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담아, 엄마는 말이야 - 도담이에게 남기는 엄마이야기
도담맘앤파 지음 / Bud / 2022년 12월
평점 :
품절




책 제목과 표지 그림만 보고 육아서이겠거니 생각하고, 펼쳐들었는데 책은 저자가 일상에서 보고, 듣고, 느낀 생각들로 채운 에세이이다. 저자는 임신 중독으로 인해 조산 위기에 처하고, 고위험군 산모로 버티고 버텼지만 31주 이른둥이로 도담이를 낳는다. 아이는 폐가 덜 여문 채로 태어나서인지 잔병치레가 많고 신경 써야 하는 것도 많다. 복직 후 워킹맘으로 살아가던 그녀는 자신의 왼쪽 유방에 이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그렇게 병원에 머무르게 된다. 우연히 가입해뒀던 맘카페에서 글을 들여다보며 누군가의 삶을 구경하기도 하고, '도담맘앤파'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며 게시판에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는데, 소통하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누군가가 소원을 세 가지 들어줄테니 다시 육아를 하라고 한다면......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안되겠다. 사실 돈벼락도 맞고 싶고, 넓고 안락한 집에서 아침을 맞이하고 싶은 로망도 있지만 육아만큼은 다시 할 자신이 없다. 저자는 어린 아들의 육아와 암투병을 함께 해나간다. 고단했겠다 싶으면서도 또 아이와 교감하며 감사를 외치는 그녀를 보니 내게도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열심히 앞만 보며 자전거 바퀴를 굴리던 내가 널 만나고 나서 자전거를 들고 뛰는 괴력도 생겼고 무계획과 무질서를 인정하게 됐다는 건 기적이야. 정신없이 돌아가는 하루하루인데도 지금이 인생 그 어느 때보다 평온해. 그리고 이런 시간은 네가 있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시간이라는 것을 언젠가 네가 컸을 때 꼭 얘기해 주고 싶다. 너는 단 한 번도 내 인생의 짐이었던 적 없고, 내가 나를 희생해서 얻은 결과도 아니란다.

너는 이미 보물이고 너는 이미 온전해.

p.44 중에서.

 

책의 소재는 무척 다양하다. 아이와 이야기하며 느꼈던 것들, 이웃이야기, 부모님의 사랑, 남편이야기... 정말로 맘카페에서 울고 웃으며 할 법한 이야기들로 채워져있어서 편하게 읽을 수 있고, 공감이 많이 되는 책이다. 일도 하고, 아이도 돌보며 나름대로 힘든 하루를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를 외치고 싶은 하루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원청 - 잃어버린 도시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위화의 신작이 8년 만에 나왔다고 한다. 우연한 기회에 저자의 <허삼관 매혈기>를 읽었는데, 1960년 문화대혁명 당시의 시대상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어서 적잖게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가난에 허덕이다 못해 자신의 피를 팔다가 목숨을 잃는 인물의 모습은 눈 앞에 실제로 일어나는 듯 생생했었다. 그 작품만으로도 허구지만 허구가 아닌 듯 작품을 그려내는 위화 특유의 필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 그가 <원청>에서는 중화민국이 시작되는 1900년대 초반 대격변기를 그려내고 있다고 한다. 사실, 중국의 역사에 관해서는 잘 모른다. 1900년대 우리나라는 일제의 탄압과 6.25전쟁으로 어렵고 고된 시간을 보냈는데, 이웃나라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았는지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펼쳐들었다.

 

처음에는 600페이지나 되는 분량에 압도되는 듯했지만 책을 독서대에 올려놓고, 틈날 때마다 읽기 시작했다. 주인공의 뒷 이야기가 궁금해져서 다른 일을 하다가도 눈이 책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는 걸 느낀다.

 

주인공 린샹푸는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지만 다섯 살 때 갑자기 아버지를 잃는다. 린샹푸가 글자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 어머니는 작은 탁자와 걸상을 베틀 앞으로 옮겨놓고 베를 짜면서 그를 가르쳤다. 열세 살부터 집사 텐다를 따라 다니며 논밭을 살폈고, 아버지의 뛰어난 목공 솜씨를 물려받아 도끼와 대패, 톱과 친했으며 이웃 마을 목수에게 기술을 배웠다. 열아홉 살이 되었을 때 채 마흔 살도 안된 나이의 어머니가 병으로 쓰러졌고, 결국에 그는 홀로 남겨진다. 맞선을 보기도하지만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해 혼인할 기회를 놓친 린샹푸가 스물네 살이 되었을 때 젋은 남녀 한 쌍이 그의 집 앞에 찾아온다. 남색 장삼을 입은 남자는 아창, 자잘한 꽃무늬 칭파오를 입은 여자는 샤오메이로 이들은 남매였으며 원청이라는 아주 먼 남쪽 도시에서 경성의 이모부를 찾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부드럽고 생기 넘치던 샤오메이가 이튿날 병으로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고, 그녀의 오빠 아창은 이모부를 찾은 뒤 동생을 데려가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북쪽으로 떠난다.

 

갑자기 건강을 되찾고, 자리에서 일어난 샤오메이는 집안일을 하기 시작했고, 린샹푸는 그녀가 있는 일상에서 안정을 찾는다. 그녀를 아내로 맞이한 날 밤, 린샹푸는 자신의 재산이 있는 곳을 알려준다. 2월의 마지막 밤 샤오메이는 금괴를 가지고 집을 나간 뒤에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후 말수가 줄고 웃음을 잃은 린샹푸는 목공기술을 배우며 계속 살아가기 위해 애쓰는데, 자신의 아이를 임신 한 채 돌아온 샤오메이와 재회한다. 딸이 태어난 행복도 잠시, 아이 울음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린샹푸는 샤오메이를 몇 차례 불러도 대답이 없다. 그는 샤오메이를 찾기 위해 곤히 잠든 딸을 포대기로 싸고 등에 커다란 봇짐을 짊어진 뒤 날이 밝기 전에 문을 나선다.

 

린샹푸는 잠시 멈췄다가 결연한 어조로 말했다.

"당신이 또 말도 없이 떠나면 내가 찾으러 갈 거예요. 아이를 안고 세상 끝까지 가서라도 당신을 찾을 거예요."

p.81

 

린샹푸가 딸을 안고, 존재하지도 않는 도시 '원청'으로 샤오메이를 찾아나서면서 맞닥뜨리는 사건들은 '운명의 장난이 아니고서야 이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만큼 보는 내내 가혹하기만 하다. 회오리로 인한 재해, 북양군과 국민혁명군 간의 내전이나 돈을 노린 토비들의 잔인한 행각은 끔찍했고,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해졌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대가 주는 시련 속에서 린샹푸의 삶은 어떤 결말을 맞이할까? 샤오메이의 이야기와 그녀에 대한 궁금증도 하나, 둘씩 풀리지만 책을 덮고서도 꽤 오랫동안 여운이 가시질 않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출발! 똥 버스 탐험대 스토리에듀 3
윤자영 지음, 시은경 그림 / 이지북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담임 선생님에게 대들면서 버릇없는 말과 행동을 한 안하진, 친구들에게 물리적 폭력을 행사한 이상원, 사이버 폭력을 저지른 신소율, 폭탄을 제도하려고 과학실에 무단 침입한 고든솔. 네 명이 학생들은 교칙위반으로 선도위원회에 불려오고, 이박 삼일의 심성 훈련 교육에 참가하는 처벌을 받게 된다. 특별 교육 장소는 강원도에 있는 하늘마을인데, 그들이 탄 버스의 모양새가 심상치 않다. 똥 모양이었던 것. 똥 모양의 토일렛버스는 내부가 화장실에 가까운 모양이었는데 좌석은 각종 변기모양인게 특징이다. 버스는 인공 지능 로롯 똥차장과 한 몸인 베타 버스로 시공간을 뛰어넘는 여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토일렛 버스가 무작위로 도착한 곳은 인도네시아의 작은 섬이다. 숲에서 한참을 걷던 아이들은 거대한 비단뱀을 보고 놀라 도망치다가 나무 동굴 속에서 숨죽인 채 떨고 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어둠을 깨며 요란한 소리가 들려온다. 꼬르륵. 무서워 잊고 있던 허기가 느껴질 무렵 든솔의 눈에 초콜릿 바가 보인다.

아까 풀숲에서 찾은 초콜릿 바처럼 생긴 똥이 세상에서 가장 비싼 코피루왁이었던 것이다. 하진은 주눅든 것 같은 사향고양이가 안쓰러웠다.

"불쌍해."

비싼 커피를 만들기 위해 이렇게 사향고양이를 잡아다가 좁은 쇠창살 우리에 가두고 커피콩만 먹이고 있었다. 사람이 제일 잔인한 것 같았다. 겨우 커피 한 잔 마시려고...... 하지만 이 마을 아이들은 사향고양이가 없으면 먹고살지 못할 것이다.

p.47 중에서.

세상에서 가장 비싼 코피루왁, 코피 생산을 위해 좁은 곳에서 학대 당하는 사향고양이, 하루 종일 커피 열매를 따지만 너무도 가난한 아프리카 아이들... 사향고양이 똥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인도네시아 소년 꾸따라가 처한 현실을 보며 하진은 마음 아파하는데... 똥 버스 탐험대 아이들은 꾸따라와 사향고양이를 돕기 위해 어떤 생각들을 할까?

책은 소똥 모닥불, 화장실에 사는 똥돼지를 비롯해 동물 복지, 기후 위기, 학교 폭력에 관해서도 이야기한다.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만한 내용들이 많아서 어린이들에게 유용한 책이다. 또 과거의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서 직접 가서 보고 체험하는 탐험만큼 좋은 소재는 없을거라 생각하는데, 똥 버스 탐험대를 통해 대리체험 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른이 되어보니 보이는 것들 - 아무것도 모른 채 어른이 된 나에게
코이케 가즈오 지음, 김슬기 옮김 / 다른상상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가 80년 이상의 세월을 살며 실제로 느끼고 깨우친 인생의 결론을 정리한 책이라고 하는데, 그의 연륜만큼이나 깊이가 느껴지는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른이 되어보니 보이는 것들 - 아무것도 모른 채 어른이 된 나에게
코이케 가즈오 지음, 김슬기 옮김 / 다른상상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러 일들을 겪으며 관계에 대한 고민 그리고 쉼이 필요한 시점에서 여러 에세이들을 만났다. 그 중 <어른이 되어보니 보이는 것들>은 제법 마음을 콕하고 찌르며 흔들어대는 말들이 많은 편이다. 공감도 되고, 그래서 오히려 슬프기도 했고... 책을 읽는 동안 여러 감정들이 교차한다.

책은 1장 인간관계에 대하여, 2장 일한다는 것에 대하여, 3장 자기 자신과 잘 지내는 방법에 대하여, 4장 살아가는 방식에 대하여, 5장 나이듦에 대하여 등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고민에 대해 진솔하면서도 솔직하게 조언한다.

책을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이상적인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부분이었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주고 상대방도 내게 무언가를 주고, 그 관계에 무리가 없는 상태가 바로 이상적인 관계라고 했는데, 현재 내가 맺고 있는 관계들은 이러한 관계에 속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또 어떤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마음이 편하다면 그것은 그냥 마음이 편한 게 아니라 상대방이 보이지 않게 배려해주고 있다는 글귀를 보는 순간,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다. 편한 친구와 함께 있을 때, 친구가 나를 위해 했던 배려들이 함께 생각나서 고맙기도 하고 또 그 사람의 소중함이 다시 한번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사람이 약한 소리를 할 때 원하는 것은 공감입니다. 다시 말해서 '나는 당신의 편이에요'같은 말입니다. 정론은 상대의 마음에 체력이 붙었을 때 전하면 됩니다... ... 당신에게 나약한 소리를 한다는 것은 당신이 약점을 공격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믿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애초에 자신의 괴로움은 다른 사람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종종 고민 상담을 했는데 "너보다 힘든 사람은 훨씬 많아"라는 말을 듣고, 결과적으로 내가 느끼는 괴로움이 '보잘 것 없는 괴로움'으로 치부되는 고통을 경험합니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는 엄살을 부리는 것처럼 보여도 내 입장에서는 한계점에 거의 임박한 경우인 것입니다. 사람은 '나약한 소리'를 해도 좋습니다. 오히려 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상대는 잘 골라야 합니다.

p.67- 68 중에서.



하나하나 공감가는 글들이 참 많다. 나의 관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고, 또 지난 날의 내 행동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된다. 연말이고, 한 해가 저물어 가는데 그저 바쁘다는 핑계로 친구들을 챙기지 못 했는데... 같은 날 걸려온 여러 통의 전화. 잘 지내냐고, 문득 니가 떠올랐다는 고등학교 친구들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전해진다. 팍팍한 인간관계 혹은 나와 생각이 다른 관계에서 오는 괴리감으로 조금은 기운이 빠졌었는데, 따뜻한 목소리들을 들으니 그저 듣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어른이 되어보니 보이는 것들>은 저자가 80년 이상의 세월을 살며 실제로 느끼고 깨우친 인생의 결론을 정리한 책이라고 하는데, 그의 연륜만큼이나 깊이가 느껴지는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