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메이징 유아 패턴 영어 121 - 0~7세 아이의 입을 여는 엄마표 영어 발화 놀이법
유진아 지음 / 래디시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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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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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 북서울 미술관


2024 타이틀 매치: 홍이현숙 vs. 염지혜 《돌과 밤》

20241205-20250330


1. 중계역과 하계역 사이에 있다. 방문해보면서 어떤 역에서 나가는 것이 빠를까 궁금했는데 하계역이 더 좋은 것 같다. 





2, 우선 타이틀 앞에 등장하는 홍이현숙 작가만 먼저 다룬다.


돌과 밤. 


한국어에 있는 한 글자 어휘의 감각이 좋다. 돌, 불, 밤, 꿈, 봄, 물 등.


홍이현숙작가는 돌을 담당한다.


참고로 돌 석石은 한중일 다 쓰고 다 rock의 의미를 공유하지만, 이름 돌 乭이라는 한자는 한국이 개발한 한자다.


돌 석을 위에 올리고 아래 새 을 乙을 달아 ㄹ의 발음을 넣었다. 발음은 돌이지만 rock의 의미가 아니라 사람 이름이라는 뜻이다.


안국역 MMCA서울의 <순간이동> 전시 참여 작가 유태경의 VR작품 <시네마틱 스크리닝: 근로의 끝에는 가난이 없다>에서 보이는 무성영화의 주인공이 복돌인데 福乭이라고 썼다. 뒤로 가면서 한자가 복돌이라고 한글로도 보이고 섞어서 福돌이라고도 했던 것이 기억난다.


한글로 돌이라고 하면 사람이름 돌도 되고 광물 돌도 된다는 뜻이고, 사람 이름 돌은 을乙을 돌 석石 아래 붙여 새로운 한자를 만들었다는 뜻이다. 


만약 이 전시 제목인 돌과 밤을 한자로 번역했다가 다시 한글발음으로 옮기면 석과 야 (石과 夜)가 될테다.



3. 작가는 무슨 돌을 말할까?


작가는 '돌을 만지고 본다는 것'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시장 전체를 양껏 써서 작품을 전시했다. 일본어에는 풍성하고 풍부하게 양껏 사치한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贅沢な라는 표현이 있는데, 그런 제이타쿠한 느낌이 느껴진다. 이 전시장 아니면 이정도의 느낌을 구현할 수 없다. 그리고 이렇게 넓은 공간을 양껏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돌이라는 매체의 적막하고 지배적인 느낌을 전달하는데 적합했다.






북한산 인수봉에 올라 프로타쥬한 작품이다. 32분 가량의 작품 메이킹 영상도 있다. 사운드 녹음에서 인수봉에서 자주 들리는, 까마귀의 목구멍 안쪽 깊은 곳에서 소리가 나오는 까악까악 울음과 바람 소리가 들린다.



인수봉 자체의 일부만 땄음에도 전시장에서 보이는 작품은 매우 거대하다. 자연의 웅대함이 느껴진다.



전시장 안에 옮겨오면 이렇게 거대해보이는 작품이 자연 안에서는 얼마나 작은가. 우리가 만드는 모든 인공적 물품의 하찮음이여



4. 전시장 중간에 있는 아미동 비석 마을이라는 거대 영상 작품은 뒷 부분에 숨겨져있는 작가 둘의 녹음을 스크립트와 함께 읽으면 풍부하게 읽혀진다. 작품 앞부분에 있는 일부 대사는 뒷편의 스크립트와 연관성이 있다. 대부분 관객은 그렇게까지 다 보고 들을 여유가 없고, 그냥 휙 둘러보고 나갈 뿐이다.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은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영상이든 녹음이든 러닝타임 동안 다 지켜보면 훨씬 더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다.







여기서 시간을 갖고 다 들어보면,  파라스파라 삼받드하, 수 해파리 사바하, 말미잘 말미잘 말미잘이여!를 녹음하는 작가 둘의 음성이 드라이한 사무직의 음성톤과 전문 성우가 아닌 일반인이 스크립트를 기계적이면서 어색하게 읽는 듯한 음성톤의 어떤 중간의 매력이 느껴진다.


솟구친다!! 빠방!!에 기왕 느낌표를 두 개나 넣었는데.. 수슉, 푸와와앙!!이라고 했는데 이런 톤으로.. 꽈르릉 꼬르릉도...






다른 형태의 돌을 아주 꼼꼼하게 관찰하고 영상에 담았다.


퍼포머 히로무 사토의 무브먼트가 참 좋다. 지하 바닥의 거미, 전갈, 쥐의 움직임을 아주 감각적으로 표현했다.


스크립트도 잘 썼다. 존재의 목적이라는 한글 자막이 보였는데 들리는 음성에서 아카시(存在の証)라고 들렸다.


보통 存在の目的 손자이노 모쿠테키라고 해도 의미는 통하지만


목적 대신 証(아카시, 증거)라는 보다 일본스럽게 자연스러운 표현을 썼다.




5. 다음 전시장에서 여러 단채널 비디오 영상을 상영하고 있는데 다른 시간대에 다른 의도로 만든 두 작품씩 병치하면서 새로운 의미가 생기는 것들이 있다. 


그중 두 작품 한 세트로 두 세트가 인상적이다. 


한 세트는 수어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돌에 대한 것이다.


먼저 전시 주제인 돌부터.


두 영상 속에서 작가는 돌 부처상을 꼼꼼하게 만지고 본다. "꼼꼼하다"는 표현을 최대한으로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이런 것이다.


꽤나 전문적인 락 클라이머로 보이는 작가는 큰 돌부처상을 맨 손으로 만지면서 오른다. 이것이 정말 제대로 돌을 만지는 것!


옆의 작품에서는 돌부처상의 모든 명칭을 기술적으로 분석하고 묘사하면서 아주 꼼꼼하게 훑는다. 빌 브라이슨 같이 발칙하면서 집요한 느낌이다.


야릇하면서 동시에 매우 테크니컬한 새로운 감각을 선사한다. 정말 돌부처를 사랑하는구나.


작품의 감각과는 상관없는 예시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 뒷 부분 어디에서 사람 가죽을 벗기고 가죽 해체 기술에 대한 기술적인 논의를 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부처 가사 명칭부터 시작해서 두툼한 손에 대한 애정어린 표현까지, 정말 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작품을 관찰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 작품을 통해 알 수 있다. 






작가에 의해 꼼꼼히 만져지는 우리 돌부처님.


6. 수어 영상은 따로 만들어졌으나 두 개를 병치하면서 새로운 의미가 생겼다.


좌측은 수어를 9명이 배우는 장면을 촬영한 것이고,


우측은 여호와의 증인 야외 예배에서 수어를 하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작가의 노트에 동생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였고 어머니와 간다고 함께 참여를 권유해서 참석했다고 했다.


일반적인 도슨트 설명에서는 이런 작가의 사적 배경이나 비하인드 스토리로 관람객의 흥미를 유도할 것이다.


도슨트를 경유하지 않는 일반적인 관객들은 이게 뭐야? 예배랑 수어네 주제만 하고 넘어갈 것이다. 


둘 다 한계가 있다.


우선, 작가의 사적 배경이 작품 감상에 중요한 요소일 수도 있고 아닐 수 있다. 가족 구성원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니까 찍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겠다. 그러나 그런 것은 별 관련 없다. 남 이야기를 좋아하는 호사가들이나 좋아할 법한 것이다. 


작가의 퍼스널한 부분은 아무럼 어떤가. 남의 뒷담화일 뿐이다.


진지한 관람객은 그러나 굳이 왜 그 기회를 영상으로 작품으로 만드는 수고를 했고, 전체를 롱테이크하는 게 아니라 어떤 부분을 촬영했으며, 왜 이 두 작품을 병치해서 한 작품으로 구성했는가를 탐구하는 것이다. 


동생이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말보다 더 흥미로운 작가의 말은 다음에 있다. 이런 부분을 포착하면 작품을 읽을 때 풍부한 해석이 가능하다.


언니는 예술을 믿고 나는 종교를 믿는거야.


그럼 여기서 우리는 저 영상에 보이는 종교적 특성과 예술의 특성을 비교해볼 수 있겠다.


열광적인, 메시아에 의지하는, 추상적인 것을 말하는, 거대 퍼포먼스를 하는, 권위에 저항하는 듯 하면서 어떤 권위에는 저항하지 않는 등등..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서 이 작품이 병치되어 있다는 점에서 관객은 비교분석하는 시각적 훈련을 할 수 있다.


작품 안에서 작품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오래 생각해보는 이런 심도 깊은 생각이 우리를 한 걸음 더 지적으로 나은 시민으로 만든다.




작가의 말에서 아티스트로서 어떤 가벼움이 느껴진다. 그들에게도 멋진 부분이 있다. 




좌측과 우측을 비교해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구별해내고 이를 언어로 표현하고 의미와 맥락을 이끌어내는 작문 훈련을 해볼 수 있다. 미국 AP 미술사의 핵심 작문 문제이다. 다음 두 작품을 시각적으로 분석하고 맥락을 말해보세요.


대상의 공통점

좌측 수어: 닐리리맘보라는 노래와 춤

우측 예배: 기독교 노래와 춤


대상의 차이점

좌측은 지금 막 배운 자유로운 메시지의 가사와 어색하지만 흥겨운 리듬 

우측은 단선적 방식의 춤과 이미 공유되고 학습된 단일한 메시지의 가사


장소의 공통점

전투기 엔진소리가 들리는 공군기지 근처의 수원

상암 월드컵 경기장. 경기와 공연으로 인해 주변 아파트 단지의 민원이 많다

둘 다 소음이 있는 공간이지만


장소의 차이점

좌측은 밖에서 안으로 외부소음이, 원하지 않는 시간, 훈련 일정이 사전 공지되지 않은 알 수 없는 시간대에 불규칙적으로 굉음이 들린다

우측으 안에서 밖으로 소음이 나가고 주변 아파트 단지의 생활에 불편함을 가한다.


연출의 공통점

청각장애의 시선을 담아 경험을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좌측은 닐리리 맘보 노래와 춤을 수어로 배우면서 청각 장애자의 환경에 공감한다.

우측 예배 촬영 카메라는 수어 쓰는 사람들을 촬영할 때는 음소거를 하고 다른 부분을 카메라에 담을 때는 음성을 넣어서

마치 수인들의 시선처럼 연출했다.


그외 생각해볼 점

둘 다 무언가를 배운다. 수어를, 기독교 구원의 메시지를

등장인물 좌측은 나이대가 다른 한국 여성 9명이고 우측은 동남아 등 전세계 각국의 사람 일부를 포함해 대부분 한국인 5만명이다. 이들을 묶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한 장소에 모이게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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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전에 봉준호 감독이 설국열차를 찍을 때 캡틴 아메리카와 존 허트 경 등 해외 배우들과 스태프들 앞에서 고사를 찍었는데 돼지 머리는 아이패드로 대신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오늘 우연히 내 알고리즘에 떴다.


검색해보니 다음 링크에 관련 방송의 스크린샷이 잘 정리 되어 있다.

https://theqoo.net/square/1813484105


봉준호 감독 같이 글로벌 협업 경험이 있고 해당 시대의 일반적인 사람과 비교해 보다 열린 시각과 외국어 실력이 있는 사람도 그러할진대, 다른 이들은 어떠하겠는가. 이 부분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보고 대안을 찾아보자.


문제는 그냥 대다수 사람들이 대충 원래 그래왔으니까라고만 알고 있고 그 맥락과 의미를 설명하지 못한다는데 있다. 그리고 우리끼리만 살면 아무 문제 없지만 한류가 확산되고 한국 문화에 관심있는 외국사람이 많아질수록 우리 문화를 외국어(영어)로 설명하지 못하는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더이상 외국에 있는 고급 기술을 이해하기 위해 영어->한국어로 일방향 독해를 하던 시절에서 벗어나, 우리 것을 외국인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한국어->영어로 모드를 치환해야하는 시대가 다다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세계화(글로벌라이제이션), 글로벌 리더라는 모토가 유행하던 시기에는 한국어를 영어로 바꾸는 자체에 만족을 했던 것 같다. 그만큼 21세기 이전에는 극히 일부의 한국인만 외국어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할 수 있었다. 88올림픽과 92년 여행 자유화 이전 80년대는 외국에 대한 인식도 외국에 우리를 이해시켜야한다는 인식 자체도 없었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는 현지에서 생활했고, 아랍 건설 노동자들은 아랍어를 몰랐으며, 대우맨을 비롯한 상사맨들은 거래 자체에 관심있었지 한국문화는 이벤트용 홍보에 지나지 않았다. 적당히 설명이 없더라도 그냥 한복 입혀놓고 사진 찍는 퍼포먼스로 충분했고, 한복의 명칭, 상징, 의미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았을 것 같다. 그정도 여력이 안되었다.


그런데 이제 한류가 확산되고 어느정도 궤도에 올라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도 많아지는, 한류의 중흥기에 올라사게 되면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자료가 없던 시절에는 어설픈 외국어로라도 일단 생산하는 게 중요했다. 마치 물자가 없던 시절에는 있는 게 어디야하면서 대충 쓰는 것과 마찬가지다. 치약 브랜드가 하나인 시절에는 치약이 있고 없고가 중요하지 성분이 무엇이고 잇몸강화용도인지 치석제거용도인지 구취제거용도인지 향은 어떤지 용량은 어떤지 그런 세세한 사항을 따지고 있을 여유가 없다. 그런데 이제 한국문화를 브로큰 잉글리시로나마 소개하는 것을 넘어 외국인들이 이해가 가능한 수준으로까지 설명할 필요가 생겼다. 그럼 영어->한국어의 언어적 번역을 넘어서 영어권 사고방식에 맞는 한국어 설명이 필요하다. 그것은 한국어의 표현방식을 재조정하고 업그레이드하는 데에까지 나아간다. 한국어도 영어도 둘 다 잘해야하고, 단순히 말을 잘하는 게 아니라, 책을 많이 읽어야한다. 사전에서 단어를 찾아 하나하나 환원해서 치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문화적 번역과 전달방식의 변환을 고민하는데까지 이르러야한다.


아마 할리우드와 협업이 처음인 상황에서, 안 그래도 신경쓸 것이 많은데, 영화업계에 그냥 하던 관습이라 자기도 이유를 잘 모르는 고사문화에 대해 일일이 설명할 필요도 여력도 없었을지 모른다. 혹은 자주있는 일인데, 동양인들은 서양인들 앞에서 자기들만의 무언가를 할 때 약간 쭈그러드는 경향이 있다. 그네들의 매서운 매의 눈초리 때문에 더욱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정작 물어보면 아무 생각없다. 잘 모르니까 지켜보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일부 웹툰 웹소 라노벨 등에서 자주 보이는, 좋아하는 이성에게 자기 마음을 당당하게 고백하지 못하고 우회하는 것 같은 쭈글거리는 마음이다. 




2.

존 허트 경은 고사문화가 궁금했으나 해소되지 못한 채 세상을 떴다. 혹은 봉감독에게는 설명을 듣지 못했다. 아쉽다. 


존 허트 경이 궁금해했던 고사의 역사적, 문화적 의미가 무엇인가? 돌아가신 그에게 가상으로 대충 답해볼까? 


고 존 허트 경! 제가 설명해드릴게요


우선 당신이 보고 있는 이게 무엇인지 명사적 정의를 내려주고 발음을 도와주는 게 현실적이다.


The Korean traditional ritual that you are witnessing is called Gosa—spelled G-O-S-A.

당신이 보고 있는 한국 전통 의례는 고사라고 불러요. G, O, S, A라고 쓰죠.


To pronounce it easily, say "Go", just like in "go home." 

발음을 쉽게하자면 Go(가!)를 발음해서보세요. 집에 가!의 가!(GO)요.


Then say "Sa", as in "safari," but without stretching it into "say-a." 

그리고 사파리할 때처럼 사라고 말해봐요. 하지마 세이아 이런 식으로 a를 늘리지 말구요.


Instead, keep it short and crisp, with a soft "h" at the end for a more natural pronunciation: sah.

대신 a를 짧고 경쾌하게 발음하세요, 마지막에 h를 넣어서 자연스럽게 발음하는거죠. sah.


For a mnemonic trick, imagine someone saying, "Go sacrifice for good luck!"—GO-SA. This not only helps with pronunciation but also connects to the ritual’s meaning.

암기법이 있는데요, 누가 복 빌러 제사간다고 말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세요. 여기도 Go-SA가 있죠. 이렇게 하면 발음뿐 아니라 의례의 의미도 이해할 수 있겠죠.


Put them together, and you get "Go-sah," which rhymes with "no spa." Gosa~ Go sacricfice~ no spa~

정리해서 말하자면 Go-Sah가 되는거요. no spa같은 라임이 나구요. 고사~ 제사 지내다~ 노스파



3. 그럼 이제 역사적 상징적 의미를 말할 차례다.


Gosa is a traditional Korean ceremony meant to seek good fortune and protection from misfortune. It has roots in ancient agrarian and shamanistic practices, where offerings were made to spirits to ensure a bountiful harvest or protection from harm. Over time, it evolved beyond farming and became a common practice in various fields, including construction, business, and entertainment. In film productions, it symbolizes our collective hope for a smooth and successful shoot, free from accidents or difficulties. We usually offer a pig’s head and place money in its mouth, symbolizing prosperity, and arrange food offerings to invite good spirits and ward off bad luck.


Even though Korea has become more modernized and secular, this practice continues because it fosters a sense of unity among the cast and crew. It’s less about belief these days and more about tradition, habit, and creating a shared moment before embarking on a challenging journey together.


고사는 좋은 운과 불운으로부터의 보호를 기원하는 전통적인 한국 의식입니다. 고사는 고대 농업과 샤머니즘 관습에서 유래하였으며, 농작물이 풍성하게 자라도록 혹은 해를 입지 않도록 영혼에게 제물을 바쳤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농업을 넘어서 건설, 사업,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반적인 관습이 되었습니다. 영화 제작에서 고사는 사고나 어려움 없이 순조롭고 성공적인 촬영을 기원하는 공동의 희망을 상징합니다. 우리는 보통 돼지 머리를 제물로 바치고 그 입에 돈을 넣어 번영을 상징하며, 좋은 영혼을 초대하고 나쁜 운을 물리치기 위해 음식을 바칩니다.


비록 한국이 더욱 현대화되고 세속화되었지만, 이 관습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믿음보다는 전통과 습관, 그리고 함께 어려운 여정을 시작하기 전에 공동의 순간을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자 그러니까 할리우드 스태프들이 듣고 싶었던 것은 별게 아니다. 봉준호 감독도 외국 감독 중 한 명이고, 한국도 여러 외국 중 하나다. 네덜란드에서 온 사람들이 자기 의례를 펼치건, 카자흐스탄 스태프들이 뭘하건, 한국 스태프가 고사를 지내건 큰 상관없다. 한국은 그냥 원 오브 댐이다. 당당하게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 알아들을 수 있게 압축적으로.


핵심은 별게 아니다. 안 해봐서 못하는 것일 뿐. 대단한 학술적 지식이나 연구가 필요한게 아니다. 


영화 제작에서 고사는 공동의 희망을 상징한다. 번영을 위한 것이다. 성공적으로 촬영하고자 하는 기원이다. 나쁜 운을 물리치기 위한 것이다.


고사는 공동의 희망이라는 표현이 핵심. 그리고 그 의미(효과)를 몇 개 더하면 끝. 영어권 화자들은 압축적으로 표현된 정의 하나와 그 효과/의의를 몇 마디를 오래 기억한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집에 돌아가서 저녁 먹으면서 한 마디 하는 것인데, 보통 이렇게 대화가 오간다.


A: 허니(자기야) 오늘 봉감독 현장에서 어땠어? 

B: 한국 풍습에 따라 의례를 하던데, 고사라고 하더라구. 돈 많이 벌고 촬영 잘 하기 위한 공동의 희망을 상징하는 의식이래. 흥미롭더라구. 

A: 그래 뭐가 있었는데?

B: 돼지 머리 두고 절 하더라구

A: 왜 돼지 머리를?

B: 돈 잘 벌러. 번영을 위한 것이라던데. 한국에서 되게 오래 전부터 해왔대. 우리 업계말고도 여러 분야에서

A: 오오 그래서 한국이 잘 사나보다

B: 메이비


4. 자 가장 중요한 부분. 이게 끝이 아니다. 영어권 배운 사람들은 반드시 후속 질문(followup question)이 따른다. 그리고 유력한 경우 이런 질문을 할 것이다.


오랫동안 외국 뉴스에서 외국기자의 질문의 방식과 뉴욕타임즈 같은 신문에서 경험적으로 관찰한 영어권 배운 자들의 사고 방식, 접근 방식이 이랬다. 이런 부분이 더 배울 지점이고, 한국이 문화적 선진국이 되는 데 배울 부분이다. 질문을 확장하면서 외연을 넓히는 질문들이다. 이런 부분을 대충 원래 그랬어 하고 퉁쳐버리면 발전이 없다. 공회전만 할뿐이다.


1) 왜 돼지를 쓰나요?

2) 한국 영화계에서 언제부터 고사를 지냈죠?

3) 다른 업계에서도 고사를 지낸다면 영화업계와는 무슨 차이가 있죠?


그럼 대답해볼까? 이런 식으로 말하면 된다. 영어를 쓰고 한국어는 귀찮아서 번역기로 돌렸다.


1) 우선, 동아시아와 한국에서 돼지가 갖는 상징에 대해서 말하면 된다. 여기서 돼지는 이제 정관사를 넣어서 특정해야한다. The N of 이하에는 보통 the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기도 하다. 자세한 것은 콜린스 코빌드나 옥스포드 문법참조하면 된다.The symbolism of the pig in Korea and East Asia


One key element of the ritual is the pig’s head, which symbolizes prosperity and abundance. In many East Asian cultures, pigs have long been associated with wealth because of their plumpness, which signifies plenty. In Korea, the word for pig, 돼지 (dwaeji), is also linked to good fortune and financial success. It’s common for people to interpret dreams of pigs as a sign of incoming wealth. In the ritual, we place money in the pig’s mouth as an offering, reinforcing the belief that this act will bring prosperity and smooth operations."


고사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돼지 머리로, 이는 번영과 풍요를 상징합니다. 많은 동아시아 문화에서 돼지는 그 풍성함 때문에 부와 관련이 깊습니다. 한국에서 돼지를 의미하는 단어 '돼지'는 좋은 운과 재정적 성공과도 연결됩니다. 사람들은 돼지를 꿈에서 본 것을 다가오는 부의 신호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식에서는 돼지 입에 돈을 넣어 제물을 바치며, 이 행위가 번영과 원활한 진행을 가져온다는 믿음을 강화합니다."


2) 그 다음 어떻게 언제부터 한국 영화계에서 고사를 했느지 말하면 된다. How (and from whence) the (Korean) film industry adopted Gosa


While gosa originated in agriculture and was later adopted by businesses, the Korean film industry started practicing it around the 1970s-80s, when large-scale productions became more organized. Given the unpredictable nature of filmmaking—equipment failures, weather disruptions, accidents—crews adopted gosa as a way to ensure a successful and accident-free shoot. It also serves as a unifying moment before filming begins, bringing the entire cast and crew together in shared hope and focus."


고사는 농업에서 시작되어 기업에 의해 채택된 후, 1970~80년대 대규모 제작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하면서 한국 영화 산업에서도 고사가 시행되기 시작했습니다. 영화 제작은 예측할 수 없는 특성이 있어 장비 고장, 날씨 변화, 사고 등 다양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영화 제작진은 고사를 통해 성공적이고 사고 없는 촬영을 기원했습니다. 또한 고사는 촬영이 시작되기 전에 팀워크를 다지는 순간으로, 전체 출연진과 제작진이 함께 희망과 집중을 공유하는 시간이 됩니다.


3) 그리고 나서 영화업계 말고 다른 업계에서 고사는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면 된다. 여기서 industries는 복수이고, 산업이 아니라 여러 업계를 의미한다. differences in Gosa across industries.


Gosa is performed differently depending on the industry. In construction, the ceremony is done before breaking ground to ensure safety and success. In business, companies hold gosa at the beginning of a major venture, often using a pig’s head or other food offerings. The film industry’s gosa is unique in that it emphasizes teamwork—key figures such as the director, lead actors, and producers take turns bowing and placing money in the pig’s mouth, reinforcing a collective wish for success.


고사는 업계에 따라 다르게 진행됩니다. 건설업에서는 착공 전에 고사를 올려 안전과 성공을 기원하고, 사업에서는 주요 사업이 시작될 때 돼지 머리나 다른 음식을 제물로 바칩니다. 영화 산업에서의 고사는 팀워크를 강조하는데, 감독, 주연 배우, 프로듀서 등의 주요 인물들이 차례로 절을 하고 돼지의 입에 돈을 넣으며, 성공을 위한 공동의 소망을 강화합니다.


4) 그리고 마지막으로 적당히 마무리 wrapup을 한다. 매우 중요! 나열만 하고 끝나면 똥 싸다만 느낌이다. 말할 때 마지막에 클로징 멘트를 해줘야한다. 말한 것을 솜씨좋게 재서술(paraphrase)하거나 인사이트를 제공하거나 다른 큰 문맥으로 확장시키는 열린 질문을 하느 것이다. 이 부분이 영어권 교육과정의 핵심중의 핵심이다. 여기서 배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드러난다. 이런 서술을 할 때 같은 표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동의어를 얼마나 많이 아느냐에서 어휘 수준이 드러나고 어휘량이 영미권 교육의 리트머스 시험지다. 


다양한 방식으로 말할 수 있겠지만 대충 이렇게 써보면 깔끔하다.


In some cases, the ritual is performed symbolically with just food offerings instead of a pig’s head, especially if the team prefers a more modern or less religious approach. However, many still prefer the traditional version, believing it strengthens the team’s bond and respects cultural heritage. In my case, I used an image of a pig’s head on an iPad, in case my Hollywood staff or the kids on my team, who are unfamiliar with this ritual, might be uncomfortable with a real pig's head. However, if I were performing it in Korea, we would definitely use a real pig's head, as there are excellent restaurants specializing in pork dishes like gukbap and samgyeopsal. We should go together one day to try some delicious pork! The treat’s on me.



일부 경우엔 돼지 머리 대신 음식만을 제물로 바치는 상징적인 방식으로 고사를 진행하기도 하는데요. 팀이 더 현대적이거나 덜 종교적인 접근을 원할 때 그렇죠. 그러나 많은 이들이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을 선호하는데 왜냐면 고사가 팀의 결속력을 강화하고 문화적 유산을 존중한다고 믿기 때문이예요. 내 경우엔 아이패드에 돼지 머리로 대신해쓷네, 혹시나 내 할리우드 스태프나 내 팀의 어린아이들이 한국 고사를 잘 몰라서 실제 돼지 머리 가져다두며 불편해할까봐예요. 하지마 한국에서 했더라면 진짜 돼지 머리를 사용했겠죠. 돼지국밥이나 삼겹살 같이 돼지고기요리를 잘하는 레스토랑이 한국에 많으니까요. 맛있는 돼지고기 저랑 같이 때리러가시죠. 제가 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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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하게 나는 어제 브뤼셀 프라이를 갔었다. 청주 길가에 있는 랜덤한 가게였다. 러시아어를 하는 다문화 가족이 키오스크 ㅅ용에 애를 먹고 있었고 무슨 메뉴를 시킬지 토론하고 있었다. 줄이 너무 길어지자 매니저가 앞쪽에서 도와준다고 해서 앞서 가서 주문했다. 한국사람의 시스템 활용에서 융통성이 엿보인다. 외국 어느 공항에서 연착된 비행기의 짐들이 섞였는데 직원들이 우왕자왕하자 한국 아줌마 아저씨들이 적극 나서서 이름표보고 김사장님 최사모님 하면서 대신 나서서 짐 분배하고 시간 세이브해서 일처리를 했다는 어느 소감을 읽었던 적이 있다. 일본인은 이런 상황에서 매뉴얼이 없고 아마 무작정 기다릴 것이다. 외국인들은 음식 앞에서 오랫동안 무엇을 먹을지 토론하는 과정 자체도 하나의 문화다. 너는 무엇을 좋아하니까 이것을 먹고 나는 이것을 좋아하니까 이것을 먹고, 그럼 이렇게 시킬까? 이런 조합은 어때? 너 저번에 이거 먹었잖아. 이게 뭐야? 이 메뉴는 무슨 음식이야? 이건 이거야 아 그럼 이거 먹을래 아냐 저게 나아 잠깐 여기 사이드가 있다는데? 이건 뭐지? 그런데 키오스크를 설치한 매장의 의도는 회전율에 있었을테니 뒷 주문을 먼저 받기 위해 인터셉트했다. 중앙아시아에서 왔을 법한 가족의 이해할 수 없는 러시아어를 다 들어줄 여유가 당장 오늘 매출을 걱정해야하는 한국의 자영업자에게는 없다. 내가 주문을 받고 기다리고 있는데 한국어의 어려움과 키오스크 구동의 어려움이라는 이중 문제에 고초를 겪고 있던 가족이 어렵사리 주문을 마치었는데 직원이 소스를 선택하셔야한다고 하니 어눌한 한국어로 "꼭 해야 돼요?"라고 답했다. 직원이 "안 하셔도 돼요"라고 하자. "오 네 좋아요 감사해요"하고 답했다. 십 종 이상의 소스의 다양함이 아니면 브뤼셀 프라이라는 브랜드의 매력이 없다. 그냥 프랜차이즈 버거집의 감자튀김을 시키는 것이 더 싸다. 감자튀김 하나의 매력으로 승부하는 브뤼셀 프라이 가게에 가는 이유는 튀긴 감자 자체의 퀄리티도 있지만 다양한 소스를 고르고 맛보는 미각적 경험에 있다. 그런데 그러한 브랜드가 의도한 온전한 소비자 경험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은 한국인 전체가 코로나 이후 몇 년간에 거쳐 자연스럽게 학습한 키오스크 주문이라는 프로세스에 대한 몰이해 및 미숙함때문이다. 나는 이것이 우리가 유럽의 어느 파인다이닝이나 일본의 어느 료칸에서 얻는 경험의 불완전성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인이면 당연히 알고 있는 레스토랑에서의 당연히 요구하고 즐길 수 있는 서비스 같은 것들을 현지언어와 현지문화에 대한 경험족으로 인해 즐기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스타에 유럽 어느 레스토랑 사진을 올릴 뿐인데, 냉동 레토로트 음식을 댑혀놓은 음식을 배경으로 사진 찍으며 행복해하는 외국인에게 누구도 아무 말 안하는 것은 굳이 현지인이 일일이 다 알려주고 시간과 에너지를 뺏기지 않고 싶은 것일뿐이다. 


브뤼셀 프라이라고 하니 6년 전 교수님 따라 국제 학회 참석차 갔던 암스테르담에서 이 가게에서 프라이를 먹어본적 있다. 2000년부터 유럽을 가고 싶었는데 거의 20년만에 갔다. 특이한 소스를 골랐는데 소스보다는 그걸 먹고 있는 더치들의 키가 채 썬 감자처럼 길었다는 인상이었다. 튀긴 감자는 상타치는 맛이다. 갈릭 디핑 소스를 골랐는데 피자집에서 먹을 것 같은 대량생산된 소스였다. 이 역시 어느정도 균질한 맛을 보장한다. 


오늘 오감자 신메뉴 나왔는데 이름이 브뤼셀 프라이라고 해서 GS25에서 구매했다. 약간의 매콤한 맛이 있다. 먹방에서는 이야 맛있다 이야 매콤하다 정도로 탄성만 지르고 끝나는데, 그 이상으로 감각적으로 표현해서 한국어 글쓰기의 외연을 확장하고 싶은 것이 목표다. 


오감자의 감자는 프링글스처럼 감자를 반죽해서 만든 과자류와는 달리 감자 자체의 탄성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다. 여러 개를 동시에 먹고 씹으면 입안에서 새로 감자를 반죽하는 것 같다. 찍먹하는 소스로 차별화를 둔 오감자의 이번 신메뉴는 시즈닝의 풍성함과 칼칼함이다. 두툼한 감자와 두터운 시즈닝이 중무장한 보병과도 닮았다.


칠리는 한국적으로 맵다. 칼칼하고 찌르는 듯한 화끈함이다. 중미가 원산지인 칠리를 한국적으로 맵게 만들었다. 한국의 매운맛의 특징은 무엇이냐? ‘확 치솟았다가, 싹 가시는’ 느낌이다. 미각세포에 닿는 순간 칼칼한 불길과 같은 통증이 확 올라왔다가, 깔끔하게 사그라드는 기묘한 리듬이 있다. 어리석은 스테레오타입이지만 소위 말하는 한국인의 냄비근성처럼, 순간 욱하지만 뒤끝 없이 정리되는 느낌이다. 어느 외항사 승무원이 한국인 승객에게 물을 실수로 쏟으면 욱하지만 진심으로 사과하면 받아주고 잘 마무리된다고 했다. 그런 느낌의 욱한 매운 맛이다. 고추장처럼 매우면서도 달달한, 매운데도 묘하게 끌리는 중독성이 있다. 얼큰하다는 표현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뜨끈하고 보드라운 사골국물 속에서도 매운맛이 퍼지며, 속을 확 풀어주면서도 한방 맞은 듯한 개운함을 남긴다. 그 매운 맛은 식사 종료 후에는 지속되지 않는다. 스파링 대전 이후에 신사답게 인사하고 헤어지는 선수처럼 한국의 매운 맛은 음식 이후까지 뒤끝을 남기지 않는다.


일본적 매운 맛이라고 한다면 첫 인상에 알 수 없으나, 스며들듯 은근하게 찌르는 얼얼한 향기와 그 후속타라고 하겠다. 와사비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일본의 공포영화와도 닮았다. 당장 스크린을 볼 때는 안 무서운데 일상생활에서 자꾸 기억이 나서 이불 아래나 침대 밑을 살펴보게 만드는 후속형 음산한 공포다. 그러한 일본식 공포처럼 일본의 매운맛은 겉으로 티를 안 낸다. 향에서부터도 알싸하지 않다. 처음엔 별거 아닌 듯하다가, 코에서 P파로 처럼 훅 올라오며 순간 숨이 멎을 것 같은 기습 공격을 가하고, 혀에서는 서서히 S파로 올라오는 얼얼한 파동이 있다. 지진과 후속 쓰나미와도 같다. 마치 일본인 특유의 예의 바른 미소 뒤에서 뒤늦게 느껴지는 차가운 거리감처럼. 외항사 승무원 왈 일본인에게 물을 쏟으면 앞에서는 웃고 일주일 후 본사에 컴플레인 레터를 보낸다고 한다. 쓰나미와 같은 후속공격이 있다. 그러나 그 레터도 정식 접수하고 사과하면 없던 일이 된다. 일본식 매운맛은 설령 후속타가 있을 지언정 끈적이지 않고, 바람처럼 스쳐간다.


반면 중국적 매운 맛은 시각적 선명성, 진동하는 마비감과 지속되는 뜨거움이 특징이다. 강렬한 채도의 빨간색이 시각적으로 일단 맵다고 화려하게 광고, 아니 통보한다. 일본의 푸르른 벌판을 닮은 와사비는 매운지 아닌지 색채 상징으로는 알 수 없다. 한국의 다대기는 돼지국밥 국물에 섞어 파스텔톤이 되고, 일단 단맛이 함께 있는 맵단이다. 중국적 매운 맛은 아주 선명하고 확실하다. 중국의 선이 굵은 매운맛은 혀에 꽂히는 순간, 진동수가 느껴진다. 마라(麻辣)라는 단어 그대로, 혀를 찌릿찌릿 울리면서 미각을 무디게만든다. 단순히 혀가 불타는 게 아니라, 입 안 전체가 알싸한 전류에 감전된 듯한 마비감에 휩싸인다. 향이나 열이 아니라 전기와 같은 찌릿한 매운 맛이다. 불덩이가 입 안을 떠돌며 계속 재점화하는 느낌을 준다. 한 번 매운 것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몰려오는 매움의 고문이다. 그 맵기 고문의 끝에 한국적 매운 맛은 단맛으로 혀를 다독여준다면, 중국적 매운 맛은 기름기로 혀를 다독여준다. 그러나 그 기름은 또한 매운맛을 입천장에 찰싹 달라붙게 만들며 오래도록 남게 하는 역할도 하여, 제국적 주권의 힘을 보여준다. 중국음식 특유의 강렬하고 묵직하고 선명한 느낌은 몽골의 사막에서 직선으로 세차게 달려오는 유목민 보병과도 같다. 질주하는 보병을 성에서 육안으로 관찰했다면 일단 퇴로는 없다. 그 기병대는 달려온다고 모래바람으로 광고하고, 자신의 존재목적에 따라 단일한 방향성으로 쉬지 않고 달려오고, 방어군은 이미 대피는 늦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30분간의 시간 동안 공격대도 방어군도 임박한 종말과 파괴에 대해 알고 있다. 바울의 종말론적 수행성처럼, 다가오는 멸망의 날을 알고 있음에도 남은 날을 살고 있는 그런 감각과도 같다. 시뻘건 중국 음식점에서 새빨간 메뉴를 골라 기다리는 순간이 바로 그렇다. 미각세포에 고통이 임박하였다. 음식을 기다리는 30분은 그 고통의 도래를 알고 지연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그런 점에서 불닭볶음면은 주목할 만하다. 나에게는 너무 매워서 수 년 전 한 번만 먹어보았다. 그 안에는 어떤 직선적인 강렬함이 있었다. 남한산성에서 근왕군을 기다리는, 메시아의 도래를 기다리는, 9회말 2아웃의 역전을 기다리는, 짧고 강한 한 방의 구원 같은 것이다. 돌직구처럼 직선적인 불닭 소스는 강렬한 타격이 먼저 오고, 끝은 심플하다. 중국의 매운 맛처럼 계속 빙빙 돌며 타격하지 않는다. 펑하고 터지는 매운 맛은 포탄과도 같아 원하던 소원이 해결된 이후에는 여운이 길게 남거나 리듬감이 있지는 않는다. 씹을 때마다 베스킨라빈스 슈팅스타처럼 톡톡하고 터지지만 자체로 깊게 스며들지는 않는 할라피뇨와는 달리, 불닭 바베큐 소스 속의 달달한 맛과 함께 어울려서, 지금 이 순간 현세에는 맵지만 내세는 금방 잊히는 스타일이다. 강한 임팩트는 있지만 오래 곱씹게 되지는 않는, 냄비근성의 장점, 뒤끝없는 여운을 제거한 매운맛이다.


오감자의 두터운 시즈닝과 함께 있는 소스의 매운 맛은 한국적 매운 맛을 잘 살렸다. 강한 임팩트, 여운없는 뒷맛은 깔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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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영 지음, 오가타 요시히로 감수 / 길벗이지톡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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