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아이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8
김혜정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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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역 아르코에서 지금 열리고 있는 드리프팅 스테이션 전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 중 하나는 장은만 작가의 달팽이 파라다이스 영상작품이다.


장은만, 〈달팽이 파라다이스 3부작:항해 시작 혹은 마지막 장〉, 비디오 14:35, 2021


영상은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영화에서처럼 한밤의 열대에서 대왕달팽이를 잡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폴리네시아계로 보이는 까무잡잡한 피부를 지닌 대만 원주민 청년이 옷 뜨개질, 채소 다듬기, 장작 떼기 같은 가사노동을 하는 가운데 노동요로서 살짝 살짝 중국어가 섞인 원주민어로 노래를 부른다. 중국어는 지명과 고유명사에서 드러난다. 알파벳으로 음차를 했는데 e가 '으'로 들린다. 알파벳 중에서 e가 가장 음성학적으로 문제다. 아, 이, 에이, 으 등 전세계인이 e하나에 수많은 음을 결합시키고 있다. 영국법처럼 체계가 없는 케이스를 관습에 의거해 분류할 수는 있으나 인도나 방글라데시의 출퇴근길처럼 통제가 안될 정도로 그 가짓수가 다양하다.


노래는 동아프리카의 대왕달팽이가 마다가스카르, 스리랑카, 말레이시아, 싱가폴을 거쳐 1933년 일본 군인들에 의해 당시 식민지였던 대만에 10개가 도착했다는 내러티브를 구체적으로 읊는다.


식용목적으로 들어온 대왕달팽이가 천적이 없는 열대환경에서, 호주의 토끼처럼 기하급수적으로 번식하고 백랑payrang이라고 부르는 한족이 가난했을 때는 원주민처럼 달팽이를 주워다가 요리해 먹었지만 부자가 되니 점액이 꺼려져서 안 먹게 되었다고 말하는 얼개의 내용이 이어진다. 원주민의 관점에서 노래한 역사를 채록한 기억의 정치학이다. 일본제국이라는 외삽된 소수의 지배층이나 전후 한족이라는 또 다른 내생 지배엘리트가 만든 단선적 서사가 아니다.


작가는 달팽이를 주제로 생태, 식민-피식민의 위계, 원주민 소수자 기억을 구술전통으로 복원한다. 달팽이의 로지스틱스를 통해 아프리카와 대만 원주민 문화를 상상의 차원에서 결합한다. 리듬감 있는 노래에 흔들리는 노동하는 몸에 가사는 민속적, 인류학적으로 풍부해 특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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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리움 피에르 위그전이 종료하는 날이다

사람들은 전시 오프닝에만 주목하고 클로징은 신경쓰지 않는 것 같다

전시 시작하고 몇 주, 길면 한두달 바이럴되다가

전시 끌물에는 거의 사람들이 없다.

정말 마지막에 밀리고 밀린 숙제를 하러 가는 사람들이 있긴 있지만.

모네의 수련처럼 왠만큼 유명하지 않고서는 저물어가는 태양에 눈길을 주는 사람이 드물다.

전시의 쓸쓸한 뒷모습.

2025년 봄을 뒤흔들었던 한 전시가 오늘 끝난다.

새로 시작하는 전시들을 쳐내기에도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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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1206418.html



다시 ‘씨너스’로 돌아가보자. ‘유럽의 흑인’이었던 아일랜드인들은 미국으로 건너가 ‘백인’이 된다. 미국 사회의 백인 우월주의에 동화되어 흑인들 위에 군림했고, 일부는 케이케이케이(KKK)에 가담하기도 했다. 이처럼 ‘백인성’이란 단순한 피부색이 아니라 정치적, 문화적으로 구성되고 획득되는 정체성이다. ‘씨너스’는 이런 역사를 뱀파이어가 된 아일랜드인을 통해 풀어낸다. 그렇다, 주크 조인트 앞에 찾아온 이들은 그냥 아일랜드인이 아니라 뱀파이어들이었다.




그러나 동화란 결국 흑인의 문화를 탈취하고 영혼을 빼앗아 무력화하는 과정일 뿐이다. 여기서 떠오르는 영화가 또 한편 있다. 21세기 블랙 웨이브 대표작인 조던 필의 ‘겟 아웃’(2017)이다. 이 작품에서 백인들은 흑인 신체의 강인함과 생명력을 탐하면서도 그들의 주체성이나 경험, 목소리를 철저히 지워버리려고 한다.



모두를 뱀파이어로 만들려는 아일랜드계 미국인들과 뱀파이어가 되지 않으려는 흑인들, 즉 아프리카계 미국인들 사이에 한판 전쟁이 펼쳐진다. 그리고 아프리카계의 블루스와 아일랜드계의 포크가 스크린 위에서 자웅을 겨루게 된다. 이 영화의 장르는 호러가 아니라 뮤지컬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리고 영화는 질문한다. “사악하다”는 것은 누구의 언어인가? ‘씨너스’는 이 단어를 다시 해석하자고 제안한다. 노예제로 인해 삶을 짓밟힌 흑인을 위로했던 건 음악과 종교였다. 음악이 사악한 것일 수 있다면, 그건 그 노래가 노예들을 위로하고, 그들 자신으로 남을 수 있도록 지탱해주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 때문에 주크 조인트란 백인들에겐 지극히 사악한 공간, 두려운 공간이 되었다.



쿠글러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2022)에서 아프리카인과 아메리카 선주민의 이야기를 교차시켰다. ‘씨너스’에 이르러서는 그 위에 아일랜드계와 중국계 이민자들의 역사를 덧붙인다. 지금의 미국을 있게 했으되, 주류 역사에서는 잘 다뤄지지 않았던 이들의 사연을 초자연적 스펙터클과 함께 되살려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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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26주년, 결산 영수증을 보니 내가 좋아하는 출판사는 일본만화 번역전문 출판사 대원이다. 원피스 같은 시리즈물 100권짜리 구매로 갯수가 많이 카운트되었다.


하지만 2-3위는 사실상 같은 출판사고 합치면 대원보다 더 많다. 프린스턴대 출판사다. 같은 1권이라도 만화보다 독서시간이 훨씬 오래 소요되지만, 피어리뷰로 검증된 대학출판사에서 나온 영어원서만의 깊이가 있다. 


그중 가장 정수로 꼽을 수 있는 책은

2005년에 프린스턴대 출판사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며 나온

100권의 책으로 보는 100년(A Century in Books)이다.

프린스턴대 출판사가 출판한 8천 권의 책 중

가장 정체성을 잘 드러내고 독창적이고 오래남을 100권의 책을 엄선했다.



















리스트가 어마무시하다. 지성사의 결정적인 전환점이 될 책투성이다.

한 책 한 책 다 영웅 레전드급이다.


한 출판사가 이런 대작을 다 보유하고 있었다니 새삼 경탄스럽다.

1922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의 의미로 시작해

1931년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모던 건축

1940년 불완전성 정리와 연속체 가설로 유명한 괴델의 집합론

1943년 도상학의 거장 파노프스키의 알브레흐트 뒤러의 생애

1944년 폰 노이만과 모겐슈타인의 게임 이론과 경제행동

1945년 칼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

1953년 오이어바흐의 미메시스

1955년 한스 바론의 초기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위기

1957년 문학비평의 노스럽 프라이와 김영민 정치사상교수가 자주 언급하는 1957년 칸토로비츠의 왕의 두 신체

국제정치학과 외교사의 명저 1956년 외교관 조지 캐넌의 미소관계 분석

1963년  밀턴 프리드먼과 안나 제이컵슨 슈와츠의 미국금융/통화사

1966년 진화생물학의 거장 조지 윌리엄스의 적응과 자연선택

20세기 최고 막시스트 비평가 프레드릭 제임슨, 유대종교학의 거숌 숄렘, 신화학자 조셉캠밸, 지성사의 포칵, 인ㄴ류학자 극장국가 느가라의 킬리포드 기어츠, 그렇게 계속 가다가 마지막에 스티븐 호킹도 나온다.

일일히 다 언급할 수가 없을만큼 거장들이다.

무분별한 마케팅으로 그 의미가 퇴색되고 오염된 거장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이다.


책은 한 페이지에 한 꼭지로 책의 개요를 설명했다. 깔끔하고 좋은 설명이다. 


이런 해제서가 한국 출판계에는 이제 안 보인다.


서울대 권장도서로 인문고전 100선 읽기나 지식여행 출판사에서 일본책을 번역한 경제학, 종교학 세계명저 30선 같은 해제 번역서가 있지만 같은 출판사의 책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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