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걷기 수업 - 두 발로 다다르는 행복에 대하여
알베르트 키츨러 지음, 유영미 옮김 / 푸른숲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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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무렵,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지 않는 동료가 있다. 왜 돌아갈 준비를 하지 않냐고 물으니 매일 한시간 정도의 거리를 걸어다니는데, 볕이 뜨거워서 조금 시원해지면 나설 참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문득, 적지 않은 거리를 매일 걷는 그가 대단해보이면서도 부러워졌다. 나도 어릴 때부터 걷는 걸 좋아했는데, 언제부턴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걷는 것이 녹록치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철학자의 걷기 수업>이라는 책을 살피다 보니 가벼운 운동화로 갈아신고 음악 들으며 혼자서 걷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사색과 명상을 동반하는 걷기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충만함으로 채우고, 이질적이고 부담을 주는 것을 떨쳐버리게 하며, 우리 안의 본질적인 것들을 하나로 묶는다. 걷기는 몸과 마음, 영혼을 강화하고, 이 모두를 온전한 개성으로 빚어낸다. 그리하여 우리는 보다 오롯한 존재로 거듭난다.

p.30 중에서.

목표를 향해 걷는 도보 여행의 길과 삶의 길은 굽이굽이 굴곡진 길과 우회로로 점철되어 있다는 저자의 말이 인상깊다. 실제로 길을 걷다보면 장애물을 만나기도 하고, 울퉁불퉁 굴곡진 길을 걷게 되기도 한다. 또 걷다보면 반듯하면서 잘 가꾸어진 길을 만나기도 한다. 길을 걷는 과정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모습과 많이 닮아있는 듯하다. 이름 들으면 알 만한 철학자들도 걷는 것에 관해 굉장히 긍정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베트남의 불교 승려인 틱낫한은 걷는다는 것은 단순한 행위를 넘어서서 우리의 몸과 마음이 안식에 이를 수 있는 길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걷기가 우리에게 주는 것이 참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철학자의 걷기 수업>은 부제처럼 '두 발로 다다르는 행복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철학자들의 말을 인용하기도 하고,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들이 담겨있기도 하다. 걷는다는 것에 대한 가치와 철학자들의 지혜로운 말들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옆에 두고서 천천히 읽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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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다 보면 웅진 모두의 그림책 49
김지안 지음 / 웅진주니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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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배경에 차를 탄 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운전하는 고양이 뚜고씨의 모습이 담긴 표지를 보니 자연스레 시선이 머문다. 그림책은 그림을 보는 재미도 있어서 늘 흥미롭게 다가온다. 하늘이 맑고 상쾌한 어느날, 뚜고씨는 늘 그랬듯이 피곤한 출근길에 오르지만 극심한 정체로 도로위의 자동차들은 움직일 생각조차 없어보인다. 다른 길로 가려고 검색하다 길을 잘못 든 뚜고씨는 희한한 일을 경험하게 된다. 내비게이션이 먹통이 되더니, 자신을 노별이라고 칭하는 내비게이셔누스가 나타났기때문이다.

뚜고씨는 노별이 안내하는 대로 포근한 구름 침대에서 한숨 자고, 휴게소에서 그리웠던 엄마 밥과 똑같은 맛의 도시락도 먹는다.

뚜고씨는 든든하게 채운 배를 내밀고 의자에 기댑니다.

유유히 흘러가는 구름들 사이로

익숙했던 맛이,

오래전 기억이 함께 흘러가요.

<달리다 보면> 중에서.

음악을 들으며 구불구불 낯선 길을 달리다 보니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진 뚜고씨는 분홍바다에서 노별에게 고마워한다. 그리고 가끔은 잠깐 멈춰도 괜찮다는 걸 깨닫는다. 어느날 갑자기 이벤트처럼 떠나게 된 여행이라니. 일탈같은 여행은 매일 반복되는 삶 속에서 삶의 활력을 가져다준다. 이 책은 일상에 지친 성인들을 위한 동화 같기도 하다. 반짝반짝 빛나는 분홍바다를 보니 문득, 파도소리가 듣고 싶어진다. 곧 떠나게 될 여행이 더욱 기대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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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보고 싶어, 울었다
인썸 지음 / 그윽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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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시집을 읽어서인지 괜스레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시집을 펼쳐든 지금, 선선한 밤바람과 고요한 공기가 한데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이끈다. 결혼해서 아이낳고 키우다보니 시간 가는줄 모르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별로 인해 마음 아팠던 감정을 느껴본 적이 아득하기만 하다.

시에는 실컷 사랑하고, 제대로 이별하는 연인의 모습이 담겨있으며 헤어질 때 느꼈던 시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나를 많이 사랑해줘서 고마웠어, 너에게 하지 못한 이야기, 네가 보고싶어 울었다, 괜찮아 이제 갈게 안녕 등 네 개의 주제로 구성되어있으며 시 한편, 한편이 연인을 향한 그립고, 애달픈 마음이 잘 드러난다. 사실, 불혹의 나이가 되니 격정적이거나 끓어오르는 사랑의 감정과는 무관한 삶을 살고 있다. 젊은날의 사랑이 본질은 같으나 점차 다른 형태로 변해가는 느낌이다.

...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새벽이면 당신의 창에도 달이 걸린다는 것을

새벽이면 달빛이 당신 방을 밝힐 정도로

밝다는 것을 모를 것이다.

아름다운 것조차 새벽에는 감정을 그대로 뒤집어쓴다.

좋았던 것은 그리운 아픔이 되고,

좋지 않았던 것은 슬픈 아픔이 된다.

쉬웠던 새벽은 없다.

p. 82중에서.

시집에서 네 개의 테마를 다루었다고하나 같은 내용의 시들이 다소 반복되는 건 아쉬웠다. 이별 후 수많은 밤을 지새우며 번뇌와 후회, 그리움이 뒤섞인 감정으로 몸부림치는 화자의 모습이 상상된다. 이별의 감정을 무던히 견뎌내고 새로운 사랑을 만나 현재를 살다보니 결국 아파서 데일 것만 같았던 감정도 서서히 무뎌지는 걸 경험했다. 화자도 언젠가는 괜찮아지겠지라는 생각이 드는 걸 보니 나도 어느새 나이가 들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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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실력을 향상시키는 문해력 수업
조영경 지음 / 깊은나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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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을 겪은 이래로 아이들의 문해력 수준이 많이 떨어졌다고 한다.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 머무르면서 미디어에 장시간 노출된 탓인지 긴 문장을 이해하고, 단어의 뜻을 알아차리는데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많아진 듯하다.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나로서는 현장에서 몸소 체감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초등학생인 딸과 아들도 유트브에서 짧은 영상을 보면서 놀 때가 많은데, 별다른 의미를 담고 있지 않은 데다가 틀린 자막이 난무한 영상들이 대부분이라서 불편할 때가 참 많다. 아이들의 놀이고, 문화이겠거니하면서 지켜보고 있지만 내심 걱정스러운걸 보면 나도 어쩔 수 없는 엄마인가보다. 이 걱정과 불안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책을 선택했다. 한 켠에 밀어넣어주면 놀다가도 책을 읽고 있는 두 아이를 보게 된다.

<국어 실력을 향상시키는 문해력 수업>은 제목 그대로 아이들의 국어 실력이 향상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펼쳐든 책이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관용어 86개를 모아 관용어에 대한 설명과 적절하게 활용된 예시문을 사용해 이해를 높인다. 관용어는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말을 일컫는데, 게임과 짧은 영상에 노출된 아이들은 관용어를 이해하는데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상황에 맞는 이야기가 엮여 있어 평소 어렵게 느꼈던 관용어도 흥미롭게 익힐 수 있다.

귀에 못이 박히다

'못'이라고 하면 쇠나 대나무로 뾰족하게 만든 것으로 나무를 고정할 때 쓰는 것을 떠올릴 거예요. 그런데 손바닥이나 발바닥에 생기는 굳은살도 '못'이라고 해요. '귀에 못이 박히다'에서 '못'은 굳은살이에요. 너무 여러 번 들어서 귀에 굳은살이 생길 정도라는 뜻으로, 같은 말을 자꾸 들을 때 써요.

p.34 중에서.

아직 아이들을 읽혀보지 못했지만 그동안 사용했던 관용어의 뜻이 눈에 쏙쏙 들어오는 걸 보니 아이들도 제법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루에 관용어 서너개씩 읽으면서 함께 이야기 해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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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좀비 - 엄마가 좀비가 된다면 어떻게 할래? 생각학교 클클문고
차무진 지음 / 생각학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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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녹현이는 불과 육 개월 전까지만 해도 매일 학교에 다니고, 친구들과 뒤엉켜 지내는 발랄할 중학생이었다. 그러던 녹현이가 은둔형외톨이 생활을 자처하는 일이 벌어진다. 학교 생활기록부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선에서 교묘하게 결석하면서 잠만 자거나 게임만 하는 것이다. 이를 답답해하는 엄마에게 거칠고, 반항적인 모습을 보일 뿐이다.

녹현이의 태도에 변화를 가져다 준 사건은 반년 전에 짐을 싸서 집을 나간 아빠때문이다. 엄마는 여자친구가 생긴 아빠를 추궁하며 용서하지 않았고, 아빠는 옷과 노트북, 책 등을 챙겨 집을 나갔다. 녹현이는 아빠가 잘못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기회를 달라고 말하던 아빠를 내쫓은 엄마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스스로도 의아할 만큼 예민하고, 날카로워진 녹현은 엄마가 상처받을 만한 말을 골라하며 심하게 화를 낸다. 이후 미안해져서 사과해보려하지만 엄마의 반응은 차갑고, 냉랭할 뿐이다. 하루는 생고기를 입에 물고, 피투성이인 채 자신에게 달려드는 엄마를 발견한다. 엄마는 영화나 게임에서 보던 좀비가 되어 있었다!

소설에서 녹현, 엄마, 아빠, 고양이 샤미 등 여러 인물들의 속마음을 들려주는 부분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기본적으로 이야기는 주인공인 녹현이의 시점. 그러니까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전개되는데, 엄마나 아빠의 사정이나 속마음을 자세히 알 수 없어서 답답한 면이 있었다. 엄마와 아빠의 시선이 따로 담겨있는 부분을 읽고 나니 인물들의 속마음을 좀 더 제대로 알 수 있었는데, 이러한 점은 작품의 이해를 높이는데 더욱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열여섯 살의 녹현이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일은 결국 가정불화였는데, 이건 누구에게나 버겁고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좀비가 된 엄마를 어떻게든 지켜보려는 주인공의 모습이 또래에 비해 성숙해보이기도 했다. 좀비가 된 엄마라는 소재가 독특하고, 흥미로웠으며 또 나름대로의 교훈을 주는 이야기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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