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타이들 북 컬처ㅣ매직 온 페이퍼

그라운드시소 서촌   I   서울

2024-09-14 ~ 2025-02-23







1. 그라운드 시소 지점 중에는 빛의 벙커 같은 몰입형 체험 공간도 있고, 이런 특별한 책 전시를 하는 공간도 있다. 

이외에도

리얼 뱅크시

Move Sound Image

힙노시스: 롱 플레잉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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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인사이드: 러브, 빈센트

이경준 사진전: 원 스텝 어웨이

우연히 웨스 앤더슨 2

유토피아: 노웨어, 나우 히어

등을 가봤는데, 기존 미술관 전시에서 약간 비켜간, 상업적이면서도 힙한 전시들이다. 유능한 마케터와 디자이너가 개입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매년 가는 서울국제도서전 작년 코엑스에서 그라운드 시소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막상 방문해보니 미리 알지 못해서 아쉬웠다. 좋은 전시장이다.



2. 하나의 책을 만드는데 이렇게 많은  이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3. 이런 빨간 책이 굉장히 독일적이다. 일본에 이와나미 쇼텐의 문고가 있다면 독일에도 인문학, 철학류로 문고집이 있는데 대략 검은색이거나 노란색이거나 빨간색이다.




4. 4층까지 올라간다.






5. 2010년경 전자책이 등장하면서 종이책이 곧 사라질 것이라는 논의가 활발했다. 한 행사에서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소장과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가 나누던 열띤 토론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러나 15년이 지난 현재 다시 돌이켜보면 기우였던 것 같다. 물론 오프라인 서점의 쇠퇴와 온라인 서점의 급성장은 분명한 변화였다. 하지만 동시에 소규모 독서모임과 문화행사를 주축으로 마을만들기 운동에 일부 가담하고 있는 독립서점과 1인출판사 등 소규모 출판 시장이 새롭게 형성되며 기존의 독서 문화는 또 다른 형태로 존속하고 있다. 처음에는 품질을 의심받았전 전자책 리더기도 얼리 어답터의 피드백을 받아 시간이 가면서 점점 퀄리티가 좋아졌고, 집에 종이책을 많이 들여다 놓을 수 없는 도시의 1인가구와 무거운 종이책을 들고 여행과 출장을 다닐 수 없는 사람들의 서포트를 얻었다. 밀리의 서재는 책을 읽어야한다는 죄책감으로 마케팅을 하는 것이고, 실제 책의 완독률은 많지 않다고 한다. 종이책이 완전히 소멸한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진화하고 적응한 것이다.


한 기술의 등장으로 다른 기술이 소멸할 것이라는 비슷한 우려는 과거에도 반복되었다. 영화가 등장했을 때, 연극과 오페라는 곧 사양길에 접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연극 무대에서 명성을 쌓은 배우들, 예컨대 김윤식이나 황정민 등이 영화로 진출하기도 하고, 최근 <바닷마을 다이어리>나 <햄릿>에서 보듯, 다시 연극으로 복귀하는 사례도 있다. 연극 시장의 규모는 축소되었을지언정, 연극이라는 예술 형식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단순한 대체의 문제가 아니라, 전통적인 형식과 새로운 매체가 공존하고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모하는 진화의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 


매 시대마다 특정 기술이나 산업이 등장할 때 기존 질서가 붕괴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이 반복된다. 호들갑이다. 중국 시장 개방, 반도체 산업, 바이오 신약, 인공지능 챗봇, 뉴럴링크, AI 로봇 등 다양한 혁신 기술이 나올 때마다 기존의 것들이 무용해질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마 새로운 기술에 대한 열광적 버블이 만들어낸 부산물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한 자, 새로운 기회를 포착한 자, 그리고 시대의 흐름을 타지 못한 자가 갈리게 된다.


유튜브가 레거시 미디어를 상당 부분 대체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기존 방송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6시 내고향을 보는 이들과 전국노래자랑을 보는 시청자층이 존재한다. 또한 공중파 프로그램 역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여 변화하고 있으며, 기존 공중파에서는 얻지 못하던 외국인이라는 새로운 시청층을 획득했다. kbs kpop채널은 구독자가 944만명인데 내국인으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변화의 물결 속에서 어떻게 적응하고 진화하느냐의 문제이지, 단순한 소멸과 대체의 구도로만 볼 수는 없다.




오히려 나는 책을 향유하는 계층에서 허수가 사라졌다고 본다. 책을 단순한 정보 습득의 도구로만 여기던 이들, 겉표지만 훑어보던 이들, 혹은 책을 읽지 않는다는 핀잔이 두려워 마지못해 사들이던 이들, 심지어 사두고 펼쳐보지도 않던 이들이 줄어들고, 진정으로 독서를 즐기는 이들만 남았다.


울산도서관이 기존의 종이책을 폐기하고 전자책으로 대체하려 했을 때, 안동섭 교수가 이를 구출하려 했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여전히 종이책을 사랑하고 아끼는 자들이 있다. 마치 국악이나 클래식 음악을 소비하는 계층과도 유사하다. 고전 음악이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시대는 지나갔을지라도, 소수의 매니아들이 이를 깊이 향유하며 전통을 이어가듯, 종이책 또한 소수의 애호가들에 의해 지속되고 있다.











사람의 뇌는 무한한 정보를 저장할 수 없다. 혹은 그 모든 정보를 다 습득할 시간이 없다. 과거에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속 복잡한 인물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나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읽으며 의식의 흐름을 더듬어갈 여유가 있는 세대가 있었다. 조정래(태백산맥), 황석영(장길산), 박경리(토지)의 장대한 서사를 읽고 이를 두고 토론할 수 있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인간의 한정된 인지 용량을 유튜브와 같은 시청각 매체가 제공하는 정보가 대체하고 있다. 물론 과거의 독서 경험이 심층적인 사고와 기억의 축적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오늘날의 정보 소비는 단편적이고 순간적인 인상을 남기는 방향으로 변화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과거가 반드시 좋고 오늘이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과거에는 최신 지식이 없어서 불편함이 있었다. 또한 읽을 만한 책이 그런 책들밖에 없었을 수도 있다. 지금은 알아야할 정보, 알지 않으면 도태될 것 같은 정보의 쓰나미에 쫓기느라 바쁜 세상이다.




6. 다야니타 싱. 독일어를 잘한다.




7. Q 폰트의 애착이 보인다. Q라는 알파벳 하나에 대한,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미세한 디테일에 대한 집착이야말로 예술가로서 성공할 예비조건이다.



8. 올라가면 이렇게 북한산과 서촌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이 보인다. 아트선재에서 보이는 북촌만큼 좋은 옥상 전경이다.





고즈넉한 독일 괴팅겐의 슈타이들 출판사. 이른 아침의 안개가 자욱하다. 창문 틈으로 스며든 서늘한 공기가 콧등을 스치고, 묵직한 나무 서가에 빼곡히 들어찬 양장본 책들은 제각기 오래된 종이의 향을 품고 있다. 창틀에 내려앉은 햇살은 희뿌연 먼지를 가만히 비추고, 두꺼운 나무 서가 사이로 잔잔한 침묵이 흐른다. 습기는 적당하고 공기는 청량하다. 책장은 바스락거리지도, 눅눅하지도 않다. 조용한 실내, 멀리서 들려오는 묵직한 시곗바늘의 똑딱이는 소리가 흐르는 시간을 짚는다. 멀찍이 교회 종소리가 퍼지고, 창문 너머로 느릿한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며 사각거린다. 햇살이 창가에 앉아 책을 펼친다. 둔탁한 양장본 표지를 손끝으로 쓰다듬자 잔잔한 활자의 감촉이 전해진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사각, 사각, 종이가 속삭인다. 고요 속에서 활자들이 조용히 속삭인다. 깊숙한 가죽 소파에 몸을 묻고, 활자가 뿜어내는 사유 속으로 천천히 가라앉는다.


  


슈타이들의 이름이 붙은 같은 제목의 책이 손에서 손으로 건너가 한국 서촌의 어느 전시장에 자리한다. 전시장 4층의 도서관은 슈타이들 아트북으로 가득차 있다. 나무 내음과 특유의 잉크 향이 뒤섞여 아늑한 온기를 풍긴다. 창 너머 골목길엔 늦가을 훈훈한 바람이 바스락거리며 지나가고, 길모퉁이 은행잎이 바람을 타고 흩어진다. 원두 분쇄하는 시끄러운 소리가 결여된 카페다. 책등을 눈끝으로 훑다가 어쩐지 마음이 끌리는 묵직한 한 권을 뽑아 든다. 아는 알파벳, 모르는 언어. 그러나 그 안의 사진과 그림은 모두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다. 골동품 찻잔을 열듯 조심스레 펼친 책, 손끝에 닿는 두꺼운 종이는 살짝 거칠고,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마다 슴슴한 종이 내음새가 장미향처럼 은근히 피어오른다. 테이블에 앉아 책에 코끝을 대고 한숨 들이마신다. 저 머나먼 유럽 오래된 도서관의 나무 서가 냄새가 흡착된 묵은 종이의 흔적이 스며든다. 가보지 못한 괴팅겐의 빛, 향, 꿈을 책등에서 느껴본다. 문득 바깥에서 자전거 벨 소리, 골목길을 걷는 사람들의 나직한 대화가 들려온다. 한 장, 또 한 장, 시간은 조용히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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内藤コレクション

写本 — いとも優雅なる中世の小宇宙

2024年6月11日(火)〜8月25日(日)


1. 도쿄 우에노 공원에 있는 국립서양미술관이다. 나리타공항에서 우에노까지 스카이라이너 등으로 빨리 올 수 있어서 접근성이 좋다.



2. 전시 제목의 영어와 일본어가 의미하는 정보가 다르다. 사전적 어휘의 등가 교환이 아니다.

외국인이 전시제목을 이해하는 바와 일본인이 이해하는 바가 같지 않다.

영어와 일보어 각 언어를 이해하는 상태에서 각 의미를 뜯어봐야한다.


영어는 Manuscripts from the Naito Collection in the National Museum of Western Art라고 쓰여있다. 일반적인 기술이다. 국립서양미술관 나이토 콜렉션의 필사본이다.


일본어로는 いとも優雅なる中世の小宇宙라고 쓰여있는데

한국어로 바꾸면, 매우 우아한 중세의 소우주라는 뜻이다. 뜻이 완전 다르다.


여기서 또 공부할 바가 있다. いとも이토모는 무엇이고 왜 이렇게 썼는가?

いとも는 매우, 지극히라는 뜻이다. 한자로는 最も라고 쓴다. 한편 이 한자는 JLPT N3 정도의 어휘로 보통 못토모もっとも라고 읽고, 무엇보다도, 가장라는 뜻이다. 한자는 최고 할 때 가장 최最이다. 왜 다르게 읽는가?

같은 한자가 의미하는 바는 "매우"라고 같은데

우아하게 아어雅語(가고がご)로 읽으면 이토모라고 읽고, 일반적으로 읽으면 못토모이다.

아어는 말 그대로 우아한 말이라는 뜻이다. 한 한자에 결박된 읽기 방법이 다르다. 


그러데 보통 세련되게 표현할 때는 한자를 활용하면 되지 않을까? 왜 히라가나로 썼을까?

보통 사람들이 알고 있는 바대로 한자로 最も라고 쓰면, 이토모라고 안 읽고 못토모라고 읽는다. 일반적인 읽기 방법이니까.

그래서 이렇게 읽지 말라고 한자가 아닌 히라가나로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그래야 '매우, 지극히'라는 세련된 읽기가 된다.


히라가나가 반드시 서민의 언어가 아니고, 그저 표기 방법이 하나일 뿐이다.


같은 전시를 가서 같은 것을 봐도 이해하는 바가 다르다.


이 전시 전체의 캡션과 설명이 매우 고상한 어투로 쓰여있어서 공부가 많이 된다.






3. 전시 설명은 번역기 돌리지 않고, 자체 사이트 영어 설명을 가져왔다.

https://www.nmwa.go.jp/jp/exhibitions/2024manuscript.html

https://www.nmwa.go.jp/en/exhibitions/past/p2020.html


印刷技術のなかった中世ヨーロッパにおいて、写本は人々の信仰を支え、知の伝達を担う主要な媒体でした。羊や子牛などの動物の皮を薄く加工して作った紙に人の手でテキストを筆写し、膨大な時間と労力をかけて制作される写本は、ときに非常な贅沢品となりました。またなかには、華やかな彩飾が施され、一級の美術作品へと昇華を遂げている例もしばしば見られます。

In medieval Europe with no printing technology, manuscripts were the principal medium to support the people’s creed and convey wisdom. Scripts were transcribed by hand on parchment made from thinly prepared sheep, calf, and other animal skin. Manuscripts requiring massive time and effort to be produced could, at times, become great luxuries. Some were decorated with lavish illumination and were often sublimated into first-class artworks.



当館では2015年度に、筑波大学・茨城県立医療大学名誉教授の内藤裕史氏より、写本零葉(本から切り離された一枚一枚の紙葉)を中心とするコレクションを一括でご寄贈いただきました。その後も2020年にかけて、内藤氏ご友人の長沼昭夫氏からも支援を賜りつつ、新たに26点の写本リーフを所蔵品に加えています。

In FY 2015, Dr. NAITO Hiroshi, professor emeritus at the University of Tsukuba and Ibaraki Prefectural University of Health Sciences, kindly donated his collection of manuscript leaves en bloc to our museum. Between then and 2020, with additional support from Dr. Naito’s friend Mr. NAGANUMA Akio, we were able to add twenty-six more manuscript leaves to the collection.



当館では2019-20年度に三期にわたり開催した小企画展で、内藤コレクションを紹介してまいりました。しかし、コロナ禍のさなかでもあったため、それらは小規模なものにとどまったと言わざるを得ません。こうした事情をふまえて、改めて内藤コレクションの作品の大多数を一堂に展示し、皆様にご覧いただくべく企画されたのが本展です。また当館はコレクションの寄贈を受けて以来、国内外の専門家の協力を仰いで個々の作品の調査を進めてきました。本展はその成果をお披露目する機会ともなります。

The Naito Collection has been introduced in three small exhibitions at our museum between FY 2019 and FY 2020. However, in the midst of the COVID-19 pandemic, it cannot be denied that the displays remained rather small in scale. In view of such circumstances, we planned this exhibition to present the majority of the Naito Collection collectively to the public anew. Ever since receiving the donation of Dr. Naito’s collection, we have been seeking the cooperation of experts in Japan and abroad to survey the individual works. This exhibition will also be an opportunity to disclose the fruit of such research.



本展は、内藤コレクションを中心に、国内の大学図書館のご所蔵品若干数や、内藤氏がいまでも手元に残した1点を加えた約150点より構成され、聖書や詩編集、時祷書、聖歌集など中世に広く普及した写本の役割や装飾の特徴を見ていきます。書物の機能と結びつき、文字と絵が一体となった彩飾芸術の美、「中世の小宇宙」をご堪能いただければ幸いです。

This exhibition consists of approximately 150 works, mainly from the Naito Collection with a few additional works on loan from university libraries in Japan and one item which Dr. Naito has kept for himself to this day. It is compiled to examine the role of manuscripts and the characteristics of illumination in Bibles, Psalters, Books of Hours, Antiphonaries, Graduals, etc. which were used widely in the Middle Ages. We hope you will enjoy the “medieval microcosm” of beautiful illumination, in which, alongside its function as a book, calligraphy and illustrations are unified.



4. 중세 작품은 저작권이 만료가 되어서 일반 일본 전시장과는 다르게 마음껏 사진 촬영이 가능했다.


엄지 손톱 만한 크기에 세밀한 그림을 그렸다. 중세의 네일 아트라고 볼 수 있다.


농업기술이 발달되지 않아 단위면적당 작물생산량이 많지 않던 중세 시기에는


물자가 제한적이었으므로 커다란 그림보다는 작게 표현하는 기법이 물자를 아끼면서 예술적 재능을 드러내는


전략적 방법이었을 것이다.









5. 한자를 알아도 한문은 또 배워야하고, 한문은 알아도 초서는 따로 배워야하듯, 

   유럽인이 자국어를 알아도, 라틴어는 또 배워하고, 라틴어는 알아도 중세 필사본의 폰트는 또 배워야한다.

  독일 어느 대학에서는, 침식을 잊고 중세 필사본만 읽는 스터디가 있을 것이다.




6. 캡션 설명에서 중세사가, 중세 미술사학자들의 기여가 많이 보인다.


한 서양사학과의 연구자 TO는 정해져있고, 미국, 유럽하는 식으로 메이저한 분야만 넣기도 힘든 현실적 사정이 있어


전세계적으로 중세사가는 연구를 해도 취직할 자리가 마땅하지 않다.


유럽이라면 자국 역사이고, 해당 기록이 끊임없이 발굴되니까 TO가 있겠지만


한국, 일본, 아니면 동남아 아니면 아프리카나 남미 같은 유럽과 관계없는 나라에서


유럽 중세까지 연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고귀한 일이다.


이런 작품을 전시할 때, 심지어 사학과 졸업생도 잘 모르는


온갖 왕족과 귀족의 계보와, 성서의 지엽적인 부분과, 필사 기법 등 수많은 지식이 필요하다.


심지어 자기 소모적일 정도로 대단한 열정이 필요할 것이다.


사진 촬영 허락이 되어서 사진은 너무 많이 찍었는데 다 올리기에는 번거롭고 한 작품만 보자



7. 다음 작품은





이 저작은 장대한 성경 이야기를, 등장인물의 삽화와 이름을 둘러싼 원을 엮은 족보를 축으로 

이해를 돕는 텍스트와 개념도(다이어그램)을 섞어 풀어내고 있다.

-삽화와 이름을 둘러싼 원이 있고

-이 원을 엮은 족보가 있으며

-이 족보를 가운데 축으로 왼쪽 오른쪽으로 텍스트와 다이어그램이 있다는 뜻이다.


이 책은 12세기 말 이후 프랑스와 잉글랜드의 대학 교육 현장에서 인기를 끄는 교재가 되었다.


이 부분을 읽으며,


16세기 이황이 선조에게 올린 성학10도가 생각났다.


어느 시대나 비주얼 교보재는 필요한 것이다. 모두 글로만 개념을 이해할 수 없고, 개념을 시각화하면 더 풍성한 이해가 가능하다.


그것이 얼마 전까지는 인포그래픽, 이후에는 파이썬 등을 사용한 비주얼라이제이션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성학십도를 가장 잘 설명한 책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얼마 전 작고하신 고 한형조 교수님의 책이다.


2011년 당시에 막 출판된 그의 불교 책을 코엑스 반디앤루니스에서 읽고 너무 좋아서 책을 사고 교통비가 없어서 서울대입구역까지 걸어갔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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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 영화 감독과 제작사가 국제적으로 자신을 증명하고 싶을 경우 영어권 전문 서평가들의 글을 꼭 읽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로 치며 한 줄 평으로 해당하는 짧은 글 안에 유려한 글쓰기가 압축되어 있다.


느낌만 감각적으로 묘사하거나, 좋다 나쁘다 정도만 말하는 일뷰 리뷰와는 차원이 다르고, 아카데믹한 영어를 배울 기회가 있다. 


애국심만으로 우리 영화를 봐주는 선의의 한국 관객을 넘어, 작품 자체로 승부하려면


셰익스피어부터 연극으로 단련된 해외의 전문 관객층에게 작품 자체의 가치를 호소해야하는데


그러려면 그들이 작품을 볼 때 무엇을 보았고 시각적 영상을 어떻게 언어화해서 표현했는지 공부해봐야한다.


그런 평론글은 우리로 하여금, 미야자키 하야오의 표현대로, 1층에 있다가 2층으로 올라가서 세상을 볼 수 있게 하여 시선이 고양되게끔한다.


2. 예를 들어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 영어 한 줄 평 하나만 보자.


다음 링크 레딧에 지금까지 나온 미키17의 리뷰가 모아져 있고

https://www.reddit.com/r/movies/comments/1iq74ir/bong_joonhos_mickey_17_review_thread/?rdt=51043


토탈 필름의 리뷰가 인상적이다.

https://www.gamesradar.com/entertainment/sci-fi-movies/mickey-17-review/


Mickey 17 is funny and charming from the get-go, building out a fascinating sci-fi world from its central conceit that ends up speaking to powerful and timely concerns through humor, satire, and exhilarating genre elements. Bong Joon Ho's best English movie to date and arguably Robert Pattinson's best movie ever.


파파고로 대충 번역돌리면 이렇다.


미키 17은 처음부터 재미있고 매력적인 캐릭터로, 유머, 풍자, 신나는 장르 요소를 통해 강력하고 시의적절한 고민에 말을 걸며 중심적인 자만심에서 매혹적인 공상과학 세계를 구축합니다. 봉준호 감독의 지금까지 나온 최고의 영어 영화이자 로버트 패틴슨 감독의 역대 최고의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우선 단어만 보자

1) get-goㅡ 처음부터라는 뜻이다. get ready준비! get set하시고! go!출발! 이라는 표현에서 축약된 표현이다. 요이땅 같은 느낌이라고 볼 수 있다.


2) central conceit - 번역기는 중심적 자만심이라고 사전 그대로 번역했는데 틀렸다. 네이버 사전에도 없는 표현이지만 영어 위키피디아에는 있다. In drama and other art forms, the central conceit of a work of fiction is the underlying fictitious assumption which must be accepted by the audience with suspension of disbelief so the plot may be seen as plausible. 드라마 및 기타 예술 형식에서 central conceit은 허구적 가정의 근본적인 개념으로, 관객이 이를 불신의 지연 상태에서 받아들여야 줄거리가 그럴듯하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central conceit을 단어 그대로 풀면 "중심 은유"이고, 위키피디아의 영어로 풀며 "근본적이 허구적 가정" 혹은 "허구적인 가정의 근본적 개념"이다.


이 말을 조금 더 자연스럽게 풀자면 중심적 허구 설정, 극적 허구의 전제, 혹은 더 짧게 줄이자면 핵심 가정이 된다. 원작 설정이라는 번역은 좋지 않다. 


캐주얼하게 말하자면 작품을 보는데 뭔가 현실적이지 않거나 논리적이지 않지만 스토리가 진행되려며 필수적이라서 덮어놓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어이없다고 생각하는 그 허구적인 설정이 네러티브의 중심이라는 전제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야기의 중심축이 무너진다. 관객이 믿거나 말거나 스토리는 그 설정 위에 움직인다.


예를 들어 매트릭스의 central conceit은, 인간은 시뮬레이션 현실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를 거부하면 전체 이야기가 무너진다.


미녀와 야수에서 central conceit으 저주받은 왕자가 야수로 변하여 사랑으로 구원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주의 마법과 구원이라는 설정


그러니 결국 설정상 받아들여야 하는 가상의 전제라는 뜻이다. 그 말은 곧 스토리가 의도한 비현실성이기도 하고,  관객이 이야기의 진행을 위해 임시로 받아들여 허구를 존재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극적 허용이라고도 풀어볼 수 있다.


이러한 모든 맥락을 central conceit하나로 표현했는데,


central이라는 말에 underlying, fundamental 같은 근본적, 핵심적이라는 뜻을 추가하고

conceit이라는 말에 사전적 정의인 은유를 넘어서, 허구, 설정을 추가해

영화, 예술분석이라는 맥락 속에서

최종적으로 관객이 허용해주는 전제, 네러티브의 중심축 같은 의미까지 확장했다.


c와 c로 두운을 맞춘 표현 시리즈를 영어권 화자들은 좋아한다. 두 단어 안에 압축적으로 표현했다.


중심적 허구 설정으로 일단 역어를 고정한다.


3) to date으 지금까지라는 말이다. 한국어로는 역대, 역대급 정도의 표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4) arguably는 비평 언어에서 많이 등장하는 단어다. argue=주장하다, able=할 수 있다 ly=부사 처리

주장할 수 있으니, 주장할 수 있는데, 주장하건대, 라고 일차적으로 뜻이 이해되고

풀어쓴 의미는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아마 거의 틀림없이" 이러 말이다.

정말 자연스럽게 풀자면 "과언이 아니다"라고 하면 좋다. 왜냐면 부사처리해서 앞에 두지 않고 용언 뒤에 보조용언으로 연결하는 게 한국어는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llow to도 ~하는 것을 허락하다라고 두 번 푸는 것이 아니라 ~하도록하다. attempt to, try to도 ~하는 것을 시도하다, 노력하다가 아니라 ~하고자 하다, ~해보려 하다라고 쓰는 것이 한국어에서는 자연스럽다.


여기서 해당 문장에서 "주장하건대 로버트 패틴슨의 최고작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아마 거의 틀림없이 로버트 패틴슨의 최고작이다" 보다는 "로버트 패틴슨의 최고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하는 편이 좋다. 앞서 문장 하나가 더 있었기에 단독 문장이 아니라서 더욱 그렇다.



4. 문장 구조 상에서도 배울 것이 있다.


1) 첫 번째 문장의 원래 주어와 술어 : Mickey 17 is funny and charming from the get-go, 

2) ving 연결 : building out a fascinating sci-fi world from its central conceit 

3) that 수식 : that ends up speaking to powerful and timely concerns through humor, satire, and exhilarating genre elements. 

4) 두 번째 문장은 두 개 병렬 처리 : Bong Joon Ho's best English movie to date and arguably Robert Pattinson's best movie ever.


ving연결된 문장은 주어를 중심으로 ~이며 ~이다. 라고 병렬처리 하면 좋다.

that은 이를 통해, 이는 으로 연결하거나, 아니면 아예 문장을 자르는 편이 좋다.


1) <미키 17>은 처음부터(from the get-go) 유쾌하고 매력적이며, 

2) 중심적 허구 설정(central conceit)을 바탕으로 흥미로운 SF 세계를 구축한다. 

3) 이를 통해 유머, 풍자, 그리고 짜릿한 장르적 요소를 활용해 강렬하고 시의적인 주제를 탐구한다. 

4) 봉준호 감독의 역대급 최고의 영어 영화이자, 로버트 패틴슨의 최고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3)까지는 영화 자체에 대한 기술이고 - 작품 분석

4)는 감독과 배우에 대한 평가이다. - 의의, 맥락

작품이 이러니, 이런 함의를 낳는다, 로 이어지는 좋은 문장이다. 미술사 시각적 분석과 맥락적 함의에 대한 훈련이 되어있다.


그리고 1~4번의 모든 아이디어를 단 2문장에 우겨넣을 때, 1~3번은 S V 본문장 + ving 로 연결 + that 이하 수식구로 연결해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기법을 활용했다.



이렇게 읽고 나면

1) 처음부터 재밌다.

2) 시의적 주제를 다룬다

3) SF 세계를 바탕으로 극적 허용을 하고 있다. 실제 사건은 아니지만 스토리 진행상 필수적이 SF적 요소가 있다.

4) 장르적 요소를 활용했다.

5) 유머도 있고 풍자도 있다.

6) 봉준호 감독과 로버트 패틴슨 최고작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런 간결하고 핵심적인 아이디어를 다 읽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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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 생기부 절대 원칙, 탐구력 - 2028 대입 합격 전략, 주제 탐구: 탐구력을 생기부에 효과적으로 반영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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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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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큼 산신령의 속담 상담소 만만한국어 3
곽미영 지음, 벼레 그림 / 만만한책방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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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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