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만 읽었어요"의 진실(6)


과고에는 천상계부터 축생까지 계급도가 있다. 외고나 예고는 대치, 분당 등 지역별로 그룹과외가 형성되어 있고 학부모라인에서 단단한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예고는 개인 재능이 뛰어날 수 있는데 실기샘 화실을 다니지 않으면 성적이 안 나오는 인맥문제가 있고, 과고의 문제는 너무 실력차이가 확연히 드러나서 개인의 힘으로 도저히 어찌해볼 수 없다는 점에 있다. 아예 머리가 너무 뛰어나거나, 고급고액과외를 통해 지식을 주입받거나, 선행을 너무 많이 했거나 이 셋의 경우가 아니면 계급의 하위권이다. 그냥 지방 일반중에서 과학과 수학에 흥미가 있고 주위에 비해 조금 잘하는 것 같아서 과고를 진학하는 경우 대부분 하위권 성적 깔아주는 라인에 머물게 된다. 그리고 자기가 선택했기 때문에 쉬이 자퇴하려고도 하지 않으며 예민한 사춘기를 열등감에 보내게 된다


무엇이 문제일까? 지난 포스팅에도 말했지만 교과서만 봐서 문제풀이가 안되고 교과서 하나가 완벽하지 않고

내신이나 수능에 사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는데 문제점이 있다. 분명 나는 중학교 때 잘했고 중학교 때 하던식으로 교과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몇 번씩 읽고 선생님이 주는 자료도 잘 이해하고 수업 때 졸지도 않았는데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왜 쟤네들은 그게 가능할까?


부모들에게 조금 쉽게 비유해보자. 요리클래스를 듣는다고 생각해보자. 어머님, 이건 강력분이구요 이건 계량컵이예요 이건 노른자고 흰자는 이 도구로 톡하면 분리된답니다 쉽죠? 흰자에는 단백질이 많구요 (끄덕끄덕)


자 그럼 이제 창의적으로 만들어보세요!


네? 뭘 만들라구요?


주변을 돌아보니 각자 크루아상, 마카롱, 수플레, 크레이프, 카스텔라를 만들고 있다.


아니 어떻게??


저쪽에서 들려오는 말 "너 뭐할거야?" 아 나는 오렌지 리큐어를 넣어서 그랑 마르니에 수플레를 만들어볼려고 "와 그거 좋다. 

나는 바닐라 크렘 앙글레즈를 띄우고 머랭을 얹어 플로팅 아일랜드를 해보려고" "오 좋은 생각이야"


???!!



"교과서만 읽었어요"의 진실(7)


여학생은 물리화학보다 생명과학쪽을 더 친근해하기 마련이다. 일단 수식보다는 단어가 좋다. 뇌과학 연구에 의하면 여아들의 뇌가 남아들의 뇌보다 더 빨리 성장하고 언어계통이 발달한다고 한다. 어렸을 때 침묵하고 있는 남아들에 옆에서 여아들이 재잘재잘 말하는 친숙한 풍경만 봐도 알 수 있다. 생명과학의 시작부분이 다른 과목에 비해 여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쉽다. 모르면 외우면 된다고도 생각한다.


지난 포스팅에도 말했지만 생명과학은 2단원 인체파트는 일상생활 용어라서 할만하다고 생각하다가 3단원에 축!삭!돌!기!에 와서 무너지기 시작한다. 일본이 네덜란드 해부학서를 통해 한역한 서양의학용어에 그리스라틴어 기반 영어가 어지럽게 난립한다. 그리고 그 용어를 설명해주지 않는다. 단 한 가지 좋은 점은 한글의 풍부한 모음덕분에 어떻게 읽는지는 대략 알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중국어나 일본어에 비해 원어에 근접하다는 점.


여기서부터는 단어가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 그리고 아무도 단어를 설명해주지 않는다. 학생들은 절망한다. 아이고 아이고


우리나라 책, 신문, 전시에서는 보통 용어 설명을 안하고 넘어가는 것과 달리 일본 책, 신문, 전시는 개념정의와 그 독음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는데 그게 학문의 출발이자 설명의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교과서에는 무슨 뜻인지, 어디에서 유래한 말인지 왜 그렇게 쓰는지 써있지 않다. 옛날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지만 기본 주기율표 중 규소가 실리콘인데, 왜 규소냐? 에 대한 설명이 없다.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학생들은 그냥 문제풀기 바쁘다. 사지선다에 없다? 내신에 안나온다? 그냥 넘어간다.


규소가 실리콘인 이유는 이렇다. 일본이 네덜란드어 부싯돌 keisteen (슈테엔은 영어의 stone과 같다)의 kei를 硅로 음차했기 때문이다. 이 한자硅를 일본인은 케이라고 읽지만 우리는 규로 읽기에 일본은 kei+원소 우리는 규+원소=규소가 된 것이다. 라틴어에서 유래한 실리콘이라는 서양말도 원래 단단한 부싯돌이라는 뜻이었다.


이런 문제가 과학학습 내내 반복된다. 그나마 물리는 학문의 중흥기를 거쳐 안정화된 학문이라 정교하고 엄밀한 용어를 사용하는 편이다. 헛소리를 안하는 편이다.


그러나 이제 막 발달하고 있는 청소년기의 생물학은 난리다. 그래도 암기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이해도 안되는 암기할 게 너무 많다.


문제의 그 축삭돌기 다음 페이지의 일부만 읽어봐도 어려운 한자기반용어와 어려운 그리스라틴어기반 영어가 섞여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길항작용은.. 교감 신경의 말단에서는 노르에피네프린이 분비되고 부교감 신경의 말단에서는 아세틸콜린이 분비된다.


와우! 그리고 학생들은 이 말이 무엇인지 모른 채

교감신경->노르

부교감->아세

이렇게 노트필기 하고 외우기 바쁘다

선생님도 진도에 치여서 그렇게 가르친다.


지방 여고 이과는 내신1등급인데 수능3등급도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해 최저학력기준을 겨우 채우거나 채우지 못해 인서울을 못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학교에 직접 가보면 왜 그러는지 이해가 된다




지방 여고 이과는 내신1등급인데 수능3등급도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해 최저학력기준을 겨우 채우거나 채우지 못해 인서울을 못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학교에 직접 가보면 왜 그러는지 이해가 된다


여학생들이 물리화학에 잼병이라 생명을 전략과목 삼는데 시험 때 단어만 외워서 시험을 본다. 그래도 학생들도 말이 너무 어려우니까 수업시간에 전멸이라 가능하다. 내신따기가 과고나 강남지역 고교에 비해 쉬운 이유다. 


사실 그렇게 어려운 말도 아니다.

아세틸콜린은 아세틸기에 콜린이 결합한 에스터 화합물이라는 뜻이고

노르에피네프린의 노르는 하나가 적다는 말로


에피네프린(혹은 아드레날린)에서 메틸기 하나 뗀 구조다 찬찬히 생각해보면 그리스라틴어 어원도 어렵지 않고 화학식 상으로 의미가 있는데 (아세틸기 CH₃CO 유기산이니까)


아세틸+콜린이 아니라 아세~/스틸/콜라!

노르웨이에서 피넛버터 프린스!


어이없게 이런식으로 외우고있다. 아재개그로 재밌게 외우게하는 선생님이 있거나 스스로 개발했다면 그것도 능력인데 정확한 어원이해없이 무작정 암기하는 것이다


왜냐.. 아무도 설명 안해주기 때문. 교과서에 없기 때문. 시험범위가 아니기 때문. 교과서는 너무 양을 늘리면 수능범위 늘린다고 클레임먹기 때문에 늘릴 수 없기 때문.


이런 식으로 개념은 적은데 알아서 이해하게 냅두고, 갑자기 엄청 어려운 문제풀이를 하는 기형적 구조가 탄생한다


왜 과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하는가? 과학을 과학답게 가르치지 못하게 하는가. 과학에게 정당한 대우를 하지 않는가


1:1 비교는 어렵지만 대학수준 교재인 Campbell Biology12판의 해당부분을 보면 훨씬 더 자세하게 써있고 , 맨 뒤 글로서리에는 발음법과 정의를 다시 써놔서 이해하기 쉽게 쓰였다


그래서 차라리 영어로 읽는게 낫다고도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더 잘 쓰여졌으니까 책만 읽어도 이해가 되니까 (물론 2천페이지라는 게 함정)


생물학을 외국에서 배운 사람과 한국에서 배운 사람은 일단 용어사용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아무리 한국어를 잘해도, 전문지식은 한국어조사만 섞어서 교포처럼 사용하게 되고 주변사람들한테 잰채한다, 재수없다라는 말을 듣게 된다. 그런데 일생생활 대화를 하는 것과 지식전달을 하는 것은 완전히 차원이 다른 일이다.


오늘 밤 참 달이 아름답네요를

tonight 참 the moon이 beautiful하네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어도


뭐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은 많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카페인 때리면 prefrontal cortex 활성 전에 adenosine receptor block 생겨서 homeostatic sleep pressure가 인위적으로 낮아지고 결국 circadian entrainment에 disruption 오거든


이 말은 그냥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커피 마시면 

뇌가 완전히 깨어나기도 전에(즉, 집중력 담당 전두엽이 준비되기 전에)

아데노신 수용체가 카페인에 의해 막혀서

원래 자연스럽게 줄어들어야 할 수면압력이 억지로 낮아지니까

생체 리듬(24시간 주기 조절)이 어긋날 수 있다는 뜻


간단히 말해 잠에서 완전히 깨기 전에 커피 마시면 과학적으로 해롭다는 말이다


이런 말에 상대는 이렇게 답할지도 모르겠다 


맞아맞아 나 요즘 밤에 블루라이트 계속 expose 돼서 suprachiasmatic nucleus 완전 desynchronization(디셍크)됐잖아 그럼 pineal gland에서 melatonin synthesis 제대로 안 되고 결국 sleep latency 늘어나지. 그리고 그게 장기적으로 HPA axis에 chronic stress 주면서 hippocampal atrophy로 이어지고 있는 거 같아 웹툰에도 보면 의사끼리 영어단어에 한국어조사만 섞어서 이야기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에피네프린! 이라고 해야지 심근강화 및 혈관수축 작용제! 라고 긴 말을 쓰기도 어렵고,


교과서가 영어단어를 그냥 음차해서 쓰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차피 논문도 영어로 쓰는데 영어가 익숙해서 이기도 하다

그럼 애초에 왜 한자용어로 번역한거야?

왜 배울 때는 쉽게 안 가르쳐준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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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철학자의 말 - 내 마음을 단단하게 지켜주는 빛나는 철학의 문장들
김종원 지음 / 윌마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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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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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인제 진부령미술관에 다녀왔다


지방미술관은 가는 것 어렵지 않다. 시간이 들 뿐이다. 티켓값과 이동비를 치환한다. 왕복교통비가 4만원, 대신 미술관이 무료인 셈. 그 시간을 들여 갈만한 장소인지가 관건이다


봄에 너무 열심히 다녔나 5월 아트가이드잡지에서 크게 눈에 띄는 전시가 없다. 중하순에 열리는 것은 6월로 이월해도 큰 상관이 없다. 서울내에서 이제 갈만한 지역은 다 갔으니 교외를 다니자. 안산 용인 양주 성남 고양 양평 청주 이제 인제다

직통 시외버스가 있는 곳은 가기 어렵지 않다. 2만원에 티켓을 끊고 2시간 반 몸을 맡기면 된다. 티켓가격도 4-5배에 달하는 옆나라 일본에 비하면 그렇게 부담스럽지도 않다. 그곳은 상시 지진으로 인해 복구비용이 평소에 느슨하게 청구되는 구조다. 발생하지 않은 수리비를 미리 조금씩 내면서 분배하고 있는 셈


고속도로라고 해도 덜컹거리는 차 안에서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면 눈이 어지럽고 아프다. 학술세미나, Met talk를 들으면 좋다.


Robert Hur의 청문회나 민희진 간담회도 이동중에 들었다. 특히 학술세미나의 경우 "제가 잘 모르지만..." "이런 경우도 있지만..." 같은 겸양표현을 가서 앉아서 들으려면 고역이지만 이동하는 대중교통 안에서 느슨하게 들으면 편하다.

시외버스로 진부령까지 갔지만 돌아오는 차편이 어차피 진부령에서 없다. 원통가는 시내버스 타고 내려오면서 여초김응현서예관을 들렀다가 다시 원통으로 가는 루트가 좋다. 인제군 시내버스는 전기차로 바뀌어 시트도 반들반들하고 승차감도 좋아 서울버스와 진배없다.




강원 전라 경상의 산의 폼은 각기 다른 것 같다. 강원은 산이 병풍처럼 내 눈 앞에 성큼 다가와있다. 안데스, 후지산, 히말라야는 너무 압도적이고 올라오지 말라는 듯한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데 강원도 산은 그래도 친근해서 올라감직하다. 좀 너무 가까운 감이 있어 아침에 일어나서 졸린 눈을 부비면서 본다면 존재감이 남다를 것 같다

인제 나는 진부령미술관에 도착했다. 오는 길에 보니 황태 건조보관소와 황태해장국 음식점이 많이 보인다. 그리고 옥수수와 감자떡도. 맨날 똑같은 거만 먹으면 물리는 법. 산간의 감자와 해안의 동태를 교환한다. 물물교환의 시작이다. 사람들은 매일 보아 물리는 것보다 특별한 것을 원하기 마련. 유럽회화 좋아하는 우리네 마음도 똑같다


미술관 1층은 옛날 영화사진이 재밌었다. 두만강아 잘있거라는 많이 들어본 영화인데. 한국영상자료원고전영화에 있으려나. 기러기아빠는 21세기 용어가 아니었나보다. 누나의 한이라니..스크림을 연상케하는 검은 복면 소품이 조악하다


렌티큘러로 측면에서는 드로잉, 정면에서는 컬러유화로 표현한 그림이 재밌다. 밥풀로 만든 그림도 있는데 밥풀로 무엇을 표현했는지가 핵심. 꽃이나 나무보다는 능선 같은 선의 윤곽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했다. 일본 미대 유학한 작가의 매우 세밀한 꽃과 나비 표현이 인상깊다. 흘러내리는 초록선이 나무와 바위를 동시에 표현했다. 달항아리의 표면이나 목재의 물성을 캔버스에 돌출시킨 작품도 인상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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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피엔드 보고 왔다. 류이치 사카모토와 그의 매니저 사이의 아들, 소라 네오 감독의 작품이다.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를 수 없는 홍길동으로서 고뇌가 있는 분인데 음악적 특징은 빼다 박았다.


네오 소라는 전통적 읽기방식이 아니다. 감독의 창의적인 네이밍이다. 원래라면 하늘 공 空은 소라 혹은 쿠우가 맞는데, 소리 음音 중앙 앙央은 온오 혹은 오토오 정도로 읽었을 거다. 소리 음의 훈독인 네, 앙의 뒤쪽 부분만 살려 네오라고 해서 영어의 새롭다라는 라틴어 Neo라는 의미를 담았다. 새로운 하늘 정도의 의미로 읽히고 그 뜻은 음악의 가운데라고 표시했다.

영화제목에 속으면 안된다. 보통 제목과 반대되는 경우가 많다. 제목이 해피라고 해피한 영화가 아니다. 예를 들어 최근 화제가 된 빔 벤더스(Wim Wenders) 감독의 <퍼펙트데이즈>(2023)도 주인공 히라야마(야쿠쇼 코지분)의 코모레비를 즐기는 나날을 그리는 것 같지만 막 가운데 삽입된 불안한 음악이 마냥 조용한 루틴 속 평화로운 내면만을 그리고 있지는 않다는 느낌을 준다.

영화제목에 해피가 직접적으로 들어갔으나 해피하지 않은 영화를 생각해보면 여럿 떠오른다. 가장 유명한 작품은 왕가위 감독의 <Happy Together>(1997)인데 두 주인공은 전혀 함께 행복하지 않고, 되려 두 남자의 고통스러운 관계와 아르헨티나에서의 외로움을 다룬 작품이다.

제목이 똑같은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Happy End>(2017)도 부유한 유럽 가정의 붕괴와 허무를 다룬다. 토드 솔론즈 감독의 <Happiness>(1998)는 일그러진 삶, 고독과 소외, 성적 일탈 같은 불쾌하고 충격적인 현실을 블랙코미디로 그리고 있으며 마이크 리Leigh 감독의 <Happy-Go-Lucky>(2008)의 주인공이 그나마 명랑하고 낙천적이지만 주변 인물이 냉소적이고 폭력적이기에 사회적 병리와 마주한 주인공의 긍정은 도피인지 아닌지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네오 소라 감독의 해피엔드도 해피한 영화는 아니다. 그렇지만 완전히 일그러지거나 고통스러운 영화는 아니다. 이전에 홍탕에게 말한 바 있듯 무난한 맛의 영화다. 마트에서 계획한 음식을 구매해 예상한 맛에 대한 기대를 충족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EDM 노래와 잔잔히 흐르는 OST의 사운드가 풍성해 해상도 높은 유럽회화를 보는 것 같다. 노래에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레거시가 가득하다. 에너지 플로우의 진행 같은 (왼손 옥타브 아래 E F# G#) (오른손 A B E E E D F# A E) 부분도 귀에 들려온다.

다음은 기억나는 내용 몇 가지와 단상
1. 키토총리의 한자는 귀신의 우두머리 귀鬼두頭총리다. 총리연설의 TV라이브 송출 중 도시락에 맞아 볼에 김이 붙은 부분에서 弁当で襲撃されるがけがなし 이런 느낌의 자막이 있었다. 도시락으로 습격당했지만 상처 없음.

2. 미래적인 느낌은 CCTV카메라와 얼굴인식 데이터마이닝과 AI를 이용한 감시시스템이 하나, 구름에 레이저로 쏴서 행정고지와 공공안내를 하는 부분이 둘


3. 아나키스트인 고등학교 선생과 제자들이 저녁에 술 마시고 담배피며 동지들과 함께 권력을 비판하는 노미카이(술모임)와 교장실 점거행동이 일본 60-70년대 활동한 전공투 세대를 떠올리게 한다. 1969년 도쿄대 야스다 강당 점거와 같은 일이다. 다만 항쟁의 대상이 69년은 정부, 총리, 미군이었고 영화상으로는 정부, 총리, 감시시스템이다.

4. 재일조선인 3대인 어머니는 말했잖아(言ってたの)를 잇떼따노가 아니라 윳떼따노로 구어체음변화를 하여 아주 자연스러운 느낌을 준다.

5. 재일조선인 음식점 메뉴판에 김치キムチ 한국 김韓国のノリ, 한국식모둠(韓国盛り合わせ)같은게 눈에 띈다.

6. 강당에서 룰은 지켜야한다고 항의하는 두 번째 인물(여성)의 딕션이 성우처럼 좋아 전달력이 훌륭하다.

7. 그림자극에 대한 레퍼런스도 있다. 영화에서 따로 보이스오버 나래이션이 없고, 인물들을 지켜보는 친구들의 목소리로 그상황을 나름 묘사하며 노는 장면이 세 번 등장한다. 하나는 교장선생에게 혼나는 장면, 다른 하나는 졸업 후 미국 디트로이트에 돌아간다고 아프리카계 일본인(흑인) 톰이 유타에게 말하는 장면, 마지막은 톰의 생일파티에 1층에 내려가 꽁냥꽁냥하고 있는 밍과 아타를 내려다보는 장면(상단중간에서 좌측중간으로 3량 정도의 짧은 기차가 4초 정도 지나간다) 셋이다.

8. 영화는 화보집, 영화잡지, 평론집에 수록될 것을 기대하고 좋은 스틸컷 장면을 7초 이상의 롱테이크로 넣었다. 마치 두 주인공이 비오는 날 지하 국수집에서 만나는 화양연화의 유명한 스틸컷처럼(캄보디아 유적지 틈 사이로 침묵의 절규를 하는 양조위도)


기억나는 것만 세 개. 유타가 어린애라고 불평하며 코우가 돌아가고 톰이 마트 봉지를 들고 뒤를 쳐다보는 장면, 밍이 음악연구회 동아리방 한 모서리에 서있고 아타랑 같이 프레임 왼쪽에 있는 장면, 유타 엄마가 유타 퇴학 당하고 백으로 5차례 존나게 패는 장면(오른쪽은 기울어진 도로를 배치하고 뒷쪽 건물과 도로가 차경으로 프레임 위쪽으로 잡히고 두 인물은 좌측에 있고 더 좌측으로 밀어낸다) 그리고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육교 마지막 장면. 육교샷은 육교의 맞은 편에서 걸어오는 장면부터 시작해 밍과 아타가 밍의 아버지가 큰 저녁 사준다고 헤어지고 저 멀리 둘이 머뭇거리다가 이별하는 장면까지 포함해서 상당히 롱테이크다. 배우들이 열연했다.


9. 영화 처음에 유타가 코우에게 스키나 다이스키가 아니라 아이시떼루라고 말하긴 하지만 그다지 퀴어적이지는 않다. 오히려 10대 특유의 치기어린 표현 같은 것이다


10. 교장은 점거한 학생에 대해서는 빡치지 않는다. 비싼 스시 줘도 안 받으니까 먹어! 먹으라고食い(くい)! 라고 한다. 

그런데 어쨌든 교장이나


11. 사회시스템에 항거하고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고 이별에 아쉬워하는 10대 청소년을 그린 영화는 외국에는 여럿 있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것 같다. 한국픽션은 입시, 서바이벌, 생존에 바쁘다. 일본은 3시에 수업 마치고 부활동하는 문화라서 그런가? 우리나라에 없는 감성이다. 학원집학교에 메말랐던 감성을 충전하기 위해 이런 영화를 찾아보기도 하는 듯.


정확히 10대에만 느낄 수 있는 아련한 감정이다


12. 재일조선인 코우는 특별영주권이 없어 자기만 끌려가는 억압적인 사회현실에 항거하며 데모도 나가고 하면서 유타에게 너는 생각이 없다고 하지만 강당신에서 시스템에 순응하는 것은 코우고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다 내던지면서까지 진실을 말하고 그 책무를 다하는 자는 유타다. 유타가 생각이 없어서 음악하면서 지내는게 아니라 음악을 하기에 5명의 친구들이 모일 수 있어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 자기마저 진지해져버리면 너무 괴로우니까. 겉으로는 치기어리고 생각없어보여도 내면으로는 생각이 깊은 캐릭터다. 창고에서 마지막 우퍼를 챙겨올 때 정정당당하게 교무실로 들어가 신청서 없이 서랍에서 키 꺼내서 가져가며 시끄러워 うるせ하면서 벌점 감수하면서 유유히 나가는 것도 유타다. (교무실 전원 어이없음)


13. 교사와 교장 캐릭터가 아주 좋다. 이들이 없으면 무게감이 전혀 없을 뻔 했다. 이들이 안타고니스트로 있기에 영화가 아주 쫀득쫀득하고 매력적이다. 


14. 인류학자 제임스 스콧은 약자의 무기: 농민 저항의 일상적 형태라는 책에서 거대한 권력 앞에서 취할 수 있는 저항의 형태를 설명한 바 있다. 졸업식에서 아타가 보여준 빠개진 Z를 자수로 수놓은 교복와 치마를 입어서 보여준 조롱도 그 한 형태다. 교토 졸업식 같은 것이 생각난다. 전통과 권력의 기득권이 강하고 단단하지 않다면 이런 조롱이 재미가 없다. 근미래의 일본인데 여전히 기립, 례, 착석 같은 군국주의 문화가 남아있다. 후미처럼 기립하지 않고 사람모아서 데모하고 항거하는 것도 저항이지만 유타도 저항의 한 형태다. 오히려 코우가 친구들에게만 분노할 뿐 명시적 저항을 하지 못했다. 저항하면 불안한 자신의 법적 지위가 박탈되니까 말이다.


15. 또 뭐 말할게 있던 것 같은데 일단 지금은 기억 안난다. 나는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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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만 읽었어요"의 진실(1)


한국과 미국과정을 다 가르쳐 본, 한때 교직에 몸을 담았던 사람으로서 느끼는 바


1. 한국 수능 개념 범위는 대학교양수업을 모델로 한 미국 AP에 비해 많지 않다. 그러나


2. 한국 수능은 개념은 쉽고 범위가 상대적으로 적지만 미국에 비해 문제풀이 훨씬 어렵다. 수능문풀은 넘사벽이다. 범위는 좁지만 문제 난이도가 높고 깊이 있는 사고를 요구해서 문풀강의를 따로 들어야한다. 이과 수리,과탐 1등급 받으려면 최소 중학생때까지 개념수업을 다 듣고 고교 3년동안 문풀만 해야한다


3. 예컨대 물리1 교과서의 전류,전압,페러데이,렌츠법칙 정도만 이해하고 정답률 65%의 학평 전자기유도문제를 풀 수 있다고? 말도 안된다


4. 게다가 교과서-하이탑-EBS 다 개념을 따로 정리해서 완벽한 교재가 없고 자기 스스로 단권화해야만한다


5. 대부분 학생들은 차분히 앉아서 교과서를 꼼꼼히 읽지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영상에 익숙해서 인강을, 그것도 2-3배속으로 듣고 공부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감상이지 공부가 아니다.


6. 교과서 한 줄을 읽어도 낱말 하나씩 떼어가며 이리저리 생각해보지 않는다.

정말로 교과서를 읽는다면

"지구와 생명체는 다양한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 원자핵은 다시 양성자와 중성자로 나누어지며, 양성자와 중성자는 각각 쿼크라고 하는 가장 작은 입자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진다"

"빅뱅 직후의 우주는 매우 고온의 상태였기 때문에 입자가 존재할 수 없었다. .. 최초로 쿼크와 전자 같은 입자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다."

같은 교과서 첫 페이지 한 문단을 읽고

그럼 입자를 역으로 재구성하면 지구와 생명체도 만들어질까? 그 원리는 무엇이지?

입자가 뭐지? 양성자, 중성자는 있는데 왜 음성자는 없지?

술어가 "구성되어있다 이루어져있다로 가다가 왜 원자핵만 나누어진다고 표현했지?"

매우 고온? 얼마나 고온이지?

왜 고온이면 입자가 존재할 수 없지?

빅뱅 직전 우주는 왜 없지?

왜 최초로 쿼크와 전자가 만들어졌지?

쿼크와 전자 중 뭐가 먼저지?

같은 질문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해야한다.

그리고 이런 꼼꼼한 읽기를 교과서 끝날 때 까지 진득하게 해야하는데

대부분 중간에 퍼지거나, 시각화된 삽화만 보고 대충 이해하거나, 전자! 양성자! 그 다음 뭐지? 하는 식으로 이해없이 개념만 암기하거나, 연습문제 4지선다를 요령으로 맞춰놓고 알았다고 착각한다.

바로 옆의 주석 쿼크까지 읽지도 않는다. 6종류가 있다는 데 무슨 종류일까? 찾아보지 않는다


7. 교과서로 시작하는 것은 맞다. 온갖 궁금증을 쉬는 시간 선생님에게 물어보고 쉬고 싶은 선생님은 참고서나 교양서를 토스해준다. 그런 교보재를 포함해서 생각의 훈련 전체가 공부의 일환이다. 교과서만 보는 것은 아닌데 시작이 교과서였으니 교과서만 봤다고 말하는 거다


8. 물론 겸손의 표현일 수도 있다


9. 한편으론 고급과외정보를 알려주지 않기 위해 적당한 말로 둘러대는 것이기도 하다

과고 외고 자사고 국제고 등 경쟁이 치열한 곳일 수록 과외의 비중이 아주 높다.

한편 그런 특목고를 다니지 않는, 보통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지방거주학생들의 박탈감이 클 것이다.


"교과서만 읽었어요"의 진실(2)

10. "예전 물로켓시절의 난이도를 착각하는 부모님들이 계심. 나는 그런대화를 아예 하지말고 밥은 잘먹니? 이런대화만 하라고 당부드림"라는 댓글이 달려서

생각해보니 학부모 중에 아이들의 나태함에 손사래를 치며

우리 때는 문과도 화학까지, 이과도 지리까지 다 공부해야했었다, 우리 때는 11개씩 했는데 요즘은 탐구 고작 2개라면서, 본고사 수학은 더 어려웠다, 교련했다, 체력시험도 있었다, 하시는 분들이 있다


물론 사람은 미어터지고 교육열은 높고 적당한 교재와 적절한 정보가 없던 시절의 공부는 참 어려웠으리라

그래서 인맥을 통해 정보를 얻기 쉬운 경기고 서울고, 지방거점고에서 명문대를 잘 보냈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엔 내용을 알면 풀고 모르면 못 푸는 지금으로 치면 유제문제의 비중이 더 높았다. 지금 문제풀이는 정말 정말 어렵다. 분명 개념 강의 잘 이해했는데 도저히 풀 수 없다. 미적 21번을 교과서만 보고 풀 수 없다. 생명과학 교과서만 보고는 유전킬러문제가 안 풀린다. 사회문화 도표문제도 마찬가지다. 문제풀이 자체가 개념을 뛰어넘는 새로운 시험범위다.

또한 본고사 수학문제는 일본 센터시험에서 베껴 개량한 것이 많은데 지금 수시 논술수학과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다. 특별히 더 어렵지는 않지만 그때보다 문제풀이 방법과 노하우가 개선되어서 더 쉽게 공부하게 되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수학은 개념과 문제가 변하지 않아 옛날 문제를 공부하는 게 득이 된다.


한편 탐구는 물리나 역사를 제외하고는 옛날 문제 풀어도 큰 도움이 안되는데 매년 출제경향이 바뀌기 때문이다. 특히 생명과학 같이 대학 내에서도 논의를 거쳐 발전하고 있는 학문은 더더욱 그렇다. 하버드도 생물학, 뇌과학, 생태학 등 생명 인접 학문이 정말 많이 설치되어 있다. 서울대의 동물학과, 식물학과가 분자, 미생물학과로 변하기도 하고 다른 학문, 예컨대 광산학과도 지구시스템과학으로 변하기도 하는 등 부침을 겪는다.


옛날에는 길이 뻔하고 삶이 평평해서 공부 외에는 생각할 것이 별로 없었다라는데 포인트가 있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삶의 트랙이 선명한 시대였다.

공부는 열심히 하는 것이고 시간을 많이 들이면 되는 것이며 공부 잘하면 대학 잘가고 취업 잘해서 성공한다라는.

지금은 학생들이 자신의 삶과 미래에 대해 고려할 것이 너무 많다


아직 어린 뇌에 복잡한 정보로 가득하다

누구는 고등학교 자퇴하고 배달해서 월 천만원 번다더라, 명문대 나와도 돈 못 번다더라, 고시 패스해도 박봉과 야근때문에 힘들다더라,


인플루언서 되는 루트는 유투브 말고 틱톡, 치지직, 트위치도 있다더라

신작 게임은 10개인데.. 최신 나온 곡은... AR, XR, UX, AI, 홀로그램.. 데뷔 아이돌은 .. 이번 콘서트 라인업은 .. 카카오와 네이버 웹툰은 몇 천 개인데.. 걔 이번에 유학 갔대 걔 이번에 자퇴하고 창업했는데.. 걔 이번에 과고갔는데

정보의 홍수에 어른들도 과부하인데 아이들은 어떨까


"교과서만 읽었어요"의 진실(3)

11. 고등학교 문과가 60%, 이과가 40%라는 시절이 있었으나 이제 반반이라느니 상위권 고등학교에서는 이과가 70%라느니 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진실은 이렇다. 경험적으로 문과학생이 더 많다. 여고는 문과가 압도적이다. 문이과 선택의 직접적인 분기점은 수학에 대한 혐오 및 열등감이고 추가적으로 대입에서 실리적 효과여부다. 그런데 왜 이과학생이 많아졌다느니 이야기가 나올까? 왜냐하면 사탐응시를 안하기 때문에 통계에 안 잡히기 때문이다


문과학생은 수능에서 탐구영역을 응시하지 않고 수시로 대학을 간다. 그래서 수능 응시인원상으로 사회탐구 영역응시자가 과학탐구 응시자에 비해 적어보인다. 왜냐? 문이과 수능통합되어 문과가 이과를 깔아주기 때문에 정시를 응시하는 게 불리하고, 따라서 문과는 수시로 가는게 이득이다. 즉, 수능사탐 준비없이 학교내신사탐만 공부하고 1등급 받고 세특만 잘 쓰면된다.

문과의 최고학과인 법대가 없어지고 로스쿨(전문대학원) 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명문대 아무 학과나 성적에 맞춰가고 대학 가서 로스쿨 준비하겠다고 생각한다. 이말인즉슨 이전처럼 문과 최고득점자는 법대로 빠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과는 아직도 피라미드 최고층에서 의대, 수의대, 치대, 한의대 등으로 인원이 빠진다. 심지어 최고로 머리 좋은 과고아이들은 과기대로 빠진다. 게다가 대학에서 설치학과도 많고 취직도 잘 되고 돈도 문과에 비해 잘번다고 한다. 그래서 이과는 문과에 비해 1등급이 낮더라도 같은 레벨 공대 갈 가능성이 있다. 물론 수리가 어렵지만, 부모도 그렇게 설득하니 자신도 미래를 위해 이과를 선택한다. 과학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그냥 배워온게 그거니까.


이과=정시 최고등급은 의학계열로 빠짐. 과고 등 브레인은 과기대로 빠짐. 게다가 이과학생은 적은데 모집인원이 많고 미래도 문과에 비해 보장된다고 함. 따라서 일반고에서 수시든 정시든 이과를 준비하는게 바람직하고 학교에서도 입결을 위해 머리 좋은 애들은 이과로 유도(올해의 입결은 학교의 위신이자 신입생 충원에 결정적 요인이라서 학교 입장에서 중요함)

첨부파일 사진은 서울대 권장과목이다.


이공계열은 모두 자기 학과에 맞는 핵심권장과목이 있다. 전기정보공학부에 물리학2가 있다는 말은 결국 물리학1도 공부해야한다는 말이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썼지만 물리학은 단원간 구조적 연관성이 강해서 물리1의 1단원 역학이 물리2의 1단원 역학에서 심화되고, 2단원 전자기 3단원 파동도 마찬가지다. 화학1은 기초 화학2는 심화변주에 가깝고, 생명과학1과 2는 퀼트형으로 짜집기 되어있다. 내분비, 면역학, 분자생물, 세포생물, 생태학, 바이오윤리 등등. 생명2는 생명1없이 따로 공부할 가능성이 있으나 화2, 물2는 화1, 물1없이는 이해할 수 없다.


그런데 인문대 역사학부 마저 수능 한국사, 동아시아사, 세계사를 권장으로 두지 않는다는 게 주목할만 점이다


"교과서만 읽었어요"의 진실(4)


12. (11)번 글의 요지는 이렇다. 문과 학생은 많은데 사탐 공부은 안한다. 대입에 도움이 안되기 때문.

이과 학생은 적은데 과탐 공부를 한다. 대입에도, 향후 전공공부에도 도움되기 때문.

문과는 현역을 구원하기 위한 수시로 대학을 간다. 70% 수시로 대학을 못 가면 같은 레벨의 대학을 갈 다음 기회는 없다. 이과와 재수생과 섞여서 문과가 고득점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 심지어 내신과 세특에 몰빵했는데 다시 수능 문풀을 해야한다. 문풀의 이야기는 (1-9)번 글에 적었다.


13. 이공계열은 과탐 1+2 같이 영역을 지정하기에 무조건 과탐을 응시해야한다. 특히 의대목표로 정시로 대학을 갈 경우 과탐 공부를 해야한다. 게다가 과탐 공부를 안하면 어차피 대학 전공 공부를 따라갈 수 없다. 물리1+2를 모르는데 열역할을 어떻게 공부할 것이며, 화학1+2없이 유기화학을 이해할 수 있는가? 전공 교차로 어떻게든 들어간다고 해도 어차피 공부해야할 과목이다. 그래서 과탐 공부는 하는 게 이득이다. 


사회탐구는 그렇지 않다. 사회문화의 베이스가 되는 과목은 문화인류학, 심리학, 사회학, 사회복지학, 언론정보학인데 고등학교 사회문화를 1등급을 받았다고 이 과목을 잘하게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대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완전 다르다. 역사나 경제가 그나마 비슷하지만 그 역시 방법론 문제에서 갈리고 최신 주제는 다루지 않고 있다. 역사학 학술대회 논문주제와 고등학교 역사는 차원이 다르다. 고등학교 역사는 한국사검정시험 정도에만 관련성이 있다. 자격증 취득용이다. 고등학교 경제에서 일부 미시경제, 거시경제를 배우지만 기초 미적을 포함하는 경제수학이 없는 경제개념이라 내용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대학에서 사회탐구응시를 지정하지 않는다. (11)에 보면 서울대 수시 면접과목에 보면 인문사회계열은 경제학과의 수학을 제외하고는 어떤 학과도 사회탐구 과목을 권장하지 않았다. 전공공부에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략 10년까지는 사회탐구 강사 라인업이 좋았는데 15년 개정후 역사강사는 돈 되는 공무원강의로 빠지고 이제는 거의 없다. 특히 윤사, 생윤 같이 배우기 쉬운 과목을 제외하고 비주류 사탐과목은 강사가 별로 없다. 애들이 공부를 안하니까. 게다가 메가스터디 같은 인강사이트가 EPL 같은 패스제로 바뀐 이후 완강률과 강의시청시간에 비례해 봉급을 지급하기에 이과에 비해 문과선생이 매우 불리하다


아무리 스타강사라도 애들의 시선을 스크린에 고정시키는게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숏폼에 익숙한 세대는 더더욱. 개별 강의 구매 때도 완강률이 10% 미만이었는데 패스+이적제로 바뀌면 현우진 같은 스타강사나 과탐계열 강사가 아니면 이전과 같은 수익은 기대하기 힘들다. 이전에도 공부해야지! 하는 초기의 열정으로 들어왔다가 이후에는 흐물어져서 수업에 나오지 않는 아이들을 데리고 수익을 본 것. 수능뿐 아니라 제2외국어도 그렇고 모든 학원이 마지막 4주차 학생 출석률이 현저히 낮다



"교과서만 읽었어요"의 진실(5)

14. 초중학교 때 학원에서 선행학습해서 그래도 수학은 좀 하는 것 같고 대입에도 유리하고 미래도 보장된다니 이과를 선택한 아이들.


학습스타일 및 성향적 측면에서 전통적으로 물리,수학 vs 화학, 생물파가 갈린다. 전자는 개념, 원리, 구조, 메타인지 위주이고 공부량보다 집중도로 승부를 본다. 머리 좋은 애들은 맨날 게임하고 있다가 시험기간에 잠깐 보고 고득점을 받기도 한다. 후자는 암기할 것이 너무 많다. 해부학, 생리학은 온갖 그리스라틴어 명칭을 외워야한다

대충 전자는 놀다가 공부하는 스타일, 후자는 항상 공부해야하는 스타일이다. 아무리 머리 좋은 의대생들도 교수님 스케쥴 때문에 하루에 1학기 분량 9시간 수업하고 그날 저녁 9시에 바로 시험보는 살인적인 공부량을 따라가긴 벅차다.(실화)

문과도 알파벳(유럽), 표음문자파와 한자(동아시아), 표의문자파가 있는 것과 비슷. 전자는 문법, 구조적 이해 후자는 서예, 시각문화에 강하다.


물론 화학에 수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화1<<화2<<<일반화학<<<<물리화학, 갑자기 난이도가 급상승한다.

화2 산과 염기 단원에서 약산/약염기의 해리, 완충용액, 적정 등이 수리와 결합되며 Acid-Base Equilibria + Titration를, 산화환원 반응 기초를 배우다가 갑자기, 갈바니 전지, 전기분해 수식이, 엔트로피의 개념만 배우다가 자유에너지, 연료전지를 거쳐 Thermochemistry + Thermodynamics에 이르러 너무 어려워지기도 한다.


15. 문제는 생명과학에 있는데, 수리를 어느정도 한다고 생각해서 고등학교 때 이과를 선택했는데 너무 머리가 좋은 애들이 많아서 물리, 수학에서 성적이 잘 안나온다. 대신 노력으로 커버할 수 있는 생명과학1을 많이 선택한다. 다행히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아 선택자도 많고, 대학에서도 설치학과가 많다. 17-18세기의 물리학, 19-20세기의 화학이 있다면 생물학은 21세기의 학문이기 때문. 자연계 생물학뿐 아니라 공대의 생명공학, 농대, 바이오메카트로닉스, 생태학, 뇌과학 등 빠질 곳도 정말 많다. 한때 생명계열에서 의전원으로 빠질 수 있는 루트도 있었다.


생명과학1 교과서를 펴보니 오 그래도 좀 할만하다. 1단원은 늘 과학방법론에 대한 인트로이고 2단원은 소화 배설 등 인체에 관련된 것이다. 먹고 싸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주제라 이해도 쏙쏙된다. 용어도 그리 어렵지 않다.


문제는 3단원에서 발생. 뉴런 축삭돌기에서 다들 허물어진다. 갑자기 한자+일본어 유래 한자+그리스어, 라틴어 기반 영어가 쑥 들어온다. 머리가 어질어질. 축삭돌기의 축삭은 일본어에서 온 말이다. 굴대, 쉽게 말해 막대기다. axis를 번역한거다

내분비학, 면역학, 생리학, 신경학 등과 관련된 3단원은 용어가 어렵고 4단원 유전은 문제 난이도가 헬이다. 킬러문항은 다 유전이다. 개념은 다 알아도 문제가 안 풀린다. 나, 이과 잘 선택한거 맞아? 고뇌하기 시작하지만 어쩔 수 없다. 선택을 되돌릴 수 없으니 버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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