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코 부우 - 껌딱지 내 동생 견생역전 그림책
이유미 지음 / 지을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개를 키우고 싶지 않았습니다. 길에서 마주치면 오가는 눈길을 따라 수 많은 의미를 부여하며 좋아하지만, 한 생명을 책임지는 건 염려되는 일. 부우와는 보호소에서 만났지만, 처음부터 지금까지 우리의 일상은 찬란했습니다. 모든 페이지의 주인공은 부우입니다.

'작가의 글' 에서



<하트코 부우>는 유기견이었던 부우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2018년 2월 22일 아침, 목에 노끈이 감긴 강아지는 추위를 피할 곳을 찾다가 구청 숙직실에 들어갔고 개는 보호소로 옮겨져 유기동물 입양 플랫폼인 포인핸드 앱에 소개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고민 끝에 이 아이를 입양했고 그렇게 부우와 함께한다.

'하트코'라니. 진짜 하트코일까? 그림책 앞면지에 작은 책 <주인을 찿습니다>가 있는데, 부우의 실제 모습들이 담겨있다. 포인핸드 앱에 소개된 부우, 집에 처음 온 날, 건강검진하고 치료받는 모습, 수영하고 공놀이를 즐기는 부우, 잠든 부우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이지만 잔뜩 겁먹은 듯한 눈빛의 부우가 점점 편안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변해가는게 느껴진다. 다행이다 싶으면서 부우의 하트코를 보니 귀여워서 웃음이 난다.

유기묘 두마리를 기르고 있는 내게 부우의 이야기는 더 진하고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하트코 부우>는 글자보다 그림으로 더 많은 것을 이야기 하는 책인데, 사실 부우의 사연을 모른채 처음 책을 펼쳤을 때는 달리 감동을 느끼지 못했다. 그저 '저자가 강아지와의 추억을 이야기하는구나' 했는데, 책표지 뒤에 있는 큐알로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부우의 영상도 보고, 소개글도 읽어보니 책 속 그림들의 의미가 더 진하게 와닿는다. 유기묘로 아파트 화단에서 발견되었는데 경비 아저씨에게 잡혀 아예 아파트 밖으로 쫓겨나던 중이었던 꼬미, 길냥이 엄마가 구조되자마자 낳은 요미. 두 녀석들은 내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들로 자신들의 입지를 키워나가며(?) 자리를 굳히고 있는 중이다. 버려진 아이를 품는 과정을, 아이의 시선에서 잘 담고 있는 책이다. 버려지거나 사람에 의해 다치는 동물이 없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삼성동 하우스 - 있지만 없었던 오래된 동영상
김경래 지음 / 농담과진담 / 2022년 12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있지만 없었던 오래된 동영상"


책이 어떤 내용들을 다루고 있는지 짐작하지 못한 채 펼쳐들었다. 읽다보니 자연스레 떠오르는 사건이 있다. 2016년 7월 인터넷 독립언론 <뉴스타파>에서 공개해 사회적으로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삼성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동영상에 관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군복무 21개월 동안 5백만 원을 모은 전설의 솔저, 김태훈은 복학하면서 노트북이 필요했다. 부도를 낸 아버지 탓에 군대로 도망쳤지만 이후에도 집안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고, 그는 악착같이 돈을 벌어 모은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대학생 할인을 받아 노트북도 마련하지만 카페에서 잠시 화장실 간 사이에 도난 당하고 만다. 노트북을 찾지못한 태훈은 중고나라에서 잃어버린 노트북과 비슷한 사양의 노트북을 직거래로 구매한다. 중고 노트북엔 삭제되지 않은 덩치 큰 파일이 숨어있었고, 몰카 폴더 안에 있는 동영상은 흡사 동물의 왕국을 보는 듯하다. 

한편, 돈냄새를 맡는데는 기가 막힌 박미도가 최용식에게 한국에 들어온 지 6개월 이내, 마른 체형에 발이 작은 20대 초반의 조선족 여자들을 의뢰한다. 용식은 중국에 드나들면서  KTV로 불리는 주점에서 만난 김윤희가 몇 달 전 한국에 왔다는 카톡을 보낸 걸 떠올리고, 그녀에게 연락한다. 돈 많고 나이도 많은 어떤 사내가 한번에 네댓명씩 조선족 여자를 부르는데, 하루에 오백이라는 거금을 준다는 말에 윤희는 면접을 보러 가기로 한다.

HBC 기자인 동해는 JS 비자금 사건과 연관해 특검의 불구속 기소에 대한 평가와 사회적, 경제적 파장을 분석하는 기사를 맡기로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한때 JS그룹의 실세였던 고 전무의 인터뷰를 내보내려고 했지만 사회부장을 비롯해 JS의 변과장까지 이를 제지하며 삭제해줄 것을 요청한다. 고 전무 사건 이후에 동해는 공짜 술을 마시지 않았고, 동해는 자연스레 접대성 밥자리, 술자리에서 퇴출된다. 그런 그에게 한 통의 제보전화가 걸려오고, 제보자가 보낸 메시지에는 네 장의 사진이 있는데...

이건희 회장의 동영상이 어떤 언론에 의해 최초 공개 되었는지 몰랐는데, 소설을 읽으면서 사건을 다시 찾아보게 되었다. '왜 하필 메이저 언론사들이 아닌 인터넷 독립 언론에서 최초 공개되었을까?'라는 의문이 책 속 사건들과 연관지어 생각하게 된다. 동해는 JS가 연루된 기사를 내려고 할 때마다 누군가의 만류나 제지를 받는다. 기자가 자신이 취재한 것들을 외압에 의해 기사화 하지 못한다는 건 언론 탄압인데...... 정계와 대기업이 결탁해 벌이는 부정부패한 나라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고 속상했다. 한 때 기자를 꿈꿨던 내게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바른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언론인의 사명'은 멋있다 못해 숭고해 보이기까지 했는데. 막상 눈 앞의 알 수 없는 거대한 힘 앞에서는 진실을 밝히는게 두려울 것 같기도 하다. 2022년에 22년 간의 기자 생활을 접은 저자의 이력은 소설을 더 생생하게 묘사하고 실감나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소설 속 결말에 생각이 많아진다. 힘을 가진 것과는 상관없이 죄를 지으면 동등하게 벌 받을 수 있는 투명한 한국 사회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조금씩 결함이 있어요
셰인 헤거티 지음, 벤 맨틀 그림, 오현주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따뜻한 노랑 바탕에 찢어진 우산을 들고 있지만 미소 짓고 있는 표지 속 로봇을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우리는 조금씩 결함이 있어요>는 제목 자체가 가지도 의미도 큰 것 같다. 맞다, 그러고 보니 완벽하려고 애쓰며 살아가지만 어딘가는 어리숙했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주인공 부트는 결함이 있는 로봇을 분쇄하는 폐차장에서 2.5개의 기억만 가진 채로 깨어난다. 분쇄되기 직전 아슬아슬하게 도망쳐 나온 부트는 기억의 끈 속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알려줄 베스를 떠올리고, 그를 찾아 모험을 떠나게 된다. 이미 분쇄 되어 사라졌어야 할 부트를 쫓는 플린트의 추격이 끝없이 이어지고, 쫓고 쫓기는 와중에도 살아남기 위해 애쓴다. 부트는 정말 무서운데도 달리며 신나게 휘파람을 분다. 전 속력을 다해 뛰면서도 경쾌한 휘파람이라니. 어쩐지 귀여우면서도 딱 부트스럽다는 생각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몇 개 되지 않는 기억으로 부트가 버텨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기도 했지만, 부트는 혼자가 아니었다. 오십육 퍼센트의 에너지로 충전기를 구해야 하는 노크, 로봇강아지 푸치, 너무 뜨거워지면 폭발 할 수도 있는 레드, 이들은 길에서 만난 로봇 친구들로 저마다 결함을 가지고 거리에 버려졌다. 홀로그램을 통해 베스가 각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모두 함께 찾아 나서기로 한다. 로봇들은 거리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들을 하나, 둘 익히기 시작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준다.

 

시간이 흐르면서 부트는 자신이 다른 로봇과 다르게 생각과 질문을 할 수 있고, 감정을 가졌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또 결함이 있지만 거리에서 만난 친구들도 자신과 같이 생각을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들에게 결함은 상처였고, 자신을 옭아매는 올가미였지만 부트와 친구들은 서로에게 의지하고, 기대며 조금씩 성장해나간다.

 

<우리는 조금씩 결함이 있어요>를 읽는 동안 낡고 버려진 장난감들의 모험 이야기를 다룬 <토이 스토리>가 떠오르기도 했다. 부트와 친구들이 혼자였더라면 결코 세상 밖으로 나아가지 못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그렇지 않을까? 좋은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것을 배우고, 아주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잔잔하면서도 뭉클한 감동을 주는 이야기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뒤집힌 세계, 신비한 시간 책 읽는 샤미 24
김상윤 지음, 정은규 그림 / 이지북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따뜻한 노랑 바탕에 찢어진 우산을 들고 있지만 미소 짓고 있는 표지 속 로봇을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우리는 조금씩 결함이 있어요>는 제목 자체가 가지도 의미도 큰 것 같다. 맞다, 그러고 보니 완벽하려고 애쓰며 살아가지만 어딘가는 어리숙했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주인공 부트는 결함이 있는 로봇을 분쇄하는 폐차장에서 2.5개의 기억만 가진 채로 깨어난다. 분쇄되기 직전 아슬아슬하게 도망쳐 나온 부트는 기억의 끈 속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알려줄 베스를 떠올리고, 그를 찾아 모험을 떠나게 된다. 이미 분쇄 되어 사라졌어야 할 부트를 쫓는 플린트의 추격이 끝없이 이어지고, 쫓고 쫓기는 와중에도 살아남기 위해 애쓴다. 부트는 정말 무서운데도 달리며 신나게 휘파람을 분다. 전 속력을 다해 뛰면서도 경쾌한 휘파람이라니. 어쩐지 귀여우면서도 딱 부트스럽다는 생각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몇 개 되지 않는 기억으로 부트가 버텨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기도 했지만, 부트는 혼자가 아니었다. 오십육 퍼센트의 에너지로 충전기를 구해야 하는 노크, 로봇강아지 푸치, 너무 뜨거워지면 폭발 할 수도 있는 레드, 이들은 길에서 만난 로봇 친구들로 저마다 결함을 가지고 거리에 버려졌다. 홀로그램을 통해 베스가 각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모두 함께 찾아 나서기로 한다. 로봇들은 거리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들을 하나, 둘 익히기 시작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준다.

 

시간이 흐르면서 부트는 자신이 다른 로봇과 다르게 생각과 질문을 할 수 있고, 감정을 가졌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또 결함이 있지만 거리에서 만난 친구들도 자신과 같이 생각을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들에게 결함은 상처였고, 자신을 옭아매는 올가미였지만 부트와 친구들은 서로에게 의지하고, 기대며 조금씩 성장해나간다.

 

<우리는 조금씩 결함이 있어요>를 읽는 동안 낡고 버려진 장난감들의 모험 이야기를 다룬 <토이 스토리>가 떠오르기도 했다. 부트와 친구들이 혼자였더라면 결코 세상 밖으로 나아가지 못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그렇지 않을까? 좋은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것을 배우고, 아주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잔잔하면서도 뭉클한 감동을 주는 이야기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름 손님 - 제26회 동리문학상 수상작
윤순례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름 손님>은 여섯 편의 연작소설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탈북민들이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저마다의 자유를 꿈꾸며 죽음을 무릎쓰고, 남한행을 강행했을테지만 이 곳의 상황은 여의치 않다. <여름 손님>에서의 장철진은 사선을 넘으며 대한민국에 도착하지만 이 땅에서의 정착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세 가구가 사는 다세대 건물 1층에 세를 들었고, 지하층 노인은 처음에는 그를 반기는 듯했지만 실상은 반대였다. 노인의 술주정을 듣고 속내를 알게 된 이후로 지하층에 내려가지 않았지만, 툭하면 시끄럽다고 올라와 문을 두드렸고, 시비를 걸어왔다. 그런 노인이 죽은 채 발견되었고, 철진은 살인자로 내몰린다. 화은은 그런 철진을 숨겨주고, 남조선에 오기까지의 과정을 떠올린다.

 

언니, 나 묻고 싶은 게 있어. 남한 오다가 우리 샛별이가 죽었는데 나는 어쩌면 이렇게 태평히 잘살고 있지? 그것 생각하면 가끔 내가 징그러워...... 살겠다고 꾸역꾸역 밥을 먹고 있는 입이 징그럽고......

 

소설 속 인물들은 어디하나 제대로 마음 둘 데 없는 이방인으로 살아간다. 허드렛일을 하거나, 살인용의자로 내몰려서 쫓기고, 외진 시골에서 겨우 살아가는데... 한편으론 일부 새터민들의 실제 모습 일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마음 한켠이 아려왔다. 그저 견디면서 하루를 살아내기 위해 갖은 고생을 하며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닐텐데. 우리의 따뜻한 시선이 그들에게 조금의 위로는 되어줄 수 있을거란 생각을 해본다.

 

대학에서 <북한의 언어와 문화>라는 수업을 들으며 새터민을 직접 만난 적이 있었다. 북한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다는 그녀는 약사를 꿈꾸며 약학대에 재학 중이었다. 대학민국의 어머니들이 북한에서 온 선생님은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 약사가 되는 공부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행복한가요"라는 나의 질문에 울먹이며 말하던 그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남편은 함께 압록강을 건너오다가 총에 맞아 죽었고, 아이와 나머지 가족이 아직 북한에 있다고, 덩그러니 혼자 남겨진 것 같아서 행복한지 모르겠다고 했다. 아직까지도 '탈북민, 새터민'이라는 단어를 듣게 되면,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던 그녀가 떠오르곤 한다. "지금은 행복한가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