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역 아르코 미술관에 다녀왔다.


전시 기획은 거창하다. 탈-인류세, 지역 토착민의 장소성, 근대적 세계인식의 극복, 인간중심이 아닌 비인간, 비유기적 존재를 모두 포함하는 행성적 관점, 대만학제간 리서치 플랫폼과 협업 등


모두 시의적절한 테마인데 다소 과유불급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고 싶은 게 많은 초년 기획자일까 싶다. 물론 열정은 탄복할만하다. 하나하나가 박사논문 주제일정도로 다 중량감이 있다.


2층의 지질학적 베이커리가 가장 인스타그래머블하다.


작가가 안데스 산맥을 여행하면서 본 산의 절단면이 빵의 절단면과 비슷하다고 생각해 빵을 실제로 구워 지질에 비유해서 전시해두었다.


"최초의 마들렌은 진짜 조개껍질에 구웠으리라!"하고 정말 조개껍질 위에 구운 마들렌

마트료슈카 인형처럼 빵 안의 빵을 만들어놓은 한 원자 속의 우주

빵을 이쑤시개로 연결해 분자구조식처럼 만들고 고분자빵

도시지질학의 분자빵: 각기 다른 침수율의 보도블럭빵

버터를 유황가루에 비유

배식대 위의 현무암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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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역의 역사 안에 오재미동이라고 하는 특이한 갤러리가 있다.


네이버 지도를 보고 처음엔 역사 바깥인 줄 알고 나가서 도로명지도를 보면서 한참 헤맸다. 바깥에서 찾는 것을 단념하고 혹시 역안에 있나 싶어서 찾아 보니까 아니나 다를까 역사 안에 있었다.


좋은 점은 비행기 경유지처럼 3-4호선 환승하면서 잠깐 들리기 좋다는 점, 나쁜 점은 올해 12월 운영종료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영화의 역사라는 전시제목으로, 영화 오프닝, GV, 제작사 사무실 풍경 등을 드로잉으로 그린 작품이 있다. 물끄러미 보고 있으닌 20-21세기를 풍미했던 영화도 사진기처럼 한 때 한 시절의 매체로 저물어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영상매체가 유투브, OTT, 스마트글래스 등 다른 매체로 진화하고 어떤 특정한 방식으로 제작하던 환경은 많이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지난 전시가 제일 재밌었다. 환풍구의 먼지들이 서로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영상작품. 환풍구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리고 때에 맞춰서 점프하는 장면이 인상깊다. 낡은 커피 자판기가 변해버린 까페 트렌드를 한탄하며 과거 좋았던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도 재밌었다. 자판기를 나이든 노동자로 의인화해서 비인간 행위자 입장에서 이야기를 꾸몄다. 대사가 맛깔스럽고 비유가 참신했다.


생산자(프로듀서)와 소비자(컨슈머)를 합친 프로슈머라는 말이 인구에 회자되었던 적이 있다. 사실 별 뜻은 없는데 경영학, 커뮤니케이션학에서 바이럴시킨 용어다. 결국 사람들이 많이 소비하면 제작자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제작까지 가게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사람들이 영화를 많이 보다가 스스로 영화제작자가 된다. 유투버가 되어. 

TV를 많이보다가 스스로 아나운서, PD가 된다. 라방 등으로. 

시청도 소비의 일종이니, 시청경험이 많이 쌓인 사람들은 기술, 장비와 플랫폼만 갖추어지면 얼마든지 컨슈머에서 프로듀서가 된다. 더 좋은 프로듀싱을 할 수도.


KPOP도 무대, 노래, 댄스를 많이 보다가 그렇게 되어가는 것이고, 그림도, 글도 다 그런 수순을 밟는다. 앞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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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포 투
에이모 토울스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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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시즌3 리뷰 추가


11. 매체가 발달하면서 연출방식이 공진화한다.

삐삐→공중전화→메시지 길이 제한 피쳐폰→스마트폰+GPS로 진화하며 커뮤니케이션과 만남의 방식이 변화하고, 이에 따라 영화의 연출방식도 달라진다고 이전 포스팅에서 말한 적 있다. 확실히 삐삐 보내고 언제올지 모르는 사랑하는 이를 다방에서 기다리는 모습과, 메시지 알수 제한으로 시적으로 축약해서 문자를 보내야만 했던 시절의 감정은 시시때때로 전화를 걸고 GPS로 상대위치 감시하고 글자수 무제한으로 양껏 보낼 수 있는 지금의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다를 수 밖에 없다.


https://blog.aladin.co.kr/797104119/16540541


12. 코로나 시대 이후로 들어온 것이 있다면, 줌회의 화면때문에 등장한 화면분할이다. 이번 오겜3에서는 VIP4분할, 밀어내기 게임 전 세미파이널리스트 9분할에서 등장했다. 이전에는 게임 시네마틱컷 같은데서 일부 등장했었는데 이제는 여러 차례 등장한다. 


팬데믹 이전에는 많이 없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기억에 댓글부대나 타겟 같은 영화 혹은 블록버스터 무비에서 있던 것 같은데 어쨌든 최근 영화다.


13. 매체가 발달하면 사람들의 지각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에 시각매체의 표현언어도 공진화하는 것이다. 또 다른 예시로는 버즈아이뷰나 부감샷이 있다. 비행기로 도시를 위에서 내려볼 수 있게 된 이후로 연출에 등장한다. 앨프레드 히치콧의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같은 50년대 영화에서는 있을 수 없는 장면이다. 비행기를 아래에서 위로 보면서 쫓기는 장면만 있다.


14. 최근 등장한 것 같은 뷰는 드론뷰다. 항공기처럼 너무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샷이 아니라 저공비행하며 수평 수직으로 움직이는 뷰다. 블레이드러너에도 잠깐 보였고,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의 아크람 자타리의 베니스 출품작 영상의 첫 오프닝에서도 드론샷으로 시작한다. 드론을 띄우고 도시르 수평수직 저공비행하는 것이다.


15. 만약 오겜3에서 VIP가 재밌었을려면 차라리 반란때부터  봐야했다. 만약 정말 목숨을 시시하게 생각하는 거부들이라면, 참가자를 장기말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냥 게임보다 반란이 더 재밌었을 것 같다. 그런데 대사에서 반란은 언급되지 않고 넘어간다. 주최측이 시스템 안정화를 위해 덮었다고 보기에는 아쉬운 부분이다.


16. 게임이라는 범용성 때문에 완전히 같지 않은 다른 비슷한 계열의 작품이 만들어졌다. 데빌스플랜도 서바이벌 두뇌게임의 연장선이다. 오징어게임 실사판도 있었다. 베트남계 미국 이민국 관리직원이 상금을 거머쥐었다.


영상과 게임과 콜라보는 치즈감자처럼 적절한 조합이다. 오징어게임은 전세계인들에게 한국식 보드게임으로 받아들여졌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오징어가 무슨 의미인지 끝까지 밝혀지지는 않았다. 오징어게임도 보드게임으로서 폭발적 재미의 잠재력은 없다. 그냥 깽깽이의 일환일 뿐. 오겜 실사판도 해군게임 같은 것으로 바꾸었다. 어쨌든 다 보드게임류다. 


단다단도 가장 최근화에서 디오라마를 그렸다. 디오라마에서 게임하는 것은 이미 유희왕때부터 도입된 전략이다. 원피스도 디오라마 비슷한 것들(멀리는 갓에넬, 가깝게는 빅마마)을 도입했다. 보드게임이 영상화되는 사례는 앞으로 많아질 것 같다. 컴퓨터로 하는 1인칭 스크린 게임은 아무리 이겨도 허무하고 고립된 청년들이 남과 만날 기회가 없는 데 보드게임은 사람과 접점을 만들어주면서 규칙을 배우는 재미도 있고 매번 다른 사람과 할 수 있기에 고립을 벗어나 사람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15. 딱지는 미국에는 없는 한국전통게임이다. 우리나라와 같지 않으므로 다르게 수용된다. 미국인들에게 딱지는 수입된 게임이고 유년시절의 기억에 없는 게임으로, 만들어진 감각이다. 딱지가 아니라 다른 게임이어야 사실 맞다. 하우카의 데이비드 핀처 같은 훌륭한 서스펜스 드라마를 만드는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아예 스핀오프가 더 좋은 작품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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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62518310000706

오늘자 한국일보 재밌는 기사



빛 광을 번쩍(피카)로 읽고

우주의 주는 원래 츄니까

우리 아이 이름을

광주(빛나는 우주)라고 한자로 쓰고

음은 피카츄로 읽어달라는 일본 엄마들


주인공이라고 한자로 쓰고 음은 히로(히어로 hero)도 있고

마음 심은 코코로이고 사랑 애는 아이인데

둘 다 뒷 글자를 떼어서 코코(로) + 아(이) 코코아라고 해달라는 경우도 있다


남자 남=아담


지금 금은 원래 이마인데, 영어로 now 나우로 읽고

사슴 록(시카)에 더해 나우시카(지브리 영화)라고 읽기도한다


언젠가 일본에 자기 아이 이름을 악마라고 지어서 논란이 된 기사도 있었던 게 기억난다


한국은 더이상 한자를 사용하지 않고 한글이 가독성이 좋고

중국은 한자를 사용하고 한자에 음이 붙어있어서 다르게 읽을 여지가 아주 많지는 않은데

일본은 한자에 음이 여러 개 붙어있어서 이런 현상이 생긴다



참조: 창의한자관련 옛 포스팅


https://blog.aladin.co.kr/797104119/16313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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