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그드라실의 여신들 안전가옥 쇼-트 22
해도연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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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쇼트 시리즈 22가 출간되었다. 늘 기발하고, 다양한 소재들을 바탕으로 하고 이야기들이 많아서 이번 작품도 기대를 하고 있던 터였다. 책은 <위대한 침묵>, <위그드라실의 여신들>, <여담, 혹은 이어지는 이야기>등 세편의 이야기로 이루어져있다.

 

<위대한 침묵>에서 지구는 먼 미래에 에너지 위기를 겪게 되며 이로 인해 지구 화성 간 내전이 지속되고 목성계와 토성계의 주민들은 버려지는 비극을 맞이한다. 이 때, 매장된 헬륨3를 채굴해 인류를 에너지 위기에서 구하고자 하는 '인텍 루나'이라는 기업이 나타난다. 인텍 루나는 중력파 기술을 보유하여 우주에 숨겨진 에너지를 찾으려 하고,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우주에서 생명체들이 소통해야함을 주장한다. 이 이야기를 비롯하여 나머지 두 편의 단편을 읽다보니 어쩌면 미래의 지구가 실제로 겪을 수도 있을 법한 그럴싸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인류는 고갈되는 자원에 대한 위기를 인지하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자원을 연구하고 개발 중이다. 또한 우주 속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를 생명체에 관한 호기기심과 연구도 이어지고 있는데... <위그드라실의 여신들>은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의 심해 속 생태계와 그 속에 살고 있는 생물들을 조사하는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SF지만 그럴싸해서 더욱 흥미진진했던 작품이었던 것 같다. 읽는 내내 지루할 틈 없이 흥미롭게 본 작품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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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와 빨강머리 앤 - 명화, 명언과 함께하는 필사 워크북
백미정 지음 / 대경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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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는 순간 '고흐 그리고 빨강머리 앤'이라는 단어만으로도 반갑고, 좋았다. 평소 애정하는 캐릭터와 화가였기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봐야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빨강머리 앤보다 훨씬 성숙해보이는 표지 속의 앤은 고흐의 작품 속 배경에 서서 미소짓고 있는데, 그 모습이 예뻐서 다시 한번 쳐다보게 된다. <고흐와 빨강머리 앤>은 고흐의 명화와 빨강머리 앤의 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필사워크북이다. 글씨가 곱지 않은 나로서는 필사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이번만큼은 제대로 끄적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빈센트 반 고흐는 네덜란드의 후기 인상주의 화가로 서양 미술사를 통틀어 위대한 화가 중에 한 사람으로 손꼽힌다. 고흐는 가난과 정신질환으로 인해 불행한 말년을 보냈는데, 죽기 전에 무려 900여 점의 작품과 1100여 점의 습작을 남겼다고 한다. 비록 가난하게 살다가 죽고 나서야 사람들에게 인정 받게 되었지만 그의 작품들이 세상 빛을 보게 된 것에 대해서는 감사히 생각한다. 그림을 잘 모르지만 고흐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이 든달까. 역동적이면서도 밝았다가 때론 슬프기도 한 그의 작품들은 해석의 여지를 남기고, 감동을 주는 부분이 있어 언제봐도 즣은 듯하다.

 

소설보다 만화영화에서 먼저 만났던 빨강머리 앤은 나의 어린 시절을 함께했던 캐릭터들 중의 하나이다. '주근깨 빼빼마른 빨강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상냥하고 귀여운 빨강머리 앤~'을 흥얼거리며 앤이 방송되길 기다리던 시절이 그저 애틋하고, 그립다. 성인이 되고 나서야 앤이 희망을 품은 말을 많이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그 말들을 필사할 수 있게 되어 더욱 기뻤다.


저는 말이죠, 무언가를 기다리는 시간이 즐거움의 반을 차지한다고 생각해요. 즐거운 일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기다리는 동안 느꼈던 기쁨은 온전의 나만의 것이니까요

P.42 중에서.

 

좋은 글을 옮겨쓰다보면 어지러운 마음이 가라앉고, 차분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점이 필사의 매력이라 생각하는데, <고흐와 빨강머리 앤>은 명화도 감상하고 좋은 글도 쓰게 되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필사책이다. 선선한 가을과 어울리는 책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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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빛 - 제11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
임재희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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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빛>은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이라는 말이 눈에 띄어서 읽게 된 책이다. 문학상을 수상할 정도의 작품은 어떤 내용을 품고 있을지 궁금증이 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책은 상담사에게 상담 받는 은영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심리치료사는 '6일의 시간'에 대해 쓰는 것과 노아를 충분히 애도할 수 있는 장소로 여행을 가보라는 제안을 하고. 은영은 이를 혼란스러워하지만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다. 은영의 연인이었던 노아 해리슨, 그는 어느날 대학 캠퍼스 총기 난사에 관한 TV뉴스를 보고 충격에 빠진다. 총기난사범은 스물세 살의 한국 청년으로 여덟 살 때 미국으로 건너와 이민 초기에 겪는 불안을 극복하지 못한 채 성장한 사회 부적응자였는데, 총기 사건으로 32명의 학생들이 사망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로 인해 노아는 불행했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괴로워했고, 은영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노아가 일상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그는 이 일을 극복하지 못한 채 4일간의 휴가를 내고 나간 뒤에 사망한 채로 발견된다.

 

당신은 그 스물세 살 범죄자와 같은 나라에서 온 사람인가요? 머리를 감으면 검정 물이 뚝뚝 흘러내릴 것 같은 까만 머리카락이 그를 떠올리게 해요. 잔혹해 보일 정도로 번들거리는 검정 눈동자까지. 그리고 그 눈빛, 공동 가해자라고 불러도 좋을 유대감이 느껴져요.

P. 22 중에서.

 

가족이 모두 미국으로 이민을 온 이민자인 은영과 한번 파양된 적이 있던 한국계 입양아 노아는 급속도로 친해졌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한편 노아는 미국 부부에게 입양되었는데, 양부가 양모를 총으로 쏘는 모습을 목격하고 그날부터 치명적인 트라우마를 가지게 된다. 뉴스에서 접한 총기 사건은 노아에게 어린 날의 일을 떠올리게 했던 것이다. 노아의 죽음으로 연인이었던 은영은 노아를 애도하던 중, 그에게 또 다른 이름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의 이름을 쫓는 여정을 시작하는데...... 소설로 인해 버지니아 공대 총기 사건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당시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사건인데, 특히 이민자들에게는 적지 않은 트라우마가 남았을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그들에게 처해진 상황과 입장을 헤아려보니 마음이 욱신거리고 저려왔다. 이민자의 삶이라고 녹록했을까? 이민자와 관련된 크고 작은 이슈들이 생길 때마다 타국에서 그들이 받았을 따가운 시선이 마음 아팠는데, 책은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서 많은 질문거리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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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 - 쉼표 없이 달려온 인생을 위한 행복 내비게이션
이정민 지음 / 대경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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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보기에는 그럴듯하고 화려한 생활을 영위했던 저자는 그 때의 삶을 점수로 따져보면 1점도 아닌 -10정도였을 것이라고 한다. 지금은 자신의 삶에 무척 만족하면 지내는 중인데, 사회적 잣대로 평가했을 때 예전보다 더 성공했거나 돈을 벌고 있는 것은 아니란다. 다만 인생을 대하는 태도와 방법에 변화가 조금 있었는데, 저자가 어떤 부분에서 달라진건지 궁금했다.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는 이런 저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워킹맘으로 살아가고 있는 요즘의 내 삶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쁜 편이다. 딴 생각할 겨를도 없고, 여유도 없는 가운데 아이들에겐 미안한 마음이 커진다. 하고 싶은 일이 있거나 쉬고 싶을 때도 참고 다음을 기약할 때가 많다. 바쁘게 지내면서 돈을 벌수 있는 삶이 감사하다가도 문득 이런 삶이 내게 어떤 의미를 가져다줄지 생각하다보면 고민스러워진다. 지금의 나는 내 삶에 만족하고, 행복한걸까? 자문자답해보지만 정해진 건 없다.

무언가 하나가 잘못되어도 늘 또 다른 길이 있었다. 오히려 더 좋은 길을 찾기도 했다. 인생에는 정해진 답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p.13 중에서

 

책은 첫 페이지부터 고개 끄덕여지는 이야기로 쓰여있다. 살다보면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컨트롤할 수 없는 변수가 도처에 숨어 있는데, 생각하기에 따라 그 변수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 이야기들 중에서 불행한 완벽주의자로 힘든 삶을 살았던 저자의 이야기와 함께 그가 한 조언이 기억에 남는다. 인생을 살다 보면 아무리 완벽하게 잘 살아보려고 애를 써도 성공하는 일보다 실패하는 일이 더 많기 마련이다. 가능하면 실패하지 않는 인생을 살아야겠지만, 실패한다고 세상이 다 끝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내가 무너지지만 않으면 다시 기회가 왔고, 그때 더 잘하면 된다는 내용이었는데 불혹의 시간을 보내면서 직접 겪어본 이야기라 무척 공감이 간다. 도처에 숨은 변수가 나를 주저 앉혔을 때, 생각치도 못한 실패로 좌절을 겪었을 때, 마음과 다른 육아로 우울을 겪었을 때 모두 나만 무너지지 않으면 되는거였다. 그러고나면 어떻게든 살아졌었다. 그런 경험이 있어서인지 예전에 비해서는 나도 조금 편안해진 삶을 살고 있다. 바빠서 '이게 맞나' 싶을 때도 있지만 한편으론 하고 싶은 일을 좋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함께하는 지금의 일이 참 좋다. 그리고 두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도 많지만 엄마로서 현재 할 수 있는 것들은 해보려 노력하는 중이다. 어쨌든 늘 가족과 함께라서 좋다.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는 인생 선배로서 저자가 해주는 조언들이 담겨있다. 지금의 삶이 불행하거나 행복해지고 싶은 이들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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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못해 사는 건 인생이 아니야 - 팍팍한 현실을 보듬어 안는 인생 돌봄 에세이
안희정 지음 / 대경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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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차 간호사로 환자를 보살피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는 저자는 자신이 불행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어 자신의 인생을 돌보기로 마음 먹었고, 약을 먹듯이 글을 썼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잘 쓰지도 못하는 글을 써보겠다고 펜을 부여잡고 있는 나를 보면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 평범한 듯 그렇지 않은 내 삶에 약 같은 존재는 글쓰기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글을 쓰면서 나를 돌아보고, 반성하며 위로 받고 또 성장하는 중인데, <마지못해 사는 건 인생이 아니야>를 읽는 동안에도 공감받고 이해받는 것 같아 위안이 되는 시간을 가졌다. 책은 1. 그저 그런 날에도 실바람은 분다, 2. 마음앓이 한 날엔 지우개로 '앓'을 지운다, 3. 빛나는 날엔 불을 밝히려 노력할 필요가 없다와 같이 세 가지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불완전한 내면의 민낯을 세상 밖으로 드러내기는 쉽지 않다. 나이 들수록 제일 두려운 건 세상의 평판이다. 차선책으로 선택한 방법은 타인과의 적당한 거리 두기였다. 적당한 거리는 안전하다. 나에 대해 많이 드러내지 않을수록 나쁜 평가에서 멀어질 수 있다. 그건 마치 무풍지대에 사는 것과 같다. 바람이 불지 않아 머리카락 한 올 망가질 염려가 없다. 그러나 안전은 이중적인 속성을 지닌다. 안전의 뒷면은 타성이다. 타성에 젖으면 늙어가는 것 이외에 할 일이 없다. 그렇게 나이들어가긴 싫다.

p.21-22, <영혼은 결코 나이를 먹지 않는다> 중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일을 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없었던 내게 희안한 습관이 생겼다. 새롭게 맺는 관계 선상에 있는 이들에게는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당장 헤어져도 괜찮을 만큼만 마음을 주는 정도로 사람을 대하는 것이다. 저자가 경계하는 것처럼 나 또한 안전과 편안함 뒤에 숨어 타성에 젖은 삶을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언젠가 봤던 연극의 대사처럼 '오늘의 내가 제일 젊다'라는 말을 잊지 않고, 스스로 만족하며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 책은 이외에도 다양한 소재를 주제로 저자의 가치관과 생각을 담고 있다. 오랜 시간 직장 생활을 하며 환자를 돌보고, 딸을 키우는 엄마의 역할을 해내고 있는 저자가 새삼 대단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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