은 현상학적 몰입을 불러일으켜 관람자가 초상화를 고정된 표현이 아닌 진화하는 운동적 존재로 인식하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다시 그림을 자세히 보면 재밌게 보이지 않은가?
영어로도 써보자.

이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 의도적인 벡터적 방향성을 지닌 것처럼 보이는 / 붓질의 역동적인 특성에 즉시 감탄하게 된다. 

Upon close examination of the painting, / one is immediately struck by the dynamic quality of its brushwork, /which appears to possess a deliberate vectorial orientation.
- "의도적인~보이는" 관형격은 which 이하 수식어구로 빼면 좋음

작가의 제스처 획은 단순히 형태를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각 표식에 방향성이 담긴 것처럼 / 움직임을 암시한다.

The artist’s gestural strokes do not merely define form / but rather suggest movement, / as if each mark were imbued with directional intent. 
- 마찬가지로 ~처럼도 뒤에 as if로 많이 빼면 좋다. as if나 as though 같은 표현은 Harry Potter 읽다가 많이 봤고, 그 이후 영미문학표현에 떡볶이에 달걀마냥 너무 많이 등장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마치 기상 현상에서 관찰되는 대류를 연상시키는 / 거의 유동적인 역동성을 부여하는 듯하다.

This lends the composition an almost fluidic dynamism, reminiscent of the convective currents observed in meteorological phenomena. 
- "이는 ~ 부여하는 듯하다" = this lends. 라고 먼저 주어 술어 묶어두고 쓰면 된다.

이러한 획의 상호 작용은 / 이미지가 정적인 실체가 아닌 / 움직임과 힘의 합류점으로 나타나는 / 유기적 난류를 만들어낸다.

The interplay of these strokes generates a sense of organic turbulence, wherein the visage emerges not as a static entity but as a confluence of motion and force. 
- 마찬가지로 상호작용은 난류를 만들어낸다 라고 진주어 술어 묶어두고 문장을 쓰면 잘 써진다.
- stroke나 brushstroke나 gestural stroke나 brushwork나 같은 말이다. 영어권 화자는 동의어를 좋아하고 우리말처럼 반복하는 것을 극혐한다.

이 접근 방식은 / 형상화와 추상화의 경계를 허물 뿐만 아니라 더 깊은 현상학적 몰입을 불러일으켜 / 관람자가 초상화를 고정된 표현이 아닌 진화하는 운동적 존재로 인식하도록 유도한다.
Such an approach not only dissolves the boundary between figuration and abstraction but also evokes a deeper phenomenological engagement, compelling the viewer to perceive the portrait as an evolving, kinetic presence rather than a fixed representation.
-이런 표현도 많이 써보면 써봄직하다. 한국말에서 하고 싶은 말은 용언 두 개에 있다. 불러일으키고 유도하는 것. 이 접근 방식은 몰입을 불러일으키고 인식하도록 유도한다는 게 핵심적인 말. 하나는 ving이하로 빼면 된다.
Such an approach evokes an engagement, compelling O to perceive. 그 다음 붙이면 된다. 뿐 아니라 같은 건 not only but also와 같은 정형적 구문이 있다.


대충 완성본은 이렇게.
Upon close examination of the painting, one is immediately struck by the dynamic quality of its brushwork, which appears to possess a deliberate vectorial orientation. The artist’s gestural strokes do not merely define form but rather suggest movement, as if each mark were imbued with directional intent. This lends the composition an almost fluidic dynamism, reminiscent of the convective currents observed in meteorological phenomena. The interplay of these strokes generates a sense of organic turbulence, wherein the visage emerges not as a static entity but as a confluence of motion and force. Such an approach not only dissolves the boundary between figuration and abstraction but also evokes a deeper phenomenological engagement, compelling the viewer to perceive the portrait as an evolving, kinetic presence rather than a fixed representation.


9. 왕유 작가와 순동동과의 인터뷰가 수록된 도록이 있었다. 그중 그림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





큐레이터: 아마 춤의 근육 기억과 작가님의 그림이 어느 순간 겹쳐질 수도 있죠.

작가: 그런 것 같다고 생각해요. 풀린 몸은 풀린 상념을 가져다줄 수도 있죠. 몸의 고통이 당신을 힘들게 만들기도 하고 그림의 어려움을 막아내기도 하는 것 같아요.


여기서 풀린 몸과 풀린 상념의 舒展shuzhan은 물리적으로 말하면 스트레칭되고 이완되고 펴진 것이고, 추상적으로 말하면 쾌적하고 편안하다는 뜻이다. 그러니 스트레칭된 몸이 마음도 편안하게 만든다는 뜻인데, 심지어 이 표현은 공간이나 물성이 넓다는 뜻도 되기 때문에 이 쾌적하고 넓은 전시장에 거대한 사이즈의 캔버스로 그린 널찍한 그림이라는 확장해서 해석 가능하다.


어린아이처럼 투정부리고 쌩떼를 쓰며 말썽부린다는 矫情 jiaoqing은 표준어에서 약간 비껴간 방언적 표현이다. (작가는 하얼빈 태생) 너를 힘들게 만든다라고 표현했는데, 고통이 어린아이처럼 근육에 계속 꼬장부린다는 정도의 의미이다.


그런데 그것이 징징거리는 육체의 고통이 왜 그림의 곤란을 막아내고 하는가


춤을 출 때 근육이 긴장되며 아픔을 느껴야하듯 육체적인 동작을 하는 사람은 신체적 고통이 수반되는데, 그림을 그릴 때 느끼는 추상적인 의미의 어려움艰难jiannan, 혹은 곤란함을 잊게 해준다는 뜻인 것 같다. 붓 동작 자체에 집중하다보면, 외부적인 부분은 별로 어려워지지 않는다 약간 이런 뜻으로 나는 해석했다.


전시의 타이틀인 blazing sun도 쨍쨍 내려쬐는 태양으로 육체적 고통을 상징하는데 그 단어의 두음의 라임을 맞춰 b-b로 탓한다고 blame이라고 한 것도 약간 그런 맥락에서 아티스트로서 필연적인 육체의 고통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인정과 내키지 않는 수용같은 것을 말하는 듯 하다.



그녀는 즐거워서 웃고 있는가? 타오르는 태양에 괴로워하고 있는가? 쾌락에 소리 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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