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라딘 26주년, 결산 영수증을 보니 내가 좋아하는 출판사는 일본만화 번역전문 출판사 대원이다. 원피스 같은 시리즈물 100권짜리 구매로 갯수가 많이 카운트되었다.
하지만 2-3위는 사실상 같은 출판사고 합치면 대원보다 더 많다. 프린스턴대 출판사다. 같은 1권이라도 만화보다 독서시간이 훨씬 오래 소요되지만, 피어리뷰로 검증된 대학출판사에서 나온 영어원서만의 깊이가 있다.
그중 가장 정수로 꼽을 수 있는 책은
2005년에 프린스턴대 출판사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며 나온
100권의 책으로 보는 100년(A Century in Books)이다.
프린스턴대 출판사가 출판한 8천 권의 책 중
가장 정체성을 잘 드러내고 독창적이고 오래남을 100권의 책을 엄선했다.
리스트가 어마무시하다. 지성사의 결정적인 전환점이 될 책투성이다.
한 책 한 책 다 영웅 레전드급이다.
한 출판사가 이런 대작을 다 보유하고 있었다니 새삼 경탄스럽다.
1922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의 의미로 시작해
1931년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모던 건축
1940년 불완전성 정리와 연속체 가설로 유명한 괴델의 집합론
1943년 도상학의 거장 파노프스키의 알브레흐트 뒤러의 생애
1944년 폰 노이만과 모겐슈타인의 게임 이론과 경제행동
1945년 칼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
1953년 오이어바흐의 미메시스
1955년 한스 바론의 초기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위기
1957년 문학비평의 노스럽 프라이와 김영민 정치사상교수가 자주 언급하는 1957년 칸토로비츠의 왕의 두 신체
국제정치학과 외교사의 명저 1956년 외교관 조지 캐넌의 미소관계 분석
1963년 밀턴 프리드먼과 안나 제이컵슨 슈와츠의 미국금융/통화사
1966년 진화생물학의 거장 조지 윌리엄스의 적응과 자연선택
20세기 최고 막시스트 비평가 프레드릭 제임슨, 유대종교학의 거숌 숄렘, 신화학자 조셉캠밸, 지성사의 포칵, 인ㄴ류학자 극장국가 느가라의 킬리포드 기어츠, 그렇게 계속 가다가 마지막에 스티븐 호킹도 나온다.
일일히 다 언급할 수가 없을만큼 거장들이다.
무분별한 마케팅으로 그 의미가 퇴색되고 오염된 거장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이다.

책은 한 페이지에 한 꼭지로 책의 개요를 설명했다. 깔끔하고 좋은 설명이다.
이런 해제서가 한국 출판계에는 이제 안 보인다.
서울대 권장도서로 인문고전 100선 읽기나 지식여행 출판사에서 일본책을 번역한 경제학, 종교학 세계명저 30선 같은 해제 번역서가 있지만 같은 출판사의 책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