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 책 추천이 좋은 편이다

평론에는 호불호가 있는 모양이지만

어쨌든 일부 교수나 교사처럼 몇 십년 전에 읽은 책만 우려먹기하지 않고 막 몇 주 전에 나온 책을 출판사 협찬 받지 않고 스스로 읽어서 고르고 자신의 말로 재서술해 설명한다는 점은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김기태도 좋았고 예소연도 좋았다. 나는 그들을 그전의 작품부터 알았기에 더 반가웠다.


이번에는 프랑스 공쿠르상 수상작을 번역한 그녀를 지키다이다. 영상에서는 오백페이지가 넘는 책 중 한 100페이지 정도 발단부분을 소개해주었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것을 안 말했다. 본격 문학이라는 점. 노트에 써서 분석해가며 읽어야한다. 휴남동이나 에세이나 수필이나 혹은 같은 프랑스 작가 중 기욤 뮈소나 베르나르 베르베르처럼 술술 읽히는 페이지 터너가 아니다.

아침에 맑은 정신으로 커피 마셔가며 며칠을 씨름해야하는 그런 문학책이다. 안 그랬다면, 모든 소설이 읽기 쉬웠다면 단독 학문분야로 문학이 있을리 없다. 어떤 이는 온몸을 던져 세상에 유일한 것처럼 문학을 대한다. 인류 정신사의 투쟁이자 문화의 정수로서 문학을 사랑한다. 옮긴이 정혜용도 불문학과에서 학문적 트레이닝을 받았고 그랬기에 이정도 책을 옮길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책은 AI의 도움으로도 도저히 쉽게 번역할 수 없다. 수익화문건, 투자법, 경제경영, 자기계발 번역과는 다르다. 같은 책이라고 같지는 않은 것이다


이동진은 왜 대략 100페이지 중반 이후를 말하지 않았나? 우선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내용이 너무 많은 까닭에 영상에 다 말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동진 책 추천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LyxjnkXw-F4&t=4s


그러나 더 핵심적인 이유는 중반이후 과거-현대 반복 진자스윙하던 챕터가 전후관계 파악이 쉽지 않게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정말 열심히 읽어야한다. 예컨대 마지막 몇 십 페이지에 이르면


피에타상 사크라 수도원 이동

석방

비올라 수도원 수용

피에타상 제작

진도 10도 구분 설명

지진

어린 아이 초초

초초 60세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된다. 쉽지 않다.

(이동중 기억에 의존한 설명이라 약간 부정확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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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 메이플 스토리 S 수학도둑 1 - 미스터리한 소년의 등장 코믹 메이플 스토리 S 수학도둑 1
송도수.여운방 지음, 서정 엔터테인먼트 그림 / 서울문화사 / 2025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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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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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틴에서 새우 크루아상 샌드위치 먹어봤다


일반적이었다. 13900원이라는 사악한 가격에 비해 그리 특별하지는 않았다. 새우가 알알이 탱글하게 씹히고 함께 안배된 소스의 침투력이 좋다. 크루아상의 질감이 잘 분리되며 새우와 빵의 바운싱이 상호 경쟁한다. 단맛과 새콤한 맛이 퍼져나가는 속도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다가 입에서 한 데 섞여 되직한 반죽이 되고 새로운 감칠맛을 만든다. 무게감보다는 발랄함에 비중이 있다. 그러나 다른 곳에서도 먹어본 듯한 맛이다


기대안했던 바나나 파운드 케이크가 되려 인상 깊었다


고소한 빵의 풍미와 과일류의 휘발하는 단맛이 잘 어우러져있다. 익숙한 바나나 단향은 배려심이 있는지 다음 큐 유제품의 단당류에게 순서를 적절히 양보한다. 잘개 쪼개진 바나나 혹은 그 향이 수평으로 풀어지는 속도가 빠른데 퍽퍽한 파운드가 버터지방의 점성을 입어 찰진 떡이 되어 식감의 2차전을 개시한다.


한 입 씹을 때 공기층이 중간에 들어가 있으면 오예스 모래성처럼 와르르 무너지고

공기층이 중간에 없으면 스콘처럼 막만든 반죽 살짝 굳혀서 양생전 시멘트 씹는 느낌인데

첫 입에 성이 와르르무너지되 뒷 편의 점성이 의병처럼 결사항전하며 단단히 방어해준다


보통 파운드케이크 한 개는 음료 없이 다 먹기 쉽지 않을 정도로 쉬이 물리는 편인데

이 파운드 케이크는 시나몬향에 뒤에 분명 무슨 럼주 같은 졸인 청의 향이 느껴진다. 

이게 킥이다


뜨거운 불에 졸여진 그 응축된 맛이 스크류처럼 나선으로 회전한다. 전체적으로 30번 이상의 저작을 통해 입에 반죽이 되어있는데도 탄수화물의 저항을 뚫고 미각 수용체를 향해 향을 쏜다.


맥주 기포가 산탄총, 소주가 라이플이라면 보드카는 코의 점막을 향해 쏘는 거대한 지대공 미사일인데, 그런 도수 센 증류주, 혹은 럼주를 졸여서 만든 것 같다. 진하고 묵직하면서 휘발하는 향을 밀과 유제품의 범벅 사이에 잠시 포박해두어서 씹으면 씹을수록 향이 뭉근하게 흘러나온다.


타르틴은 점바점 메뉴가 다르다던데 샌드위치 같은 프레쉬푸드말고도 메뉴가 다른가? 분명 나는 먹었는데 돌아와서 찾아보니까 못 찾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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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볼레로 보고 왔다


나름 볼레로의 풀버전 지휘신을 마지막에 보여주었으나 관객의 아쉬움이 남을 거다.


왜냐? 카핑베토벤과 아마데우스의 어딘가에서 밸런스가 아쉽기 때문이다.


카핑 베토벤은 영화용으로 편집된 교향곡 9번 합창 1-4악장을 향해 모든 서사가 달려간다. 귀가 먹은 베토벤을 위해 무대 아래에서 지휘해주어 템포를 맞춰주는 여성 더블의 존재의 의미는 스토리를 다 따라오며 이해가 되고, 장애의 한계를 넘는 인간의 노력과 인간의 마음을 고양시키는 장엄한 음악이 더불어 마지막 클라이맥스를 멋지게 장식한다. 지휘자의 표정뿐 아니라 우리가 감정이입해 있는 안나 홀츠(가상의 인물)의 표정과 관객와 성악가 등의 표정을 자주 보여줘서 연주를 보는 맛이 있다. 최종 카운터 펀치로 KO를 시킨 셈


아마데우스는 모차르트를 질투하는 살리에리의 시점에서 두 인물의 드라마에 초점이 있었고 대단한 음악장면을 남기기보다 신킬러에 해당하는 재밌는 부분을 여럿 남겼다. 말하자면 유효한 잽을 많이 날린 셈


그런데 볼레로는 모리스 라벨의 다른 음악은 기억이 안 나고 기계적 관능성을 위한 볼레로 연주를 향해 가는데 풀버전으로 무대영상을 보여주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 곡 이외에 다른 것이 기억이 안 남는다. 카핑 베토벤의 라스트신은 전술했다시피 여러 인물의 표정을 보여줘서 마치 서바이벌 음악프로그램의 방청객과 심사위원을 보는 것처럼 감정이입이 되는데 볼레로는 이다와 라벨 이외는 표정을 잡지 않아 무대 몰입감이 떨어진다. 4명의 여인(+2명의 창부)과의 관계가 있음에도 애정 전선이 밋밋한 만큼이나 음악영화의 서사가 무맛인 편. 음악영화로서는 아쉽다.


드라마로서는 나쁘진 않다. 심리적 압박을 위한 연출감각이 좋다. 화면 오른쪽으로 라벨을 밀거나, 촬영연출을 통해 좁은 문을 통과시키면서 그가 느끼는 심리적 압박을 형상화했다. 다만, 이다에게 줄 스페인풍 발레곡을 써야한다는 압박이 별로 안 느껴진다는 것이 함정. 연출은 좋은데 플롯상으로 살지 않았다. 왜냐. 권력관계로 찍어눌러진 것도 아니고, 이다가 그저 20통의 전보 10통의 편지를 보내어 재촉한다는 정도, 혹은 그녀가 조금 부담스러운 캐릭터라는 정도인데 어차피 모리스는 여러 여성편력이 있어서 딱히 이다가 무게감있게 느껴지지 않는다. 


중간에 마르그리트가 이다로 바뀌는 치매장면은 <더파더>에서 잘 따온 것 같다. 평론가에게 복수하는 부분은 글쎄 올시다. 속이 좁다라고 밖에.


자신은 기계공장의 노동자의 리듬을 생각하고(MMCA 올해의 작가상 양정욱?) 작곡한 곡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애초에 이다는 관능적인 곡을 주문했고 중간 브리핑에서도 단선4음계 스페인풍의 관능성이라고 말해놓고 나중에 바빌론의 음녀라고 곡을 망쳐놨다고 딴 소리를 했다. 그러고서 사람들이 좋아하고 박수치고 칭찬하자 태도를 바꾸어 우쭐대는데 그제서야 악평한 평론가에게 소심하게 말대꾸하니 적절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라벨은 엄청 징징댄다. 섬세한 창작자 주변인물은 참 힘들겠다 싶다. 개인적으로 창작자와 친해지고 싶지 않은 이유다. 작품으로만 만나야 관계가 깔끔하고 좋다. 개인적 친분이 생기면 사적 관계가 작품 해석을 방해한다


나 끝이야! 죽음이야! 하고 징징대는 라벨에게 마르그리트가 bien sûr 어이없어하는 대사를 "행여나"라고 잘 번역했다

이다가 라벨에게 vilain flâneur라고 하는데 직역하면 빌런+도시산책자 즉 한량, 말썽꾸러기 철부지다. 칭찬쟁이 나쁜 남자라고 번역했다. 그것도 나름대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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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 한미삼청에 다녀왔다. 오늘 매그넘 포토북 전시가 열렸다. 9월까지 하니 여유있는데 시간을 쓸거라면 북촌 다른 갤러리처럼 잠깐 스쳐지나가는 게 아니라 1시간 이상은 잡고 오자. 위치도 통일부 근처 북촌 제일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야하거니와 전시 자체가 포토북 시리즈라 책을 직접 하나씩 펼쳐보아야 관객경험이 온전해진다. 티켓가격도 1만 5천원이니 10분 보고 나가기엔 아쉽겠다


5월 말에 서울북서울 미술관 근처에 최초 사진전문관이 생긴다. 회현역 피크닉 안국역 뮤지엄한미와 공근혜와 국현미 정도를 제외하고는 좋은 사진전이 많이 없었는데 반가운 소식이다


모두가 고화질 사진을 손쉽게 찍고 저장편집업로드할 수 있는 시대에 여전히 사진은 예술로서 유효한가? 

한때 많은 초상화가의 일거리를 뺏고 위용을 한껏 자랑하던 사진의 지위가 디지털시대에 언뜻 하락한 것처럼 보인다. 허나 순간의 감정을 기록해 자서전적 일기를 서술하는 보조매체로서, 그리고 쉬이 잊혀질 역사적 시공간을 기록하는 보도매체로서 사진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친구의 5월 버킷 리스트에 있는 소수 예약제 거주공간 리모델링 갤러리 엑스라지에서도 볼프강 틸만스에게 영감을 받은 작가의 전시가 열려 콜하우스 건축적 아이디어, 사이키델릭, 중간장소 밀리외, 추상화로부터의 신체성 같은 WT의 아이디어를 실험하여 전자의 예시가 되고 있고, 뮤지엄한미삼청에서는 국내국제문제를 탐사한 르포사진작가들의 포토북을 볼 수 있어 후자의 예시가 되고 있다.


북마케도니아, 이란, 개방전 중국농촌, 미주리 시골, 재즈바, 아프리카, 수녀와 창녀/사제와 마피아처럼 성과 속이 공존하는 남부 이탈리아, 아프간, 중남미, 남아프리카 아파르트헤이트에 콩코드까지 스펙트럼이 어질어질하고 개별적으로 학위논문 주제가 될만큼 막중하고 첨예한 사안이다. 특유의 잡지 종이 내음새가 나는 포토북을 하나씩 둘러보면 사회문제를 기록하는 사진작가들이 직조한 네러티브를 톺아보고 그들의 화두를 일별해볼 수 있다.


얼마나 우리가 인류전체의 아젠다에 유리되어 있는지도 알 수 있고..


아프리카 고급호텔이 다이아몬드와 광물의 밀거래 교섭 장소로서 쓰이는 동시에 인생 단 한 번 결혼식 스팟으로 일반인의 꿈이라는 부분이 인상깊다.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수많은 이해관계가, 다른 말로는 많은 이들의 꿈과 목표가 한 공간에 얽혀있다.


보통 우주비행과 달탐사하면 미국이나 소련 등 패권국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잠비아의 우주 프로젝트도 인상적이다. 한 교사가 실행했으나 결과없이 끝난 도전인데 아프리카와 SF를 함께 생각해본 적이 없어 특이했다


전시 자체는 포토북 설명문으로 가득 차 있어서 중간 회랑에서 포토북을 읽는 게 메인인 전시다. 우리보다 더 큰 공동체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다. 영원히 만날 일 없었던 이들과 그들이 이 땅에 숨쉬고 살았던 시간을 보존해주어 사진으로마 대면하게 해 준 매그넘 포토그래퍼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625 한국전쟁시 밥 먹던 장면이 찍힌 이 아이는 이제 할머니가 되었겠지. 조선의 전근대, 개항과 개화와 산업화의 근대의 기억이 화장되어 사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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