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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질을 배워온 아들
김영주 외 지음, 허혜지 그림 / 무지개토끼 / 2022년 1월
평점 :
저자 김영주, 강남이, 권난아, 박후남, 이영림
서울대학교 및 동대학원에서 문학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울산대학교 아동가정복지학과 교수로 아동문학교육 등을 강의하고 있는 김영주 작가의 글과 울산대학교에서 유학교육 석사를 전공한 다섯 작가의 글이 실려있다.
책이 도착한 후에도 바쁜 일들이 겹쳐 읽지도 못 하고, 한참을 책상 위에 두고 있었던 것 같다. 딸이 책을 보고는 "엄마, 이 책 재미있을 것 같아. 내가 먼저 읽어봐도 돼?"라고 물어서 그러라고 했다. 금세 와서는 재미있다며 책 이야기를 재잘재잘 늘어놓는다. 그렇게 대략의 줄거리를 파악한 채로 펼쳐든 책은 옛날 이야기를 정겹게 해주고 있는 듯하다. 구어체 문장의 옛날 이야기는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또 중간 중간에 그려진 삽화는 흥미롭게 표현되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책에는 1. 도둑질을 배워온 아들, 2. 곱빼기가 된 반쪽이, 3. 구두쇠 영감과 저승을 다녀온 총각, 4. 은하수를 찌른 염소의 뿔, 5. 잘생긴 아들과 따라쟁이, 6. 귀동이 바위 등 총 여섯 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도둑질을 배워온 아들
경상도 춘양이란 마을에서 한참 더 들어간 첩첩산중 오뭇골, 지지리도 가난했지만 금실이 좋았던 부부는 아들 삼형제를 연달아 낳는다. 아이들이 어렸을 땐 어찌어찌 키웠지만 점점 크니 먹을 것이 모자라 매일 배를 곯았고, 이에 견디다 못한 아버지는 삼형제에게 각자 나가서 삼 년 동안 일을 배워오라는 말을 한다. 삼형제는 처음에 뭉쳐 다니다가 얻어먹기가 더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흩어져서 각자 일할 곳을 찾아보기로 한다. 첫째 일식이는 어느 큰 마을에 부잣집 머슴으로 들어가서 삼 년동안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주인집 아들 대신 공부하면서 어려운 한문책도 줄줄 읽고 글도 잘 쓰게 된다. 둘째 이식이는 삼년 동안 약초상에서 일하며 약초 지식과 약초 파는 상술을 얻게 되었고, 셋째 삼식이는 떠돌다가 거지들 소굴에서 지내게 된다. 나쁜 놈들이 시키는 일을 하며 겨우 먹고 살았는데, 삼 년 동안 소매치기, 들치기, 날치기, 도둑질과 같은 나쁜 일만 엄청나게 하고 돌아다닌다. 시간이 흘러 고향으로 돌아온 삼형제는 황폐하기 그지없는 마을을 보고 깜짝 놀란다. 다행히 부모님은 살아계셨고, 형제들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병들고, 곤궁했다. 타지에서 돌아온 이들을 보러마을 사람들이 모였고, 삼형제에게 그동안 어찌 지냈는지 물어보는데...
이야기를 읽고는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기묘한 상황에 놓였다. 곤궁해진 아들들에게 각자 일을 배워오라는 스토리는 분명 기존에 있던 이야기였는데, 도둑질을 배워온 셋째의 이야기는 다르다. 새로웠다. 게다가 이 도둑질은 마을 사람들 모두를 위해 쓰여지는데, 예상 외의 전개가 참신하게 다가왔다. '도둑질을 배워온 아들' 이외에 다른 이야기들도 기존에 전해내려오던 전래 여러 개를 모아놓은 듯 하다가 새로운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거 아는 이야기네'라고 생각했던 이야기들이 모두 새롭게 마무리되니 반전의 재미가 있다. 전래를 많이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조금은 다르게 흘러가는 이야기에 흥미를 느낄 수 있을 듯 하고, 이야기를 처음 읽는 아이들에겐 부담없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다.