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dailyartmagazine.com/cat-at-play-by-henriette-ronner-knip/

Henriëtte Ronner-Knip, Cat at Play, ca 1860-1878, Rijksmuseum, Amsterdam, Netherlands. Detail.
SNS에서 우연히 누가 공유해서 쓰윽 읽었는데 좋은 표현이 많아서 공부할 가치가 많았다.
글의 구성을 따라가며 나름 요약해보고 일부 문단은 전체 번역하고 어떤 표현이 좋은지 뜯어보자.
화가 이름은 헨리에트 로너-크닙 Henriëtte Ronner-Knip (1821–1909)
1. 첫 문단 : 주제 맥락
작가는 누구고 어떤 화풍에 속해 있으며 왜 고양이를 그렸나? 왜 이 작품을 이 글에서 다루냐?
작가는 남성화가가 지배적이었던 화단에서 보기 힘든 여성화가다.
강렬한 감정, 화려한 색감, 두터운 붓질이 특징인 후기 낭만주의 화풍에 속한다.
부르주아 가정의 애완동물 그리는데 특화돼있었고 고양이를 즐겨 그렸다. 화가의 고양이 연작이 있다.
여기서 하마터면 '고양이'라는 단어가 반복될 것을 다양한 동의어를 사용해서 썼다.
domestic pets 애완동물
feline paintings 고양잇과 그림
펠라인feline은 라틴어로 고양이를 뜻하는 펠리스felis에서 왔다. 3변화 명사 여성형이다.
라틴어가 우리의 한문 같은 느낌이라고 했을 때, 고양이 묘苗를 써서 feline paintings는 묘과苗科 그림이라고 말한 것이다.
글을 읽다보면 아기 고양이 kitten으로 쓰기도 한다.
영미권 글은 같은 표현을 쓰지 않고 다른 표현을 쓰면서 지루한 반복을 피하고 다양한 뉘앙스를 주어 글이 다채롭다. 이런 글은 배워야한다.
2. 두 번째 문단 : 일반 구성
언제 그렸고, 그림 사이즈는 어떠며, 그림의 구성은 어떠한가
상세히 알 수 없지만 1860년대쯤 그렸을 것으로 추정한다. 32.8cm x 45.2cm라서 사적 공간에 들어가기에 알맞은 작은 크기다. 30cm 자 정도, 우리나라 도록 정도로 생각해보면 되겠다.
여기서 한 문단 전체를 읽고 번역하고 공부해보자
The image features a kitten laying on a beveled card table. Domino tiles lay around the cat. A pencil, a paper, and a smoldering cigar add to the scenery. Collectively, the image implies a domino game has just finished, and the players have left the table. The kitten, seizing the vacancy, has jumped onto the surface and seeks the domino tiles as new toys.
이미지에는 경사진 카드 테이블 위에 누워 있는 새끼 고양이가 등장한다. 도미노 타일이 고양이 주변에 흩어져 있으며, 연필, 종이, 그리고 아직 타고 있는 시가가 장면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방금 도미노 게임이 끝나고 플레이어들이 자리를 떠난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빈자리를 포착한 새끼 고양이는 테이블 위로 뛰어올라 도미노 타일을 새로운 장난감으로 탐색하고 있다.
1) 'beveled 베벌드'는 고대 프랑스어 입벌린baif에서 유래되어 18세기 즈음부터 빗각으로 경사지게 깎은 표면을 묘사하는데 쓰이기 시작한다. 그림에서는 이런 테이블이다. 이 명칭을 정확히 사용하는 점에서 글의 디테일 확 살아난다.
2) feature은 우리가 피쳐링할 때 쓰는 표현인데 메인으로 참가하는 게 아니라 작은 일을 돕다, 이런 의미로 쓰는 말이다. The image features는 주어-동사 구조로 직역하면 '이미지는 보여준다, 나타낸다'라는 의미지만, 관습적으로 목적어 대상이 '이미지에 등장한다'라고 하는게 우리말에 자연스럽다.

3) lay around
아마 현재-과거-과거분사해서 중학교 내신 때 이런 표/세트를 외웠을 것이다.
lie lied lied 거짓말하다
lie lay lain 눕다
lay laid laid 내려놓다
lie는 자동사 lay는 타동사라고 배웠을 것이다.
그런데 lie는 눕다라고 말하면 느낌이 잘 살지 않고 누워있다라고 해야 목적어를 취하지 않는 동작성이 이해가 된다.
내가 누워있다. 무엇을 누워있게 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실제 미술사, 혹은 영어서적을 읽을 때 아동용도서나 문학용도서에서 풀밭에 누워있다 정도가 아닌한
lie lay lain 시리즈는 놓여있다, 위치하다, 펼쳐져있다로 더 많이 이해가 된다. be placed, be located 정도의 동의어이다.
그러니
lie lay lain 누워있다, 놓여있다, 위치하다, 펼쳐져있다 (자동사)
lay laid laid 내려놓다, 두다 (타동사)
정도로 이해하는 게 더 좋다.
참고로 영문법에서 자동사는 intransitive verb이고 타동사는 transitive verb, 쉽게 외우려면 ㅌ는 t로 시작한다로 외우면 되지만,
그 의미를 살려서 이해하자면 동사의 행위를 목적어에 전달하는(trans)하는 transtivie verb는 타인, 타자, 즉 다른 대상에 동사의 행위를 전달한다. in은 부정접두어로서 그걸 안한다는 것이다. in은 안해. in-transitive verb 타자에게 동작 전달 안해 스스로(자)만 할거야
라고 하느 게 좋다.
Domino tiles lay around the cat.
도미노 타일이 고양이 주변에 흩어져 있으며,
여기서 문제.
이 문장에서 lay (around)는 자동사 lie lay인가 아니면 타동사 lay laid인가?
자동사 과거형 놓여있었다 lay인가? 타동사 현재형 내려놓다 lay인가?
문장에서 동사는 lay라고 쓰였다.
1) 만약 lay가 자동사라면 과거형이다. 현재-과거 순서로 lie-lay 니까. 놓여있었다.
2) 만약 lay가 타동사라면 현재형이다. 현재-과거 순서로 lay-lain 이니까. 놓아두다.
심지어 주어가 복수라서 뒤에 붙은 s로 구별이 안된다. 3인칭 단수일 때 현재형에만 s가 붙기 때문에 lays로 s가 붙었다면 무조건 과거형은 아니다. 따라서 자동사 과거형은 탈락한다. 그런데 여기서는 lay라서 문법적으로는 현재형 과거형 둘 다 가능해보인다.
목적어를 취하지 않는 자동사 lay 과거형으로 놓여있었다인가?
목적어를 취하는 타동사 현재형 lay 내려놓다인가?
당연히 의미상 자동사다. 그런데 과거형으로 쓰면 틀렸다. 원어민이 잘못했다.
도미노 타일이라는 의지가 없는 대상이 무언가를 내려놓고, 둘 수가 없다. 무생물이 타동사를 취할 수 없다.
타동사로 쓰려면 Someone lays the domino tiles라고 해야한다.
여기서 같은 문단의 다른 모든 단어 features, add, implies, seeks 는 현재 시제이다. 그러므로 현재시제로 써야한다.
의미상으로는 자동사인데, 문단의 다른 단어를 고려하면 과거형으로 쓰면 안된다.
Domino tiles lie around the cat이라고 해야 원래 맞는 것이다. 문단의 다른 동사와도 현재시제 일치가 되고, 자동사로 쓰고.
원어민도 실수한 거다. 한국 중학생에게만 lie lay, lay lain, 자타동사가 어려운 게 아니다. lie는 일차적으로 거짓말로 확 들어오기 때문에 자동사 놓여있다 lie가 헷갈린다. 영미 중고등학생들도 많이 하는 실수다. 에세이 첨삭할 때도 가끔 보이고, 청소년들 댓글에서도 가끔 보이고, 우리의 네이버 지식인 같은 곳에서도 많이 물어본다. (진짜) 우리가 띄어쓰기 실수, 일일이 vs 일일히, 든지 던지 틀리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왜 우리말로 흩어져있다라고 살렸는가? around때문이지. 뉘앙스를 살려서.
4) kitten
우리말에서 '말'에 '아지'를 더해 말+아지 = 망아지, 하여 원래 크기를 작고 어리게 축소하는 말들이 있다. 유럽어에도 그런 축소사들이 있는데 예를 들어 독일어에 소녀(멭쳰)은 지금은 안 쓰는 고어 메드(메이드에서 유래)에서 chen을 넣어 축소한 것이고, 브롵(빵)에 축소사 쳰을 더해 브뤠첸이라고 작은 빵이라고 쓴다. 뭐 소금빵 같은 것이다. 크기로 말하자면.
Mädchen (girl) → from Mäd (archaic for "maid") + -chen
Brötchen (bread roll) → from Brot (bread) + -chen
그럼 cat이 en을 더해 kitten이 된 것인가?
아니다.
고대 프랑스어 chitoun에서 유래했다.
개의 축소사 강아지 (개+아지 강아지)도 dog이 doggen이 되는게 아니라 puppy이듯, 영어의 축소사는 이것저것 섞여있는데 어쨌든 kit + en은 아니라는 것. 그냥 생각난김에 막간 지식
5) 그 다음 문장
A pencil, a paper, and a smoldering cigar add to the scenery.
연필, 종이, 그리고 아직 타고 있는 시가가 장면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smoldering이 ving 분사로 표현되어 있어 이 그림을 현재형으로 생생한 분위기를 전달한다.
add to the scenery에 장면을 더한다가 아니고 풍성하게 만든다로 표현해봤다. 적절하다.
6) collectively는 앞에서 말한 거 다함께, 합쳐서, 라는 의미이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라고 길게 풀을 수 도 있다. 이 세 가지 표현이 나는 적절한 것 같아서 번갈아가며 번역한다.
Collectively, the image implies a domino game has just finished, and the players have left the table.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방금 도미노 게임이 끝나고 플레이어들이 자리를 떠난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implies의 사전적 뜻은 암시한다이지만 예술서적에서는 적절하지 않아서 오래 고민했었따.
자아낸다고 하는게 제일 좋다.
represent도 어원을 뜯어보면 다시(re) 접두사에 present를 더해 다시 재+현재 현, 재현이지마
정치 맥락에서는 국민 대신 대리, 대표하다라는 의미로 쓰이고
문학, 예술에서는 묘사하다
금융에서는 해당하다
가 더 적절한 경우가 있다.
각 문맥에 맞게 바꾸어야한다.
7)
The kitten, seizing the vacancy, has jumped onto the surface and seeks the domino tiles as new toys.
빈자리를 포착한 새끼 고양이는 테이블 위로 뛰어올라 도미노 타일을 새로운 장난감으로 탐색하고 있다.
원래 라면, ving를 뒤로 빼서 영어의 배열 순서에 맞게 썼겠지만 여기서는 분사구가 ving + o로 의미가 적어 관형격으로 앞에 전치했다. seize는 완전히 점령하고 차지한 단계가 아니라 빈자리를 이제 막 붙잡으려는 느낌이다.
새끼 고양이는 빈 자리를 포착하고 테이블 위로 뛰어 올라
빈 자리를 포착한 새끼 고양이는 테이블 위로 뛰어 올라
둘 다 가능하다.
서페이스는 표면이 아니라 테이블을 의미하는 동의어다.
물론 이미지에서는 이미 자리도 차지하고 뛰어 오른 동작도 완료된 상태다.
이미지안의 새끼 고양이가 바로 이전 프레임에서 했을 법한 동작을 글로 써주어 그림을 애니메이션화한다.
그러니 아주 훌륭한 글이다.
+8) 생각해보니 seeks the domino tiles as new toys가 조금 어색한 것 같다. 직역해서, seek o as N 새로운 장난감으로(as) 탐색하고 있다. 조금 더 우리말 답게 풀려면 ~를 ~으로 탐색하다라는 영어의 원래 문법 구조는 버려야한다.
도미노 타일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논다, 라든지
아니며 문맥을 고려해서
도미노 타일을 새로운 장난감처럼 여기며 만지작거린다, 가 좋을 것 같다.
최종 : 빈자리를 포착한 새끼 고양이는 테이블 위로 뛰어올라 도미노 타일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논다.
3. 특징(1) : 패널에 유화다.
패널은 갈은 나무 조각을 모아 만든 하드보드 같은 것이고 캔버스는 나무 형틀에 천을 팽팽하게 펴서 고정한 것이다.
패널은 남은 목재를 갈아서 만들면 되었기 때문에 캔버스에 비해 대단한 스킬이나 비용이 들지 않았고
그래서 부르주아 고객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에 팔 수 있어서 패널에 유화를 선호했다.
4. 특징(2) : 파피에 마셰 펫
-파피에 마셰는 씹힌 종이, 그러니까 지점토나 빻은 종이 같은 것으로 형체를 만드는 공예 기법이다.
-화가는 파피에 마셰로 고양이를 만들어서 그리는데 참고삼았다. 그러니까 그림 속 고양이에 대한 파피에 마셰가 존재했었다는 것
Ronner-Knip believed in live observation of her subjects to glean their physiques and personalities. She would sketch the animals, model them in papier-mâché, and then paint images using the sketches and the sculptures as visual references. Hence, at one point in time, there existed a papier-mâché Cat at Play as a support to the painted masterwork. How interesting!
로너르-크닙은 동물의 신체적 특징과 개성을 포착하기 위해 직접 관찰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화가는 동물을 스케치한 후, 이를 종이로 만든 파피에 마셰 조각으로 모델링하고, 다시 이를 참고하여 회화 작품을 완성했다. 따라서 한때 이 걸작의 보조 자료로 노는 고양이의 파피에마셰(갈은종이) 조각이 존재했었다고 한다. 흥미롭지 않은가?
believe in 을 믿는다가 아니라 여긴다라고 번역하는게 핵심.
believe는 낮은 단계의 주장이다. 믿는다라고 번역하는 모든 글은 그 뉘앙스를 탈각시킨 것이다.
구미언어의 인칭대명사 he she를 우리말에서 그 그녀라고 하지말고 직업/사회적 통칭으로 바꿔주는 게 가장 좋다.
우리 엄마.. 그녀는.. 이런 표현이 가장 어색하다. 정말 엄마를 "그녀"라고 말하는 한국사람이 있을까? 'my mom'에서 직역한 '내 엄마'를 쓰는 사람들은 너와 내가 공유하는 우리 엄마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이 점은 이해할 수 있다.
5. 특징(3) : 음영
맨 처음 문장에서 고개를 갸웃할 수 있다. 뭐가 뭐지?
과거분사 -ed .... are -ed, 이렇게 나와서 어디가 어디에 걸려있는지 한 번 더 읽어봐야 말이 이해가 된다.
Sprinkled throughout the scenery are detailed shadows that are the true magic behind the painting’s realism.
장면 곳곳에 배치된 섬세한 그림자는 이 그림의 사실적인 표현을 완성하는 마법과도 같다.
맨 처음 강조를 위해 도치로 시작한 문장이다.
detailed shadows가 명사로 한 세트다. (디테일화된 그림자)
술어는 are sprinkled 반짝인다
원래 문장은ㄴ
디테일화된(섬세한) 그림자가 반짝인다 detailed shadows are sprinkeld
이다.
이것을
앞뒤 순서 바꿔서
반짝이고 있다, 섬세한 그림자가
spinkled, ~ are, (detailed shadows)
라는 구조다.
Sprinkled throughout the scenery are detailed shadows that are the true magic behind the painting’s realism. A pencil lays in the foreground jutting over the table’s top surface. Its below shadow casts onto the tabletop and then cascades over the beveled edge.
장면 곳곳에 배치된 섬세한 그림자는 이 그림의 사실적인 표현을 완성하는 마법과도 같다. 전경에는 연필이 테이블 표면을 살짝 넘어서 놓여 있으며, 그 아래로 드리운 그림자는 테이블 상판을 따라 흐르다가 경사진 모서리를 넘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jut over 좋은 표현이다. 살짝 돌출해 있다는 말이다. 자주 쓰인다.
below shadow 각운의 라임을 살렸다. 빌로우 셰도우 오우 오우. 시적 운율을 준다.
cascade는 작은 폭포처럼 흘러 이어지다는 좋은 문학적 표현이다. 나도 우리나라 산수화에 대한 영어 글을 쓸 때 자주 쓴다.
6. 비판 : 빅토리아 시대 키치(짝퉁)
특별한 게 없지 않나하는 비판도 있는데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뿌 아니라 미국 영국 해외 여러 곳에 소장되어 있다.
7. 유산과 명성
화가 생애에 누리던 찬사에 비해 오늘날에는 주목 받지 못하고 있다. 재평가가 필요한 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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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전체 구조도 좋고 표현도 좋다. lie, lay 실수 하나만 빼면 모든 문장이 좋다.
1. 첫 문단 : 주제 맥락
2. 두 번째 문단 : 일반 구성
3. 특징(1) : 패널에 유화다.
4. 특징(2) : 파피에 마셰 펫
5. 특징(3) : 음영
6. 비판 : 빅토리아 시대 키치(짝퉁)
7. 유산과 명성
글을 마치기 전에 살짝 단점을 말해줘야 전체적으로 균형이 산다. 그렇지 않으면 찬양일색인 정책보고서 같이 되어 균형이 안 맞는다.
1-2문단에 19세기 역사적 이야기, 작가의 유년시절, 화단 특징 과하게 넣지 않고 그림 자체의 시각적 분석으로 넘어간 부분이 좋다
우리도 이런 식으로 글을 써야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그림을 이런 식으로 써줘야 제대로 대접받는다. 사람들은 화가의 출신, 학맥, 과거급제여부, 몇대손 이런 것에 관심이 없다. 나중에 기억나지도 않는다.
작품 자체에 집중해야한다. 작품 자체의 시각적 분석에 집중하는 글을 써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