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기 오감발달 꿀꿀 음매! 손가락 사운드북 우리 아기 오감발달 사운드북
샘 태플린 지음, 애일리 버즈비 그림 / 어스본코리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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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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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미술관에 다녀왔다. 5.23-29까지 아주 짧은 기간만 AI전시를 하고 있다. 굿모닝 미스터오웰전. 백남준 아트센터가 좋아할 법한 제목이다.


공모전 선정 작가(juried artist from open call) 8명과 초청(invited) 작가 7명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팀 소속 작가를 분별해서 대략 국내 12명, 해외 9명이다. 시청각처럼 갑자기 일몰경 하루 오픈한다고 인스타에 올리는 그런 갑작스러운 개막은 아니지마 국제학술회의와 함께 진행하느라 1주일 남짓만 진행해서 많은 이들이 보러가기엔 다소 타이트한 스케쥴이다.



생성AI로 속담을 시각화한 작품이 인상깊다. 번갯불에 콩 구워먹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은 잘 표현했다. 그러나 딥러닝은 문장 내에 사회적 함의가 있거나 과정이 포함된 프롬프트는 적절하게 시각화하지 못하는 듯 보이다. 예컨대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이라는 속담을 우리는 옛 연초 담뱃대를 생각하지 8cm길이의 현대 담배를 꼬나문 호랑이를 상상하지 않는다.


중간 진행과정이 포함된 속담도 2D평면 스틸컷에 잘 표현하지 못했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3살과 80살의 습관이 이어짐을 나타내지 못했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소를 잃고 고치는 이미지가 어그러지고 빠개지고 버무러져있다. 인간 만화가처럼 한 컷에 표현하지 못했다. 아직 인간 예술가가 우위에 서있다는 반증. 평면에 어떻게 시간의 경과와 사회적 함의를 나타낼 것인가? 한 컷에 어떻게 과정과 깊이를 표현할 것인가? 를 고민해보자


이외에도 당신과 신이라는 문화적 어휘를 딥러닝 프롬프트가 어떻게 다루는지 고민하면서 만든 디지털 프린팅 연작은 살점을 지닌 인간의 뒷모습이 사실 AI였다는 반전이 숨어있다. 현 백남준 아트센터의 젊은 작가전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에서 김호남 작가가 <해저 광케이블을 위한 에코챔버 시스템>를 통해 백남준의 위성TV에 의하 동시성과 미세한 버퍼링을 시각화했듯 서울대 미술관에서 김규남 작가는 2023년 12월 7일 방영된 전세계 뉴스를 모두 중첩해서 보여주어 미디어를 낯선 방식으로 제시한다. 택배상자를 열어보니 AI 얼굴이 깜짝하고 말을 거는 기괴한 작품도 있고, 북극곰 털가죽 위에 누워 30분 동안 전문가들의 터무니 없는 북극곰 보호 이주 계획을 듣는 작품도 있다. 곰을 풍선으로 부풀리고 지구가 회전할 때까지 기다린다거나 물개로 북극곰을 유인한다거나 운송비 절감을 위해 곰을 다이어트시키자는 등의 허무맹랑한 대화인데 영어로 말해서 프로페셔널하게 느껴지는 것일 뿐 블랙코미디다.


다소 아쉬운 부분도 눈에 띈다. NFT는 이미 메타버스와 함께 팬데믹 때 일시의 광란이 끝나고 유효기간이 끝난 이슈인데 이를 가지고 오염된 토양의 정화에 이더리움 블록체인으로 토큰을 부여하는 작품이나, 섬유에 16mm, 35mm 옛 필름조각을 바느질한 작품이나(전시기획과 무슨 관련이 있지?), 디지털 게임공간에 어떤 말을 마이크에 대고 말하면 뭔가가 나오게 되어있는 작품은 전혀 구동이 되지 않아 무엇을 표현하려고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전시공간을 지하 2층까지 풀로 사용한 이전 무기세전과는 달리 전시장이 비어보이고 B1-B2에는 작품이 없어 벽에 로고마 페인팅되어있는 점도 아쉽다.


더욱 아쉬운 부분은 기획사에서 AI시대가 공식적으로 시작되었다고 설득과 근거없이 공표하다는 것. 그리고 영어번역이 많이 어색하다는 점이다.


미래future, 기술techonolgy, 생각thoughts, 영화movie같은 단어가 너무 많이 반복된다. 일부 문법 오류도 눈에 띄고 맥락에 어긋난 표현도 눈에 띈다. 스타일, 톤앤매너도 다듬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백남준과 오웰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다.


개중 하나만 짚어보자면

전염병, 전쟁, 차별은 어둡고 지난한 삶의 모습이다

Pandemics, wars, and discrimination are dark and arduous aspects of life


이 문장은 한국어와 같은 고맥락 언어에서는 의미가 통할 수 있어도 외국어로 표현해서는 그 속뜻이 다 전해지지 않는 갑툭튀 문장이다


일단 arduous는 고급어휘책에 나올 법한 대학수준 어휘는 맞지만 다들 토플공부하다가 difficult의 동의어로만 외우고 그 맥락이 physical or sustained effort라는 점은 간과한다.

그래서 차별 같은 추상적인 아이디어에는 쓸 수 없다.


대신 혼란스러운chaotic, 깊은profound, 다면적multifaceted가 차라리 낫고

remain some of the most difficult and urgent challenges of our time

confront us with profound and unresolved questions about the human condition

같은 말로 풀어써야한다.


아니면 아예 These are emotionally exhausting, morally painful, and deeply distressing aspects of life라고

정서적으로 지치고, 윤리적으로 고통스러우며 매우 골치아픈 문제라고

더욱 더 세밀하게 풀어 서술해야한다.


"삶의 고된 문제다", "이 문제는 다루기 어렵다" 그러나.. 이렇게 시작하는 한국어 번역투 영어논문이 너무 많고 그럴 때마다 가끔 지친다.


명사를 나열한 주어를 유지한 채 뒤만 바꿔보자면 이런 식으로도 대안이 있다

Pandemics, war, and discrimination

1) cast long shadows over human life

2) are some of the most harrowing and destabilizing forces we face

3) represent painful, enduring struggles that continue to shape our present

4) remain some of the most painful and persistent challenges in our li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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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5-05-28 1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혹시 KAIST 미술관에는 다녀오셨나요? 작년에 개관했어요.

글을매일씁니다 2025-06-02 17:04   좋아요 0 | URL
어떤 블로그를 통해 알고는 있었는데 도저히 대전까지 갈 여력이 없어서 못 가고 있었어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블로그는 댓글알람이 없어서 늦게 봤어요
 
용기론 -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
우치다 다쓰루 지음, 박동섭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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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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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안갤러리에서 하고 있는 윤종숙전(5.15-6.28)


어떤 원로 작가분이 유영국풍이네~라고 하셨는데 그렇게도 보여요 북촌이 아기자기한 갤러리가 많다면 서촌은 공간감이 있는 갤러리가 4개 있는 것 같아요


한강작가로 유명해진 독립책방 근처에

아트사이드, 아트스페이스3, 시몬+그라운드시소서촌

조금 위에 리안까지


국현미가 북촌에서 공간감 있는 갤러리 원탑이라면 서촌에서는 이 4곳이 경복궁 좌우로 균형을 잡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리안과 시몬은 점잖다는 생각이 드네요. 광고하지도 과하게 드러내지도 않고 오픈했는지 안 했는지도 모르게 유럽 별장처럼 철문이 닫혀있는데 막상 열면 또 두부자르듯 스르륵 열리고 안에는 뭔가를 또 하고 있어요. 공간은 넓고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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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 스페이스 윌링앤달링에서 이세준전-(-6.8)을

성북 우손갤러리에서 최병소전(-6.21)을 하고 있다


이세준은 작년 송은미술대상을 받았던, 풍경이 아닌 형광색의 풍경화를 그리는 작가고

최병소는 성능경, 박서보와 함께 언급되는 한국 60-70년대 실험미술기의 원로작가다. 연필로 종이나 신문 위에 거의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반복해서 그린 노동집약적 작품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두 전시다 사람이 별로 없다.

SNS에 많이 언급되지 않아 전시를 하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

전시된 작품도 오래 시간을 두고 감상할만큼 작가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여럿 보여주기보다

대표적 테마 하나를 모티프로 한 작품 다수가 걸려있다.

모처럼 시간을 들여 멀리까지 와서 휙 보고 나가는 사람도 많은 듯하다


한 예술가가 불과 작년에는 신문, 잡지, 기사, 소셜미디어 등 여러 매체에서 다루어질 정도로 유명해졌다가 같은 작품이 다음 해에는 대중의 뇌리에서 잊혀진다는 아이러니에 대해 생각해본다. 같은 모티프로 충실하게


매일의 그림노동을 하고 있는 작가가 어느 해에는 원로작가로 인구에 회자되고 어는 해에는 존재가 망각되는 아이러니에 대해 생각해본다.

뿐만 아니라 뮤지션, 배우, 영화감독, 만화가 모두 마찬가지

같은 작가와 작품인데 시절에  따라 반응의 뜨거움이 다르다.


사람들은 생애주기에 따라 청년기에는 좋아했던 작품이 노년기에는 싫증나기도 한다. 처음 접할 때는 별로였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더욱 좋아지는 작품도 있다. 브랜딩이 잘된 전시, 모두가 보았다고 하는 작품, 베스트셀러는 나도 질세라 가서 보기도 한다. 작가가 천착하고 있는 주제가 너무 시대를 앞서나갔다고 평가받기도, 너무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평가받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트렌드에 맞춰서 변주해야할지, 아니면 지속해야할지 고민이 되는 순간이 작가에게는 자주 찾아온다. 특히 바이럴을 잘 타서 유명세를 쉽게 얻은 동료나 후배를 보면 자신의 작업이 의미없다고 형편없다고 생각하게되기까지 한다.


바이럴이 바이럴을 낳는 것은 말콤 글래드웰이 말한 부익부 빈익빈 마태복음 효과다. 베스트셀러가 베스트셀러를 낳는다. 좋은 학벌이 또 좋은 학벌을 낳고, 첫 커리어의 시작이 대기업이면 더 승진해서 올라가며, 유명화랑에서 전시를 시작하면 계속 협업요청이 줄을 잇는다. 그 컨텐츠와는 크게 상관없다. 아름다운 외면과 세련된 형식이 피상적 소비에 더 적절하다. 어차피 사람들은 시간을 두고 진중하게 내용까지 들여다볼 시간이 없다. 특히나 내일이면 휘발되는 SNS 트렌드라면 더더욱.


학자는 오랜 연구와 독서를 거쳐 책을 힘들게 써서 100부를 파는 것이 고작이고, 역자는 원문장과 오래 씨름하여 2차창작을 하지만 1000부를 파는 것이 고작이지만, 이미 유명한 셀레브리티나 정치인은 대필작가를 통해 책을 꾸며 10만부 20만부씩 판다. 출판사로서도 20억 40억 벌 기회를 놓칠 수 없을 터. 유익하고 좋은 책보다 쉽게 팔리는 책이 더 이득인 법이다. 호재를 놓칠쏘냐. 문제는 이 대중의 관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트렌드에 접속하는 게 운의 영역이라는 점이다. 완벽한 예측은 힘들다. 대중이 왜 이 키워드에 관심을 갖는지 경향성은 알아도 다음 주제까지 파악하긴 힘들다. 기획자가 트렌드를 예측해서 한 발 앞서나가도 풍선을 누르면 다른 부분이 튀어나오는 것처럼 다른 트렌드가 나오기도 한다. 이것은 주식투자도 마찬가지.


만드는 자, 작가는 대중과 나 사이에서 어떻게 밸런스를 맞춰야하는가? 시대와 나는 유리되야하는가 아니면 호흡해야하는가? 널뛰기하는 대중의 관심을 컨트롤할 수 있는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가? 혹은 지속적으로 기관과 커뮤니케이션하며 언론노출을 생활화해서 퍼스널브랜딩을 유지해야하는가?


아일랜드 독립운동을 공로로 76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코리건과 윌리엄스의 엇갈린 행보를 유념해보자. 상금을 전액 기부하고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코리건과는 달리 윌리엄스는 상금을 축재의 수단으로 삼고 사업가와 결혼했으며 역사적 운동을 브랜딩화해서 세계를 돌아다니며 강연을 하고 유명인사를 만나 교류해 평화운동의 상징을 팔았다. 높은 위치에너지인 명예가  돈이라는 운동에너지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잘 포착한 영리한 행보이자 아일랜드 독립운동의 중요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환기시켰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역사적 사건은 반복할 수 없기에 이미 지나간 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것과 매일 새롭게 무언가를 다시 만드는 것은 같지 않다. 창작자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야하기에 만드는 과정 자체를 사랑해야한다. 브랜딩에만 집중하게 되면 새로운 것이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 역사의 한 시기를 재탕하고 우려먹어야하는 윌리엄스와는 사정이 다르다.


이세준과 최병소의 공통점은 그림 그리는 과정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그림 노동 자체를 좋아한다고 했다. 나무의 셀룰로오스 화학구조가 붕괴될정도로 흑연으로 같은 스트로크를 반복하는 과정에는 일종의 숭고함마저 배어있다. 누가 알아주든 주지않든 삶 속에서 지난한 노동을 반복해야한다. 사각사각, 흑연으로 그 표면이 반들반들 새까맣게 될 때까지 스케치해야하다. 형광색과 파스텔톤을 섞어 존재하지 않으나 있을 법한 오브제를 창조해 자신의 세계를 캔버스에 펼쳐내야한다. 매일, 그리고 매일. 왜냐하면 포착할 수 없는 트렌드와는 달리 만드는 자의 하루는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며, 그 하루의 루틴을 잡아 쟁취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인지할 수 있고 운용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기. 그러다가 운에 의해 트렌드와 맞아떨어질 날이 올 수도 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노동하는 매일이 주는 삶의 행복은 나 자신만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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