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 유괴단의 작품들을 주목하고 있다.


해학이 넘치는 풍자, B급 병맛 개그, 풍부한 밈 활용과 온갖 미디어 레퍼런스의 찰진 패러디, 이중 메시지, 혼란의 카오스 속 한 스푼의 진실


맥락과 재미를 추구하는 최상급 ENTP들이 모여 만든 작품들 같다. ENTP는 높은 확률로 이런 풍자컨텐츠를 좋아할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일본애니 마법전사 쿠루쿠루, 한국웹툰 FFF급 관심용사, SNL시리즈, 미국영화감독 퀜틴 타란티노 등은 모두 B급으로 위장한 S급인데 한 장르나 문화에 대한 깊은 내적이해를 공유해야 가능한 유머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즉각적 유머에 기반한 심형래식 슬랩스틱 코미디를 좋아하면 범죄도시 시리즈물로 갈테고 그런 네러티브는, 풍자물과 달리 상당한 배경지식과 문화 감수성과 높은 인지 능력이 필요없다.


약간 공부가 필요하다. 시험공부가 아니라 패러디 대상을 이해해야 ENTP가 좋아하는 패러디를 이해할 수 있다. 그 레퍼런스의 세계는 고전, 신화, 철학 같은 레거시 교육콘텐츠뿐 아니라 뉴스, 사회이슈같은 사회적 트렌드와 커뮤니티밈과 해당 장르 문법까지 망망대해를 아우른다. 이 모든 것을 종횡무진할 수 있어야 웃음이 터진다. 문화권 안의 내부자의 시각에서 읽어야 재밌고 그럴려면 오래 살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말을 듣고 보고 느껴야한다. 전공필수를 이수해야하는, 선수과목이 필요한 4학년 선택과목인 셈.


그냥 고맥락적이기만하거나 덕지덕지 레퍼런스 범벅이어서는 안되고 크레셴도형 반복 개그와 비언어적 신호도 관건이다. 장원영의 미묘한 표정도 중요하고, 장원영에서 박정민으로 바뀌면서 서사 흐름이 반어적 전환되는 것도 핵심이다.


또한, 지금 만나러 갑니다 피자헛 광고에서 보이는 뇌절에 뇌절을 잇는 반복 개그는 처음에는 웃지 않더라도 끝까지 밀고 가니까 계속 학습된 레퍼런스때문에 웃음보가 깔깔 터질 수 밖에 없다. 알아야 터지는 참조성 유머인 것이다.


이런 비슷한 풍자식 개그는 당연히 미국의 스탠딩 코미디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Aries Spears의 흑인노예 빙의개그, Trevor Noah의 인종차별 패러디개그가 대표적이다. 이 역시 역사와 문화를 알아야 웃기다. 맥락을 모르면 사람들이 왜 웃는지 이해할 수 없다.


프랑스는 철학적인 나라라 신문 중에서 le Canard Enchaîné 르 까낳 앙쉐녜라는 감각적 형태가 비슷한 사례가 생각난다. 신문사 이름은 직역하면 묶인 오리인데, 오리는 황색 찌라시 신문을 뜻하므로 속박된 B급 풍자신문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둘 다 읽고 웃는 동시에 속이 시원해지는 풍자 콘텐츠다.


선택적인 망각증: 정치인이 기억은 잊지 않아도 보너스는 잊지 않았다라든지, 기후위기 장관이 출퇴근은 비행기로 한다든지 등, 내부자 코드에 기반한 언어유희를 통한 현실 풍자인데 글자 중심이다 보니 시적 라임도 보인다.


프랑스는 시사 뉴스 기반의 문어체 신문이고, 한국은 겉으로는 영상광고 기업인 미디어라는 점에서 전달 및 표현방식만 다를 뿐 고맥락 풍자매체라는 점은 같다. ENTP가 좋아할 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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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의 세계사 대모험 25 - 멕시코 편 : 태양의 나라 설민석의 세계사 대모험 25
설민석.김정욱 지음, 박성일 그림, 정혜주 감수 / 단꿈아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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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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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사진은 시간을 두고 오롯이 바라보고 있으면 처음엔 보이지 않던 요소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부산 고은 랄프깁슨 사진미술관에서 예술이 된 일상의 단편 전시를 했었는데 대부분 작품에 두 사진이 병치되어있다.


언뜻 봤을 때는 달라보이지만, 찬찬히 뜯어보고 있으면 무의미한 나열이 아니라 의미가 돋을새김된 페어링으로 새로이 이해된다. 왜 예술사진이며, 왜 예술사지은 미술관에 걸려 음미의 대상이 되는지 이해된다. 스쳐지나가는 사진이 될 수 있었지만, 안목있는 사람의 눈에 솜씨좋게 페어링된 사진이 눈에 띄며 구도, 음영, 의도 등 여러 측면에서 분석의 대상이 된다.

예를 들어 유리창 너머 병사와 커튼 너머 기하학적 문양의 바닥이 보이는 사진이 있다.


일단 인물과 무생물의 대립으로 보이지만 대상이 다른 사물과 얼마나 가깝냐도 비교의 포인트다. 왼쪽 사진은 인물이 유리창 앞으로 전진배치되어 있어 피사체와 카메라가 가깝고, 오른쪽 사진은 기하학적 패턴의 바닥이 멀리 위치해있고 사람이 사라진 공간을 보여준다. 마름모꼴의 격자무늬가 공통적으로 확인되지만 왼쪽은 유리창에 선으로, 오른쪽은 바닥에 그리드로 표현되어 왼쪽은 투명한 중개를, 오른쪽은 밀도 있는 물성을 표현한다. 왼쪽은 근경의 다소 거친 질감의 서늘한 빛이 반사되는 유리창과 그 너머의 인물의 부드러운 실루엣을 표현한다. 오른쪽은 근경의 부드러운 커튼과 그 너머의 단단한 바닥 타일이 구도와 질감의 대비를 이룬다.


병사의 얼굴은 입자감 있는 검은점들로 가려져있고 오히려 바닥쪽이 더 시원하게 인식된다. 시선이 유리를 투과했으나 가까이 있는 대상은 완전히 인식될 수 없고, 시선에서 멀리 있는 바닥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병사의 시선이 왼쪽에 있고 유리창 프레임이 살짝 보이게 한 배치는 오른쪽에 위치한 커튼에서 왼쪽의 바닥으로 시선이 옮겨지는 구성과 닮았다.


시선의 반투명한 차단도 감상의 대상이다. 유리와 커튼은 시야를 가리기도, 매개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시각적 필터다. 유리는 대상을 투영해 보여주지만 물리적으로 접근을 제한하고, 커튼은 대상을 가리지만 접근시 물리적으로 방해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유리는 언뜻 직접 보기의 가능성을 제시하지만 보는 이의 다가옴은 제한한다는 점에서 심리적 친근함과 물리적 방해를 상징하며, 반대로 커튼은 직접 보기의 불가능성을 시사하지만 보는 이의 다가옴은 제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심리적 규제와 물리적 환대를 상징한다. 그러나 둘 다 모두 공간 너머를 암시하는 구조를 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흔히 일반적으로 시각은 진실에 접근하는 수단으로 받아들여지다. 실재 존재하는 사물을 시각으로 감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두 이미지는 시야의 방해물이 오히려 서사를 풍부하게 만들 수 있음을 암시한다. 유리, 커튼, 혹은 반사 등의 여러 요소가 시선을 제약하면서 상상력이 개입할 여지를 열어준다. 이는 보는 것만이 아는 것이라는 근대적 인식론에 대한 나름의 도전과 비판이기도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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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어느 원로 미술가님께서 글이 좋은데 음성으로 들어야 접근성이 좋으니 내 글을 그대로 스크립트화해서 AI음성으로 읽어주는 유투브를 해보라고 하셨다.


이런 조언을 근 1달간 3번이나 들었다. 경영학적 마인드가 빛나는 한 친구도 글맛이 있으니 출퇴근시 차량에서 들어도 좋다고 했고, 작은 글씨의 글을 집중해서 보고 있으면 힘이 드니 오디오북을 들어야 더 편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첫 여름, 완주의 듣는 소설도 개인적으로 인사이트가 있었고..


본래 유투버가 될 생각은 없었다. 열심히 박물관 미술관 갤러리 다니면서 출근/출산/육아/학업/지방거주/장애 등 여러 이유로 국내외 전시를 못 가는 사람들을 위해 깊이 있되 재미도 있는 답사기를 쓰려고 했다.


이제 그 길을 가는데 유투브가 도움이 된다면 이제 해봐야할 타이밍인가 싶기도 하다. 올찬 목소리로 읽어주는 글을 널리 퍼지게 하기. 좋은 글을 쓰고 싶다뿐 아니라 어떻게 많이 읽히게 하느냐도 동등하게 중요한 화두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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