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잃어버린 사회 - 시대를 앞서간 천재 버트런드 러셀의 비판적 세상 읽기 아포리아 5
버트런드 러셀 지음, 장석봉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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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 지나가다가 어떤 SNS 글에 위의 책 추천이 있었다.


1차 세계 대전 이후, 10개국이 미국에 100억 달러(오늘날 가치로 1,900억 달러) 이상을 빚졌는데, 영국의 부채는 46억 달러로 절반 가까이. 당시 미국 재무장관 앤드류 멜론과 당시 영국 재무장관 윈스턴 처칠 스토리를 입체적으로 조망한 이야기


라고 했다. 흥미가 생겨서 주말 독서로 괜찮겠다 싶었다. 책을 구해서 읽었는데


4.6 billion 이라는 부분이 없었다. 4장에 가서 13국이 40억 달러 빚졌다 같은 표현은 있었는데, 검색으로도 한참 찾다가 글작성자님에게 문의했다. WSJ에서 본 서평이라고 했다.


이러면 이해가 된다. WSJ 서평자가 책이 아니라 다른 데서 얻은 정보랑 함께 요약해둔 것이었다.



https://www.wsj.com/arts-culture/books/mellon-vs-churchill-review-the-payback-problem-23453b9f


WSJ는 유료 구독해야 볼 수 있고, 다음 사이트에서 기사 일부를 볼 수 있다.


https://www.magzter.com/ja/stories/newspaper/The-Wall-Street-Journal/A-FEW-BILLION-BETWEEN-FRIENDS?srsltid=AfmBOooH1r2NLpG2wEJaQ6ENBL9v6i1U-ijHm1WDPBokmF6dA5EJEBsl


In a nutshell, the debt story of the 1920s goes like this. Following World War I, 10 countries owed the U.S. more than $10 billion ($190 billion in today's money), most of which had been used to purchase U.S. goods and munitions during the conflict. Britain's share of the debt, the largest, was $4.6 billion; France owed $4 billion. Their economies in shambles, however, they were in no position to commence timely and full repayment.


그냥 스윽 스윽 읽다가 11장에서 재밌는 것을 발견


Reporters asked American signatories to the bankers’ manifesto to explain why they supported high tariffs in the United States and no tariffs in Europe. They replied defensively, “It is only the European tariff that is bad. The American tariff is a different matter.



기자들은 은행가들의 선언문에 서명한 미국 측 인사들(signatories)에게 왜 미국에서는 높은 관세를 지지하면서 유럽에서는 무관세를 지지하는지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방어적으로 답하기를,

"문제가 되는 것은 유럽의 관세뿐이다. 미국의 관세는 다른 문제다"






약 70년이후에 같은 문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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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썼던 <에밀리아 페레즈> 리뷰에서 멕시코인들이 멕시코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적 묘사에 불만이 많다는 부분을 쓰다가 그 부분이 길어져서 따로 페이퍼를 발행한다.


---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뿐 아니라 <조이 라이드(Joy Ride)> 디즈니의 <터닝 레드(Turning Red)> 모두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다양한 아시아 문화 요소를 서양인이 나름 혼합해서 만든 작품인데, 아시아 현지인들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아니, 부정적이라기보다 거의 끔찍했다. 


아시아 현지인인은 이런 미국-유럽적 느낌의 문화적 뒤섞임을 부자연스럽고 어색하다고 생각한다. 다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하나의 역사와 민족으로 역사가 이어져왔다는 굳은 믿음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미국유럽이 다양한 혼종적 문화에 기반을 둔 것과 정반대다. 유럽인은 학교에서 국사(national history)를 배우지 않는다. 내가 아는 한에서 한국과 일본만 국사라는 말을 쓴다. 중국인은 중국사도 있지만 그보다 더 분절된 명사 청사로 네이밍을 한다. 


한편 유럽인은 유럽사(european history)를 배운다. 프랑스인도 자국사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영국과 독일사를 배운다. 제2차세계대전사는 거의 유럽 전역의 역사다. 순수하게 프랑스만 정류한 역사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유럽 안에서 산맥으로 구분된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와 해협으로 구분된 영국 정도를 제외하고는 다 평지다. 따라서 신속하고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했고 곧 침략과 정벌도 신속하게 자유롭게 가능했다. 그러니 정치와 영토와 문화와 언어가 깔끔하게 나뉘지 않는다. 한 역사=한 언어=한 문화=정확한 국경 안의 한 국가라는 도식이 힘들다는 말이다. 예컨대 폴란드는 무조건 러시아와 독일을 같이 알아야한다. 프랑스도 기원은 로마이고 로마는 이탈리아사다. 


그러니 우리가 역사를 이해하는 것과 유럽이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같지 않다. 사고방식과 패턴이 완전히 다르다. 미국사도 거의 이런 느낌이다. 기원이 유럽인이고, 이민자를 받아들여 국가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에 순수한 미국사를 만들 수가 없다. 살고 있는 땅의 기원은 원주민이다. 우리 느낌으로 삼국시대, 일본 느낌으로 무로마치 시대, 중국 느낌으로 선진, 5호16국 같은 느낌이 없다. 가장 가까운 역사는 컬럼비아 이전 시대precolumbian period인데, 문자가 없거나 미약했던 미국원주민사를 토기, 도구, 생태, 무덤 등을 통해 탐구한다는 의미에서 이 역사는 고고학+문화인류학을 섞어 놓은 느낌의 특이한 역사다.


물론 우리 수능과목에도 동아시아사가 신설되었지만, 중국사와 일본사와 기타 아시아사를 기계적으로 조립해놓은 과목이다. 청소년에게 동아시아사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효과는 분명히 있지만, 유럽에서 배우는 유럽사 느낌의 혼종적인 교류사는 아니다. 둘 다 배우고 가르쳐본 사람으로서 느끼는 바이다.


미국유럽인 입장에서 아시아사를 볼 때 자기들의 원형적 이해에 따라 혼종적으로 파악하고 묘사하는데서 아시아인들의 불만이 발생한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문제가 없다. 자기네 나라에 들어와있는 아시아계 교포들을 묶어 생각하면 더더욱 이해가 된다고 여긴다. 왜 섞는게 문제인데?


그러니 미국유럽의 문화적 이해를 아시아의 문화적 이해로 동치시켜서 비교하면 절대 그들은 이해못한다. 원래 그들의 역사문화는 섞여있는 것이다.


다시 문제를 정리하면 구미 역사에서 여러 문화와 인종이 섞여 만들어졌기 때문에 다른 문화나 나라를 바라볼 때도 그런 방식으로 접근한다. 그리고 영화를 만들 때도 아시아의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샐러드처럼 섞는다.


이탈리아 빌라에서 살면서 스코틀랜드 킬트를 입고, 그 위에 바이킹 갑옷을 걸치고, 머리에는 프랑스 베레모, 아래는 미국 청바지, 독일 맥주를 마시는 느낌은 유럽에서 크게 이질적이지 않다.


그 느낌 그대로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에서는 태국식 사원과 베트남 아오자이 의상, 대나무 숲 옆 수상 배, 일부 조선 건축과 한지, 일본 사무라이 갑옷과 다도, 비늘 달린 용, 그리고 중국 치파오를 입은 도라가 함께 어우러진 쿠만드라를 그렸다. 전통문화 기반이라 홍콩식 디스토피아 사이버펑크를 안 그린 것이 다행이랄까. 


아시아인은 이를 불쾌해한다. <에밀리아 페레즈>를 보는 멕시코인이 자국문화와 풍경을 제대로 묘사하지 않았다는 불만과 동일한 감정이다.


아시아에서는 역사와 문화가 유럽인들에게 종교와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점이 중요하다. 아시아인들은 역사문화를 다른나라의 역사문화와 섞는 혼합을 극도로 싫어한다. 정통성을 훼손한다고 생각한다. 역사문화를 말하는 데 정통성을 논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미국유럽인은 역사문화에서 정통성을 논하지 않는다. 정통성은 종교에서만 논한다.


저명한 동아시아학자이자 미국 외교관이었던 에드윈 라이샤워(Edwin Reischauer)는 아시아인에게 역사는 종교와 같다고 했다. 유럽+중동지역사람들에게 종교는 절대 타협불가능한 것이다. 이란인은 종교가 없는 무신론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건 마치 밀로 만들어지지 않은 빵을 상상하는 것과 같을지도 모른다. (외국에는 우리네 쌀빵이라는 개념이 없다는 가정하에) 유럽사람들이 많이 정치와 종교분리원칙을 세웠다고 하고 요즘은 옛날 교회가 클럽이나 에어비앤비로 바뀌는 신성모독적인 경우가 많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한 기독교 안에서 아일랜드인은 싸우고, 유럽 내 이슬람 혐오가 있고, 기독교 안에서도 수많은 파벌로 나뉘어있다. 많이들 종교에서 벗어났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종교의 영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정치와 종교의 분리 원칙은 종교 때문에 전쟁을 해서 생긴 것이고, 그 말은 곧 종교 때문에 전쟁도 불사한다는 의미다. 아시아에서 종교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는 유럽만큼은 없다. (태국 미얀마 등 제외) 분쟁이나 다툼은 있을 수 있지만, 1080배를 하지 않는다고 침략을 한다? 순복음교회 세력에 대항해서 대승불교가 총질을 한다? 가톨릭이 성공회에 폭탄을 던진다? 그런 일은 여기서는 없다. 아시아는 종교가 아니라 역사를 공격하면 싸운다. 한국과 일본의 성직자들은 종교가 사이좋게 공존한다고 하지만, 그건 유럽에서 종교에 대한 위치가 동아시아에서는 역사이기 때문이다. 역사를 부정하는 사람은 신성모독과 같아 용서할 수 없다. 유럽에서 역사는 동아시아의 종교다. 이것도 있을 수 있고 저것도 있을 수 있다.


자, 그럼 거울치료를 해보자.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에서 보여지는 문화 혼합적 요소들을 유럽식으로 바꿔서 거울처럼 비춰보자는 것이다.


우리의 역사문화는 유럽의 종교이니, 그들이 우리 문화를 섞었다면, 우리는 그들의 종교를 섞어보자.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결합한 종교적 아이콘을 창조하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 보수적인 미국 기독교인들과 유럽인들에게 큰 충격을 줄지도 모른다.


티벳 비구니처럼 삭발하고

힌두교 신처럼 여러 팔을 가진

흑인 성모마리아가

티베트 불교의 오색 천(룽타)로 만든 

베로니카의 수건에

인도 수행자처럼 붉은 점(빈디)를 찍은 예수의 얼굴을 일본 우키요예 사무라이처럼 묘사되고

뒤에 천사는 도교의 선녀,

십자가는 인도네시아와 태국 불교의 문양과 옥.


이런 느낌?



베네치아 곤돌라를 타고 네스호를 건너며, 

로마군의 사슬갑옷(lorica hamata)을 입고, 

프랑스 초콜릿 크루아상을 먹으며, 

미국 카우보이 모자를 흔들고, 

영국 트위드 코트를 걸친 채, 

바이킹 뿔 투구를 쓰고, 

성 슈테판 대성당 앞에서 

페인 플라멩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다가

중동풍 EDM을 배경 음악으로 러시아 문학을 낭독하며

폴란드 폴카를 흥얼거리고, 네덜란드 풍차 아래서 아일랜드 백파이프 연주자의 세레나데를 듣다가

그리스 토가를 입고 스웨덴 통나무집 앞에 서 있는 장면은


구미에서는 아무 문제 없다. 구미에서 자란 교포들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아시아 교포들일수록 자신의 뿌리를 일부 가져와서 사용하기 위해 섞게 된다. 그리고 그 작품을 본 이민 2세대 어머니와 할머니는 손사레를 치게 된다.


뉴욕의 어느 거리에서 일본 기모노를 입고 대만 화교가 운영하는 떡볶이집에서 차우멘을 함께 먹으며 태국 과일을 후식으로 먹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인데도 말이다.


서구 작가들은 아시아 서사를 오리엔탈리즘적 관점에서 다루며 문화를 하이브리드로 여기고

미국 태생 아시아 작가들은 그 영향을 받아 아시아 여러 문화 요소를 뒤섞는 경향이 있는데

아시아 본토 작가들은 자국 역사문화를 우선시한다. 그렇지만 영어 사용 능력이나 문화적 뉘앙스를 전달하는 데 각본이나 연출에서 국제적으로 받아들이기 부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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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멕시코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적 묘사로 멕시코 현지 분위기는 꽤 나쁜 모양이다.

태국,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을 샐러드볼처럼 섞어놓은 듯한 디즈니의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Raya and the Last Dragon)>만큼 스테레오 범벅이겠나 싶지만, 미국과 유럽 정서에서는 어느정도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 끊임없이 이민자가 들어와 형성하는 섞어찌개 문화에서는 혼종적 문화가 당연한 것이고, 모든 문화를 자기 것처럼 이해할 수 없다면 모든 문화를 다 피상적이고 표면적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한 사람의 지적 깊이가 아무리 깊다고 해도, 어느 날에는 태국인처럼 태국어를 하고 짜끄리왕조와 태국불교를 이해했다가 어느 날에는 일본인처럼 일본어를 하고 에도문화와 우키요예를 이해할 수는 없다.


그래도 나는 <에밀리아 페레즈>도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도 다 재밌게 봤다. 오리엔탈리즘, 스테레오타입이라고 해서 작품 자체의 흥미로움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2. 몇 가지 넘버에서 특이한 것들이 있었다. 이 영화가 아니었으면 구현되지 않았을 넘버들


1) 방콕 성전환 수술장에서의 뮤지컬. ~제거, ~수술을 대사로 부르다니!


2)이스라엘 의사와의 듀엣 (보통 듀엣은 사랑이나 꿈을 대상으로 하는데, 수술하겠다 안하겠다, 수술 하면 인생이 바뀐다 안 바뀐다로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부분)


3)아이가 꾸물꾸물 거리는 부분


3. 앞은 전형적이 뮤지컬인데 뒤로 갈수록 드라마가 된다.


4. 중간에 에밀리아가 과거 남편과의 경험과 생각을 추궁하는 듯한 부분이 있었다.


5. 셀레나 고메즈의 넘버에서

que amen, amen하는 부분이 있는데

접속법은 중간 모음을 하나 전환시켜주어서 원래 amar 사랑하다 1군동사의 3인칭 복수 접속법은 amen이다. aman이 amen이된 것. 접속법은 감정, 불확실성 등을 전달할 때 사용한다. 사랑한다가 아니라 사랑할 것 같다, 사랑한 듯하다.  정도의 의미다.

이 스페인어 접속법 amen을 예배나 미사에서 낭독과 기도 후 맞습니다, 진실로 그렇습니다라는 의미인 amen아멘으로 연결지었다.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6.  클라이맥스에서 부인에게 포주놈과 붙어먹었다고 흥분해서 말하는 신이 있다.

포주는 proxeneta, padrote 두 가지 단어로 표현되었다. 전자가 포주를 일컫는 법적용어이고, 후자는 부친padre라는 말에서 비롯된 슬랭이다. 멕시코와 일부 라틴아메리카에서만 사용된다. 


7. 대사에서 멍청이라는 욕이 종종 등장하는데, 뻰데호 pendejo다. 


8. 주여배우는 가오갤의 가모라, 부인역으 셀레나 고메즈. 둘 다 독특한 마스크다. 


9. 멕시코의 평지를 권력자의 시선으로 산 위의 별장에서 조감하는 신은 <보고타>가 생각나고

멕시코 가정부 묘사는 <로마>

멕시코 마약갱 묘사는 <시카리오> 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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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dailyartmagazine.com/cat-at-play-by-henriette-ronner-knip/




Henriëtte Ronner-Knip, Cat at Play, ca 1860-1878, Rijksmuseum, Amsterdam, Netherlands. Detail.




SNS에서 우연히 누가 공유해서 쓰윽 읽었는데 좋은 표현이 많아서 공부할 가치가 많았다.


글의 구성을 따라가며 나름 요약해보고 일부 문단은 전체 번역하고 어떤 표현이 좋은지 뜯어보자.


화가 이름은 헨리에트 로너-크닙 Henriëtte Ronner-Knip (1821–1909)


1. 첫 문단 : 주제 맥락

작가는 누구고 어떤 화풍에 속해 있으며 왜 고양이를 그렸나? 왜 이 작품을 이 글에서 다루냐?


작가는 남성화가가 지배적이었던 화단에서 보기 힘든 여성화가다. 

강렬한 감정, 화려한 색감, 두터운 붓질이 특징인 후기 낭만주의 화풍에 속한다.

부르주아 가정의 애완동물 그리는데 특화돼있었고 고양이를 즐겨 그렸다. 화가의 고양이 연작이 있다.


여기서 하마터면 '고양이'라는 단어가 반복될 것을 다양한 동의어를 사용해서 썼다.

domestic pets 애완동물

feline paintings 고양잇과 그림

펠라인feline은 라틴어로 고양이를 뜻하는 펠리스felis에서 왔다. 3변화 명사 여성형이다.

라틴어가 우리의 한문 같은 느낌이라고 했을 때, 고양이 묘苗를 써서 feline paintings는 묘과苗科 그림이라고 말한 것이다.

글을 읽다보면 아기 고양이 kitten으로 쓰기도 한다. 


영미권 글은 같은 표현을 쓰지 않고 다른 표현을 쓰면서 지루한 반복을 피하고 다양한 뉘앙스를 주어 글이 다채롭다. 이런 글은 배워야한다.


2. 두 번째 문단 : 일반 구성

언제 그렸고, 그림 사이즈는 어떠며, 그림의 구성은 어떠한가


상세히 알 수 없지만 1860년대쯤 그렸을 것으로 추정한다. 32.8cm x 45.2cm라서 사적 공간에 들어가기에 알맞은 작은 크기다. 30cm 자 정도, 우리나라 도록 정도로 생각해보면 되겠다. 


여기서 한 문단 전체를 읽고 번역하고 공부해보자

The image features a kitten laying on a beveled card table. Domino tiles lay around the cat. A pencil, a paper, and a smoldering cigar add to the scenery. Collectively, the image implies a domino game has just finished, and the players have left the table. The kitten, seizing the vacancy, has jumped onto the surface and seeks the domino tiles as new toys.


이미지에는 경사진 카드 테이블 위에 누워 있는 새끼 고양이가 등장한다. 도미노 타일이 고양이 주변에 흩어져 있으며, 연필, 종이, 그리고 아직 타고 있는 시가가 장면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방금 도미노 게임이 끝나고 플레이어들이 자리를 떠난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빈자리를 포착한 새끼 고양이는 테이블 위로 뛰어올라 도미노 타일을 새로운 장난감으로 탐색하고 있다.


1) 'beveled 베벌드'는 고대 프랑스어 입벌린baif에서 유래되어 18세기 즈음부터 빗각으로 경사지게 깎은 표면을 묘사하는데 쓰이기 시작한다. 그림에서는 이런 테이블이다. 이 명칭을 정확히 사용하는 점에서 글의 디테일 확 살아난다.


2) feature은 우리가 피쳐링할 때 쓰는 표현인데 메인으로 참가하는 게 아니라 작은 일을 돕다, 이런 의미로 쓰는 말이다. The image features는 주어-동사 구조로 직역하면 '이미지는 보여준다, 나타낸다'라는 의미지만, 관습적으로 목적어 대상이 '이미지에 등장한다'라고 하는게 우리말에 자연스럽다.



3) lay around


아마 현재-과거-과거분사해서 중학교 내신 때 이런 표/세트를 외웠을 것이다.


lie lied lied 거짓말하다

lie lay lain 눕다

lay laid laid 내려놓다


lie는 자동사 lay는 타동사라고 배웠을 것이다.

그런데 lie는 눕다라고 말하면 느낌이 잘 살지 않고 누워있다라고 해야 목적어를 취하지 않는 동작성이 이해가 된다.

내가 누워있다. 무엇을 누워있게 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실제 미술사, 혹은 영어서적을 읽을 때 아동용도서나 문학용도서에서 풀밭에 누워있다 정도가 아닌한
lie lay lain 시리즈는 놓여있다, 위치하다, 펼쳐져있다로 더 많이 이해가 된다. be placed, be located 정도의 동의어이다.

그러니
lie lay lain 누워있다, 놓여있다, 위치하다, 펼쳐져있다 (자동사)
lay laid laid 내려놓다, 두다 (타동사)
정도로 이해하는 게 더 좋다.

참고로 영문법에서 자동사는 intransitive verb이고 타동사는 transitive verb, 쉽게 외우려면 ㅌ는 t로 시작한다로 외우면 되지만,
그 의미를 살려서 이해하자면 동사의 행위를 목적어에 전달하는(trans)하는 transtivie verb는 타인, 타자, 즉 다른 대상에 동사의 행위를 전달한다. in은 부정접두어로서 그걸 안한다는 것이다. in은 안해. in-transitive verb 타자에게 동작 전달 안해 스스로(자)만 할거야
라고 하느 게 좋다.

Domino tiles lay around the cat. 

도미노 타일이 고양이 주변에 흩어져 있으며, 

여기서 문제. 

이 문장에서 lay (around)는 자동사 lie lay인가 아니면 타동사 lay laid인가? 
                      자동사 과거형 놓여있었다 lay인가? 타동사 현재형 내려놓다 lay인가?

문장에서 동사는 lay라고 쓰였다. 
1) 만약 lay가 자동사라면 과거형이다. 현재-과거 순서로 lie-lay 니까. 놓여있었다.
2) 만약 lay가 타동사라면 현재형이다. 현재-과거 순서로 lay-lain 이니까. 놓아두다.

심지어 주어가 복수라서 뒤에 붙은 s로 구별이 안된다. 3인칭 단수일 때 현재형에만 s가 붙기 때문에 lays로 s가 붙었다면 무조건 과거형은 아니다. 따라서 자동사 과거형은 탈락한다. 그런데 여기서는 lay라서 문법적으로는 현재형 과거형 둘 다 가능해보인다.

목적어를 취하지 않는 자동사 lay 과거형으로 놓여있었다인가? 
목적어를 취하는 타동사 현재형 lay 내려놓다인가?

당연히 의미상 자동사다. 그런데 과거형으로 쓰면 틀렸다. 원어민이 잘못했다.
도미노 타일이라는 의지가 없는 대상이 무언가를 내려놓고, 둘 수가 없다. 무생물이 타동사를 취할 수 없다.
타동사로 쓰려면 Someone lays the domino tiles라고 해야한다.

여기서 같은 문단의 다른 모든 단어 features, add, implies, seeks 는 현재 시제이다. 그러므로 현재시제로 써야한다.

의미상으로는 자동사인데, 문단의 다른 단어를 고려하면 과거형으로 쓰면 안된다.

Domino tiles lie around the cat이라고 해야 원래 맞는 것이다. 문단의 다른 동사와도 현재시제 일치가 되고, 자동사로 쓰고.

원어민도 실수한 거다. 한국 중학생에게만 lie lay, lay lain, 자타동사가 어려운 게 아니다. lie는 일차적으로 거짓말로 확 들어오기 때문에 자동사 놓여있다 lie가 헷갈린다. 영미 중고등학생들도 많이 하는 실수다. 에세이 첨삭할 때도 가끔 보이고, 청소년들 댓글에서도 가끔 보이고, 우리의 네이버 지식인 같은 곳에서도 많이 물어본다. (진짜) 우리가 띄어쓰기 실수, 일일이 vs 일일히, 든지 던지 틀리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왜 우리말로 흩어져있다라고 살렸는가? around때문이지. 뉘앙스를 살려서.


4) kitten

우리말에서 '말'에 '아지'를 더해 말+아지 = 망아지, 하여 원래 크기를 작고 어리게 축소하는 말들이 있다. 유럽어에도 그런 축소사들이 있는데 예를 들어 독일어에 소녀(멭쳰)은 지금은 안 쓰는 고어 메드(메이드에서 유래)에서 chen을 넣어 축소한 것이고, 브롵(빵)에 축소사 쳰을 더해 브뤠첸이라고 작은 빵이라고 쓴다. 뭐 소금빵 같은 것이다. 크기로 말하자면.


Mädchen (girl) → from Mäd (archaic for "maid") + -chen

Brötchen (bread roll) → from Brot (bread) + -chen


그럼 cat이 en을 더해 kitten이 된 것인가? 


아니다.


고대 프랑스어 chitoun에서 유래했다. 


개의 축소사 강아지 (개+아지 강아지)도 dog이 doggen이 되는게 아니라 puppy이듯, 영어의 축소사는 이것저것 섞여있는데 어쨌든 kit + en은 아니라는 것. 그냥 생각난김에 막간 지식


5) 그 다음 문장

A pencil, a paper, and a smoldering cigar add to the scenery.

연필, 종이, 그리고 아직 타고 있는 시가가 장면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smoldering이 ving 분사로 표현되어 있어 이 그림을 현재형으로 생생한 분위기를 전달한다.

add to the scenery에 장면을 더한다가 아니고 풍성하게 만든다로 표현해봤다. 적절하다.


6) collectively는 앞에서 말한 거 다함께, 합쳐서, 라는 의미이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라고 길게 풀을 수 도 있다. 이 세 가지 표현이 나는 적절한 것 같아서 번갈아가며 번역한다.


Collectively, the image implies a domino game has just finished, and the players have left the table.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방금 도미노 게임이 끝나고 플레이어들이 자리를 떠난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implies의 사전적 뜻은 암시한다이지만 예술서적에서는 적절하지 않아서 오래 고민했었따.

자아낸다고 하는게 제일 좋다.

represent도 어원을 뜯어보면 다시(re) 접두사에 present를 더해 다시 재+현재 현, 재현이지마

정치 맥락에서는 국민 대신 대리, 대표하다라는 의미로 쓰이고

문학, 예술에서는 묘사하다

금융에서는 해당하다  

가 더 적절한 경우가 있다.

각 문맥에 맞게 바꾸어야한다.


7)

The kitten, seizing the vacancy, has jumped onto the surface and seeks the domino tiles as new toys.

빈자리를 포착한 새끼 고양이는 테이블 위로 뛰어올라 도미노 타일을 새로운 장난감으로 탐색하고 있다.


원래 라면, ving를 뒤로 빼서 영어의 배열 순서에 맞게 썼겠지만 여기서는 분사구가 ving + o로 의미가 적어 관형격으로 앞에 전치했다. seize는 완전히 점령하고 차지한 단계가 아니라 빈자리를 이제 막 붙잡으려는 느낌이다. 


새끼 고양이는 빈 자리를 포착하고 테이블 위로 뛰어 올라

빈 자리를 포착한 새끼 고양이는 테이블 위로 뛰어 올라

둘 다 가능하다.


서페이스는 표면이 아니라 테이블을 의미하는 동의어다.


물론 이미지에서는 이미 자리도 차지하고 뛰어 오른 동작도 완료된 상태다. 


이미지안의 새끼 고양이가 바로 이전 프레임에서 했을 법한 동작을 글로 써주어 그림을 애니메이션화한다.


그러니 아주 훌륭한 글이다.



+8) 생각해보니 seeks the domino tiles as new toys가 조금 어색한 것 같다. 직역해서, seek o as N 새로운 장난감으로(as) 탐색하고 있다. 조금 더 우리말 답게 풀려면 ~를 ~으로 탐색하다라는 영어의 원래 문법 구조는 버려야한다.


도미노 타일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논다, 라든지


아니며 문맥을 고려해서


도미노 타일을 새로운 장난감처럼 여기며 만지작거린다, 가 좋을 것 같다.


최종 : 빈자리를 포착한 새끼 고양이는 테이블 위로 뛰어올라 도미노 타일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논다.



3. 특징(1) : 패널에 유화다.


패널은 갈은 나무 조각을 모아 만든 하드보드 같은 것이고 캔버스는 나무 형틀에 천을 팽팽하게 펴서 고정한 것이다.

패널은 남은 목재를 갈아서 만들면 되었기 때문에 캔버스에 비해 대단한 스킬이나 비용이 들지 않았고

그래서 부르주아 고객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에 팔 수 있어서 패널에 유화를 선호했다.


4. 특징(2) : 파피에 마셰 펫

-파피에 마셰는 씹힌 종이, 그러니까 지점토나 빻은 종이 같은 것으로 형체를 만드는 공예 기법이다.

-화가는 파피에 마셰로 고양이를 만들어서 그리는데 참고삼았다. 그러니까 그림 속 고양이에 대한 파피에 마셰가 존재했었다는 것


Ronner-Knip believed in live observation of her subjects to glean their physiques and personalities. She would sketch the animals, model them in papier-mâché, and then paint images using the sketches and the sculptures as visual references. Hence, at one point in time, there existed a papier-mâché Cat at Play as a support to the painted masterwork. How interesting!


로너르-크닙은 동물의 신체적 특징과 개성을 포착하기 위해 직접 관찰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화가는 동물을 스케치한 후, 이를 종이로 만든 파피에 마셰 조각으로 모델링하고, 다시 이를 참고하여 회화 작품을 완성했다. 따라서 한때 이 걸작의 보조 자료로 노는 고양이의 파피에마셰(갈은종이) 조각이 존재했었다고 한다. 흥미롭지 않은가?


believe in 을 믿는다가 아니라 여긴다라고 번역하는게 핵심. 

believe는 낮은 단계의 주장이다. 믿는다라고 번역하는 모든 글은 그 뉘앙스를 탈각시킨 것이다.


구미언어의 인칭대명사 he she를 우리말에서 그 그녀라고 하지말고 직업/사회적 통칭으로 바꿔주는 게 가장 좋다.

우리 엄마.. 그녀는.. 이런 표현이 가장 어색하다. 정말 엄마를 "그녀"라고 말하는 한국사람이 있을까? 'my mom'에서 직역한 '내 엄마'를 쓰는 사람들은 너와 내가 공유하는 우리 엄마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이 점은 이해할 수 있다. 


5. 특징(3) : 음영

맨 처음 문장에서 고개를 갸웃할 수 있다. 뭐가 뭐지?

과거분사 -ed .... are -ed, 이렇게 나와서 어디가 어디에 걸려있는지 한 번 더 읽어봐야 말이 이해가 된다.


Sprinkled throughout the scenery are detailed shadows that are the true magic behind the painting’s realism.

장면 곳곳에 배치된 섬세한 그림자는 이 그림의 사실적인 표현을 완성하는 마법과도 같다. 


맨 처음 강조를 위해 도치로 시작한 문장이다.

detailed shadows가 명사로 한 세트다. (디테일화된 그림자)

술어는 are sprinkled 반짝인다


원래 문장은ㄴ

디테일화된(섬세한) 그림자가 반짝인다 detailed shadows are sprinkeld

이다.


이것을 

앞뒤 순서 바꿔서


반짝이고 있다, 섬세한 그림자가

spinkled, ~ are, (detailed shadows)

라는 구조다.


Sprinkled throughout the scenery are detailed shadows that are the true magic behind the painting’s realism. A pencil lays in the foreground jutting over the table’s top surface. Its below shadow casts onto the tabletop and then cascades over the beveled edge.

장면 곳곳에 배치된 섬세한 그림자는 이 그림의 사실적인 표현을 완성하는 마법과도 같다. 전경에는 연필이 테이블 표면을 살짝 넘어서 놓여 있으며, 그 아래로 드리운 그림자는 테이블 상판을 따라 흐르다가 경사진 모서리를 넘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jut over 좋은 표현이다. 살짝 돌출해 있다는 말이다. 자주 쓰인다.

below shadow 각운의 라임을 살렸다. 빌로우 셰도우 오우 오우. 시적 운율을 준다.

cascade는 작은 폭포처럼 흘러 이어지다는 좋은 문학적 표현이다. 나도 우리나라 산수화에 대한 영어 글을 쓸 때 자주 쓴다.



6. 비판 : 빅토리아 시대 키치(짝퉁)

특별한 게 없지 않나하는 비판도 있는데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뿌 아니라 미국 영국 해외 여러 곳에 소장되어 있다.


7. 유산과 명성

화가 생애에 누리던 찬사에 비해 오늘날에는 주목 받지 못하고 있다. 재평가가 필요한 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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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전체 구조도 좋고 표현도 좋다. lie, lay 실수 하나만 빼면 모든 문장이 좋다.


1. 첫 문단 : 주제 맥락

2. 두 번째 문단 : 일반 구성

3. 특징(1) : 패널에 유화다.

4. 특징(2) : 파피에 마셰 펫

5. 특징(3) : 음영

6. 비판 : 빅토리아 시대 키치(짝퉁)

7. 유산과 명성



글을 마치기 전에 살짝 단점을 말해줘야 전체적으로 균형이 산다. 그렇지 않으면 찬양일색인 정책보고서 같이 되어 균형이 안 맞는다.


1-2문단에 19세기 역사적 이야기, 작가의 유년시절, 화단 특징 과하게 넣지 않고 그림 자체의 시각적 분석으로 넘어간 부분이 좋다


우리도 이런 식으로 글을 써야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그림을 이런 식으로 써줘야 제대로 대접받는다. 사람들은 화가의 출신, 학맥, 과거급제여부, 몇대손 이런 것에 관심이 없다. 나중에 기억나지도 않는다.


작품 자체에 집중해야한다. 작품 자체의 시각적 분석에 집중하는 글을 써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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