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리아 잠실 월드타워몰에서만 파는 새우버거다. 새우의 식감을 강조했다. 가격은 8900원. 


그동안 파파이스의 새우버거가 최고 였는데 롯데리아의 이 새우버거가 SS급을 달성했다.


파파이스는 패티, 번, 소스, 채소 모든 것이 손색이 없는데 유일한 단점은 매장이 별로 없다는 것이고


롯데리아 SS급 새우버거의 유일한 단점은 전국에서 1곳에서만 판다는 것이다.


씹을 때마다 톡톡 툭툭 터지는 듯한 탱글탱글한 새우살 식감이 갓 바다에서 잡아 올린 새우의 퍼덕이는 힘찬 근육 같다.


100% 새우가 아니라 분명 명태를 같이 넣은 것임에도 새우가 실하고 알차게 차 있어 실팍하다.


바삭한 겉이 아작아작 소리를 내고 탱실한 안이 말랑말랑하여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하얗고 빨간 새우살이 패티 가운데 오롯이 박혀있고 부드럽게 으스러지면서도 씹을수록 쫀득함이 살아나


마치


갓 쪄낸 새우 딤섬 속살과도 같이 쫄깃한 탄력과


갓 잡은 생새우와도 같이 신선하고 탱탱한 새우즙이 터져 나오며, 


떡처럼 보드랍고 폭신한 번과 어우러져 풍요로운 식사 경험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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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전체가 노윤서의 아름다움을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금 길고 서사가 있는 화보 트레일러 같다는 생각을 했다. 김민주도 예쁘게 그려졌고, 홍경의 연기도 빛났지만, 영화관의 스크린 보다 더 빛나는 것 같은, 강아지 입꼬리의 노윤서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이런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공포, 예술, 사회고발 영화에 출연하느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담은 적을 것 같다. 어떻게 해도 편집과 미술로 예쁘게 되며, 심지어 리메이크여서 16년전 작품의 리메이크여서 고정 관객이 해외에까지 확보가 된다. 


과거 김희선, 이영애, 전지현 등이 그랬던 것처럼 많으 사람들의 공통적 문화 기억에 특정한 아름다운 컷이 박제가 되면 사람들은 계속 그 예쁜 순간을 기억하게 되고 여배우는 청춘 스타로서 오랫동안 그 후광을 유지할 수 있다. 영화 관객이 많이 줄었는데도 박스오피스 1위를 했다. 노윤서가 출연한 Lee 패션광고가 많이 노출되고, 자선행사에도 포토 라인업에도 마지막 순서이긴 하지마 ㄴ제니, 김연아 등과 함께 언급되고 있는 듯 하다. 이 영화를 계기로 노윤서는 포스트 청춘 스타로서 등판했다고 생각한다.


2. 원작 대만 영화와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두 자매의 부모님이 대만 오리지날 버전에서는 아프리카로 선교를 떠났는데 한국 리메이크작에서는 지방에서 콘도 경영하는 부부로 나온다. 대만은 음식점과 한국은 도시락점이다. 이외에도 몇 가지가 있는데, 이런 부분은 한국의 사회경제적 현상을 반영하지 않나 싶다. 큰 스토리라인은 거의 그대로 원작을 따랐다. 차이점이 있다며 편집점을 잡고 컷을 전환할 때 CF같은 부분이 많이 보였다는 점이다. 수영장이나 호수에서나 약간씩 지루하게 늘어지는 점이 생길 수 있는데도, 배우들의 매력과 아름다움에 취해 그런 지연을 잊게 된다.


수어도 수어와 함께 보이는 얼굴 표정 연기도 다 적절했다. 배우들이 수어 연습을 열심히 했을 것 같다. 영화는 좋아하는 감정을 고백하는 수영장신에서 절정을 맞이 한다.


3. 영화를 볼 때 주연보다 조연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편인데, 아버지 역으로 나오 현봉식은 쿠사리 먹는 가장이나, 조폭의 말단 보스(절대 가장 세거나 멋진 역은 아니다)나, 딸의 꿈을 위해 도와주지 못하는 무능한데 나름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는 조선업 중간 관리자(빅토리)같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그런 안쓰러운 샌드위치 역할로 주로 나오는 편이다. 김희선과 유해진의 로맨스가 나온 달짝지근해: 7510에서의 아저씨 역할이 그런 필모 중에 조금 특별했는데.. 


4. <말할 수 없는 비밀>도 리메이크되었다. 대만 청춘 영화에서 보이는 어떤 잔잔하고 소박하면서 애틋한 사랑의 느낌이 있다. 중국 로맨스는 너무 묵직하고 일본 로맨스의 캐릭터는 다소 정형화되어 있거나 비애를 위한 극단적인 설정을 사용하는 편이다. 감정 역시 사회문화의 산물인데, 너무 장소특정적이지 않은 달달한 감정을 어느정도 국제적으로 공감시키기에 대만 청춘 영화가 괜찮은 선택이다. 


미국에서 <코다>가 아카데미상을 탔었다.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의 각색이었다. 이 영화는 가족의 굴레를 넘어 막 사회에 나가서 자기 꿈을 펼치고 싶은 주인공의 서사가 중심이었다. 좋아하면 직설적으로 좋아한다고 말하는 정서에서는 자기 감정 숨기고 못 말하고 뚝딱거리는 태도가 공감을 얻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달달함의 국제적 통용이라고 했을 때는 일단은 동아시아 위주이다. 동양은 감정 숨기고 서양은 감정을 드러낸다라는 도식적인 이분법을 취하지는 않는다. 동양권에서 그런 정서가 과거부터 이어져오고 창작물을 통해 학습되고 해서 조금 더 보편적인 측면이 있겠지만, 서양이라고 그런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숨어서 좋아하고 공적으로 자기 감정 말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들의 고백을 다룬 일련의 창작물이 많고, 과거로부터 이어져서 학습된 곳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수어로만 대화하는 침묵의 공간을 아름다운 배우들의 얼굴과 표정연기와 파스텔톤의 연출이 다 커버해주었다. 영화는 배경음악마저 말을 아껴오다가 반환점 이후 자기 감정을 고백하는 신에서 처음으로 음성이 터진다. 이런 카타르시스는 대만 원작에서 보다 더 부각되었다. 배우 노윤서는 감독에게 평생 감사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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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게 - 인생의 한여름을 버티는 당신에게 노시인이 남기는 행복할 의지의 말들
나태주 지음 / 북폴리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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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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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_21 Design Sight 

企画展「ゴミうんち展」 pooploop

2024年9月27日(金) - 2025年2月16日(日)



1. 도쿄 롯본기 미술관 3총사(트라이앵글)은 국립신미술관, 21_21 디자인 사이트, 모리미술관이다. 국립신미술관은 거대한 기획전과 서예, 회화 등 다양한 일본미술협회들의 수준 높은 독립전이 특징이고, 21_21 디자인 사이트는 국립신미술관에서 다루는 전통예술을 벗어난 산업, 시각디자인 계통이며, 모리미술관은 조금 더 국제적이거나(아프리카 민예) 최첨단이거나(AI, 게임전) 동시대적이거나 설치미술적인(루이 부루주아, 세계의 여성작가전) 특징이 있다.


국립신미술관->21_21 디자인->모리 순으로 방문하면 편하고, 특히나 모리는 저녁 6시 이후에도 하기 때문에 다른 전시관 충분히 들리고 폐관 한 다음에 들리기도 좋다. 화요일만 17시까지. 그리고 모리는 월요일도 한다. 그리고 저녁 6시 이후 갈 경우 모리미술관 52층에서 도쿄의 야경을 겸사겸사 감상할 수 있다. 간토평야에 끝없이 펼쳐진 빌딩숲의 전경을.








2. 아래는 일본어 전시 설명이고, 한국어로 번역하기 귀찮아서 파파고로 돌렸다. 번역기를 돌리면 번역기가 한 것 같은 번역투가 나온다.


21_21 DESIGN SIGHTでは、2024年9月27日より企画展「ゴミうんち展」を開催します。展覧会ディレクターには、佐藤 卓と竹村眞一の2名を迎えます。

21_ 21 DESIGN SIGHT에서는, 2024년 9월 27일부터 기획전 「쓰레기 똥전」을 개최합니다. 전람회 디렉터에는 사토 타쿠루(佐藤卓と)와 타케무라 신이치(竹村眞一) 2명을 맞이합니다.



世界は循環しています。さまざまな時間軸のなかで、ひとつのかたちに留まることなく、動き続け、多様に影響し合い、複雑に巡っています。その結果、いわゆる自然界においては、ゴミもうんちもただそのまま残り続けるものはほとんどありませんでした。しかし、いま人間社会では、その両者の存在は大きな問題となっていますし、文化的にもどこか見たくないものとして扱われています。ゴミ捨て場や水洗トイレは、まるでブラックボックスのように、私たちが忘れるための装置として機能してきたかもしれません。完全に消えてしまうものなんて、ないのにもかかわらず。

세계는 순환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시간축 안에서, 하나의 형태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움직이고, 다양하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복잡하게 돌고 있습니다. 그 결과 이른바 자연계에서는 쓰레기도 똥도 그냥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인간 사회에서는 그 양자의 존재는 큰 문제가 되고 있고, 문화적으로도 어딘가 보고 싶지 않은 것으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쓰레기장이나 수세식 화장실은 마치 블랙박스처럼 우리가 잊기 위한 장치로 기능해 왔을지도 모릅니다. 완전히 사라져 버리는 것은 없는데도 불구하고요.



本展では、身の回りから宇宙までを見渡し、さまざまな「ゴミうんち」を扱います。そして、ゴミうんちを含む世界の循環を「pooploop」と捉えます。これまで目を背けてきた存在にもう一度向き合うと、社会問題だけではないさまざまな側面が見えてきました。すぐ燃やすのでも水に流すのでもなく、じっくり観察し、単純化せずに新しい態度で向き合うと、語りきれないほどの不思議や好奇心に出合えました。ゴミうんちという新しい概念をきっかけに、人工物のデザインも同じようにできないのかと考えた本展は、世界の循環に向き合う実験の場でもあります。決して止まることのないこの世界。欠けていたパーツがピタリとはまると、きっと新たなループが巡りはじめます。

본전에서는, 신변에서 우주까지를 둘러보며, 다양한 「쓰레기 똥」을 취급합니다. 그리고 쓰레기 똥을 포함한 세계의 순환을 'pooploop'으로 파악합니다. 그동안 외면해 온 존재를 다시 한번 마주하니 사회 문제만이 아닌 다양한 측면이 보였습니다. 바로 태우는 것도 물에 흘려보내는 것도 아니고 찬찬히 관찰하고 단순화하지 않고 새로운 태도로 마주하니 말 못할 정도의 신기함과 호기심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쓰레기똥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계기로 인공물의 디자인도 마찬가지로 할 수 없을까 하고 생각한 본전은 세계의 순환을 마주하는 실험의 장이기도 합니다. 결코 멈추지 않는 이 세상. 빠져있던 파츠가 딱 빠지면 분명 새로운 루프가 돌기 시작합니다.




3. 주목할만한 작품은 동물의 분비물을 채취해서 옻칠로 굳히고 실제 사이즈의 동물로 만든 작품. 아마 속은 토기나 알루미늄이나 철근 같은 혼합재료를 쓰고 겉표면에만 분비물을 붙였을 것이다.


약간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똥으로 똥 싼 생물을 만든 창의적인 발상이다. 우리가 먹고 분비한 것이 다시 우리가 된다는 것에 대한 은유이다.






4. 순환 시스템에 대한 모든 것을 다 모아둔 방. 17세기 분더 캄머(wunder kammer)가 생각났다. 호기심의 캐비닛, 혹은 경이로운 캐비닛이라고 불리는, 모든 것을 다 모아둔 콜렉션.


똥을 쓰레기가 아니라 순환 시스템 과정 속의 바이프로덕트로 정의한 후


지질, 광물, 재료, 미생물, 지구시스템, 환경공학, 신화, 문학, 문화인류학 모든 것을 다 망라해두었다.


아주 꼼꼼하게 아카이빙했다.




발효식품으로서 요구르트와 함께 김치도 있다.



들어가자마자 분더 캄머(경이의 방)이 생각났다고 말했는데, 전시 제목도 똥 경이의 방이다. 분-경이(대변-경이로움)의 부실(방)이다. 


캡션은 흥미로운 질문을 한다.


"동시에 다양한 의문도 떠오릅니다. 식물이 떨어뜨리는 잎이나 겉잎(殻는 껍질, 껍데기인데 식물의 から는 겉잎정도인 것 같다), 생물의 조개껍데기나 뿔(ツノ는 角인 것 같다)은 자연계에서 어떤 존재일까요? 인간이 만들어내는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의 바깥이나 다 쓴 것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중략)

"한 눈에는 연관성을 알 수 없을지 모르지만 여기에 늘어선 각각은 어디까지나 펼쳐진 세계를 구성하는 순환의 일부입니다."


똥을, 더럽다! 싫다! 라는 일차적인 감각에서 떨어뜨려

누구의 똥? 사람의 똥? 식물의 똥? 자연 시스템의 배설물? 하는 식으로 개념의 외연을 확장한 후

순환 시스템의 모든 것을 망라한 다음

관객으로 하여금 그 시스템의 연관성을 파악할 수 있는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오 이것은 무엇의 똥일까, 광물의 똥? 식물의 똥? 어떤 과정을 거쳐 나온 똥일까, 이 똥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이렇게 생각하는 과정을 통해 똥을 포함한 자연 순환 과정의 전체를 유기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직관적이고, 재밌는 전시다.





5. 비행기가 퇴역 후 부품이 분리되는 장면을 찍은 것이다. 비행기의 분비물, 비행기의 사후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잘 볼 수 없는 모습이다.






비행기 무덤이라고 불리는 미국 모하비 공항으로 옮겨져서 해체되는 비행기.


해체된 비행기의 일부는 가구나 케이블 음료 캔 등 재활용 소재로 활용되는 것 이외에도


원하는 사람에게 판매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마지막 부분을 영어로는 sold on to the interested parties라고 되어있고


일본어로는 希望者に販売されることもあると言います。희망자에게 판매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라고 되어있다.


희망자를 interested parties 라고 한 것은 적절하다. sold on to보다느 sold to가 조금 더 자연스럽게 읽히고, on은 안 붙이는 것이 나았을 듯한데 큰 문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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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혹의 보석 · 매혹의 시간

THE ART OF JEWELLERY

2024. 12. 6 FRI - 2025. 3. 16 SUN


1. 잠실역에 있는 롯데 뮤지엄이다. 6층에 위치해있다.






2. 티켓은 김달진미술연구소에서 후원해주셨다.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전한다. 


김달진미술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서울 아트 가이드가 있는데 많은 전시회를 다니다보니 뒤쪽의 전시정보 일람 지도와 전시정보를 꼼꼼히 보고 피드백을 몇 번 주었더니 이번에 티켓을 보내주셨다.




3. 전시 제목이 고혹의 보석이다. 끌린다보다 조금 더 고급스러운 표현이 매혹적이다이고, 그것보다 더 문학적인 표현이 고혹적이다이다. 끌린다 < 매혹적이다 < 고혹적이다


XX의 XX라는 제목을 들으면 일본식 표현법이라는 느낌이 든다. 일본어를 모국어처럼 배웠던 세대가 20세기 초에 썼던 신소설에는 이런 일본식 표현들이 많이 있었다. 예를 들어 이인직의 혈의 누(1906년작). 피 혈에 눈물 누로, 피 눈물이라는 뜻이다. 일본어의 '의'는 の노인데, 영어의 of처럼 여러 번 쓸 수 있다. 그러나 한국어의 '의'는 1번만 써야하고 그 의미가 가리키는 바도 영어나 일본어처럼 많지 않다. 그 언어들에서는 of, の가 ~에 대하여, ~와 함께, ~에 있어서, ~에 대해 말하자면, ~에 속해있는, 등 여러 의미값이 있고, 두 번 이상 쓸 수 있다.


한국어의 표현의 풍부함이라고 '의'를 두 번 쓰면 어색한 표현이 된다. 여기서 두 번 등장하는 '의'를 다른 표현으로 적절히 바꿔줘야 자연스럽다. 우리말의 용언을 활용하면 좋다. 한국어에 있는 풍부한 표현이라고 한다든지. 


고혹이라는는 한자는 蠱惑이고, 일본어로는 코와쿠こわく, 중국어로는 구훠guhuo라고 읽는다. 

혹은 매혹, 미혹하다할 때의 혹이고, 고는 뱃속벌레 고이다. 蠱. 벌레 虫가 세 개가 있고, 아래 피 혈이 있다. 피와 함께 있는 벌레, 즉, 독충으로, 사람을 매혹하거나 컨트롤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독충을 의미한다. 그런 독충이 옛날 사람들의 상상 속에는 어떤 주술적 파워를 가진 매력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대만 중국어는 일본, 한국과 마찬가지로 원래 한자를 쓰지만 대륙 중국어는 간략히 생략된 간체자를 쓰는데, 원래 한자 蠱惑가 蛊惑으로, 벌레가 세 마리에서 한 마리로 줄었다는 점이 재밌다.


고혹적이다를 영어로 치면 attractive, seductive, alluring 등이 해당되는데, attract에서 tract(끌다), seduct에서 duct(이끌다)라는 라틴어 유래 표현에 "끌어당기다"라는 의미가 들어있어서, 누군가를 홀리듯이 끌어당기는 매력이라는 뜻을 잘 전달한다.


소장가인 아라카와 카즈미씨가 붙인 전시 제목일 듯하다.




4. 일본 소장가 이름이 특별하다. 우측 하단에 흘림체로 쓰여있다. 有川一三 유천 일삼이다. 보통 아라카와씨는 荒川 사나운 시냇물을 쓰는데, 이분은 있을 유를 쓴다. 일본어로 감사하다, 아리가또할 때 있을 유有를 쓴다. 아리가또는 아리가따이에서 유래한 말로, 다들 히라가나로 배우지만, 한자로 바꾸면 有難い이다. 있기 어렵다라는 뜻인데, 있기 어려운 일을 했으니 감사하다는 뜻이다. 우리도 습관적으로 안녕이라는 말을 한글로 쓰지만, 安寧의 한자 의미를 뜯어서 편안하고 몸이 건강하다는 의미를 매번 풀어서 생각하지 않으니, 대부분의 경우 그냥 아리가또를 thank you 고맙습니다로 치환해서 토큰을 전달해, 의미가 통하면 된다. 다만 이렇게 더 깊게 생각해보면서 단어 안에서 스며나오는 깊은 뉘앙스를 음미해보는 시간은 필요하다.


이름은 하나 일, 석 삼. 카즈미라고 읽고 一三라고 쓴다. 이것도 조금 특이하게 쓰는 표현이다. 보통 かずみ는 和美 평화와 아름다움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야후 일본에서 검색해보니 여러 인터뷰가 뜬다. 


https://myphilosophy.global/interview/arikawa_k/


https://www.uyedajeweller.com/archive/column/column_13.html


뉴욕타임즈에서도 소장가에 대한 기사가 있다.


https://www.nytimes.com/2020/01/25/fashion/jewelry-kazumi-arikawa-collection-tokyo.html


뉴욕타임즈 2020년 1월 25일 기사인데, 이 기사에서도 소장가가 의도한 바대로 그레고리안 성가가 흘러나오는 분위기에서 보석을 감상했다. (As Gregorian chants played in the background, he and a small coterie of staff members presented piece after piece, each in its own custom-made box.)


그래서 그런지 롯데뮤지엄 전시에서도 짜임새있는 화성이 경건하고 성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그레고리안 성가가 흘러나온다. 이 그레고리안 성가는 무신론자마저 마음이 숭고해지는 누미노오제의 경험을 조성하는 데 특화된 음악인데, 특히 도리안 C♯(Protus Authenticus)기준으로 C♯, B, A♯, G♯으로 떨어질 때, 그리고 그 다음 D♯에서 C♯으로 떨어질 때 피에타의 마리아가 느낄 법한 애처롭고 성스러운 느낌이 든다. 음이 떨어질 때 샾이 붙어있어서 반음만 떨어지는데 거기서 영혼 저 깊은 어느 곳에 숨겨져있는 잃어버린 어떤 숭고함, 인류 전체에 대한 희생에 대한 고양감 같은 것이 느껴진다.


성가 덕분에 소장가가 의도한 대로 그대로 보석들을 그 자체로 느끼는 순간이 빚어진다.




그림자마저 전시 일부로 만드는 작품은 구마 겐고가 디자인한 것이다. 수미쌍관으로 전시장 입구에 백색 배경으로 하나, 끝날 즈음에 흑색 배경으로 하나 두 번 전시되어있다. 존재하지 않는 검은 그림자 선을 차경으로 빌려와 추상마저 구상으로 만들었다. 유럽의 종교와 왕정이라는 두 추상적인 제도 권력이 실제하지 않으나 보이는 그림자로 구현된 것처럼 보인다. 그림자선이 원래 구조물보다 더 큰 범위를 거느리듯, 소수의 중심부가 거대한 영역을 추상적인 이데올로기로 지배하였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 보석, 혹은 원래 구조물이다. 보석이 갖는 장신구적 아름다움이 빛으로 인해 퍼지듯, 권력 또한 중앙제도에서부터 널리 확장된다.




5.



전시장 앞에 있는 전체적인 설명이다. 뒷 부분 두 문장만 뜯어보자.


1) 천연 보석 속에 함유된 내포물은 인간의 지문처럼 제각각 달라 보석을 구별하는 척도가 된다.

Imperfections in a gemstone, called inclusions, are unique like human fingerprints and help with identification.


- 이 문장은 한국어 영어 둘 다 잘 쓰였다. 한국어와 영어의 순서가 달라 먼저 들어오는 정보가 다르다. 

영어의 경우, 보석의 불완전함은 두 내포물이라고 불리는데, 인간의 지문처럼 특별해(달라).. 이렇게 쓰여져있다.

불완전성imperfection이 먼저 들어오지만 한국어는 그런 느낌의 말이 없다. 두 관객의 특성을 이해하고 쓴 것이다.


우리 말로 "함유, 제각각 달라, 척도가 된다"같은 표현도 적절하고, 영어에서 쓰인 바도 적절하다. 

이런 표현들이 각자 언어의 맛을 잘 살린 글쓰기다. 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억지로 번역하는 게 아니라 두 언어 각자의 장점을 살려서 각기 다른 글쓰기를 해야한다.


2) 인위적으로 가공하지 않은 천연 보석의 레드, 블루, 그린, 핑크 빛깔은 그 자체로 아주 매혹적이다.

The natural hues of red, blue, green, and pink in untreated stones are indeed mesmerizing in themselves.


빛깔은 hues, 인위적으로 가공하지 않은 천연 보석은, 손 대지 않은 돌(untreated stones)로 적절한 표현이다.


아름다운 작품을 보고 '와' '예쁘다' '대박' '야바이' '스고이' 정도만 말할 수 있다면 그만큼 나의 세계가 좁다는 것을 말한다. 예쁘다의 동의어를 아주 많이 알고 있어야한다. 매혹적이다라는 표현도 attractive, seductive, alluring, 여기서는 mesmerizing. 영어권 화자들은 같은 표현을 중복해서 쓰지 않고 동의어를 활용해서 다채롭게 표현한다. 예쁘다는 한 번 탄성으로 족하다. 다음 번에는 다르게 표현해보아야한다. dazzling gems도 좋은 표현이다. 눈부신 보석들



6. 눈 부신 보석들을 2억 화소로 찍었다. 그래도 다 그 아름다움이 온전히 화면에 담아지지 않는다.



주얼리의 특별함은 두 가지다.

하나는 시각적으로 입체적이다. 시야를 보석에 고정하고 앞에서 움직이면 빛이 다른 각도로 반사되어 번쩍번쩍하는 애니메이션 효과를 준다. 이 황금의 보석 앞에서 여느 아이돌 콘서트 레이저 빔 못지 않게 휘황찬란한 빛이 번쩍번쩍한다.



또 하나는 아주 자세하게 볼수록 더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아주 미세하게 관찰해야 보석의 다른 절각, 세공기법, 표현방식, 장식 등이 눈에 들어온다. 설치예술 같은 거대한 작품을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햄버거나 피자나 아이스크림처럼 이미 하방이 낮고 이미 맛있는 음식을 어떻게 더 맛있게 만들까하는 고민이

주얼리 세공사들의 고민했던 결과 같다. 단 것을 입에 넣고 악 맛없어 하고 뱉는 사람은 없듯이, 보석을 보고 뭐야 이 추한 것은! 하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이미 예쁜 것을 어떻게 한 차원 더 예쁘게 만들까하는 고민이 들어있다.




재료의 물성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다. 예컨대 철을 이정도로 가공하려면 천도 이상의 온도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작업했을 것이다. 



육안으로는 다 보이지 않아 30배 이상 클로즈업을 했다. 미시경제학처럼, 미생물학처럼, 가격변동 하나, 세포 하나 까지 보는 미시적 시각으로 보아야 주얼리의 가치가 다 보인다.


7.



보석을 기준으로 세계사를 다시 공부한다. 물질을 기준으로 역사를 재구성해서 공부하는 것도 창의적인 접근방식이다. 영어 공부하기에도 좋은 표현들이 많다.


8. 

소장자가 일본 사람이라 일본의 영향을 받은 세공품도 전시해두었다.


우리나라가 세계사의 전면에 등장하지 않았을 시기의 문화이다. 일본이 자포니즘으로 곳곳에 등장한다.


일본의 국립서양미술관 창립자 마츠카타 코지로는 모네와 함께 찍은 사진마저 있다.


이제 우리도 BTS가 스웨덴 공주에게 준 보석, 이런 식으로 22세기 콜렉션에 등장할 날도 오지 않을까?





9.



영어 표현이 아카데믹하고 세련되었다. 

한국어로도 번역투가 느껴지지 않게 신경써서 잘 번역했다.


After the upheavals of the French Revolution 프랑스 혁명 이후

Europeans saw Rome as the pinnacle of civilization 당시 유럽은 고대 로마를 문명의 이상향으로 동경했고

a burgeoning middle class 중산층의 성장


맨 처음 문장은 본 문장의 주어 동사가 19세기는 ~시대였다, 라고 고정된 상황에서

뒤에 with N Ving를 추가 문장으로 부연설명하면서 문장을 합친 문장이다. 라틴어의 ablative absolute에서 유래되었고 문장 두 개를 느슨하게 연결하는 기능을 한다. The Korea Times같은 영자신문에 자주보인다. 접속사 없이 두 문장을 붙여서 사용하고, ~해서, ~하되, ~하지만 등 다양하게 해석한다. 여기서는 두 문장을 끊었다.


The 19th century was a time when various jewellery styles coexisted, with Neoclassicism emerging as a dominant trend in the early years.

19세기는 다양한 스타일의 주얼리가 공존하는 시대였다. 그중에서도 19세기 초반에 두드러진 사조는 과거의 영광을 되돌아보는 신고전주의였다.


with Neoclassicism에서 with은 빼고, 신고전주의가 주어고

emerging은 그냥 술어로 해석한다.

신고전주의가 (19세기) 초반에 지배적인 사조로 등장했다.


다시 영어 원문에서 번역하면

19세기는 다양한 스타일의 주얼리가 공존하는 시대였고, 신고전주의가 초반에 지배적인 사조로 등장했다.


한국어는 뒷 표현을 조금 더 다듬어서 의역했다. "그중에서도 19세기 초반에 두드러진 사조는 과거의 영광을 되돌아보는 신고전주의였다."라고.




10. 익스트림 클로즈업이다. 이정도까지 클로즈업을 해야 보인다.


어떤 재료를 어떻게 사용할까 - 금, 은, 에메랄드, 사파이어, 황수정 등등 각기 다른 물성에 대한 이해


어떻게 표현할까, 구부릴까, 음각할까, 팔까, 동그랗게 만들까 - 세공법에 대한 이해


무엇을 표현할까 - 신화, 문학, 문화적 이해


누구에게 주는 것이고 용도는 무엇일까 - 권력제도에 대한 이해


가격은 얼마일까 - 시장과 경제논리(희소성)에 대한 이해


장인은 그저 단순하 생산직이 아니라 인문학과 재료공학을 결합한 크리에이터였고, 그들의 고민에는 사회 다방면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가 묻어난다.


장인들은 유럽왕가의 인적 재산이고 그들이 만든 물품은 국가적 자산이었다. 오늘날로 말하면 바이오, 반도체, 철강, 조선, 전력통신망 같은 핵심 기술이었다.





11.  중세의 보석은 오늘날의 반도체 집적기술과 같다. 반도체에 스택하듯이, 보석 위에도 레이어를 올려 입체감을 준다.




왼쪽 아래를 보는 두상이 전형적인 상황에서 오른쪽 위를 보는 각도가 특별해보인다.


12.





전시는 단순히 보석의 찬란한 아름다움을 늘어놓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반짝이는 원석 하나하나에 깃든 이야기를 따라 유럽 고대 로마를 지나 중세를 거쳐 아르누보 시대까지 발걸음을 옮기듯 훑으며, 시대별로 보석이 지닌 사회적 기능과 세공 기법의 변천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그저 장신구에 그치지 않고, 보석을 예술로 자리매김하게 한 역사적 흐름이 오롯이 담겨 있다.


펜던트, 반지, 티아라까지 가지각색의 고혹적 보석들이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며 눈앞을 수놓는다. 비단 별이 아니라 별들이 흐르는 흔적인 은하수와도 닮았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보석들은 찰랑찰랑 빛을 머금고, 눈부신 세공품은 마치 속삭이는 별빛처럼 창조자 세공사의 손길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그레고리안 성가의 아련하고 성스러운 울림 속에서 나를 둘러싼 시간의 결이 아득해지고, 인간을 넘어선 거대한 뜻을 어렴풋이 깨닫는다. 어느새 전시장 안은 보석의 눈부신 향연을 넘어, 거룩한 파도 물결에 휩싸인듯한 황홀함이 온몸을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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